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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무공교관-258화 (258/312)

258화. 후반부 역시···

그 모습을 지켜본 남궁세가의 사람들은 그 의미를 너무도 잘 알았다.

두 사람의 일대일 생사결.

부모와 자식의 인연.

천륜.

그것이 명분이 된 대결이다.

생사결로 그 결판을 내겠다니.

그야말로 천륜에서 벗어난 일.

하지만 서로 자신이 아비라 주장하고,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

강호의 무림인답게 결국은 검으로 이야기하게 된 것.

가주가 직접 검을 뽑아 들고 나섰다.

이미 제왕창천검진은 깨어진 상태지만, 남아있는 무사들이 쓰러진 동료들을 데리고 자리를 더욱 넓게 벌렸다.

하무백도 피식 웃으면서 한쪽으로 비켜섰다.

추동과 남궁화우, 남궁남매도 하무백과 함께 움직였다.

중심으로 걸음을 옮기는 남궁화현이 그런 남매를 슬쩍 보았다.

그의 두 눈에는 짜증이 어려 있었다.

저 아이들 때문에 이 사달이 벌어졌다는 짜증.

동생 남궁화우를 향한 눈빛에는 자신의 가주 자리를 노리는 반역도를 향한 분노와 경멸이.

그리고 중심에 도달해 자신을 기다리는 남궁휘를 마주했을 때.

남궁화현의 얼굴에 떠오른 감정은.

가소로움이었다.

'운 좋게 살아남았으면, 그렇게 숨어서 남은 여생을 보낼 것이지. 굳이 이렇게 죽여달라고 찾아오다니.'

남궁화현은 자신이 이길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럴 수밖에.

이십 년 전에도 그러지 않았던가.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면 뭐 하나.

익힌 무공에 한계가 있는 것을.

당시 남궁휘는 대연검법으로 자신에게 저항하였지만, 창궁무애검과 제왕검형 전반부를 감당하지 못했다.

한 팔을 자르고, 얼굴을 난자했던 그 검법.

제왕검형.

거기에 더해 분명 단전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혔었다.

그런 놈이 이십 년 만에 나타나 자신에게 검을 겨누었다.

이십 년.

긴 세월이다.

그의 재능이라면 분명 변화가 있었을 터.

허나, 그 이십 년은 남궁화현 자신에게도 똑같이 있었다.

이십 년 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전혀 다른 무인이었다.

고작 대연검법 따위를 이십 년간 수련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남궁화현은 그리 생각했다.

연회장에서, 남궁지후가 남궁지린을 어떻게 꺾었는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남궁화현은 자신의 제왕검형에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후반부도 완숙의 경지에 든 남궁화현.

자신의 재능이 저기 저 건방진 남궁화우나 눈앞의 남궁휘에 비해 모자랄지는 몰라도.

그래도 남궁세가의 가주가 된 자신이다.

그 정도의 능력은 있었다.

남궁화현이 남궁휘를 향해 기수식을 취했다.

제왕검형의 기수식.

남궁휘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기수식.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이십여 년 만에.

마침내.

다시 남궁화현과 검을 맞대게 되었다.

그날.

남궁휘는 절망의 벽을 보았다.

자신이 익힌 대연검법을 아무리 전력을 다해 펼쳐도.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었던 철벽.

제왕검형.

그날 보았던 남궁화현의 그 검을 떠올리며 수련하길 얼마던가.

알고 있는 검법이 대연검법뿐이었기에 오로지 그것만을 파고들었다.

파고들면 들수록, 대연검법 또한 끝이 없음을 깨닫고 계속해서 새로운 경지를 밟아 나갔다.

그리고.

남궁지후에게 대연검법을 가르치면서.

자신 또한 새로운 벽을 넘지 않았던가.

이것이라면.

이십 년 전의 그날과 같은 절망은 없으리라.

남궁휘 역시 기수식을 취했다.

남궁세가의 무인이라면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동작.

대연검법의 기수식.

그 모습을 확인한 남궁화현의 입가에 조소가 걸렸다.

그리고 남궁휘가 기수식을 취하자마자 땅을 박차고 검을 휘둘렀다.

잠시의 틈도 주지 않고 일검에 끝내겠다는 일념으로.

제왕검형의 후반부를 펼치면서 검강을 피워 올린 검으로 남궁휘를 쪼갤 듯 내지른 검.

남궁휘의 검 또한 남궁화현의 검을 향해 움직였다.

역시나 검강이 피어오른 검.

순간 남궁화현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럴 수밖에.

남궁휘의 기도는 절정의 경지에 오른 무인의 그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더욱 우습게 보고 있었으니까.

'검강조차 이루지 못한 경지로 감히 자신에게 덤비다니'라는 생각.

그 생각이 산산이 깨졌다.

'어찌······.'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분명 별것 없는 기도였는데.

갑자기 검강이라니.

이런 일이 가능할 리가······.

있다!

