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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무공교관-8화 (8/312)

8화. 잘 봐둬라

잔뜩 부풀어 오른 옷이 사도광이 내공을 잔뜩 끌어올렸음을 보여주었다.

거친 바람을 일으키며 날아가는 주먹.

하무백은 슬쩍 몸을 비트는 것으로 그 주먹을 피했다.

연이어 날아오는 다른 주먹도 손쉽게 피했다.

이를 악문 사도광은 더욱 내공을 끌어올렸다.

“일 초.”

무심히 하무백의 입에서 흘러나온 음성.

“이 새끼가!”

사도광은 더욱 분노해 날뛰었다. 하무백의 뒤통수를 노리고 날아드는 발길질.

물론 하무백은 그것도 손쉽게 피했다.

발차기는 그걸로 끝이 아니라 세 번 정도 더 변화를 보였다. 교룡권법에 있는 변화와 그 궤를 같이했다.

하무백은 사도광의 품을 향해 전진하는 걸로 그 공격마저 피했다.

“이 초.”

담담한 목소리가 사도광의 귀를 찔렀다.

그의 양 주먹이 어지러이 움직이며 하무백의 머리와 가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러나 하무백이 가볍게 떨치는 손바닥에 주먹은 모두 갈 곳을 잃고 빗겨나고 말았다.

“삼 초.”

그 말과 동시에 하무백이 뒤로 물러섰다.

그의 시선이 칠 조 다섯사람에게로 향했다.

“잘 봐둬라. 삼재권법이 어떤 권법인지. 참고로 내공은 사용하지 않는다.”

하무백에게 철저히 무시당한 사도광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게다가 내공을 사용하지 않겠다니.

일류의 수준에서도 완숙한 경지에 올라 곧 절정으로 향하는 벽을 만날 자신에게, 한낱 맹룡대의 교관 따위가 내공도 사용하지 않고 삼재권법으로 상대하겠다?

저런 미친놈이 있다니.

그 미친놈에게 농락당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잠룡대의 일 년 차 생도들이 지켜보고 있다니.

쪽팔렸다.

저런 광오한 말을 지껄이게 두고 있는 자신이 바보 같았다.

“네 이놈!!!”

내공이 폭풍처럼 일어났다.

양 주먹에 희미한 빛이 어렸다.

권기(拳氣)가 미약하게나마 발현된 것이다.

절정의 수준이었다면, 고작 이 정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내공도 사용하지 않겠다는 상대에게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수를 펼치려 하고 있었다.

파암난무권(破巖難舞拳).

사도광의 가문인 사도가의 유일한 절기였다.

지금 그 절기가 그의 두 주먹에서 미약한 권기와 함께 펼쳐지고 있었다.

목표는 건방지기 짝이 없는 하무백.

그 개자식이다.

“어어…….”

“우와!”

생도들은 각자의 감탄성을 흘리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잠룡대든, 맹룡대든 상관없이.

이곳에 있는 이들은 대부분 하무백의 말소리를 들었다.

맹룡대 칠 조에게 가르치듯 말한 목소리가 제법 또렷해 이곳에 있는 이들의 귀에도 잘 들렸으니.

내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상대에게 미약하나마 권기까지 사용하다니.

사도광의 손속이 좀 과하다는 생각을 하는 잠룡대 생도도 있었다.

고작해야 맹룡대의 교관이 저걸 어찌 막는단 말인가.

사도가가 한미한 무가라고는 하지만, 파암난무권은 제법 괜찮은 절기였다.

극성까지 이룬다면 절정의 수준에는 들 수 있는 권법인 것이다.

그런 권법이 하무백의 눈앞에 어지러이 펼쳐졌다.

“훗.”

투로를 보고 있자니, 교룡권법의 그 변화가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권법의 변화를 응용해 삼재권법에 적용시켜 만들었으리라.

서로 맞지 않는 두 권법을 섞어놨으니 조잡할 수밖에.

다만 지금 펼치는 권법은 아니었다.

그 이치가 제법 깊이가 있었다.

헌데 지금 상황에서 펼칠 권법은 아니었다. 교룡권법을 증명하겠다고 덤벼들어 놓고는 전혀 다른 권법이라니.

‘뭐, 상관없나?’

하무백에게는 하등 상관없는 일이었다.

“잘 봐둬라.”

