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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무공교관-232화 (232/312)

232화. 뭣들 하는 거지?

"이른 아침부터 대단하구만."

위지군이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아닙니다. 할 일이 없어서요."

"어제 통성명도 안 했지? 난 사람들이 위 노인이라 부른다네."

"남휘라 합니다."

남궁휘는 산월마림부터 쓰던 가명을 대었다.

"일단 그 검부터 내려다 놓아야겠구만."

일꾼이 검을 차고 다닌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동쪽담벼락 근처.

적당한 크기의 오두막이 몇 채 있었다.

"일꾼들 쉼터네. 여기에 두게나. 당분간은 나랑 같이 쓰면 될 터이니."

위지군이 한쪽 방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창고로 보이는 건물로 가 빗자루 두 개를 꺼내왔다.

"일단 비질부터 함세."

위지군이 담당한 구역은 맹룡대의 연무장이 있는 곳이었기에 남궁휘는 그 뒤를 따르며 비질했다.

왼팔밖에 없음에도 비질에는 아무 무리가 없었다.

빗자루의 각도, 세기, 방향, 땅에 닿는 면적 등 모든 게 완벽했다.

그 모습에 위지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는 본신의 경지를 숨기고 있지만,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무인에게 빗자루질 정도야 우스울 터.

두 사람이 함께 움직이니 오전이 끝나기 전에 맹룡대 연무장 주변의 청소가 끝났다.

"한 사람 더 있으니 좋구만. 일도 빨리 끝나고."

위지군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제 밥 먹으러 가세나."

그리 말하며 남궁휘를 이끌고 담룡각으로 향했다.

예전에는 일꾼과 맹룡대원은 담룡남각만 이용 가능하다고 했으나, 하무백이 뒤집어엎은 뒤로 그런 일은 없었다.

가까운 담룡동각으로 가서 음식을 받아 식탁에 앉았다.

젓가락을 들고 식사하는데, 힐끔거리는 생도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얼굴이 흉측한 외팔이 일꾼이 나타난 탓이리라.

몇몇은 수군거리기도 했다.

"괜찮은가?"

위지군이 조심스레 물었다.

"여상한 일이었습니다."

담담히 대답하는 남궁휘.

물론 마을에 살 때는 없던 일이다. 마을을 떠나 안휘성을 거쳐 무창으로 오는 동안 겪었던 시선들이지.

그렇게 식사를 한참하고 있는데.

"어? 어르신. 오늘은 식사가 빠르시네요?"

어느새 오전 일정을 마치고 담룡동각을 찾아온 맹룡대 칠 조 생도들이 위지군을 발견하고 인사를 했다.

단목운뢰의 인사에 위지군이 빙그레 웃었다.

"오늘부터 도와줄 사람이 생겨서 말이다."

그 말에 생도들의 시선이 남궁휘에게로 향했다.

남궁휘 역시 생도들을 보았다.

그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어젯밤.

금룡루 일 층에서 호천단주와 함께 있던 이들이다.

생도들은 검상으로 인한 흉터가 가득한 남궁휘의 얼굴에도 딱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팔이 하나밖에 없는 모습에도.

남궁휘에게는 생소한 반응.

"이번에 새로 오신 분인가 보네요?"

단목운뢰의 물음.

"그래. 식사 맛있게 하거라."

위지군의 말에 생도들은 위지군과 남궁휘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사라졌다.

"저 생도들은 누구입니까?"

"맹룡대 칠 조 생도일세. 내 제자가 맡아 가르치는 아이들이지."

이미 서로의 경지를 대강이나마 아는바.

위지군은 숨기지 않고 말했다.

'혹시 호천단주가?'

저 생도들과 함께 있던 호천단주를 어제 보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위 노인의 제자가 호천단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맞다면, 위 노인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인지도 몰랐다.

"이제 다음 일을 하러 가볼까?"

식사를 마친 위지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그가 향하는 곳은 교룡관의 북동쪽.

빨래터였다.

"이게······."

남궁휘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뭘 그리 놀라나. 생도들 무복일세. 맹룡대는 따로 무복이 없는데, 잠룡대와 와룡대는 아니지. 그 무복을 일꾼들이 빨아준다네."

위지군이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허."

무복까지 빨아다 준다라.

과연 명문정파의 제자들이 모인 곳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위지군과 남궁휘는 빨래터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빨래를 시작했다.

"어르신이 오셨으니 빨리 끝나겠네요."

한창 빨래에 집중하던 사내가 위지군을 발견하고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일꾼들은 남궁휘를 발견했지만 별말 하지 않았다.

위지군이 챙기고 있는 탓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팔로만 빨래하는데, 그 속도가 남달랐다.

양팔 멀쩡한 일꾼들보다 더 빠르고 깨끗이 빨았으니.

젖은 옷도 한 번에 깔끔하게 펴서 정확하게 방망이질했다.

그렇게 빨래를 마무리하고.

"자, 이제 마지막 일일세."

그렇게 남궁휘를 데리고 간 곳은 병기고였다.