그 역시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기도를 숨길 수 있는 경지가 분명 있다.

'반박귀진······.'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절정의 끝자락, 초절정의 초입에 겨우겨우 이른 남궁화현이다.

아직 초절정의 경지는 밟지 못한 상태.

그런데 초절정에서도 어느 정도의 경지에나 올라야 드는 것이 반박귀진이다.

남궁휘가 그 경지에 들었다고?

겨우 대연검법으로?

대연검법이 남궁세가의 검법이라지만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세가의 검법을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니다.

무공이란 본디 그 한계점이 있는 법.

대연검법은 절대 초절정의 경지에 들 수 없는 무공이었다.

그것이 남궁화현의 상식이었다.

그랬기에 남궁휘가 반박귀진의 경지에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지웠다.

'어디서 기도를 숨기는 잡술을 배웠나 보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남궁화현은 제왕검형으로 남궁휘의 전신 요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흡사 남궁화현이 거대한 한 자루의 검이 된 듯한 모습.

"저것이 후반부······."

남궁지후가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처음 보는 것이었으니.

하무백은 그저 담담히 바라보았다.

'후반부 역시······. 쯧.'

절로 혀를 차게 만드는 모습.

남궁현철이 펼칠 때 혹시나 했는데.

남궁화현이 펼치는 것을 보고 확신했다.

그때 남궁현철이 펼친 검법이 제왕검형 후반부가 맞았다.

다만.

'훌륭한 무공을 겨우 저런 수준으로.'

실망스러운 모습.

무공이 아까웠다.

하무백의 귀에는 제왕검형이 안타까워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런 하무백의 감상과는 무관하게.

남궁화현의 검은 여전히 살벌한 기세로 움직이고 있었다.

남궁휘는 침착하게 남궁화현의 공격을 막았다.

남궁화현은 집요하게 남궁휘의 오른쪽을 노렸다.

한팔이 없는 곳.

좌수검이기에 막기에 더 어려운 곳.

그야말로 남궁휘의 약점이라 할 곳만을 끊임없이 노린 것이다.

그럼에도 남궁휘는 그것을 모두 막아내고 있었다.

대연검법으로.

"이봐. 대연검법이 저런 검법이었던가?"

누군가 옆의 동료에게 물었다.

자신도 대연검법을 익히고 있었기에.

가주가 펼치는 검법은 생전 처음 보는 것이니 분명 제왕검형일 텐데.

대연검법으로 제왕검형을 저렇게 막아낸다고?

이게 말이 되는 모습인가?

그런 생각이 남궁세가 무인들의 머릿속에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남궁화현의 검의 위력은 더욱 강해졌다.

그가 보여주는 검의 형상은 점점 더 거대해졌고, 강기는 더욱 진해졌다.

사방을 뻗어나가는 기세 역시 흉험했다.

그럼에도 남궁휘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대신 그의 검에 맺힌 검강 역시 더욱 진해졌다.

그리고 그의 검의 움직임이 더욱 무거워졌다.

어느 순간.

남궁휘의 검은 대연검법의 검로를 벗어난 움직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대연검법인데, 대연검법이 아닌 것처럼.

그렇게 움직이는 검.

남궁화현은 순간 당황했다.

자신의 제왕검형이 거대한 바다, 망망대해에서 갈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든 탓이다.

"에잇!"

눈앞에 바다가 있다면 모두 부숴버리면 될 일이다.

그것이 핏빛으로 세워진 제왕의 길이요, 제왕검형의 길이다.

그것이 남궁화현의 해석이었다.

그렇게 검으로 바다를 베어나갔다.

그러나 갈라진 곳으로 더 많은 바닷물이 덮쳐 왔다.

베고, 또 베었지만.

바닷물은 계속 채워질 뿐.

남궁화현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그의 검은 더욱 거칠게 움직였고.

쾅!

콰콰쾅!

쿠쾅!

바닥 여기저기가 터져나갔다.

모두 남궁휘가 흘려낸 검격이었다.

"이, 쥐새끼가······."

자신도 모르게 흘려낸 말.

그 말이 신호라도 된 것일까.

남궁휘의 검은 다시 한번 변화를 보여주었다.

지금까지는 끝없이 펼쳐진 대해였다면.

이제는 폭풍이 몰아치는 광포한 바다와 같았다.

남궁화현을 공격해 들어가는 검격.

챙!

캉!

카앙!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남궁화현은 남궁휘의 검을 막기에 급급해졌다.

콰콰쾅!

남궁화현이 미처 막아내지 못한 검격은 주변을 초토화하면서 뻗어나갔다.

"피, 피해!"

근처에 있던 몇몇 무사들이 황급히 몸을 날렸다.

그렇게 거칠고 광폭한 바다의 모습을 보여주는 남궁휘의 검은.

점차 하나의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거대한 하나의 검.

"마, 말도 안 돼······."

누군가가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럴 수밖에.

