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하제일 무공교관-229화 (229/312)

229화. 그게 내 이름이지

하무백의 웃음에 구탄길과 구소소의 몸에서 거센 기운이 휘몰아쳤다.

내공을 끌어올리면서 사방으로 그 기세를 흩뿌린 것이다.

"내가 한 게 희롱이라고 했나?"

하무백이 웃음을 지우고 물었다.

"그게 희롱이 아니면 무엇이 희롱이더냐!"

구탄길의 입에서 노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상하군. 당신들은 조금 전에 가벼운 농이라 하지 않았는가?"

하무백이 다시 물었다.

"흥! 우리가 언제 그랬다고 그딴 망발을 지껄이는 거지?"

구소소가 표독스레 외쳤다.

"조금 전에 분명히 그랬잖아. 가벼운 농으로 희롱이라니 우습다고."

하무백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건, 내 아들이······."

거기까지 말하던 구소소가 말을 멈췄다.

하무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가 가벼운 농이라기에, 네 아들이 내 생도에게 한 것처럼 나 또한 똑같이 가벼운 농을 건넨 것뿐인데?"

하무백이 다시금 웃으며 물었다.

"이익."

"이이이."

구탄길과 구소소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외통수였다.

구소소 자신이 당한 것이 희롱이라 하면, 자신의 아들은 여생도를 희롱한 것이 된다.

아들이 한 짓을 어디까지나 가벼운 농이라고 우긴다면, 지금 저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새끼가 자신에게 한 희롱도 그저 가벼운 농이 된다.

"흥. 그것을 어찌 믿지? 내 아들이 한 행동과 네놈이 한 희롱이 똑같다고?"

구소소가 대응책을 떠올린 듯 다시 한번 표독스레 외쳤다.

그녀의 대응은, 믿을 수 없으니 인정할 수 없다고 우기는 것.

허나.

"철령과 같은 와룡대 일 조 생도들의 진술이 있습니다. 조사 때 분명 철령이 그런 말과 행동을 했다고 하는군요. 다른 생도 넷 모두 똑같이요."

팽도율이 끼어들어 그 수를 박살 냈다.

"그게 무슨······."

막 무어라 외치려 하는 구소소의 손을 구탄길이 잡았다.

그럴 수밖에.

철령과 같은 조원이라면 신진팔문의 다른 문파다. 게다가 문파 내에서 철령 못지않은 신분을 지닌 이들일 터.

그들의 진술마저 부정하는 것은 그들 문파와 척을 지겠다는 의미였다.

"네놈이 우리 령이를 그 꼴로 만든 생도를 가르쳤다고?"

해서 구탄길이 택한 방법은 화제의 전환이었다.

조금 전의 이야기는 모르는 척.

그 같잖은 수가 뻔히 보였으나, 하무백은 적당히 장단을 맞추어 주었다.

"그렇다면?"

"교관이라는 놈이 대체 생도를 어찌 가르쳤기에 우리 령이가 그 꼴이 된단 말이냐!"

계속해서 화를 터뜨리는 구탄길.

"이거 너무 참신해서 웃음도 안 나오는군. 철령 그놈은 무인이 아닌가? 본인이 먼저 시비를 걸어 놓고 약해서 두들겨 맞은 건데. 팬 사람의 교관을 욕한다? 당신들 정말 철기방 사람들인가? 철갑철 기군은 그러나 보지?"

"이익······."

하무백의 말에 구탄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허나 그걸 인정하면, 철령은 어쩌란 말인가.

그 가여운 아이를.

"어떤 비겁한 수를 썼는지 알고!"

구소소가 끼어들었다.

"비무가 아니라 싸움이었잖아? 싸움에서는 진 놈이 병신이야."

하무백이 담담히 받아쳤다.

"이익."

얼굴이 시뻘게지는 구소소.

"관주님. 어찌 교룡관의 교관이 이따위일 수 있지요? 교관이 이리 수준이 떨어지니 맹룡대 거지새끼들이 감히 우리 령이를 그 꼴로 만들지요."

그녀의 분노는 팽도율에게로 향했다.

"산월마림의 고기 방패에 지나지 않는 맹룡대 따위보다 와룡대가 훨씬 중요하잖아요. 그것도 와룡대 일 조면 애초에 서로 마주칠 일도 없게 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자식을 교룡관에 맡긴 어미로서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일이군요! 당장 저 빌어먹을 교관부터 잘라버려요!"

팽도율은 곤혹스러운 얼굴로 그런 구소소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하무백을 몰랐다.

그러니 저리 날뛰는 것이지.

