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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무공교관-245화 (245/312)

245화. 내가···

남궁휘와 남궁화우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향했다.

눈치를 보며 어색하게 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

남궁지후와 남궁지유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지금 그 정도로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문을 열어 준 하무백이 뚜벅뚜벅 걸어 자리에 돌아갔다.

그의 눈짓에 두 사람은 결국 빈 자리에 앉았다.

두 아이가 온 지 어찌 알았을까?

어느새 나타난 주인장이 술잔과 젓가락을 올려놓고 사라진다.

참으로 신기한 사람이다.

"많이 궁금했던 모양이네. 이렇게 찾아온 걸 보아하니. 기껏 찾아왔는데 아무런 소리도 안 들리고. 답답했을 거다."

하무백이 두 사람의 잔을 채워주며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이미 기감으로 그들이 찾아온 걸 알았다.

설란이 이곳을 알려 준 것까지 짐작하고 있었다.

다만 남궁휘와 남궁화우 두 사람은 놀란 상태다.

아무리 대화에 열중하고 있었다지만, 두 사람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니.

이 작은 주점의 입구라면 분명 두 사람 감각의 영역 안이었을 텐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하무백이 기막으로 대화가 새어 나가지 않게 차단하는 동시에, 이 공간을 완전히 자신의 영역으로 지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의 감각까지 막혀 버린 것.

두 사람으로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지?"

하무백의 물음.

남궁화우는 남궁지후를 찬찬히 살피고 있었다.

"그 사이 큰 성취를 이루었구나."

남궁화우가 감탄한 얼굴로 말했다. 남궁지후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남궁화우의 시선이 이번에는 남궁지유에게로 향했다.

"그동안 알아보던 것은 성과가 있었느냐?"

그 물음에 남궁지유는 두 눈을 크게 뜨고는 흠칫했다.

깜짝 놀란 얼굴.

설마 막내 숙부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줄은 몰랐던 탓이다.

"나도 알고 있는 것을, 너희 아버지가 몰랐을 것 같았더냐?"

이어진 물음.

남궁지유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래서 제가 교룡관으로 왔겠지요."

그녀도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궁세가는 남궁세가다. 연가에 천하제일세가의 위명을 넘겨줬다 하더라도, 여전히 천하제일세가야. 너희의 조잡한 움직임은 얼마든지 알 수 있는 곳이지."

남궁화우의 말에 남궁지유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다면 지금껏 그 사람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너희는 아직 어려서 모를 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세가에는 그림자라는 존재가 있다."

"암영(暗影)······."

남궁휘가 자신도 모르게 작게 중얼거렸다.

그 역시 알고 있었으니까.

그들의 존재 때문에 지금껏 신분을 숨기고 있었던 것 아니던가.

혹시라도 그들의 귀에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가기라도 하면 언제 찾아올지 몰랐으니.

그래서 추동이 신기했던 것이다.

분명 암영에서 쫓을 텐데, 저리 자신을 드러내고 다닌다는 것이.

아마도 곧 암영이 무창으로 찾아오리라.

그에 대한 소문이 합비에 어떻게든 들어갈 터이니.

"그래. 암영이라는 이들이지. 주로 세가의 영역에 머물며 그곳을 은밀히 살피는 이들이다. 어린 너희의 움직인 따위는 그들의 눈에 금세 들었을 것이다."

남궁지후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그래서 그 사람은 왜 지후를 소가주에 올리지 않은 건가요?"

남궁지유의 어조가 싸늘하게 변했다.

아버지라 칭하지도 않고 그 사람이라 한다.

그런 변화에 남궁화우는 덤덤한 얼굴이다.

영리한 그녀라면 이미 그런 결론을 내렸을 것이라 짐작한 것인지.

"그 사람이 아니라 아버지다."

그럼에도 남궁화우는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아버지가 맞는 건가요?"

남궁지유가 차가운 눈으로 남궁화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것.

어쩌면 진실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묻고 싶었다.

"세가의 진법은 너희가 남궁의 핏줄이라 판정했다."