하무백은 칠 조의 조원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어지러이 짓쳐 드는 주먹의 결을 읽고 손쉽게 그사이의 허점으로 몸을 빼냈다.

물론 내공은 한 줌도 사용하지 않았다.

“어설픈 변화,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변화는 항상 이렇게 허점을 노출한다. 그곳을 정확히 찾아 움직인다면 내공이 중요한 게 아니지.”

하무백의 주먹이 움직였다.

무공 좀 익혔다 하는 이들이면 다들 알고 있는 삼재권법의 초식이었다.

“어?”

“하?”

백리평과 당진산의 목소리였다.

그 둘은 삼재권법이 어떤 권법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달랐다.

하무백이 보여주는 것은 분명 삼재권법이었으나, 자신들이 아는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삼재권법이 저런 권법이었던가?

하무백이 가볍게 뻗은 주먹이 정확히 사도광의 팔꿈치 요혈을 때렸다.

“크헉.”

권기고 뭐고 소용없었다.

상대는 권기에 맞지 않았고, 권기가 없는 팔꿈치를 노렸다.

너무도 절묘한 때였기에 내공도 없는 주먹을 피하지도 못했다. 요혈을 정확히 타격했기에 내공이 없음에도 받은 충격은 컸다.

하무백의 움직임은 부드러웠으나 절도 있었다.

“이렇게 명확히 비어 있는 부분의 요혈을 노린다면, 굳이 내공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거다. 삼재권법의 묘리를 제대로 터득한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어진 주먹이 사도광의 왼쪽 어깨를 두드렸다.

“큭.”

내공이 없음에도 정확히 요혈만을 타격했기에 통증이 컸다.

점혈이 되지 않았음에도 그 충격으로 사도광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내공의 운용에도 지장이 생겼다.

“이렇게 말이다.”

하무백은 시종일관 평온한 얼굴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잠룡대 생도들의 눈이 점점 커졌다.

폭풍 같이 몰아치고 있는 사도광은 헛손질만 할 뿐이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하무백의 공격은 제대로 박히고 있었다.

내공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느렸고, 평범한 공격이었다.

그런데 사도광은 그조차 피하지 못했다.

“대체 저게 뭐지?”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그러나 대답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들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움직임이었으니.

연무장 바닥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며 하무백이 움직였다. 점차 빨라졌다.

“충실한 외공의 수련이 있다면, 내공 없이도 이 정도 속도는 낼 수 있지. 그러니 절대 외공의 수련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내공이 없는 움직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사도광은 그런 하무백의 움직임을 쫓았다.

어떻게든 저놈을 잡겠다고 주먹을 뻗었으나, 아직도 팔꿈치와 어깨의 통증이 남았다.

“이익.”

신법을 펼쳐 하무백의 뒤를 잡으려는 순간.

“커헉.”

어마어마한 통증이 무릎에서 퍼져 나갔다.

하무백의 무릎이 사도광의 무릎 옆 요혈을 정통으로 가격한 것이다.

“커허허헉.”

사도광이 커다란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공격은 한 번이 아니었다.

빠른 움직임으로 같은 곳을 한 번 더 가격했다.

그 순간.

빠직.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렸고.

사도광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니 주저앉으려 했다.

그러나 하무백이 그리 두지 않았다.

그의 오른주먹이 사도광의 턱을 쳐올렸고, 왼주먹이 그대로 관자놀이를 타격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사도광은 눈을 까뒤집은 채 정신을 잃고 연무장 바닥에 널브러졌다.

왼쪽 무릎뼈는 부러졌다.

내공으로 보호하고 있음에도, 내공을 사용하지 않은 하무백의 공격에 부러진 것이다.

잠룡대의 생도들이 입을 쩍 벌렸다.

무려 수석 교관이다.

비록 일 년 차 생도들의 수석 교관이라 하지만 일류의 끝자락에 도달한 고수였다.

그런 고수가 자신의 절기를, 전력으로 펼쳤는데 내공도 사용하지 않은 상대의 삼재권법에 저리 처참하게 박살이 났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게다가 그 상대는 고작 맹룡대의 일반 교관.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연무장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입을 크게 벌리고 있으나 어떠한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맹룡대 칠 조 다섯 조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게 대체…….’

‘뭐, 뭐지?’

사실 의심했었다.

가르치는 거라고는 없었다.

