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하제일 무공교관-254화 (254/312)

254화. 뭐해?

"오히려 내가 형님에게 묻고 싶소이다!"

남궁화현의 노성에 소리 높여 답하는 남궁화우.

예상치 못한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이 남궁화우에게로 모였다.

"닥쳐라! 귀빈이 계신 자리에서 이 무슨 추태이냐!"

남궁화우를 향한 남궁화현의 호통.

그럼에도 남궁화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추태는 형님이 부리고 있소이다!"

세가에서 항시 있는 듯 없는 듯하던 가주의 막냇동생이다.

가주와 나이 차이도 크거니와, 출신도 출신인지라.

뛰어난 재능을 지녔음에도 항시 조용했기에 그 존재가 희미했던 남궁화우.

그가 지금 가주와 정면으로 맞서고 있었다.

가주의 장남인 남궁지후의 제왕검형 때문에.

남궁지후를 지지하는 것이 가주가 아닌 남궁화우라는 사실이 우스운 상황이었다.

"네, 네놈이 감히······."

분노에 가득 찬 남궁화현의 눈빛이 당장에라도 남궁화우의 얼굴을 뚫어버릴 듯했다.

"대체 왜 지후의 성취를 인정하지 않고 깎아내리려고만 하는 것이오? 적법한 남궁세가의 대공자인 지후가 소가주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오!"

많은 이들이 궁금히 여기는 것이 남궁화우의 입을 통해 속 시원하게 터져 나왔다.

소가주의 자리를 노릴 수 있는 이들은 현재 경쟁하는 상황이 만족스럽겠지만.

많은 가솔들의 생각은 달랐다.

저렇게 뛰어난 대공자가 있는데 왜 소가주로 삼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었으니.

"소가주에 대한 것은 네놈이 상관할 일은 아니다!"

이제 남궁화현의 머릿속에서 귀빈으로 참석한 공손무외의 존재는 점점 지워지고 있었다.

"혹시 지후가 적법한 대공자가 아니라 그런 것은 아니오이까?"

그런 남궁화현을 노려보며 남궁화우가 외친 말.

쿵!

쾅!

쾅!

이 자리에 모인 남궁세가의 사람들은 마치 머리와 심장에서 폭탄이 터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혹시나 하고 의구심을 가진 이는 있었으나, 감히 입 밖으로 내지 못하던 말.

이십 년 전에 가문에서 떠돌았던 그 소문.

그것을 연회에서 남궁화우가 터뜨려 버린 것이다.

남궁화현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터질 듯 붉게 달아올랐다.

분노에 차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뭣들 하느냐! 당장 저 미친놈을 이 자리에서 끌어내지 않고!"

연회장 주변을 지키던 호위무사들을 향해 격노에 찬 남궁화현의 명령이 터져 나왔다.

가주의 명령이었기에 남궁화우를 향해 주춤주춤 다가가는 무사들.

그러나 일정 간격 안으로는 도저히 접근하지를 못하고 있었다.

당연했다.

남궁화우의 손에 들린 검에는 여전히 검강이 그 시린 빛을 뿌리고 있었으니까.

"당당하다면 소제를 끌어낼 이유가 없을 터. 정말로 그때의 그 소문이 사실이었던 것이오?"

남궁화우가 다시 한번 남궁화현을 추궁하였다.

"거기까지만 하거라. 공손 곡주도 모신 자리에서 추태가 심하구나."

그때 다른 쪽에서 창노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지금껏 조용히 흘러가는 양을 지켜보던 백발의 노인.

남궁현철.

전대 가주의 형이었다.

그는 차가운 눈으로 남궁화우를 노려보았다.

"화우. 너는 네 거처로 가서 머리를 좀 식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전대의 어른이 나섰다.

남궁현철의 조력에 남궁화현의 얼굴에 어린 노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그렇게 남궁화우를 바라보는 이는 남궁현철만이 아니었다.

남궁장철, 남궁호철 등.

전대의 인물들 모두가 마뜩잖은 눈으로 남궁화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하. 하하하! 백부님과 숙부들이 이리 나서시는 것을 보니 이제 확실하군요. 이십 년 전, 그때 그 일에는 숙부들 역시 한 손 거드셨군요."

터져 나온 남궁화우의 웃음소리.

남궁현철의 얼굴이 험악하게 변했다.

"아니, 어쩌면 아버님의 묵인이 있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장자의 승계. 거기에 집착하신 것이 아버님이셨으니."

거기까지 말한 남궁화우의 두 눈이 사납게 변했다.

"아버님께서 장자가 아님을 이유로 핍박했던 숙부님들과 백부님 덕분에요!"