"남궁의 핏줄이라 했지, 그 사람의 자식이라 한 것은 아니에요."

진법의 허점을 정확히 지적하는 남궁지유.

그녀도 아는 것을 세가의 사람들이라고 모를까.

짐작한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남궁화우도 그 중 하나고.

"진실은 오직 형님만이 아셨겠지."

남궁화우의 대답.

남궁지유가 피식 웃었다.

그 말은 남궁화우 역시 자신들이 가주의 친자식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의미였으니까.

그랬다.

세가의 몇몇 사람들이 항시 뒤에서 수군거렸다.

어미 없는 자식들.

밖에서 데려온 자식들.

어쩌면 가주의 핏줄이 아닐지도 모를 자식들.

어찌 남궁의 핏줄이 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자식들.

그들은 자신들이 소문을 모를 것이라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 어쩌면 자신들이 알기를 바라며 그랬을지도.

남궁지후와 남궁지유가 뛰어난 모습을 보일 때면, 그런 수군거림이 은연중에 들려왔으니까.

시기와 질투의 추악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남궁지유를 바라보며 수상한 미소를 틔우며 다시 입을 떼는 남궁화우.

"나도 이제 진실을 알고 있단다."

두 눈을 부릅뜨는 남궁지후와 남궁지유.

설마 저런 말을 들을 것이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진실이라니.

두 사람의 눈가가 거칠게 떨렸다.

아니,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다.

가주가 자신들의 아비가 아님을.

"지, 진실이 무엇인가요?"

남궁지유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희의 짐작이 진실이 맞다."

남궁화우는 짧게 그러나 무겁게 말했다.

쿵!

거대한 바위가 머리를 두드리는 느낌.

아니 심장을 짓누르는 느낌.

두 사람은 동시에 순간적으로 숨이 막혔다.

이내 호흡을 가다듬었다.

크고 깊게 심호흡하는 두 사람.

짐작은 하였다지만, 그것이 진실이라 확인 받으니 충격이 없을 수 없었다.

남궁휘는 그 모습을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눈앞에 나타나니 그 결심이 맞는 것인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암영의 존재까지 다시 상기하니 더욱 그랬다.

"그렇다면 세가에 은밀히 떠도는 소문이 사실입니까?"

남궁지후가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남궁지유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어느 정도는."

남궁화우는 긍정했다.

"그러면 저희 아버지는 누구입니까?"

"아니, 저희 아버지가 같은 사람이긴 한 건가요?"

남궁지후의 물음이 끝나자마자 남궁지유가 끼어들었다.

남궁화현이 자신들의 친부가 아님이 밝혀진 이상.

자신들의 친아비가 꼭 동일인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이미 어미가 다르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 않은가.

남궁지유 자신은 정실부인의, 동생인 남궁지후는 첩실의.

남궁화우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생각할 수도 있겠지. 다만 그때 형님과 함께 움직인 남궁은 한 사람 뿐이었다. 하니, 너희의 아버지는 같다. 두 사람 다 남궁의 핏줄이라 판정이 되었으니."

그 말에 남궁지유는 살짝 안도한 표정이었다.

아비가 아닐 거라 짐작은 했지만, 그것이 사실이라 확인 받은 상황.

평생을 자신의 혈육이라 생각하며 의지하고 지냈던 동생마저 혈육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사라진 결과다.

두 사람은 남매가 맞았다.

비록 어머니가 다르다고 할지라도.

"그러면 그때, 가주와 함께 움직였던 남궁은 누구인가요? 아무리 찾아도 기록이 없었어요. 뒤에서 수군거리는 사람들도 그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요."

"그들도 알고 있는 거다. 그 이름을 입에 올리면 암영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 기록을 지운 것도 암영이고."

"가주의 명령인가요?"

남궁지유의 물음.

"내 아버지의 명령이 시작이었지. 그리고 형님이 그것을 계속 유지하고 있고."

"할아버지가······."

그렇다면 이미 전대 가주도 그 사실을 짐작했다는 것이다.

