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하제일 무공교관-195화 (195/312)

195화. 방법이 있을 것도 같고

기억에 있는 목소리였다. 그와 함께 느껴지는 묵직한 존재감.

'저 친구 덕에 망나니가 사람 구실을 하게 되었구만. 그래.'

하무백.

지난 전쟁의 전우.

그도 전장에서 한두 번은 마주쳤기에 그 목소리가 기억에 있는 것이다.

"아직 식강시가 되기 전이야. 한시가 급하다."

그와 동시에 허공에서 뚝 떨어지는 하무백.

노인은 그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달아났기에 이제야 상황을 제대로 살피게 된 노인.

한 중년인이 입에 피를 가득 묻히고 있었다.

아니, 여전히 우물거리며 무언가를 씹고 있었다.

그것은 사람의 살점이었다.

지독한 식욕에 사람의 살을 뜯어 먹은 것이다.

하무백이 그런 놈을 향해 다가가더니 빠르게 맥문을 움켜쥐었다.

"끄윽."

신음을 흘리는 괴물.

"아슬아슬했다."

담담하게 중얼거리는 하무백은 그에게 내공을 불어넣었다.

잠시 후.

괴물의 두 눈에 초점이 돌아오면서 풀썩 쓰러졌다.

"후우."

그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당진산.

"월룡객잔에서 설마 건량도 팔았을 줄은 몰랐네요."

온갖 요리를 팔던 곳이다.

그런 곳에서 누가 건량을 사 먹겠는가.

쓰러진 남자의 허리춤에 달린 주머니에서는 가루나 다름없는 육포 조각이 나왔다.

이것을 계속 먹으면서 충동을 이겨냈고, 잠혼독의 양은 지속적으로 늘었을 것.

조금만 늦었어도 이 자는 식강시가 되었을 터였다.

"나도 좀 살펴봐도 되겠는가?"

노인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좌중의 시선이 노인에게로 향했다.

노인의 얼굴을 가장 먼저 알아본 이는 당연히 당진산이었다.

"히익. 하, 할아버지?"

깜짝 놀란 당진산.

그 말에 다른 이들도 깜짝 놀랐다.

당진산의 할아버지라면 당가의 전대가주.

독황 당자청이었으니.

"오랜만에 보는 할아비인데 그리 놀랄 건 뭐냐?"

당자청은 그런 망나니 손자의 반응에 피식 웃었다.

"성도화화공자라는 별호가 울겠구나."

이어진 말에 당진산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할아버지!!"

당지연이 반색을 하며 나타났다.

긴급으로 전서응을 보내긴 했으나, 이리 빨리 나타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할아버지의 모습을 살피니, 행색이 꾀죄죄한 것이 얼마나 서둘러 왔는지 알 수 있었다.

당지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빙긋 웃어준 당자청의 시선이 하무백에게로 향했다.

"오랜만이구만."

"오랜만이외다."

잠시간 허공에서 마주친 시선.

하무백과 당자청 두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지었다.

독을 주로 쓰는 당자청과 맹주의 수신호위단인 하무백이 전장에서 마주칠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두어 번 정도는 함께 등을 맞대고 싸웠던 터.

서로가 서로에게 상당한 도움을 받았었다.

"선유곡의 공손 늙은이는 불렀는가? 보아하니 나 혼자로는 부족할 것 같은데."

잠시 둘러본 것이지만, 대강의 상황은 파악했다.

독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지만, 약 또한 필요했다.

선유곡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내가 사람을 보낸 참이다."

그때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벽력개였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당자청의 인사에 벽력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이군."

"인사나 나누고 있을 시간 없어요."

그때 끼어든 이는 당지연이었다. 지금도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었으니.

손녀의 당찬 말에 당자청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래. 일단그 독부터 보자꾸나."

당지연은 당자청을 이끌고 연단이 한참인 곳으로 향했다.

위지군은 여전히 집중하고 있었다.

짧은 인사가 오가고 당자청은 하무백이 가지고 온 잠혼독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일부를 입으로 가져갔다.

이미 독의 특성에 대한 것은 당지연에게 들은 터.

직접 확인해 볼 차례였다.

독기가 혀에 자리를 잡았다. 당장은 뇌를 향해 꼬리를 뻗치지 않은 상황.

