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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무공교관-103화 (103/312)

103화. 네 놈들이…

두 아이는 단목운혜가 머무는 방으로 들어가 이야기 삼매경에 빠졌다.

방이라 부를 수도 없는 곳이었다.

최근 벽력개와 하무백, 위지군이 도움을 주어 겨우 구색을 갖추게 되었지만.

애초에 여화가 한사코 도움을 거절해 그리 둔 것이었다.

단목운혜를 치료하려면 환경도 중요하다는 설득에 여화가 도움을 받아들였다.

사실은 집부터 옮겨야 했지만, 여화가 그것만큼은 거부하고 있었다.

하무백과 위지군은 다탁에 앉아 여화가 가져다준 차의 향을 음미하고 있었다.

아마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던 중 하무백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것은 위지군 역시 마찬가지였다.

[웬 놈들이냐?]

[모르겠습니다. 최근 들어 점점 숫자가 늘어가는 것 같더니… 더 이상 그냥 두고 봐서는 안 될 듯합니다.]

낯선 이들의 기척을 감지한 것이다.

그냥 무창을 드나드는 보통 사람의 기척이 아니었다.

분명 무공을 익힌 이들이다.

그것도 굉장히 은밀히 움직이고 있었다.

전문적으로 은잠술을 익힌 이들의 움직임.

무언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무창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무림이라는 곳이 워낙에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사는 곳이고, 은원 관계도 많았기에 그동안은 그냥 내버려 두었다.

하무백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생각한 탓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들의 움직임이 교룡관에서까지 감지되었으니까.

[개방은 무얼 하고?]

[개방의 거지 중 저들의 기척을 느낄 수 있는 이는 손에 꼽습니다. 무창에는 둘셋 정도 있겠군요. 그런 이들은 철저히 피해서 움직이니 아직 개방에서도 미처 파악을 못 한 듯합니다.]

[하긴. 저렇게 쥐새끼들처럼 숨어다니면… 어지간한 개방 방도들은 모르겠구나.]

위지군이 수긍한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제법 시간이 걸릴 듯하니 전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하무백이 찻잔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여화에게 말했다.

“네. 여긴 걱정 말고 다녀오시지요.”

사부가 함께 있으니 걱정할 것도 없었으나, 여화의 말에 하무백은 알겠노라 대답하고 단목운뢰의 집을 나섰다.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하무백의 신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무백이 있던 자리에는 작은 바람만 살랑였다.

***

“이얏!”

단목운뢰가 힘찬 기합성과 함께 검을 뻗었으나 속절없이 막혔다.

주우명이 펼치는 태청검법의 방어는 견고했고, 빈틈이 없었다.

백리평과는 전혀 다른 강함이었다.

“제법이네.”

하무백이 그런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연무장 인근의 나무 위에 올라선 채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럼에도 누구도 하무백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저 녀석들은 잘하고 있으니, 그냥 두고… 자, 쥐새끼들을 잡아 볼까.”

단목운뢰의 집에서 그야말로 순식간에 교룡관으로 온 하무백은 칠 조의 연무장 근처에서 숨어든 쥐새끼를 찾고 있었다.

애초에 그 위치는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좋아.”

기척이 느껴지는 곳의 사람도 모두 확인했다.

모두 네 명.

넓은 교룡관 곳곳에 흩어져 있었으나 하무백의 눈을 피하지는 못했다.

하무백이 가볍게 움직이자 이번에는 바람조차 남기지 않고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어?”

“헉!”

“윽.”

짧게 울리는 경악성과 신음성.

그러나 그 음성을 들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무백은 그야말로 은밀히 세 사람을 순식간에 제압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놈을 제압하러 갈 때.

“칫.”

이상을 감지한 쥐새끼가 먼저 움직였다.

그래봤자 부처님 손바닥 위의 몸부림일 뿐이다.

하무백의 손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쥐새끼는 반대로 하무백을 향해 덤벼들었다.

검이 빠르게 움직이며 하무백의 목을 노렸다.

그와 동시에 그는 어금니를 강하게 깨물었다. 적을 공격하는 동시에 입안의 독단을 깨물어 자살을 시도하는 것이다.

하무백이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지풍이 날아가 정확히 쥐새끼의 아혈을 짚었고, 놈의 턱은 그대로 멈췄다.

