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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무공교관-41화 (41/312)

41화. 단주님이요?

“오늘이군.”

단목운뢰가 움막에서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휴관기간 동안은 집에서 지내며 교룡관으로 오갔다. 하계 휴관 기간에도 맹룡숙에 머물 수 있었지만, 어머니과 동생이 걱정된 탓이다.

그리고 그것도 어제가 마지막이었다.

구월 초하루.

오늘은 하반기 개관일이다.

이제 다시 넉 달간 맹룡숙에서 지내야 할 터다.

교룡관으로 향하는 단목운뢰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두 눈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두 달의 휴관 기간 동안의 수련에서 많은 성취를 이뤘다.

특히나 내공의 성취가 독보적이었다.

‘대체 그 요상한 단환은 뭐였을까?’

지금도 잊을 수 없고,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그 괴랄한 맛은 끔찍했지만.

효과는 대단했다.

먹은 직후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듯했지만, 지난 두 달간의 수련으로 엄청나게 늘어난 내공의 양이 심상치 않았다.

자신뿐만 아니라 그 단약을 먹었던 다른 조원 모두가 그러했으니.

어떤 감사로 이 마음을 하무백에게 전할 수 있을까.

매일 같이 지나다닌 교룡관의 출입문이었지만, 오늘은 느낌이 달랐다.

개관식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별건 없었다. 거추장스러운 의전을 싫어하는 관주의 성정상 하반기 개관식은 생략하고 넘어간다 했으니.

새로운 생도를 받아들이는 전반기 개관식만 간략히 진행할 뿐이다.

“맹룡대는 얼마나 충원이 되었으려나…….”

단목운뢰는 작게 중얼거렸다. 중도 퇴관자들 때문에 바로 근처의 연무장을 쓰는 이십 조가 완전히 사라지기도 했으니.

그렇게 연무장으로 향하는데.

“응?”

단목운뢰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처음 보는 정말 아름다운 여성이 자신을 지나쳐 간 탓이다.

연하민 덕에 여인의 미모에는 어느 정도 면역이 생긴 단목운뢰건만, 그런 그가 순간적으로 놀랄 만한 미모였다.

더욱이 당당한 자세로 자신감 넘치게 내딛는 발걸음에서 감탄했다. 은연중 고수의 풍모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설마, 새로 오신 교관님이신가?’

절대 생도의 모습은 아니었다. 맹룡대의 연무장에서 본 적 없는 모습이니, 그만 둔 몇몇 교관을 대신 해 새로 온 이가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그런데.

묘하게 가는 길이 같다.

어찌 보면 자신이 저 여인의 뒤를 밟는 듯한 형국이다.

그걸 여인도 느꼈음인가?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뒤로 획 돌아 단목운뢰에게 다가 왔다.

“너.”

짧은 부름.

“네, 네에.”

“혹시 맹룡대 생도?”

“네. 그렇습니다.”

단목운뢰의 대답에 여인은 생긋 웃으며, 눈을 반짝 빛냈다.

“그럼 혹시 이십 조?”

“아, 아닙니다.”

“그래? 아쉽네. 난 또 내 담당 생도인 줄 알았지. 가는 방향이 같아서.”

혀를 한 번 쯧 찬 여인은 단목운뢰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빨리 걸음을 옮겨 사라졌다.

“이십 조의 새로 온 교관님이시구나…….”

무언가 아쉬움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그녀가 생긋 웃었을 때의 표정이 아직도 아른거리는 듯한 단목운뢰였다.

“여~.”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당진산이다.

“저 아리따운 소저는 대체 누구시길래 그리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셨나?”

다가오면서 본 모양이었다.

“이십 조 교관님.”

실없는 농담은 무시하고 짤막하게 사실만을 전달했다.

“아… 오면서 듣기로 인원 충원이 완전히 안 됐다고 하던데, 그래도 이십 조를 편성했구나.”

쾌활하고 사교성이 좋은 성격 덕인지 그 사이 여기저기서 많은 소문을 듣고 온 모양이다.

하투제가 끝난 후 교룡관 내에서 맹룡대 칠 조에 대한 시선이 굉장히 호의적으로 변했다.

하계 휴관기간 동안 당진산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교룡관에서 일하는 이들과 두루두루 친해진 것이다.