"아무리 철기방이라 하나, 이는 교룡관의 일입니다. 간섭하실 일이 아닙니다."

"철기방이 아니라 생도의 보호자로서 드리는 항의예요!"

표독스러운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싸움에 진 개 주제에 짖기는 엄청 짖네."

하무백이 같잖다는 듯 중얼거렸다.

"네 이놈 뚫린 입이라고 마구 지껄이는구나!"

"내가 할 말이야. 과연 견자에 견모로군. 네년이 뭔데 감히 그딴 식으로 짖는 거지?"

하무백의 두 눈에도 은은한 분노가 어렸다.

팽도율이 그 기색을 눈치챘다.

'곧 터지겠구만.'

"풋. 고기 방패를 고기 방패라 했을 뿐인데?"

하무백의 약점을 잡았다는 듯 구소소가 다시 한번 조롱했다.

"그딴 고기 방패에게 개 맞듯 두드려맞은 철령이라는 놈이 어디 사는 누구인지 궁금하군."

돌아온 하무백의 말에 구소소는 분노에 차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들과 자신에 대한 모욕이라 여겼기에.

결국.

그녀의 창끝이 하무백에게로 향했다.

"이익, 내 그 입을 찢어주마!"

타핫.

땅을 박차고 그대로 하무백을 향해 달려들었다.

할 말이 궁했을 때 나온 것은 결국 무력이었다.

후웅!

기병창이 공기를 가르며 하무백을 향해 날아들었다.

가볍게 움직이는 것만으로 상대의 공격을 피한 하무백.

"이거 하나는 알아둬. 당신 아들은 희롱을 했다가 그 상대에게 얻어터졌지만. 난 아니야. 난 희롱을 했다 한들 이빨이 나가진 않아."

"잘도 나불거리는구나!"

공간을 쪼개며 날아드는 창을 하무백은 그대로 주먹으로 후려쳤다.

퍽!

찌르르 울리는 진동이 손아귀에까지 전해졌다.

인상을 찡그리는 구소소.

"제법 한 수는 있다는 거냐?"

구소소의 옷자락이 펄럭이기 시작했다.

"후우."

그 모습에 팽도율이 낮게 한숨을 쉬었다.

"우리는 좀 물러나세나."

팽도율이 기유찬을 데리고 멀찍이 물러섰다.

애초에 말릴 생각은 없었다.

하무백이 싸우겠다고 작정하고 상대를 도발했으니.

이런 판에 자신이 끼어들어 말린다고 그가 들을 리 만무했다.

"대전에서 저들을 맞으신 건 탁월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기유찬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랬다.

저들이 날뛸 만한 충분한 공간이 있었으니.

철기방에서 교룡관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팽도율은 이런 그림을 예상한 것인지도 몰랐다.

슈욱. 슉. 슉.

수십 개의 창영을 그리며 하무백을 향해 쇄도하는 창.

하무백은 양손을 가볍게 휘둘러 그 창을 모두 쳐냈다.

인상을 찡그리는 구소소.

내공을 더욱 끌어올렸고, 창끝에 창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창기가 조금씩 유형화하려는 모습으로 보아 절정의 끝자락, 초절정의 초입에 조금 못 미치는 경지였다.

여인의 몸으로 저런 경지라니 제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뿐.

구소소가 땅을 박차고 다시 창법을 펼치며 하무백을 향해 달려들었다.

흉흉한 기세의 창기가 뒤덮인 창이었기에 하무백은 맨손으로 상대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손에 강기를 덧씌워 구소소의 창을 후려쳤다.

파삭.

순식간에 부러진 창.

퍽.

그리고 바로 강기를 입히지 않은 왼손으로 구소소의 명치를 틀어박고.

"컥."

숨이 멎는 듯한 신음을 흘린 구소소의 얼굴을 어느새 강기를 지운 오른 주먹으로 후려쳤다.

퍽.

"캬악."

비명을 지르며 나동그라지는 구소소.

그녀의 뺨이 순식간에 벌겋게 부어올랐다.

그리고 흘러내리는 두 줄기의 코피.

"소소야! 네, 네 이놈!!"

분노에 가득한 구탄길이 바닥을 박찼다.

어느새 그의 창에는 시리도록 빛나는 창강이 어려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일곱의 철갑철기군 역시 움직여 하무백을 둘러쌌다.

쌔액!

하무백의 가슴을 노리고 날아오는 구탄길의 창.

권강을 입힌 주먹으로 냅다 창을 후려쳤다.

캉!

강기와 강기가 부딪혔다.

주먹이 찌르르 울리는 느낌이 구탄길의 경지가 낮지 않음을 알려주었다.

"하?"