혀와 턱, 성대 주변의 근육이 모두 뻣뻣하게 굳었다.

그러나 검을 움직이는 손을 그대로였기에 하무백을 향해 검이 날아왔다.

자살이 실패한 것을 깨달은 놈이 전신의 잠력을 터트리며 검에 내공을 실었다.

검의 기세가 더욱 흉맹해졌다.

그 순간 하무백의 표정이 대번에 변했다.

차갑게 굳으며 두 눈에 살기가 어린 것이다.

“네 놈들이…….”

작지만 사나운 음성이 하무백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찰나지간에 쥐새끼 앞에 나타난 하무백이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상대의 검은 이미 부러진 후였다.

언제 어떻게 부러뜨렸는지 알 수도 없었다.

“어떻게 아직 있는 거냐.”

그 말과 함께 쥐새끼의 단전을 꿰뚫는 손.

아혈이 제압되었기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다만 고통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당연했다.

하무백이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단전을 찢어 버렸으니.

하무백의 시선이 다른 셋에게로 향했다.

마혈이 제압되어 아무렇게나 던져진 세 사람.

그들에게 다가가 단전을 찢어 버리는 데도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다.

그리고는 고통에 괴로워하는 이들을 허공섭물로 집어 들고는 교룡관 깊숙이 은밀한 곳으로 향했다.

“크아아악.”

“흐어억.”

“악…….”

“크흐으윽.”

아혈을 풀자마자 고통에 찬 비명과 신음이 터져 나왔다.

기막으로 소리를 차단했기에 저놈들이 무얼 하든 하무백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저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볼 뿐.

“말해라. 네 놈들이 어떻게 아직 있는 거냐?”

살기 가득한 목소리다.

당장 음성만으로 그들 네 명을 죽여버릴 수도 있을 듯했다.

하무백의 물음에 네 놈은 비명과 신음을 흘리는 것도 잊고 딱딱하게 굳었다.

흡사 독사 앞의 생쥐 같은 모습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마교 놈들이 어떻게 무창에, 그것도 교룡관에 올 수 있는 것이지?”

하무백의 물음에 네 사내의 눈이 잘게 떨렸다.

설마 자신들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내공을 끌어올리는 순간, 그 더럽고 추잡한 마기의 악취가 줄줄이 흘러나오는데 내가 모를 거라 여겼나?”

음산한 목소리다.

오히려 하무백의 목소리에서 마기가 흘러나오는 듯했다.

마교와 혈교.

그 둘에 대해서만은 하무백은 그들보다 더 잔혹했다.

그럼에도 네 사람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입안의 독단은 이미 하무백이 모두 끄집어냈기에 자살을 할 수는 없었다.

“말을 안 하겠다? 좋군, 좋아.”

하무백이 빙그레 웃었다.

잔혹한 웃음이다.

“혹시라도 순순히 말할까 봐 살짝 걱정했었어.”

다른 사람이라도 된 듯한 하무백의 음성이다.

“네 놈들이 자살하는 방법은 두 가지지. 내공의 역류와 독단. 단전은 진작에 부쉈고, 독단도 빼냈다. 거기에 마혈도 짚었고.”

하무백이 천천히 말을 이어가는 동안 네 사내는 부르르 떨었다.

마혈이 제압되어 움직일 수 없음에도,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나며 떨리는 것만은 막을 수가 없었다.

“그 말은 이제 네 놈들이 스스로 죽을 방법이 없다는 뜻이지.”

씨익 웃은 하무백의 이가 시리도록 하얗게 빛났다.

네 사내의 눈에는 그것이 어찌나 공포스럽게 보이는지.

누가 마교고, 누가 정천맹의 인물인지 헷갈리는 순간이었다.

너무도 무서워 두 눈을 감고 외면하고 싶었지만, 눈꺼풀조차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하무백이 저벅저벅 걸어 그들 중 한 사람 앞으로 다가갔다.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들어 그의 한쪽 팔로 가져가는 순간.

“그만하거라.”

뒤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하무백이 우뚝 멈춰 섰다.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였다.

사부, 위지군이었으니.

“사부님…….”

“쯧. 내가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도 못 느끼고 있었다니, 네 자신을 잃었구나.”