수련은 수련대로 다 소화하고 언제 그리 사람들을 사귀었는지, 단목운뢰로서는 참 신기한 노릇이었다.

“어서 가자. 개관일이라 집합 시간이 좀 여유가 있지만… 우리 교관님이 갑자기, 다시 ‘이제 집에 가라.’ 그럴지도 모른다고. 크크.”

칠 조 조원 다섯 명이서만 보낸 두 달의 휴관 기간은 그들을 더욱 허물없이 끈끈한 사이로 만들어 주었다.

연무장에 도착하니, 교룡관 내의 숙소에서 생활하는 세 사람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단목운뢰가 고개를 돌려 당진산을 바라보았다.

“가끔은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뭐,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그런 반응에 단목운뢰는 피식 웃고 말았다.

“흠. 사이들 많이 좋아졌구나.”

그때 연무장 한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대체 언제 나타난 것일까. 기척이라고는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정말 귀신같은 교관이다.

“자, 그럼 이제…….”

하무백이 막 무어라 입을 때려던 순간.

당진산이 먼저 크게 외쳤다.

“집에 안 갑니다~!!”

“큭.”

“킥.”

그가 선수를 치자 백리평과 연하민이 짧은 웃음을 흘렸다.

하무백이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당진산을 바라보았다.

“내가 언제 집에 가라고 했지?”

“그, 처음 오셨을 때…….”

“그때는 그때고, 그 귀한 약을 먹여 놨는데, 설마 그냥 보낼까. 제대로 굴려야지.”

하무백의 말에 다섯 사람의 얼굴이 일제히 일그러졌다.

굴리겠다는 말 때문이 아니다.

약 이야기 때문이다.

그 괴랄한 맛이 떠오른 것이다.

“맞다. 교관님! 대체 그 괴상망측한 단환은 대체…….”

단환의 복용을 마쳤을 때, 하무백은 조원들이 무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내공 수련 열심히 하라는 숙제만 내주고 튀었었다.

거기에 생각이 미친 당진산의 울분 섞인 외침이 터져 나오는 것을 하무백이 잘랐다.

“그래서? 효과가 없었나? 그냥 봐도 두 달 동안 다들 상당한 효과를 본 것 같은데?”

하무백의 물음에 당진산은 입을 닫았다.

명백한 사실이었으니까.

늘 같은 내공심법을 수련했는데, 단환을 먹기 전후의 결과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났다.

전부 그 단환 덕을 본 게다.

“뭐, 다행히 수련은 열심히들 한 것 같군.”

“집에도 못 갔습니다.”

“응? 가지 그랬어? 누가 가지 말라고 했나? 그리고 사천까지 멀어서 못 간다며?”

당진산의 투덜거림에 하무백이 이상한 놈 본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죠. 그만큼 열심히 했다고요.”

당진산이 억울하다는 듯이 말을 할 때.

“단주님~!”

한쪽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에는 단주라 불릴 이가 없는데 이쪽으로 오고 있다.

“단주님?”

“응?”

당진산과 낙우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 때.

“어? 또 만났네? 칠 조 생도였구나!”

성숙한 아름다움이 가득한 여인이 단목운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 여인을 본 하무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단주님 일찍 나오셨네요?”

여인의 시선을 따라 다섯 사람의 눈이 움직였다.

그곳에는 하무백이 있었다.

“단주님이요? 교관님이?”

“응?”

“무슨?”

조원들은 일제히 경악에 차 입을 벌렸다.

단주라니.

정천맹 내에서 단주 정도의 직위라 하면 그리 낮은 직위는 아니다.

셀 수 없이 많은 단이 존재한다지만, 어쨌든 그 단의 책임자이지 않은가.

교룡관, 그것도 맹룡대의 평교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치였다.

‘아, 하긴… 그러니까…….’

백리평은 그제야 의문이 어느 정도 풀리는 것 같았다.

그 실력이 단주로 있기에도 엄청나게 뛰어났지만, 그래도 맹룡대 평교관보다는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허나, 맹룡대 칠 조의 놀람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더욱 더 큰 폭탄이 떨어졌다.

“오라버니!!”

이번엔 앳된 여인의 목소리다.

“?!?”

“???”

“!?!”

오라버니라니.