그 사이 자신을 완벽히 둘러싼 무리를 둘러보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하무백.

"다수가 하나를 핍박한다? 당신 정파 맞는가?"

"네놈이 그랬을 텐데? 싸움에서는 진 놈이 병신이라고."

창강을 일으킨 구탄길, 그리고 창기를 일으킨 일곱의 무인들.

"한 가지는 확실히 하자고. 이렇게 싸우는 이유가 뭐지? 내가 희롱을 해서인가? 농을 해서인가?"

잠시 전환되었던 화제는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다.

희롱인가? 농인가?

"문답무용! 승자의 말이 곧 정의다! 네놈이 감히 소소를! 박살을 내주마!"

그 말과 동시에 구탄길이 몸을 날렸다.

그것이 신호였을까?

일곱 수하들 역시 몸을 날렸다.

"저, 하 교관을 이긴다고 해서 철령이 풀려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기유찬이 물었다.

그 물음에 팽도율이 고개를 저었다.

"저들이 하는 행동을 보며 모르겠나? 하 교관을 쓰러뜨린 다음에는 아마도 면벽실의 문을 부술 생각이겠지."

"그러면, 그럴 일은 절대 없겠군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하는 기유찬.

팽도율도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작게 머리를 끄덕였다.

여덟 사람의 공격은 유기적이었고, 강맹했다.

전장에서 말을 몰아 적을 상대하는 병진.

그것이 지금 하무백을 상대로 펼쳐지는 것이었다.

구소소는 병진은 익히지 못한 것인지, 구탄길의 말대로 뒤로 물러나 살벌한 눈빛으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여덟 방위에서 동시에 찔러오는 창.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완벽하게 합을 맞춰 이루어진 공격이다.

하무백은 훌쩍 뛰어올랐다.

기다렸다는 듯 연이어 찔러오는 창.

하무백은 그것을 권강을 일으킨 주먹으로 후려치고는 그 반동으로 몸을 훌쩍 뒤로 움직였다.

그러나 그곳까지 집요하게 따라붙는 창.

하무백은 몸을 뒤집으며 허공을 밟았다.

그대로 떨어져 내려야 할 하무백이 허공을 밟고는 옆으로 움직였다.

'허공답보!'

그 모습에 구탄길은 깜짝 놀랐다.

권강을 일으킬 때부터 예사 교관은 아니라 여겼건만.

허공답보라니.

단순히 강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한 차원 높은 경지였다.

허나 그것은 그것이고 이기는 것은 자신들이다.

드넓은 북방 초원에서 단련된 병진이다.

고작 교관 나부랭이가 쉬이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금 놀라운 실력이기는 했으나, 결국은 거기까지.

구탄길이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그 역시 허공을 밟으며 하무백을 향해 날아들었다.

창강과 권강이 허공에서 복잡하게 어우러졌다.

철갑철기군 일곱은 두 사람의 공방을 지켜 보며 간간이 창을 찔러 하무백의 신경을 흩으려 하였다.

공방이 지속될수록 구탄길이 조금씩 우세를 점하는 듯했다.

그럴 수밖에.

간격이 달랐다.

장창의 긴 간격과 주먹의 짧은 간격.

구탄길은 자신의 이점을 철저히 이용했다.

과연 철기방의 방주다운 실력이었다.

허나.

상대는 하무백이다.

하무백은 권강을 풀었다.

대신 허리에서 검을 뽑았다.

그리고 피어오르는 새하얀 검강.

상대의 간격이 길다면.

나 역시 간격을 길게 하면 그뿐.

하무백의 검강이 쭈욱 늘어나서는 구탄길의 창을 상대했다.

"뭐, 뭐라?"

갑작스러운 상황에 깜짝 놀란 구탄길.

하무백은 그 허점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려는 찰나.

휙! 휙휙!

세 자루의 창이 하무백을 노리고 날아왔다.

세 사람이 내공을 가득 실은 창을 그대로 던진 것이다.

서걱. 서걱서걱.

가볍게 휘둘러 세 자루의 창을 정확히 반으로 갈라 베어버린 하무백.

허나 그 틈에 구탄길은 태세를 정비했다.

"네놈. 제법이구나. 교룡관에서 교관 따위를 하고 있을 실력이 아닌데? 이름이 무어냐?"

이제야 상대의 정체에 의구심을 가진 구탄길이다.

"하무백."

상대의 물음에 짧게 답해줬다.

그러나 그 여파는 달랐다.

하무백의 이름을 듣는 순간 움직임이 뚝 멎은 것이다.

"하무백?"

그리고 되묻는다.

"그게 내 이름이지."