저런 형상을 이룰 수 있는 검법은.

남궁세가에 분명 존재했으나 아무나 익힐 수 없는 것이었으니.

조금 전 가주 남궁화현이 보여주었던 검 아니던가.

제왕검형의 형상.

저것이야말로 제왕검이 그 형을 보여주는 것.

남궁화현의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찌 아니 그럴까.

눈앞에서 남궁휘가 제왕검형을 보여주고 있었음이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분명 대연검법을 펼치고 있었는데, 검식이 조금씩 변화한다 싶더니, 갑자기 제왕검형이라니.

이런 일 따위······.

남궁화현의 시선이 남궁지후를 향해 획 돌아갔다.

그러고 보니.

연회장에서 남궁지후가 펼친 제왕검형이 그렇지 않았던가.

"네, 네놈이······."

서릿발 같은 눈빛이 남궁지후에게로 향했다.

제왕검형의 비급을 남궁휘에게 전했다는 의심.

애초에 저놈들이 함께 남궁세가에 들지 않았던가 말이다.

선유곡까지 한패가 되어서는.

"제왕검의 형상은 제왕검형의 후반부에서나 가능한 일 아닌가?"

그때 하무백이 담담하게 물었다.

낮은 목소리였으나.

내공을 실었기에.

모든 사람의 귀에 똑똑히 박혀 들었다.

그랬다.

후반부를 완성해야만 보일 수 있는 형상.

제왕검의 형상.

그것이 제왕검형.

남궁지후가 가져간 비급은 전반부에 불과하다.

그걸로 남궁휘가 저런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

그렇다면 이건 대체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제왕검형의 후반부를 알고 있는 이는 자신뿐이다.

아니, 아버지와 은밀한 거래를 한 숙부들 역시 알고 있겠지만 그들이 남궁휘에게 그것을 흘렸을 리는 없었다.

애초에 저 빌어먹을 놈이 살아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지 않았던가.

저놈이 저 거대한 검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뜻.

그런데 눈앞에 당당히 떠올라 있는 제왕검.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고작해야 대연검법만을 익히고 있는 저놈이 제왕검형이라니.

"말도 안 된다! 빌어먹을!"

재능.

그놈의 재능.

그것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어찌 배우지도 않은 무공을 펼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울분이 가득 실린 검이 남궁휘를 향해 날아갔다.

거대한 제왕검이 붉게 물들었다.

그런 남궁화현의 제왕검을 맞는 것은 남궁휘의 바다를 닮은 푸른 제왕검.

두 개의 검의 형상이 허공에서 그대로 부딪혔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하고 요란한 소리가 하늘을 찢어발겼다.

한 번의 격돌로 끝나지 않았다.

"크윽."

남궁화현이 작은 신음을 흘렸다.

두 번.

무시무시한 압력이 사방에서 남궁화현을 옥죄었다.

세 번.

남궁휘의 제왕검이 짙푸른 빛을 뿌렸다.

네 번.

남궁화현의 붉은 제왕검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제왕검은 계속해서 서로를 향해 살벌한 공격을 이어갔고.

격돌이 계속될수록.

붉은빛의 제왕검이 점차 희미해졌다.

그리고.

다섯 번째의 격돌에서.

마침내.

붉은 제왕검은 사라졌고.

서걱.

남궁휘의 검이 남궁화현의 오른팔을 잘랐다.

푸하학!

붉은 피가 허공으로 흩뿌려졌다.

"크윽."

남궁화현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오고.

남궁휘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이제 남궁화현에게 보이는 것은 캄캄한 하늘과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는 저놈의 검형뿐.

그대로 남궁화현의 얼굴로 향해 파도치는 검.

순식간에 남궁화현의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얼굴 가죽이 당장에라도 벗겨질 듯, 난자당한 남궁화현.

얼굴을 뒤덮은 피 때문에 눈도 제대로 뜨질 못했다.

탐욕이 가득 찬 피.

그것이 두 눈을 가려 이젠 하늘도 보이지 않았다.

그다음.

마지막으로 남궁휘의 검이 노리는 곳.

그곳은 남궁화현의 심장이었다.

이 대결은 생사결.

지는 자의 목숨은 없었다.

설혹 남궁세가의 가주라 할지라도.

이렇게 그를 죽인다면, 남궁세가가 분노할지도 모른다.

허나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이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지 않았던가.

하무백의 무위를.

그라면 적어도 두 아이는 지켜줄 수 있으리라.

지난 악연은 자신의 손으로 끊을 것이니.

두 아이의 앞길에는 행복만이 있기를.

그리 생각하며 최후의 일검을 남궁화현의 심장을 향해 날리려는 순간.

[죽이면 안 되네!!]

공손무외의 전음이 남궁휘의 귀를 때렸고.

검로가 바뀌었다.

푹!

남궁화현의 단전에 박힌 남궁휘의 검.

생사결은 끝났다.

남궁휘의 승리로.

남궁세가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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