질책하는 듯한 말이다.

“하지만 이놈들은…….”

하무백이 막 무어라 하려는 순간, 위지군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혼혈을 제압당한 네 사내가 스르르 정신을 잃었다.

“마교의 잔당들입니다. 그 저주받은 놈들이요. 그놈들이 지척까지 스며들어 왔습니다.”

억울한 듯 항변하는 하무백.

“그런들 어떠냐. 나에게는 저깟 놈들보다, 네가 더 중요하다. 지금 너에게서 정말이지 끔찍한 살기가 줄기줄기 흘러나오고 있어. 다른 사람들은 못 느끼겠지만 나에게는 너무도 명확히 보인다.”

그것이 위지군이 헐레벌떡 이곳까지 전력으로 달려온 이유였다.

“어떻게 뺀 피 냄새더냐. 그것이 다시 네 몸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고 있단 말이다. 나는 저깟 하찮은 놈들보다, 네가 또 수라지옥에 들어갈까 그것이 걱정될 뿐이다.”

위지군의 담담한 말.

그 말에 하무백의 눈가가 세차게 떨렸다.

“사부님…….”

“저 잡놈들에 대한 네 분노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만, 이제 조금씩 그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란아도 있지 않더냐.”

“알겠습니다.”

수긍한 하무백이 작게 답했다.

“하지만 저놈들의 입은 열어야 합니다.”

그 말에 위지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자신을 잃지만 말거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위지군이 한쪽으로 물러섰고, 하무백은 다시 네 사내를 깨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무백의 분위기가 바뀐 것을 확인한 놈들은 살짝 안도했지만, 그것은 섣부른 판단이었다.

차갑게 내려앉은 하무백의 심문에 그들은 오래지 않아 결국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삼매진화가 한 줌 재로 스러져 가버린 네 사내.

“마교 놈들이 왜 궁 련주와 소유를 감시하는 걸까요?”

그들이 아는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궁무혁과 궁소유, 그리고 그 주변인의 감시.

그렇게 감시의 범위를 확장하다가 교룡관까지 흘러오게 된 것이다.

무창 전 범위를 감시 범위로 두었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노릇이구나. 일단 무창 안의 쓰레기들은 치워야겠다.”

“네.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위지군의 말에 하무백이 동의했다.

아니, 마교의 놈들인 것을 아는 순간 이미 그렇게 마음먹었다.

“제가 적당히 처리하겠습니다. 사부님께서는 아이들과 함께 계시지요.”

“그래. 그러마. 네 자신을 잃지 않도록 주의하거라.”

걱정 어린 말을 남기고 위지군의 신형이 사라졌다.

하무백의 신형도 사라졌다.

최근 무창에 들어온 낯선 무인들의 기척이 있는 곳을 향해서였다.

그들 중 마교의 잔당을 구분해서 처리하면 될 일이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하무백에게는 손쉬운 일이었다.

마교의 잔당이 무창에 흘러 들어왔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그간 확인을 안 했을 뿐.

무극명륜안을 사용하면 마공의 흔적을 알아차리는 것은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이었으니.

***

“흐음… 아무도 소식을 전하지 않는다라…….”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동정호의 한 누각 지붕 위.

복면을 쓴 사내가 동정호를 내려다보며 미심쩍다는 듯 중얼거렸다.

궁도혁을 만났던 그 사내였다.

이미 약속된 시각은 한 시진이 지났다.

혹시나 하고 기다렸건만, 그 누구도 소식을 보내지 못했다.

무창으로 들어간 그 많은 이들이 모두 당했다는 뜻이다.

그의 시선이 무창으로 향했다.

“역시 그 괴물의 짓인가.”

의심이 가는, 아니 확신이 가는 존재가 있었다.

애초에 그가 그곳에 있다는 것이 자신들의 조직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정보였으니.

“이래서 무창이 싫었는데 말이지.”

하오문에서 얻은 정보로 그가 이번 일과 연관이 있음은 알고 있었다.

혹시나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조금씩 감시의 범위를 넓히라 명령을 내렸던 게 어제인데, 이 사달이 났다.

“어떻게 한다…….”

정말 고민 가득한 눈빛으로 무창을 바라보는 복면 사내.

“움직이기는 해야지.”

홀로 작게 중얼거린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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