"네 이놈!!"

남궁현철의 입에서 노호성이 터져 나왔다.

"덕분에 아버님은 반드시 장자를 소가주로 만드셔야 했었고, 형님께서 그런 추악한 일을 저지르셨군요. 그깟 장자가 뭐라고!"

"닥쳐라! 지엄한 가법이다!"

남궁현철이 다시 한번 노호성을 내질렀다.

남궁화현의 그 악행의 원인.

그것은 전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남궁화현의 할아버지, 그러니까 전전대 가주 남궁가형은 장자 계승의 원칙을 무시하고 아들 중 가장 재능이 뛰어났던 둘째, 남궁진철에게 가주의 자리를 넘겼다.

남궁가형이 살아있을 때는 잡음이 없었지만, 그가 죽고 난 뒤 여기저기서 잡음이 생겼다.

가법의 장자 승계의 원칙을 들어 남궁진철의 정통성에 대해 문제 삼는 형제들이 사사건건 그의 일에 훼방을 놓았던 것이다.

당시 남궁세가의 천하제일세가라는 위세를 위협하는 연가의 도전을 꺾기 위해 남궁가형이 택한 고육지책이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남궁세가의 세를 위축되게 만든 것이다.

당시 정통성의 문제로 사사건건 간섭을 받았던 남궁진철로서는 어떻게든 장자를 차기 가주로 만들어야 했다.

그것이 남궁화현이었다.

"그 지엄한 가법을 우선시하는 분들이, 형님의 장자인 지후가 소가주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는 어찌 아무 말씀도 없으신 겁니까! 지엄한 가법대로라면 형님의 유일한 장자인 지후가 당연히 소가주가 되어야 하거늘!"

남궁화우의 반박.

그들이 가장 우선하는 가법을 들어 치고 나온 반박에, 순간 남궁현철의 말문이 막혔다.

"이유가 그것이지요. 지후가 적법한 장자가 아니라는 것! 그러니 지엄한 가법을 지키기 위해 지후가 소가주가 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겠지요! 그날의 그 추악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지요. 결국 백부님과 숙부님들도 모든 것을 알고 계셨던 것이로군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방계 가솔들의 얼굴에 의문이 서렸다.

대체 이게 무슨 난리란 말인가.

남궁지후가 적법한 장자라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장자가 적법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혹시······."

나이 든 누군가의 머릿속에 이십 년 전의 그 소문이 떠올랐다.

남궁화우도 이십 년 전을 언급하지 않았던가.

남궁현철은 동생 남궁진철과의 거래를 떠올렸다.

당시 남궁진철은 수상한 소문이 돌던 남궁화현을 소가주로 만들려 했고.

그를 돕는 데에 매력적인 대가를 제시했다.

오직 가주만이 익힐 수 있는 제왕검형의 후반부.

가주 그 자체보다 탐나던 그것.

그리고.

남궁화현 다음의 가주.

자신의 손자들 역시 그 자리에 도전할 자격을 얻었다.

남궁화현이 제왕검형의 성취를 빌미로 직계의 후기지수들도 소가주에 도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또한 그가 얻어낸 것 중 하나였다.

애초에 남궁지후는 소가주가 될 수 없게 판이 짜인 것이다.

지금 남궁화우가 들추려는 것이 공개되면 그 모든 판이 어그러진다.

"뭣들 하느냐! 저 미친놈을 당장 끌어내지 않고!"

남궁현철이 주변을 향해 거친 음성을 토해냈다.

"무엇을 그리 숨기려 하는 겁니까!"

남궁화우의 외침.

"갈!"

남궁현철이 직접 남궁화우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검에 선명히 맺힌 검강.

챙!

두 개의 검강이 부딪히며 선명한 검명이 연회장에 울렸다.

남궁화현이 분노만 토해내면서 남궁화우에게 손을 쓰지 못한 이유.

지금도 그 대신 남궁현철이 직접 손을 쓴 이유.

그들은 알고 있었다.

남궁화현이 남궁화우보다 경지가 낮고 약함을.

수많은 가솔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가주가 막냇동생의 검을 감당하지 못하고 망신당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는 터.

전대의 원로들이 직접 나선 이유였다.

남궁화우는 남궁현철의 검을 막으면서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동생에 비해 재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가주가 되지 못했다지만.

남궁현철만 해도 십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는 기재라는 평을 들었던 인물.

당연히 남궁화우가 감당하기 어려운 고수였다.

전신의 내공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그의 검강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점점 남궁화우의 검강이 그 찬란한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남궁지후와 남궁지유는 긴장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남궁휘는 당장에라도 검을 잡고 뛰쳐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남궁현철만이 아니라 이미 남궁장철, 남궁호철을 비롯한 원로원의 고수들이 검병에 손을 올리고 있는 상황.

