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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무공교관-111화 (111/312)

111화. 어? 어어!

슈우우욱.

날카로운 파공음을 울리며 만천금쇄폭뢰의 철환이 삼령주를 향해 날아갔다.

삼령주는 사력을 다해 피하려 했지만, 철환은 빨랐다.

순식간에 삼령주에게 다가간 철환.

삼령주는 어떻게든 몸을 틀어 피하려 했지만, 철환은 그대로 삼령주의 검에 부딪혔고.

그 찰나.

콰콰콰콰콰콰콰아아아아앙!!!

정말로 커다란 폭음과 함께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삼령주는 순식간에 폭발의 화염에 집어삼켜졌다.

여기까지는 하무백이 당했을 때와 비슷했다.

하무백은 조금 버텼다는 게 다를 뿐.

삼령주도 화염이 솟구치는 순간 마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전신에 호신마기를 씌웠다.

하무백은 그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네깟 놈이 버틸 수 있는 게 아니야. 새끼.”

피식 웃으며 하무백은 풀썩 드러누웠다.

툭.

만천금쇄폭뢰는 곁에 떨어뜨렸다.

극노한 화염의 적룡이 하늘 위로 승천했다.

그 불길 속에 완전히 먹혀버린 삼령주.

공손무외와 공손화경, 궁무혁과 궁소유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하무백은 완전히 탈진했다는 듯, 두 눈을 감고 누워서 호흡을 고를 뿐.

헌데 그의 표정이 편하지는 않았다.

잔뜩 찡그린 얼굴.

다만 다들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지금 다른 이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는 것은 화염의 적룡이었으니.

“저렇구나…….”

궁무혁이 작게 중얼거렸다.

완성하고 딱 한 번 사용해 봤다. 시험 발사로.

상상을 초월한 위력에 시험 한 번으로 끝냈다. 그리고 더 만들지도 않았다.

설계도도 나름의 방법으로 분산해서 보관했다.

그런 암기다.

만천금쇄폭뢰는.

오늘 그것의 위력을 두 번이나 보았다.

정작 만들어낸 자신도 실전에서 쓰이는 것은 처음 보는 것이다.

시험 발사 때와 비교도 안 되는 위력이다.

예상을 초월한 엄청난 위력.

같은 물건이건만, 실전에서 적을 상대로 사용하니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사용했을 때와 전혀 달랐다.

이건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될 암기다.

아니, 암기 수준이 아니다. 크기가 암기와 비슷하다 뿐이지 이건 악마의 병기였다.

자신의 손으로 세상에 내놓은.

궁무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용의 승천이 끝이 났다.

화르르륵.

남아 있는 화염이 허공에서 타오르다 스러졌다.

아무것도 없었다.

원래 이들이 머물던 별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오래다.

옆의 객잔 건물이 멀쩡한 것이 신기할 지경으로 폐허로 변해 버린 땅.

열 기의 만천혈뢰와 두 기의 만천금쇄폭뢰가 만들어낸 참혹한 광경이었다.

보안을 위해 본채와 별채가 최대한 떨어진 객잔을 구한 덕이랄까.

엄청난 폭발 속에서 오직 별채 부근만 이리 폐허로 변한 것은 기적일 따름이었다.

“허… 허허. 허허…….”

공손무외가 눈 앞에 펼쳐진 모습에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지금 약 한 시진 동안 겪은 일이 현실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툭.

그때 허공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검정색 가죽신.

아마도 삼령주라는 자가 신고 있던 것이리라.

그 엄청난 폭발 속에 용케도 스러지지 않고 남아서 떨어졌다 싶었다.

아니, 겨우 저것만 남기고 사람을 흔적도 없이 소멸시킨 화염이 두려웠다.

공손무외의 공허한 얼굴에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탁. 타탁.

그때 들리는 발소리.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위지군은 황망한 얼굴로, 바닥에 드러누운 하무백을 바라보며 물었다.

한설빙의 의견에 따라 교룡관을 나설까 고민하던 때.

칠흑 같은 밤의 하늘을 꿇고 하늘로 오르는 화염의 용을 보았다.

위험해 보였기에 위지군은 교룡관을 나서던 걸음을 멈췄다.

한설빙조차 본 적이 없는 화염이라 하였기에.

그녀가 말한 만천혈뢰로는 절대 만들 수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급격히 위축되는 제자의 기척에도 위지군은 믿고 기다려야 했다.

