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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무공교관-12화 (12/312)

12화. 이거 부숴먹었군

우당탕.

요란한 소리를 내며 식탁 위로 쓰러지는 교관.

“크윽. 어떤 빌어먹을 새끼냐?”

그는 분노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하무백이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외공만으로 후려쳤기에, 커다란 소리에 비해 멀쩡한 모습이었다.

아니 멀쩡한 것처럼 보였다.

주르륵.

코에서 한 줄기 피가 흐르기 전에는.

“이런 제엔자앙!!”

코에서 흐르는 피에 그는 더욱 광분했다.

하무백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뚫린 입이라고 아무렇게나 뱉으면 전부 말이 되는 건 아니다. 어디서 감히 내 새끼를 능욕하고 있어.”

하무백의 목소리는 서늘했다. 그의 분노가 절절히 담겨 있었다.

“네놈이냐?”

인상을 잔뜩 쓴 교관은 당장에라도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하무백을 노려보았다.

“교, 교관님…….”

“뭐 급한 일이라고 이런 곳까지 와서는 그딴 꼴을 당해. 쯧. 이쪽으로 와라.”

하무백이 끌어당기자 연하민은 그의 뒤로 움직였다.

“감히 맹룡대의 교관 따위가 이 몸에게 손을 날려? 네놈은 내가 누군지나 알고 그러는 거냐?”

“거, 쓰레기 같은 소리나 찍찍 내뱉을 때는 거침이 없더니 지금은 쓸데없이 혓바닥이 길군. 왜? 무섭나?”

거침없는 도발이다.

하무백의 말에 상대는 눈이 뒤집혀 이를 악물었다.

주변의 교관들은 재미있다는 얼굴로 둘의 대치를 지켜보았다. 다만 제갈명만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상대가 누구인지 잘 아는 까닭이다.

“이 새끼가!”

교관의 무복이 거칠게 부풀어 올랐다.

“잘 들어라. 본좌는 도림(刀林)에서 교룡관으로 파견된 와룡대의 사 년차 생도 담당 교관 한평이라 한다. 감히 이 몸에게 이런 모욕을 줘? 그러고도 네놈이 무사할 것 같으냐!”

커다란 호통과 함께 한평의 몸에서 강렬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일류를 넘어서 절정에 이른 고수의 기세였다.

사도광과는 비교도 안 되는 힘.

일류와 절정.

아무리 사도광이 일류의 끝자락이라 해도, 절정과 비교해서는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 벽을 넘은 자, 한평.

그가 분노하며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래도 최후의 자제력을 발휘하고 있는 듯, 허리에 찬 도에 손을 뻗지는 않았다.

“후우. 도림이라. 맹주랑 같은 문파로군.”

하무백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 같잖은 입에 감히 맹주님을 입에 올리느냐!”

도림.

신진팔문 중 한 곳으로 현재 정천맹의 맹주인 소휘웅의 출신문파였다.

하무백이 피식 웃었다.

“그 잘나신 맹주님은 당신이 이곳에서 여생도를 희롱, 아니 능욕하며 지내는 걸 아시나 모르겠군. 도림은 교룡관에 여생도들을 능욕하라고 문도를 교관으로 보내나?”

하무백의 말에 한평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네놈 그 건방진 입을 당장 찢어주마. 그 같잖은 혀를 뽑을 것이고, 사지의 근맥을 끊어 병신으로 만들어주마!”

“사도광도 말은 번지르르 했었지.”

하무백의 말에 웅성거림이 커졌다.

설마 자신들이 한창 이야기하던 주인공일 거라고는 예상치 못한 것이다.

“허. 그게 네놈이었냐? 그건 의외다만, 나를 사도광 같은 머저리와 비교하느냐?”

“혓바닥이 쓸데없이 긴 걸 보면, 딱히 다를 것 같지도 않군.”

“네 이놈!”

그 외침과 함께 한평은 바닥을 박차고 하무백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전광석화와 같이 날아가는 주먹은 어이 없이 허공을 갈랐다.

대신 하무백의 주먹이 그의 안면을 정통으로 후려 갈겼다.

콰당탕!

한평은 다시 한번 형편없이 한쪽 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크윽.”

얼굴을 부여잡고는 휘청거리며 일어서는 한평.

그는 더 이상은 안 되겠는지 도병을 향해 오른손을 뻗었지만, 하무백이 더 빨랐다.

어느새 다가와 내지르는 발길질.

퍽.

쾅!

복부에 정확하게 박힌 하무백의 발이 한평의 몸을 그대로 뒤로 날려 보냈다.