저들의 경지를 가늠할 수 있었고.

중과부적이었다.

남궁현철 한 명이라면 감당할 수 있을지언정.

저들 모두가 나선다면.

필패다.

개죽음.

그리고 그 뒤 지유와 지후는 어찌 된단 말인가.

'역시······.'

이래서였다.

이래서 홀로 남궁화현을 찾으려 한 것이다.

어쩌면 남궁화현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생을 다하는 개죽음이 될지도 몰랐지만.

홀로 개죽음을 당하는 것이 아이들을 끌어들이는 것보다 백 배, 천 배 나았다.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 자리에서 여유자작한 사람은 단 하나, 아니 둘이었다.

공손무외와 마진기.

공손무외는 하무백의 실력을 알고 그를 믿었기에 그럴 수 있었다.

마진기는 그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허허로이 있었다.

그 곁에 있는 추동.

그는 연신 은밀히 점괘를 뽑고 있었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과연 그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것이 그의 관심의 전부였다.

허나 나오는 점괘는 죄다 혀 설.

'비, 빌어먹을······.'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그는 오늘 남궁세가 사람들 앞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니까.

점괘가 말하는 것을 실행하지 않았으니, 계속 같은 점괘가 나올 뿐.

아직 때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캉! 캉!

그 사이 남궁현철과 남궁화우의 검은 계속해서 부딪혔다.

누가 봐도 남궁화우가 밀리고 있었다.

이를 악문 남궁화우.

'씨, 씨발. 언제 도와주냐고!'

마음속의 절규.

남궁화우가 오늘 이리 호기롭게 나선 이유.

하무백이다.

그가 분명 도와준다고 했음이니.

그런데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이제 반 각은커녕 반의 반 각도 버티기 힘들 것 같았다.

남궁지유와 계책을 짤 때.

분명 위기 상황에서 하무백이 나서기로 했었다.

설마 원로들까지 이십 년 전의 일에 관여한 줄은 몰랐었지만.

지금.

하무백이 나타나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홀로 개죽음을 당하는 것이다.

아직 남궁세가는 추동의 존재도, 남궁휘의 존재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으아아악!"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뽑아낸 일격이다.

이 일격은 간과할 수 없었던지, 남궁현철이 슬쩍 물러났다.

"헉, 헉헉."

그사이 겨우 숨을 돌리는 남궁화우.

"고작 이 정도 실력으로 그 난리를 피운 게냐?'

남궁현철이 남궁화우를 보며 조소했다.

허나 그도 아주 여유롭기만 한 상황은 아닌 듯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으니.

"그럼, 이제 그만 여기서 나가자꾸나."

남궁현철이 다시 검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곧장 남궁화우를 향해 날아가는 검.

"아니. 나는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군."

그때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

남궁화우 앞을 막아서며 뚝 떨어진 인물.

하무백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인영에 남궁현철은 깜짝 놀랐으나, 검로를 바꾸지 않았다.

앞을 막는 놈이 있으면 꿰뚫으면 그만이라는 생각.

그대로 쏘아져 가는 검은.

챙!

요란한 소리와 함께 막혔다.

묵빛의 검강이 맺힌 검에.

"무슨······."

깜짝 놀란 틈에.

퍽.

주먹이 그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커헉."

신음을 흘리는 사이.

발길질이 그의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퍼억!

그대로 뒤로 날아가며 나동그라지는 남궁현철.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다.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저 사내는 누구이며, 어찌 남궁현철이 저토록 무기력하게 당한단 말인가.

"크으으윽 "

신음을 흘리고는 휘청이며 몸을 일으키는 남궁현철.

"웨, 웬 놈이냐?"

"알 거 없고."

남궁현철의 말을 무시한 하무백의 시선이 남궁화우에게로 향했다.

"하려던 이야기나 계속하지."

얼떨떨한 얼굴을 한 것은 남궁화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타나지 않는다고 속으로 욕을 했던 것이 불과 촌각 전이다.

그런데 이렇게 순식간에 나타나 남궁현철을 저리 만들어 버리다니.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도 이 사실을 믿어야 하나 긴가민가했다.

현실 같지 않았기에.

"뭐해?"

하무백의 재촉.

"어? 아, 아!"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남궁화우.

그가 다시 입을 떼려는 찰나.

"뭣들 하냐! 저 악적을 당장 죽여라!"

남궁현철이 하무백을 가리키며 명령을 내렸다.

순식간에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몸을 날렸다.

원로원의 전대 고수들 역시 검강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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