또 다른 제자가 함께 있었으니까.

그리고 두 번째 용이 하늘로 올랐을 때, 적들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급히 이곳으로 온 것이다.

하설란은 한설빙과 함께 그녀의 거처에 여전히 머무르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물건을 마교 새끼들이 가지고 왔었습니다. 쿨럭.”

사부의 모습에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대답하던 하무백이 피를 토했다.

이제껏 억누르고 있던 것이 지금 터진 것.

지난 전쟁에서도 이렇게 심한 내상을 입은 적은 없었다.

"후우. 쪽팔리게. 제대로 당했군요. 우욱."

다시 한번 피를 게워내는 하무백.

깜짝 놀란 위지군이 하무백의 등에 장심을 대고는 내공을 밀어넣었다.

“네 녀석!”

잠시 후 대경한 표정의 위지군이 하무백을 보며 외쳤다.

“아니, 아니다. 일단 치료부터 하자. 집중해라.”

하무백은 아무 말 없이 스승의 지시를 따랐다.

어느새 가부좌를 틀고 앉은 두 사제.

호법이고 뭐고, 그런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위지군이 보기에 하무백은 그 정도로 위중했으니.

위지군의 내력이 하무백의 혈맥을 따라 조심스레 움직였다.

그리고 손상이 있는 곳마다 무극여의심법의 요상결로 치료를 시작했다.

이건 멀쩡한 곳이 없었다.

어떻게 이런 상태로 지금껏 싸운 것인지.

‘더 빨리 왔어야 했다.’

그런 후회가 위지군의 가슴 한 켠에 자리했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했다.

무려 한 시진이다.

무창 한가운데서 한 시간 동안 사람이 죽어 나가고 폭발이 일었다.

그 모든 것이 사라졌으니 두려움에 떨던 사람들이 호기심에 나와 보는 것이다.

낭패한 순간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하무백에게는 자리를 옮길 여유 따위 없었다.

‘네 녀석.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까지…….’

답답했으나 입 밖으로 소리를 낼 수 없는 위지군.

그랬다가는 자신은 물론 하무백까지 위험했으니까.

그만큼 위급한 순간이다.

“오, 오라버니!!”

그때 들린 익숙한 목소리, 하설란이다.

분명 교룡관에 가만히 있으라 하고 나왔건만, 이곳에 온 것이다.

당장이라도 호통을 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

두 눈까지 감고 있었기에 볼 수 없었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있으리라.

“멈춰! 다가가면 안 돼!”

다급히 하설란을 막아서는 한설빙의 뾰족한 목소리도 들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불길하다고, 오라버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고, 제발 우리도 가보자고 울며불며 사정했던 하설란.

위지군이 교룡관을 떠난 직후부터 그랬다.

안 된다고 했지만, 혼자라도 가겠다는 하설란을 도무지 말릴 수 없었다.

혼혈을 짚을 수도 있었지만, 하설란의 간절한 얼굴을 보자니 도무지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함께 왔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광경.

지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위지군 어르신의 도움으로 운공요상을 하고 있는 인간이 정녕 하무백이 맞단 말인가?

한설빙이 기억하기로 저 괴물 같은 단주가 저런 모습을 보인 적은 손에 꼽았다.

그것도 전쟁 초반에나 그랬지, 괴물같이 강해진 전쟁 중반 이후로는 본 적이 없는 모습이다.

헌데 지금 저 몰골은 뭐란 말인가.

아무것도 모르는 하설란이 놀라서 하무백에게 달려가려는 걸 겨우겨우 막았다.

지금 하무백은 백척간두의 상황이다.

조금만 아차 하는 순간, 주화입마에 빠질 수도 있었다.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설빙이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자정을 넘어 축시에 다다른 깊은 밤이지만, 사람들이 슬금슬금 이 폐허로 다가오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교룡관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난리가 났었으니.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두려움을 딛고 나와볼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지금 이곳에 사람들이 몰리면 안 된다는 것.

하무백은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나.”

한설빙은 품에서 쇠막대를 꺼내서 하무백과 일행들 주변으로 흩뿌렸다.

파파팍.

일정한 방위를 점하며 바닥에 박히는 쇠막대.

서서히 그 주변으로 차가운 서리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한설빙이 주변에 진법을 펼친 것이다.

“개진.”

한설빙의 나직한 한 마디와 함께 주변이 완벽히 서리 안개로 휩싸였다.