잠복기라는 것이다.

당자청은 거기에 다시 잠혼독을 조금 더 복용했다.

그런 식으로 계속 자극을 가하니, 잠복기를 건너뛰고 꼬리를 내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느껴지는 강렬한 식욕.

당자청은 즉시 만류귀원공을 운용했다.

독과 내공을 모두 다루는 당가만의 독문 내공심법이다.

만류귀원공이 즉시 잠혼독의 독기를 태워버렸다.

"과연······."

기억 한켠에 있던 혈교의 혈독공.

금령탐식혈독공.

그에 대한 설명은 한치도 틀린 것이 없었다.

겨우 흉내만 내서 복원하듯 만든 독의 위력이 이 정도라니.

이어진 하무백의 설명.

독과 혈독공의 연결에 대한 내용이었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당자청.

"방법이 있기는 하겠군."

그 말에 좌중의 안색이 밝아졌다.

"그러면 나는 일단 해약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네."

작업은 일사천리였다.

"구엽초, 한선초, 설엽초

당진산이 산을 오르면서 찾아야 할 약초들을 중얼거렸다.

마침 무창에서 딱 떨어진 약초였다.

당지연이 임시 해약을 만드는 데 모두 사용한 탓이다.

헌데 이것이 당자청이 만드는 해약에도 필수적이라 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필요한 약초라잖아."

백리평이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그렇지. 물론. 그리고 한선초랑 설엽초는 무척 귀하지. 우리 같은 생도들이 아니라 경험 많은 약초꾼들도 찾기 힘든 거야."

당진산이 툴툴거렸다.

그러면서도 매의 눈으로 사방을 살폈다.

"그래서 약초꾼들이 찾고 있잖아. 우리는 그들을 지켜주러 온 거고."

연하민의 지적에 당진산은 입술을 삐죽였다.

그렇게 무창 인근의 산을 생도들과 약초꾼들이 정신없이 헤집고 다녔다.

"주풍란. 그건 정말 귀한 건데······."

마약의 해독 작용을 하는 약초다.

이것도 무창에 없었다.

"한시가 급해."

주우명의 말에 당진산이 다시금 주변을 살폈다.

생도들 중 그 약초들을 알아볼 수 있는 이는 당진산이 유일했으니.

"허······. 이런 독이라니."

진맥을 마친 공손무외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면서도 그의 손은 바삐 움직였다.

환자의 목에 침이 빽빽하게 박혔다.

독기가 머리로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한 침술이었다.

그의 침술이 끝난 후 환자의 눈동자가 조금 더 또렷해졌다.

머리를 가득 채웠던 식욕도 진정이 된 듯했다.

"이건 임시처방일세. 일단 해약이 만들어지는 동안만 버텨보게나."

공손무외는 무창에 도착하자마자 정신없이 환자를 보기 시작했다.

무창은 그에게도 소중한 곳이었다.

손녀를 치료하기 위해 장기간 머물면서 여러 인연도 생긴 곳 아니던가.

그랬기에 환자를 보는 그의 손놀림은 더없이 빠르고 신중했다.

정신없이 치료에 집중하는 와중에 간간이 당자청이 들렀다.

해약의 제조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환자를 치료하며, 그리고 직접 잠혼독을 경험하며 그 특성을 알게 된 바.

공손무외는 능력껏 당자청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아슬아슬한 상태군."

하무백이 열 살 남짓되어 보이는 아이의 손목을 잡으며 중얼거렸다.

아이는 눈이 뒤집혀 있는 채로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곁에는 걱정 가득한 눈으로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는 어미가 있었다.

어미의 손은 피투성이였다.

흙이라도 퍼먹겠다고 난리를 치는 아들의 입을 막다가 아들에게 물린 것이다.

어쩌다 아들이 갑자기 저리 된 것인지.

무창에 괴질이 돈다는 소문은 들었다. 헌데 자신의 아들이 그 괴질에 걸리다니.

무림문파인 개방의 방도라는 거지들이 아들과 자신을 데리고 이곳으로 급히 왔다.

교룡관에 들어오자마자 안내 받아 만난 사내.

그는 신중한 얼굴로 아들의 손목을 잡았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아들이 얌전해진 것이다.