담룡각의 한쪽 벽을 뚫고는 그대로 밖으로 튕겨나가는 한평.

“쯧. 이거 부숴먹었군.”

하무백이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연하민은 한쪽에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무력하고 비참하게만 만들었던 저 추악한 인간을 그저 가지고 노는 듯하는 하무백의 모습이 새삼스러웠다.

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설마 도림 출신의 교관을 저리 가지고 놀 줄이야.

그녀도 가문에 있을 때 들은 적이 있었다.

맹주의 출신 문파인 도림은 맹주의 입김 때문인지 나름대로 교룡관을 중요하게 생각해 실력자들만 교관으로 보낸다고 하지 않았던가.

먼지가 가라앉은 후, 하무백은 천천히 자신이 부순 벽으로 걸어 나갔다.

연하민 역시 홀린 듯 그 뒤를 따랐다.

하무백이 막 밖으로 나온 찰나.

“죽어라!!!”

커다란 외침과 함께 폭풍 같은 도기(刀氣)가 날아들었다.

한평이 입가 가득 피를 흘리며 악귀 같은 표정으로 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하무백은 강하게 진각을 밟고는 앞으로 튀어나갔다.

자신의 뒤에 연하민이 있었기에 피할 수가 없었다.

도기의 폭풍 한 가운데로 뛰어든 하무백.

[똑똑히 봐둬라.]

연하민의 자신의 귀에 울린 전음에 다시 한번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하무백과 한평을 바라보았다.

적수공권으로 도기의 폭풍에 몸을 던진 하무백.

그런데 뒤로 밀리는 것은 한평이었다.

미친 듯이 도법을 펼쳐 도를 휘두르지만, 조금씩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그것 말고 다른 것은 연하민의 수준으로는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저 하무백이 우위라는 것만 짐작할 뿐.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그런 소란이 있었는데, 조용할 리 없었다.

게다가, 저렇게 미친 듯이 도를 휘두르고 있으니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도 일부러 모여들 판이다.

그렇게 북담룡각 주변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그 중에는 빠르게 식사를 마친 칠 조 조원들도 있었다.

북담룡각에서 와룡대의 교관이 미친 듯이 도를 휘두른다는 소문에 무슨 일인가 달려온 그들은 입을 쩍 벌렸다.

그 미친 듯한 도법의 한 가운데 자신들의 교관이 맨손으로 있는 것 아닌가.

주변에 사람들이 모인 것을 확인한 하무백은 피식 웃었다.

한평을 처음 후려칠 때와는 달리 그의 두 눈은 명경지수처럼 고요하기 이를 데 없었다.

분노에 먹혀 이성을 상실한 것은 한평뿐이었다.

하무백은 거기에 장작을 더 밀어 넣었다.

“사용하는 도법을 보니 도림 출신은 맞는 거 같은데, 이거야 원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군.”

“크아아악!”

그렇잖아도 요리조리 피하면서 자신의 몸에 심심찮게 주먹질을 하는 하무백의 행동에 분노가 점점 더 차오르던 한평이다.

거기에 더해진 하무백의 도발에 그는 괴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단천참마도는 그렇게 펼치는 게 아냐.”

그 말과 동시에 한평의 도를 피해 품 안으로 파고든 하무백의 일 권.

삼재권법의 초식 그대로 휘두른 주먹이다.

다만, 아까의 발길질처럼 내공을 살짝 실었다.

“크억…….”

그 결과, 한평은 입으로 피를 뿌리며 뒤로 나동그라졌다.

단천참마도(斷天斬魔刀).

오늘의 도림이 있게 한 절세무공이자, 정천맹주 소휘웅의 성명절기였다.

그리고 하무백에게 너무나 익숙한 무공이었다.

지난 두 번의 전쟁동안 곁에서 지겹도록 봤던 도법이었기에.

치열한 실전을 거치면서 어찌 발전하는지도 곁에서 똑똑히 지켜봤다.

맹주가 자유롭게 단천참마도를 펼치게끔 엄호를 하기도 했고, 맹주와 함께 합공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전장에서 실전으로 겪은 단천참마도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한평보다 하무백이 단천참마도에 대해 더 잘 알 것이다.

그런 무공을 가지고 하무백에게 공격을 했으니.

한평의 단천참마도는, 그 이름이 아까운 수준이었다.

하무백이 아는 단천참마도는 이딴 조잡한 무공이 아니었다.

그러니 산책하듯 여유롭게 피할 수 있는 것이다.

그 투로(鬪路) 또한 하무백의 눈에 너무도 적나라하게 다 보이는 것이고.