"이곳에 잠룡대와 와룡대 생도들이 훈련하는 데 사용하는 병기들이 있다네. 날이 안 선 병기들이네만 그래도 관리는 해야지."

그러면서 한쪽의 깨끗한 면포를 꺼내 먼지 쌓인 도를 닦기 시작했다.

남궁휘 역시 먼지 쌓인 검을 꺼내 자리를 잡았다.

그는 검을 양 무릎 사이에 끼고 왼손으로 조심스레 닦았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는 위지군.

"다른 일은 몰라도 이 일은 좀 불편해 보이는구만. 자네, 자네의 검도 이리 닦는가?"

위지군의 물음에 남궁휘의 손이 멈췄다.

"아닙니다."

그 대답에 위지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봐도 저런 식으로 손질한 검은 아니었으니까.

"이곳에는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네. 다른 이들도 올 일이 없고. 그리고 누가 오면 또 어떤가. 그 전에 알 수 있을 터인데. 허니 편하게 하게나."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하는 위지군.

"그리 말씀하시니, 알겠습니다."

남궁휘가 무릎을 벌렸다.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져야 할 검이 멈칫하더니.

두둥실 떠올랐다.

능공섭물.

그렇게 자신의 앞에 검을 띄운 남궁휘가 조심스레 면포로 검을 닦았다.

순식간에 한 자루를 깨끗이 닦았다.

"좋구만."

위지군이 그 모습에 빙긋 웃었다.

"이건?"

검을 닦던 남궁휘의 눈에, 검신에 새겨진 각인이 들어왔다.

"그 검을 사용하는 이의 이름일세."

"사용자가 지정된 검이었습니까?"

"올해 재정이 좋아진 것인지, 이렇게 주더구만. 잠룡대, 와룡대, 맹룡대 모두."

"그러면 병기는 생도 본인이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무인인데."

그리 말하는 남궁휘의 어조는 준엄했다.

병기란 무인과 한 몸이다.

그것을 타인에게 맡긴다니.

검을 수련한 이로서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 그렇고 말고. 이 병기들은 주인이 찾지 않는 병기라네. 생도들의 독문 무공에 맞춘 병기들이네만. 그들은 이미 더 좋은 병기를 지니고 있거든."

"아······."

그랬다.

잠룡대와 와룡대에서 온 이들이라면 이미 본파에서 마련한 독문병기가 있을 터.

이런 일은 예산 낭비나 다름없었다.

이제 하루 된 일꾼이 할 생각이 아니었지만.

"해서 내가 관리하는 거라네. 안타깝지 않은가. 이곳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는 것이."

위지군의 말에 남궁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

열흘은 빠르게 흘러갔다.

면벽 수련이 끝난 날.

당진산과 연하민이 면벽당을 빠져나왔다.

"으그그그. 이게 얼마만의 햇볕이냐!"

당진산이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그의 얼굴이 조금 하얗게 변한 듯했다.

정말 열흘 동안 면벽실에서 해도 못 보고 벽만 보고 있었으니.

연하민은 그저 담담한 얼굴이다.

허나 이내 두 사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자신들을 쏘아보는 중년의 여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곁에는 덩치 큰 중년 남성이 함께 있었고.

"네 년놈들이로구나. 감히······."

그녀는 분노가 가득한 눈으로 연하민과 당진산을 쏘아 보았다.

"젠장. 빌어먹을."

그때 들리는 철령의 목소리.

당진산, 연하민보다 한발 늦게 나온 것이다.

그 역시 중년의 남성과 여인을 보았다.

"어? 엄, 엄마. 아씨, 뭐야! 왔는데 왜 안 꺼내줘!! 외숙부도 같이 오셨는데!"

제 어미를 보자마자 분노를 토해내는 철령.

이제 이가 부러진 데 적응했는지 발음이 새지는 않았다.

연하민과 당진산은 그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특히나 연하민은.

그녀에게 있어서 어머니란 어떤 존재였던가.

헌데 그런 어머니를 저리 대한다니.

역시 저 새끼는 구제불능의 개새끼였다.

"여어. 진산!"

그때 맹룡대 생도들이 몰려왔다.

면벽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찾아온 것이다.

"응?"

그렇게 다가온 이들은 이내 멈춰 섰다.

흉흉한 분위기의 중년 남녀를 발견한 탓이다.

게다가 기세가 자못 흉험한 것이 자신들보다 강한 고수가 분명했다.

저런 이들이 어찌 이곳에 있을까.

"아, 엄마! 어찌 된 거냐니까!"

다시 한번 구소소를 타박하는 철령.

그제야 그 정체를 알게 된 맹룡대 생도들이 슬금슬금 연하민과 당진산 주변으로 모였다.

"조용히 해라. 철령."

무서운 목소리로 말하는 구탄길.

그 모습에 철령은 찔끔했다.

외숙부가 저러는 경우는 지금껏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엄마와 함께 있는데.

"얼마나 실력이 부족하면 그렇게 처맞은 것이냐."

구탄길의 말에 철령이 발끈했다.

"외숙부. 이건··· 저것들이 비겁하게."