하무백이 담담히 답했다.

구탄길의 시선이 멀찍이 떨어진 팽도율에게로 향했다.

그와 시선이 마주친 팽도율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그 하무백이 맞다는 의미의 고갯짓.

"하, 하무백이라고······. 그 미친놈······."

구탄길은 하무백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는 듯했다.

허나 얼굴은 모르고 있었고.

이름을 듣고서야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계속해야지?"

하무백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익."

다시금 온몸의 내공을 끌어올리는 구탄길.

이번에는 하무백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대의 공격에 대한 수세만 취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공세.

하무백의 검이 한 번 움직이면, 창 한 자루가 산산조각이 나 사라졌다.

그렇게 순식간에 철갑철기군은 무력화되어 나란히 쓰러졌다.

마지막 남은 구탄길.

그의 창마저 부숴버리겠다는 기세로 하무백의 검이 날아들었다.

캉!

창의 자루를 베어 갔으나 요란하게 울리는 금속음.

창의 자루, 그러니까 창대까지 통짜 강철로 된 창이었다.

거기에 창 전체에 연하게 맺혀 있는 강기.

"나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다."

"제법이군."

하무백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강철로 된 장창이라니.

그 무게가 얼마일까?

거대한 덩치에 제대로 수련을 한 탄탄한 몸도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저리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다는 것은 보통의 수련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장창 전체에 강기를 입힐 정도의 내공이라.

과연 북방의 거친 땅을 질주하는 철기방의 방주다운 모습.

"이제 슬슬 싸움의 끝을 봐야지?"

하무백이 구탄길에게 말했다.

창에 어린 강기가 좀 더 진해졌다.

하무백의 검에 어린 강기의 빛깔이 바뀌었다.

백색에서 묵빛으로.

"무, 무슨?"

처음 보는 기사에 깜짝 놀랄 틈도 없이.

하무백이 바닥을 박찼다.

그리고 사방을 점하면서 날아가는 검격.

구탄길이 장창을 풍차처럼 돌리며 그 공격을 모두 막으려 했으나.

창을 통해 전해지는 진동에 인상을 찡그렸다.

손바닥을 통해 내부까지 진탕시키는 어마어마한 거력이었다.

그럼에도 구탄길은 이를 악물고 창을 휘둘렀다.

철기진천팔격창.

철기방 최강 창법의 최후 초식이 구탄길의 손에서 펼쳐졌다.

방어만 하다가 끝낼 생각은 없다는 듯.

그는 모든 내공을 끌어올려 전력으로 최강의 절초를 펼쳤다.

사방으로 비산하는 강기.

그 모습에 하무백이 검을 다시금 휘둘렀다.

무극팔절여의검해.

개천.

광회천을 박살 냈던 그 초식이 다시금 펼쳐졌다.

하무백의 검이 연 하늘에서 무수한 검이 쏟아져 내렸다.

철기진천팔격창의 강기는 그 검 아래 모두 허무하게 스러졌다.

구탄길이 온몸에 검상을 입고 그대로 무릎을 꿇으려는 찰나.

어느새 납검을 한 하무백이 순식간에 구탄길 앞에 나타났다.

퍽! 퍼퍼퍼퍽!

환상과도 같이 움직이는 하무백의 주먹이 그의 전신을 두들겼다.

"크으윽."

거친 신음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엄살은."

하무백이 피식 웃었다.

살갗만 살짝 벤 정도다.

제대로 베지 않고 사정을 두었다.

온몸을 두드린 주먹 역시.

강기 따위는 두르지 않은 맨주먹이었다.

그래도 제법 세게 치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구탄길의 피가 묻은 하무백의 주먹이 번들거렸다.

풀썩.

결국 구탄길이 쓰러졌다.

"오라버니!"

구소소가 깜짝 놀라 비틀비틀 구탄길에게 다가갔다.

조금 전 하무백에게 당한 타격이 아직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

싸움이 끝나고.

기유찬은 주변을 둘러보고는 깜짝 놀랐다.

"저, 관주님. 강기가 막 날아다니고 그런 싸움 아니었습니까?"

"그렇지."

그 사실을 팽도율이 친히 설명해주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곳 너무 멀쩡한데요?"

그제야 팽도율도 알아차렸다.

대전은 깨끗했다.

지켜보지 않았더라면 강기가 난무하는 싸움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흠집 하나 없었다.

완벽히 전장을 통제한 하무백의 안배였던 것이다.

팽도율은 대체 저 인간의 무위의 끝이 어디에 닿아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지금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저리 태연히 있는 인간이.

"허, 볼 때마다 놀라게 하는구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