하는 말이라고는 매일 같이 자율학습 뿐.

니들은 어차피 죽으러 갈 거니, 개죽음 당하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라. 이게 입버릇인 교관.

그런데 그런 그가 내공도 사용하지 않고 잠룡대 수석 교관을 때려 눕혔다.

그게 가능한 사람이었다니.

다섯 사람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의심이 싹트고 있던 차였다.

가진 바 실력이 없으니, 저리 하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절정에 이르지 못해 호신강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적이라면, 이렇게 취약 부분을 집중해 타격하는 걸로 뼈도 부러트릴 수 있다. 관자놀이 같은 약점을 정확히 노린다면 내공 없이도 상대를 기절시키거나 죽일 수도 있고. 알겠나?”

무심한 얼굴의 하무백은 쓰러진 사도광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칠 조 생도들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가르침을 잘 받아들였는지 확인하는 눈빛이다.

그러나 그들 다섯의 귀에는 하무백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지금 하무백이 보여준 광경이 너무 엄청난 탓이다.

“수련 시간이 지났는데, 여기서 뭣들 하는 건가?”

그때 멀리서 커다란 외침이 들렸다.

제갈명이었다.

자신의 수련 시간에 담당 잠룡대 생도들이 오지 않아 찾아 나선 것이다.

이곳에 잠룡대 일 년차 인원 대부분이 모인듯하여 서둘러 달려왔다.

생도들을 확인하고, 연무장으로 시선을 돌린 그는 멈칫했다.

바닥에 널브러진 인물을 확인한 것이다.

“수석 교관님… 이게 대체…….”

그의 눈이 하무백에게서 멈췄다.

“하 교관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뭐, 가벼운 비무를 했을 뿐입니다.”

하무백은 어깨를 으쓱했다.

제갈명의 시선이 생도들에게 향했다. 그러나 생도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일단 어서 연무장으로 돌아가도록.”

제갈명은 잔뜩 모여 있는 잠룡대와 맹룡대 생도들을 흩어 보냈다. 그리고 사도광을 들쳐 업고 의각으로 향했다.

이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결국 연무장에는 하무백과 다섯 조원만 남았다.

본디 이곳은 칠 조의 연무장.

원래 있어야 할 이들만 남게 된 것이다.

“그럼 특별 실전 대련 시범 수업은 여기까지만 하고, 아까 하던 수련을 이어서 하자.”

하무백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심법을 수련하던 장소로 향했다.

하무백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게 맞았다.

겨우 일류 고수 하나 때려눕힌 것은 그에게는 일도 아니었으니까.

“교, 교관님.”

단목운뢰가 떨리는 목소리로 하무백을 불렀다.

“왜?”

“강, 강해지고 싶습니다!”

“응?”

뜬금없는 외침에 하무백은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반드시 살아 돌아올 겁니다.”

집념에 찬 눈빛.

하무백은 그 눈빛을 보고 다시 몸을 돌렸다.

“심법 수련 계속한다.”

그리고 무심히 말했다.

네 사람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하무백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와 같았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잠룡대 일 년차 생도들에게서 알음알음 하무백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

“흠. 결국 한바탕 한 모양이구만. 쯧.”

사도광의 소식을 들은 팽도율은 혀를 찼다.

그의 야심은 익히 알고 있던 터다. 그랬기에 맹룡대를 마뜩찮아 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담룡각에서 그 맹룡대의 교관과 시비가 붙었으니.

눈엣가시였으리라.

하필이면 그 교관이 하무백이었던지라, 스스로 범의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민 형세였다.

본인은 그 사실을 몰랐지만.

“어찌해야 합니까? 맹룡대의 일반 교관이 잠룡대의 일 년차 담당 수석 교관을 작살내버렸으니.”

모용진호가 걱정 어린 얼굴로 팽도율에게 물었다.

그로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잠룡대에 비하면 맹룡대는 힘이 없는 곳이었으니, 곧 잠룡대주가 이 일을 문제 삼으면 곤란해지는 것은 자신이었다.

“뭐, 본 눈이 워낙 많아 잠룡대주도 뭐라 하지는 못할 거야.”

팽도율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렇긴 하겠습니다만…….”

“어렵지? 하무백.”

“솔직히 그렇습니다.”

모용진호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곳으로 발령이 난 것을.”

“…….”

모용진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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