비록 여전히 눈은 뒤집혀져 있고 침은 질질 흘리고 있었지만.

잠시 뒤.

아들의 두 눈에 초점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흘리던 침도 어느새 멈췄다.

"어린 탓에 증상의 발현이 빨랐습니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치료할 수 있을 때 찾아와서."

하무백이 담담히 말했다.

어미는 그제야 풀썩 주저앉았다.

"가, 가, 감사합니다. 흑흑. 정말 감사합니다."

아들이 무사하다는 안도가 찾아오자마자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어미는 엉엉 울면서 연신 하무백에게 감사하다 고개를 숙였다.

그 사이 정신을 차린 아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갑자기 낯선 곳에서 정신을 차렸으니 무서우리라.

아이는 곧 어미를 발견하고는 어미의 품에 파고들었다.

어미는 아들을 꼭 안았다.

"정말,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을지···. 흑흑흑."

어미는 여전히 눈물을 흘렸다.

"괜찮습니다. 이제 이만 진정하세요. 앞으로는 아마 괜찮을 겁니다."

하무백이 어미를 진정시켰다. 겨우겨우 울음을 삼킨 어미가 몸을 일으켰다.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있음을 아는 까닭이다.

워낙 위급한 상황이었기에 줄 선 이들을 제치고 먼저 치료를 받았다.

이곳의 사람들이 그리 안내해 주었으니.

어미는 아들을 품에 안고 허리를 꾸벅 숙여 줄 선 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천천히 자리를 벗어났다.

하무백은 담담히 다음 차례의 손목을 잡았다.

그렇게 하무백은 증상이 심각한 이들의 치료에 여념이 없었다.

당자청은 하무백도 자주 찾았다.

독과 혈독공을 끊어내는 내공의 움직임.

그것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서였다.

한두 번으로는 부족했기에 몇 번이고 계속해서 하무백에게 부탁했다.

물론 환자가 없는 때를 골라서 부탁했다.

"백유과, 화정균, 귀령초. 이 세 개를 잘 배합하면··· 약하지만 비슷한 작용을 낼 수도 있겠어."

그리고 마침내 방법을 찾았다.

다들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치료와 해약의 제조에 열을 올린 덕분이었다.

그러고 나서 이틀 뒤.

드디어 해약이 만들어졌다.

역시 독황 당자청의 명성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그 덕에 치료는 급속도로 빨라졌다.

무창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그렇게 사흘이 더 흐른 후.

교룡관 대연무장의 천막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 치열한 나날이었다.

광회천을 처단하는 것보다.

그가 남긴 잠혼독의 여파를 수습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들었다.

다행히 큰 탈은 없었다.

식강시가 된 이는 단 한 명으로 끝났으니까.

동정십걸 중 한 명. 그가 최초이자 최후의 식강시였다.

월룡객잔에서 만들어 팔았던 건량 때문에 아찔한 순간이 몇 번 있었으나, 개방의 도움으로 잘 넘겼다.

모든 정리가 끝난 후 맹룡대 칠 조의 연무장에 사람들이 모였다.

하무백이 그 자리에서 공손무외와 당자청에게 포권을 취했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뭘 그러나. 겨우 이 정도로."

공손무외가 빙그레 웃었다.

"나도 오히려 좋은 공부가 되었네."

당자청 역시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보다······."

"그것보다······."

공손무외와 당자청.

두 사람은 동시에 말을 꺼내다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하려 하는지 알고 있다는 듯.

그것은 하무백 역시 마찬가지.

"이번에 만들어 낸 해독약은 임시처방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중독된 후, 식강시가 되기 전의 사람이라면 해독약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식강시가 되어버린 후라면.

되돌릴 수가 없었다.

뇌가 완전히 파괴된 뒤였으니.

살았으되 죽은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 식강시인 것이다.

그저 식욕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살아있는 시체.

"혈교의 잔당들이 잠혼독과 그 제조법을 가지고 있다고 했었지?"

당자청의 물음.

하무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본거지가 어디인지는 광회천을 통해 알아냈다.

다만 지금은 움직일 때가 아니다.

잠혼독에 대한 대비책이 완벽하지 않은 것도 있었고.