빙혼문쇄진이 펼쳐진 것이다.

이제 이곳이 어찌 되었나 궁금해서 찾아온 이들은 주변만 배회하다가 돌아갈 것이다.

완벽히 차단된 진법 안의 공간.

위지군은 주변 공간이 조용해짐을 느끼며 하무백의 내상을 다스리는 데 더욱 집중했다.

몰려든 사람들은 갑자기 주변에 피어오른 서리 안개에 놀라 분분히 돌아가기 바빴다.

그렇게 한 시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하설란은 제법 진정했으나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공손무외가 내상을 다스리고 일어나 공손화경과 궁무혁의 상세를 살폈다.

이제 모두가 하무백과 위지군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모두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하무백의 몸에서 서서히 백색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더니 온몸을 휘감았다.

하얀 서기에 하무백이 완전히 파묻혀 사라졌을 즈음.

“후우.”

위지군이 깊은 한숨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사, 사부님!!”

하설란이 위지군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트렸다.

그간 꾹꾹 눌러왔던 감정이 터져 나온 것이다.

“녀석. 오지 말라니까. 그래도 네가 온 덕에 큰 도움이 되긴 했구나.”

위지군이 한설빙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 교관. 정말 고맙네. 덕분에 고비를 넘겼어. 벽도 넘은 거 같고.”

그 말에 한설빙의 두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벽을 넘다니.

누가?

지금 저기 조금 전까지 주화입마 직전의 상황이던 저 괴물?

저 괴물이 벽을 넘었다고?

더 강해질 게 남아 있었다고?

하아.

세상은 어찌 이리 불공평할까…….

그런 생각이 문득 한설빙의 머리 한쪽을 스쳐 지나갔다.

“오, 오라버니는 괜찮은 건가요?”

하설란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울먹이며 물었다.

“녀석. 이제 다 울었느냐. 이제 그만 울어도 된다. 무백이는 괜찮으니까. 아니 이전보다 더 대단해질 게다.”

위지군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만… 저 녀석이 언제 정신을 차릴 지는 모르겠구만.”

현재 이곳은 한설빙이 펼친 빙혼문쇄진 안이었다.

현재 시각은 인시 말엽.

동이 트는 시간이 많이 늦어져 아직 사위에는 어둠이 가득했지만 이제 곧 동녘 하늘이 밝아질 터.

어둠 속에서야 빙혼문쇄진의 서리 안개가 문제가 없었지만, 날이 밝아지면 사람들이 몰려들 게 뻔했다.

간밤에 객잔 별채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폐허로 변하고 그 자리에 이런 서리 안개가 나타났으니.

어찌 신기해하지 않을까.

“상관없어요. 사람들이 아무리 모인다 해도, 진법을 파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고. 단주가 깨어난 후 우리도 사람들 틈에 섞여 그때 진법을 해제하면 되니까요.”

한설빙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저 녀석이 눈을 뜨기만 기다리면 되겠군.”

위지군이 적당한 자리를 찾아 털썩 주저앉았다.

완벽히 폐허로 변했기에 걸터앉을 것도 없어 그냥 바닥에 앉은 것이다.

시간은 계속 흘렀다.

동녘 하늘부터 어둠이 물러가며 날이 밝았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웅성거리며 많은 인파가 모이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해는 제 갈 길 따라 움직였고.

어느덧 중천에 걸렸다.

정오가 될 때까지 하무백은 요지부동이었다.

진법 주변에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한참을 구경하다 가는 사람도 있었고, 여전히 자리를 뜨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니, 이게 대체 뭔 일이래.”

“그러게나 말일세. 간밤에 하늘이 무너질 듯 천둥소리가 들리질 않나, 화룡이 승천하지를 않나. 세상이 어찌 되려는지. 쯧.”

모여든 이들이 저마다 간밤에 있었던 소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화가 하나둘 더해져 웅성거림이 제법 시끄러운 소음으로 변했다.

진법 너머 그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내부에 있는 이들은 하염없이 하무백만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백색 서기 속에 몸을 감추고 있었다.

“얼마나 걸릴까요? 사부님.”

하설란이 위지군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아무도 모른다. 무백이조차도 모를 게다. 지금 녀석은 아마 시간의 흐름도 잊고 있을 테니.”

위지군이 그리 답한 순간.

“어? 어어!”

한설빙이 변화를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하무백을 둘러싼 백색 서기가 서서히 옅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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