한평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두 번의 내상은 그를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우웩.”

하무백을 노려보던 한평이 한 움큼 피를 토했다.

그럼에도 그의 눈에 띈 살기는 사라질 줄을 몰랐다. 이렇게까지 된 것,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이었다.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네놈은 죽인다…….”

음산하게 중얼거리는 한평.

현재 그는 판단력이라는 것을 완전히 잃고 있었다. 이 정도까지 일방적으로 당했다면, 상대의 실력을 직시해야 하는데 그럴 생각이 없는 듯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도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남은 모든 내공 모두를 도에 밀어 넣었다.

그의 도에 어린 푸르스름한 도기가 더욱 영롱한 빛을 발했다.

도강(刀罡)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도기로서는 그 극한에 다다른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영롱한 빛이었다.

하무백은 그의 그런 모습을 의외라는 표정으로 보았다.

너무도 잘 아는 초식의 자세였기 때문이다.

‘마지막 초식까지 전수 받았다고? 저딴 놈이?’

도림에 인물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저놈이 이곳에 와서 저리 타락한 것일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부, 붕천멸마(崩天滅魔)…….”

초식을 알아본 것은 하무백만이 아닌 듯했다.

구경을 하던 사람들 중 누군가가 흘리듯 중얼거렸다.

그 말에 사람들은 웅성거리면서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단천참마도의 마지막 초식.

하늘을 무너트려 마를 멸한다는 의미 그대로 그야말로 패도적인 초식인 탓이다.

자칫하다가는 초식의 영향권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저마다 뒤로 물러섰다.

무림맹주 소휘웅의 성명절기인 탓에, 그 엄청난 위력에 대한 소문이 전 무림에 퍼져있는 탓이기도 했다.

“죽어라!!!”

준비가 모두 끝난 것일까?

한평이 땅을 박차며 도를 휘둘렀다.

패도적이지만 현묘하고도 아름다운 움직임이었다.

사람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한평의 도에 집중했다.

하무백은 자신을 덮쳐 오는 붕천멸마의 기운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역시 그랬다.

저딴 놈이 펼쳐봐야, 아무리 붕천멸마인들 수가 있겠는가.

너무도 조잡해서 도저히 붕천멸마라 봐줄 수가 없었다.

구경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지 몰라도, 하무백에게 있어서 저 초식은 같잖기 그지없었다.

하무백은 자신을 덮쳐오는 도의 폭풍 속으로 그대로 발을 내디뎠다.

“어어…….”

“아…….”

그 모습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패도적인 도의 폭풍이었다.

그 속으로 다시 한번 불쑥 들어가다니.

도기 속에 목을 내민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악에 받쳐 귀기까지 서린 한평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어리려는 찰나.

지독한 도의 폭풍 속에서 주먹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 주먹은 그대로 한평의 턱을 올려 쳤다.

퍽.

초식도 무공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저 그냥 아래에서 위로 휘두른 주먹.

그것 한 번이면 충분했다.

그 한 번에 한평은 정신을 잃고 뒤로 붕 날아가 볼품없이 땅에 처박혔다.

도는 이미 놓쳤다.

붕천멸마의 초식은 채 절반도 펼쳐지지 못하고 사라졌다.

“어설퍼. 단천참마도는 이런 어설픈 무공이 아니야.”

하무백의 말을 한평은 듣지 못했다.

이미 정신을 잃었으니.

하무백은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 쓰러진 한평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날 어떻게 한다고 했더라? 아, 혀를 뽑고 사지근맥을 잘라 병신으로 만들겠다고 했던가?”

하무백의 발이 한평의 무릎을 지그시 밟았다.

“머, 멈춰!”

와룡대 소속인 듯한 누군가가 외쳤다.

그러나 차마 달려들어 말리지는 못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단천참마도의 폭풍 속으로 쑥 나가던 그 모습이 뇌리에 강하게 남은 탓이다.

빠직.

가볍게 발에 힘을 주는 것으로 한평의 오른쪽 무릎이 박살이 났다.

“크허헉…….”

뼈가 박살나는 고통에 한평이 정신을 차렸다.

“끄으윽. 네, 네놈이…….”

“그래도 맹주님 생각해서 한쪽 다리로 끝이다.”

하무백은 그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렸다.

사람들은 멍하니 그런 하무백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교룡관에 이런 태풍을 휘몰아치게 한 저 인간은 대체 어떤 인간이란 말인가.

“우리 교관님… 대체 어떤 사람인 거냐?”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본 당진산이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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