대체 이 자리에 그리 불릴 이가 누가 있단 말인가.

단목운뢰가 여동생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직 어린아이인데다가, 저리 힘찬 목소리는 내지도 못하는 병약한 아이 아니던가.

다섯 사람의 시선이 갈 곳을 못 찾고 어지러이 움직였다.

그때 묘령의 여인이 타다닥 뛰어서는 하무백의 품에 폭 안겼다.

“!!!”

“헉!”

“커억!!”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저게 대체 무슨 끔찍한 광경이란 말인가. 묘령의 소저가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교관의 품에 안기다니.

“잠깐…….”

그때 무언가를 깨달은 당진산이 작게 입을 열었다.

“교관님이 단주님이고 오라버니???”

의문이 당진산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순간, 다섯 사람은 입을 쩍 벌렸다.

하무백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불과 석 달은 함께 한 사이에 불과하지만, 칠 조의 조원으로서는 처음 보는, 상상도 못 한 하무백의 표정이었다.

“교관님.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충격에서 가장 먼저 벗어난 당진산이 물었다.

“응? 단주님. 이 친구들 단주님에 대해서 몰라요?”

걸어오면서 칠 조 조원들의 반응에서 사정을 짐작한 한설빙이 재밌다는 표정을 하고 물었다.

당혹스러움이 가득한 얼굴이 다시 한번 일그러졌다.

“그 입 좀 다물어라.”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라 하무백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어머? 우리 단주님 엄청 부드러워지셨네. 원래 닥치라고 하셨을 텐데…….”

장난스레 생긋 웃는 한설빙의 시선이 하설란에게로 향했다.

여동생 앞이라 말을 가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걸 놀리는 것이다.

그녀가 언제 이래봤겠는가.

교룡관이라는 곳.

오자마자 참 재미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만족스러웠다.

‘오길 잘했네.’

그녀의 장난에 칠 조 조원의 시선이 다시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녀의 뒤로는 똥 씹은 듯한 표정의 덩치 큰 놈과, 단정하고 기품있는 청년이 따라오고 있었다.

칠 조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모이자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반가워. 이번에 새로 이십 조의 교관으로 온 한설빙이라고 해. 단주님과는 옛 동료였고, 내가 부단주였지. 어느 날 갑자기 도망쳐서 잡으러 왔단다.”

다시 한번 일그러지는 하무백의 얼굴. 오늘 그의 얼굴이 펴질 순간이 없었다.

“그리고 이 친구들은 우리 이십 조 조원들. 결국 충원이 다 되지 않아서, 이십 조는 세 명이 전부야. 앞으로 잘 부탁해.”

“잘 부탁드립니다!”

당진산이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

“후우. 대체 여긴 왜 온 거냐?”

“왜긴요. 연무장에 처음 나왔으니, 바로 옆에 있는 조에 인사하러 왔죠. 그리고 이제 같은 교관인데, 그렇게 막 부하 대하듯 닦달하지 마시구요.”

생긋 웃는 그녀의 미소가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

“또, 제 담당생도가 꼭 칠 조를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해서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품 있는 청년이 한 발 앞으로 나서, 포권을 하며 허리를 숙였다.

“무당에서 온 주우명이라 합니다. 하투제에서 활약한 칠 조 여러분들의 위명은 익히 들었습니다.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그 소개에 네 사람이 살짝 놀랐다. 무당의 제자가 자신들에게 저런 말을 하다니.

그리고 백리평은 경악에 가득 차 입을 쩍 벌렸다.

“주, 주우명이면 분명…….”

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채 잇지 못하는 백리평의 모습에 한설빙이 재미나다는 듯 말했다.

“여기에도 구파일방의 제자가 있었나 보네요. 짐작한 대로, 전대 무당제일검 무연진인 어르신의 제자예요. 그러니까, 현 무당장문인과 같은 배분이죠.”

일부러 그의 신분을 강조하며 말하는 한설빙이다.

그 소개에 얼굴이 일그러진 것은 그녀의 뒤에 서 있는 팽군호였으니.

개차반인 그를 제어하기 위해 주우명에 대한 소개를 자세하게 한 것이다.

너보다 더 대단한 배경을 지닌 이가 있으니 배경 믿고 함부로 날뛰지 말라는 완곡한 경고의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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