그 말에 맹룡대 생도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비겁은 무슨.

정정당당한 대결이었건만.

구탄길은 말은 그리해도 내심 당황하고 있었다.

눈앞의 생도들 수준이 하나같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맑고 깊은 눈빛이 그 경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가르쳤기에··· 저런 수준을······.'

면벽 전 먹었던 무량환 덕에 내공이 한층 더 늘어난 덕분도 있었으나, 구탄길이 그 사실을 알 리 없었다.

반면 구소소는 여전히 분노에 차 있었다.

"저런 쓰레기들이 감히 내 아들을······."

맹룡대 생도들을 향해 살기를 쏘아 보내는 구소소다.

그녀가 일으키는 기세에 몇몇은 마른침을 삼켰다.

"소소야."

구탄길이 동생을 말렸다.

이곳에서 저 아이들을 압박하면 무엇할까.

혹시라도 그가 나타나면?

그런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뭣들 하는 거지?"

하무백이 나타났다.

그의 심유한 눈빛이 구소소와 구탄길, 그리고 철령을 훑었다.

구소소는 하무백의 눈길에 움찔했다.

"며칠 안 지난 것 같은데······."

작은 중얼거림이었지만 찔리는 것이 있는 구소소는 몸을 잘게 떨었다.

"가, 가자."

구소소가 꼬리를 말고 먼저 몸을 돌렸다.

"아, 엄마! 왜 안 꺼내준 거냐고!"

구탄길이 철령의 뒷목을 잡고는 그대로 질질 끌며 걸음을 옮겼다.

맹룡대 생도들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외숙부라 했으니··· 저분이 철기방주 맞겠지?"

당진산이 중얼거렸다.

철령이 철기방주의 조카라고 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으니.

백리평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면벽실에 들어간다고, 어머니와 외숙부를 교룡관으로 부른 거야? 빨리 꺼내 달라고?"

주우명이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구제불능의 찌질한 새끼야."

연하민이 결론짓듯 말했다.

"너희들도 여기서 뭐 하냐. 나왔으면 노닥거리지 말고 수련을 하든, 훈련을 받든, 수업을 듣든 해라."

그 말을 끝으로 하무백도 멀리 사라졌다.

그렇게 폭풍이 지나가고 덩그러니 남게 된 맹룡대 생도들.

그제야 자신들을 맞이하러 온 동료들을 제대로 살핀 당진산의 두 눈에 이채가 어렸다.

열흘 간의 운공.

그 덕에 작은 성취를 얻었었다.

무량환의 도움이 컸다.

그런데, 다른 동료들 역시 변화가 있는 듯했다.

그걸 알아보았다.

"너희들 혹시······."

"그래. 먹었다. 먹었어."

백리평의 말에 당진산이 피식 웃었다.

"다행이네. 지옥제일의 맛에 혼자 당하지 않아서."

그리 말하던 당진산의 시선이 주우명에게로 향했다.

그 역시 변화가 있었다.

"어땠어? 몸에 좋았지?"

빙긋 웃음 지은 당진산이 물었다.

"그래. 처음에는 이제 무슨 미친 짓인가 싶었다만."

그 끔찍한 맛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졌다.

"지후랑 지유도."

백리평이 말했다.

그 말에 연하민도 놀란 듯했다.

설마 그 두 사람까지 교관님이 챙길 줄이야.

뭐, 무량환의 맛을 생각하면 챙긴 것이 아니라 괴롭힌 걸 수도 있지만.

"괜찮았어?"

당진산이 정말로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아니. 처음에는 당했다고 그랬지."

단목운뢰가 그때가 생각나는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먹은 직후는 그렇지. 지독한 맛만 남아 있고 몸에는 아무 변화도 없으니까."

이해한다는 듯 말하는 당진산.

"뭐, 다음 날 바로 달라졌지만."

남궁지후 정도 되는 이라면 다음 날 바로 무량환의 효과를 느꼈으리라.

"자, 자. 그럼 수련의 성과를 확인해 보자고."

다 같이 맹룡대의 연무장으로 향했다.

본디 학당에서 수업을 들어야 할 시간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그 수업을 빠졌다.

면벽을 마친 두 사람을 맞이하기 위해.

그리고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그렇게 목적지로 향하던 그들은 남궁휘와 마주쳤다.

남궁휘는 왼팔로 능숙하게 비질을 하고 있었다.

꾸벅 인사한 뒤 계속해서 갈 길을 가는 생도들.

"새로 온 일꾼?"

당진산은 남궁휘를 처음 보았다.

"응."

단목운뢰가 가볍게 답했다.

"대단하네."

당진산이 조금 전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한 팔밖에 없는데,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레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아, 지후랑 지유도 올 거야."

단목운뢰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그 말소리는 남궁휘의 귀에도 들렸다.

그 순간.

비질이 멈췄다.

합비에서 확인했던 두 아이의 이름.

그 이름이 들렸으니까.

"이봐! 너! 뭐 하나!"

그때 터져 나온 노호성.

우락부락한 근육이 가득한 거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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