그 본거지 자체가 골치 아픈 곳인 것도 있었다.

"결국은 잠혼독의 작용을 막게끔 방비하는 약이 필요하겠어. 이건 어지간한 피독주로도 막을 수가 없으니."

"또 그걸 미리 한 번 먹어두는 것으로 효과가 지속되는지도 봐야 하고."

당자청과 공손무외가 연달아 말했다.

"방법이 있을 것도 같고······."

당자청의 중얼거림.

그의 시선이 공손무외와 하무백에게로 향했다.

"두 사람이 좀 도와준다면 말이야."

"내가 돕도록 하지요."

그때 나선 이는 위지군이었다.

하무백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도 할 수 있었다.

당자청의 해약이 완성된 후, 연단은 그가 맡았다.

그 뒤 내공으로 증세가 심한 이를 치료하는 일도 맡았다.

금령혈공의 작용을 흉내 낸 내공의 운용은 하무백을 통해 금방 익혔다.

당자청이 하무백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부분이 그 내공의 운용일 터.

그 정도는 위지군도 얼마든지 도울 수 있었다.

그렇게 세 노인은 잠혼독의 방비약의 연구에 들어갔다.

***

거대한 철문.

그 앞에 석무원이 나타났다.

지키는 이도 없이, 거대한 석굴의 깊은 곳 중간을 막고 있는 철문.

저 안에 아버지가 있었다.

"왔느냐?"

얼마나 서 있었을까?

안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전은 있으십니까?"

석무원의 물음.

"생각보다 더디구나."

답답함이 가득한 목소리다.

"역시 온전한 허무(虛無)를 얻지 않고는 어려운 일인 듯하다."

"한 조각을 찾았습니다."

석무원이 담담히 말했다.

"그래?"

격앙된 듯한 목소리.

"다만. 하무백이 근처에 있습니다."

"······."

이어진 말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석무원은 차근히 그간 자신이 행한 일을 이야기했다.

"몸은 괜찮은 것이더냐? 만마식혼화신대법이 깨졌으면, 그 반동도 만만치 않았을 터인데······."

식혼을 한 숙주의 죽음은 술자에게 상당한 타격을 준다.

"이제 어느 정도 추슬렀습니다."

석무원은 담담했다.

그러나 당시 입은 내상을 다스리는 데 걸린 시간만 열흘이었다.

"남은 두 조각 중 하나가 무창에 있다라······."

고민이 많은 중얼거림이다.

그럴 수밖에.

무창에서 하무백을 상대로 일을 벌였다가 실패했다는 보고를 지난번에 받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유혹이다.

다섯 조각으로 흩어졌던 절대신공 허무.

그중 세 조각은 얻었으나 찾지 못했던 두 조각 중 하나가 무창에 있다 하니.

"허, 설마 단목세가에서 그것을 얻었을 줄이야. 정파에 흘러 들어갔으니 찾지를 못했지······."

교주는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태초육신공(太初六神功)

짧은 말.

그 속에 담긴 욕망은 거대했다.

하늘과 땅이 생겨나던 태초에 흩어져 나온 여섯 개의 파편이자 절대무공.

그중 하나인 허무가 마교의 근간이었다.

오백 년 전 다섯 조각으로 나뉘어 사라졌지만.

"아버님께서는 천마신공의 극성을 이루셨지만, 결국 그놈에게 당했다."

원한이 가득한 목소리다.

"그놈을 꺾으려면. 허무를 되찾아야 한다. 그놈 역시 태초육신공 중 하나를 가지고 있을 터. 그렇지 않고서야 극성의 천마신공을 꺾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석무원은 아버지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태초육신공.

무극, 혼돈, 허무, 암흑, 광휘, 여의.

여섯 개의 절대신공 중 하나만 얻더라도 능히 천하를 발아래 둘 수 있다고 하였다.

실제로 허무를 얻은 마교가 그러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당시 천마교주의 제자 다섯.

그들의 다툼이 허무를 다섯 조각으로 나누었다.

그중 세 개를 다시 모았고.

나머지 하나는 무창에, 마지막 하나는 아직 행방이 묘연한 상태.

"신교의 부활은 허무를 완성한 그때부터다."

교주의 말에 석무원은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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