이를 악무는 남궁지유.

"그러면 저희들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영영 알 수 없는 것인가요?"

서글픔이 느껴지는 물음이다.

그녀는 찾을 수 없냐고 묻지 않았다.

알 수 없냐고 물었다.

그 의미는 작지 않았다.

그녀도 이미 자신들의 친부가 살아있지 않을 것이라 짐작한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녀는 두 눈으로 남궁화우에게 청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려 달라고.

남궁지후도 간절한 눈으로 남궁화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흠."

남궁화우는 팔짱을 끼고는 그런 남매의 두 눈을 마주했다.

그러고는 술잔을 들어 입안에 털어 넣었다.

"일단 가슴의 울화부터 식혀라."

술잔을 탁 내려놓으며 말하는 남궁화우.

그 말에 두 사람은 자신의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단숨에 비웠다.

쪼르륵.

하무백이 다시 술잔을 채워주었다.

"그는 외원의 하급무사였다."

남궁화우가 입을 떼자 남매의 눈빛이 거칠게 흔들렸다.

드디어 듣게 된 것이다.

친부의 존재에 대해.

"엄청난 재능을 가진 이였다고 했지. 형님이. 사실 나는 보지도 않았기에 믿지 않았었다만. 형님은 그 재능이 마음에 든 것인지 항시 가까이 하더니, 외유 때 데리고 갔지. 그리고 홀로 돌아왔다. 너희와. 외원의 하급무사였기에 기록을 지우기도 쉬웠을 것이고. 내원에서는 사실 정확히 그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도 얼마 없을 게다."

처음으로 듣게 되는 친부에 관한 이야기.

놀라운 내용이었으나, 가장 간절히 알고 싶은 것은 쏙 빠져 있었다.

해서 남궁지후가 물었다.

"그래서 함자가 어찌 되십니까?"

다시 술잔을 비우는 남궁화우.

그리고 잠시 천장을 올려 다보았다.

시간을 주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결심을 굳건히 하고 마음을 정리할 시간.

남궁휘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식탁 위에 올려둔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허나 남매는 그런 변화를 알지 못했다.

남매의 눈은 오직 남궁화우의 입에 고정되었던 탓이다.

"휘(微)."

단 한 글자.

그 사람의 이름이 결국 남궁화우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런 사람은 세가에······."

남궁지유가 바로 무어라 하려 했다.

남궁휘라는 사람은 세가에 한 명이다. 자신들의 아비일 수 없는 사람.

그리 말하려 하였지만.

바로 얼마 전 휘라는 남궁의 사람을 알게 되지 않았던가.

남궁의 사람인데, 세가의 명부에는 기록에 없던 사람.

남궁지유의 시선이 자연스레 돌아갔다.

남궁지후의 시선 역시 마찬가지.

그곳에는 오른 소매가 비어 있는 검상이 가득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

이제야 그가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혼란스러운 듯 거칠게 떨리는 눈빛.

입술을 깨물고 있는 모습.

꽉쥔 왼 주먹.

그 역시 자신들만큼이나 혼란스러워하고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서, 설마······."

남궁지유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그럴 수가······."

그것은 남궁지후 역시 마찬가지.

남궁화우는 자신의 일을 다했다는 듯 그런 세 사람을 지켜 보았다.

하무백 역시 결정을 내리라는 듯 남궁휘를 바라보았다.

네 사람의 시선이 모인 곳.

남궁휘.

그는 아이들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여전히 거칠게 떨리는 눈빛이었으나.

혼란스러움은 어느새 사라졌었다.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대신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을 입 밖에 냈을 때.

그 이후 벌어질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두려움.

허나 그렇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심장은 이미 미친 듯이 뛰고 있었으니까.

당장에라도 터질 것 같았으니까.

지금 이 상황에서 진실을 말하지 않고 외면한다면.

그런다면.

정말로 심장이 터질지도 몰랐다.

남궁휘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내가······."

파르르 떨리며 나오는 목소리.

"내가 아비다. 너희들의 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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