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하제일 무공교관-261화 (261/312)

261화. 한잔하려는가?

단전의 내공을 폭주.

스스로의 단전을 터뜨리면.

순간적으로 어마어마한 위력이 터져 나온다.

본신의 내공을 전력으로 뽑아냈을 때의 수 배의 위력이 일순간에 폭발하는 것이다.

이것이라면.

저 빌어먹을 괴물은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저 씹어먹을 년놈들은 충분히 데려갈 수 있을 터.

남궁현철은 목숨을 버려 폭주시킨 어마어마한 내공으로 제왕검형의 최후 절초를 펼쳤다.

짙은 남빛의 제왕검의 형상이 거대하게 떠오르는가 싶더니.

쿠콰콰콰쾅!!!

남궁현철의 몸이 터져 나감과 동시에 사방으로 짙은 남빛의 제왕검이 폭발해 터져 나갔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위력!

그 폭발에 남궁화현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공을 잃은 그에게까지 여파가 미친 것이다.

그뿐 아니다.

사방에 쓰러져 있는 남궁세가의 무사들까지 휩쓸어가고 있었다.

특정한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사방으로 거칠게 몰아치는 노도와 같은 폭발.

남궁지유, 남궁지후 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이 목표였지만, 거대한 폭발의 범위는 넓었다.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후우. 끝까지 귀찮게 구는군."

하무백이 담담히 중얼거리고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휘둘렀다.

정말로 가볍게 휘둘렀다.

장난처럼.

아무것도 아닌 듯이.

그 누구도 몰랐다.

저 가벼운 움직임이.

실제로는 무극여의팔절검해의 사절, 쇄혼(碎魂)임을.

검에서 가볍게 살랑거리듯 불어 나온 기운이 순식간에 그물처럼 펼쳐져 남궁현철이 터뜨린 폭발을 모두 끌어안았다.

그 후 한 점으로 모아서는.

파사삭.

흔적도 없이 부숴 버렸다.

그야말로 영혼을 부숴 없애는 것처럼 완벽한 소멸.

일순간의 일이었다.

어마어마한 그 폭발이 단번에 소멸해 사라졌다.

이게 대체······.

하무백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검을 검집에 꽂았다.

이제 다 끝났다.

더 이상 하무백이 검을 휘두를 일이 없었다.

이들을 공격하려는 모든 이들을 처단하거나 무력화시켰다.

하나둘 고통에서 벗어나는 남궁세가의 무사들.

일부 몇몇은 마혈도 풀렸는지 비틀비틀 움직였다.

그러나 감히 다시 하무백에게 덤비지 못했다.

그저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하무백 일행을 바라만 볼 뿐.

남궁화우는 두 눈을 끔뻑거리고 있었다.

설마.

남궁세가가.

단 한 명의 무인에게 패하다니.

그것도 팽가의 경우와 같은 유격전도 아니었다.

정면승부였다.

남궁세가와 하무백의 정면 승부.

무참하게 박살이 난 남궁세가.

완벽한 패배였다.

단 한 명의 무인에게.

하무백.

그는 과연 사람인가?

괴물인가?

괴물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런 존재가 눈앞에 있었으니.

자신의 세 치 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무백이 남궁휘를 돕겠다고 선언한 순간, 이미 일은 모두 끝났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때 끝난 것이다.

남궁화우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와 남궁휘 앞에서 떠들었던 말과 약속이 떠올랐다.

갑자기 목이 서늘한 느낌이다.

'기필코, 반드시 지켜야 한다.'

다시 한번 다짐하는 남궁화우.

뚜벅뚜벅.

마른침을 꿀꺽 삼킨 남궁화우가 중심으로 걸음을 옮겼다.

"모두들 남궁화현의 치졸한 모습을 잘 보았을 것이라 생각하오. 생사결에 패하였음에도 인정하지 않고, 제왕청천검의 명을 발동하여 세가를 위기로 몰아넣은 그의 행동!"

남궁화우의 말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사람들은 그저 그의 말을 들을 뿐이다.

"이미 모든 일은 끝났다 생각하나, 그래도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 하는 한 가지. 남궁지유와 남궁지후의 아비가 누구인가 확인하는 것이오!"

"시끄럽다! 그딴 게 가능할 리가 없어! 없다고! 추동 저놈도 그건 불가능하다고 했단 말이다!"

남궁화현은 최후의 최후까지 발악했다.

처음에 부인하던 추동과의 접촉을 인정하면서까지 말이다.

"아니, 가능한 방법이 있어요! 그러니 확실히 증명해야지요!"

그 때 한 발 앞으로 나서서 외치는 남궁지유.

남궁화현이 벌게진 눈으로 그런 그녀를 노려보았다.

"닥쳐라! 딸년이 감히 이리 아비를 능멸하느냐!"

"당신이 제 아비인지 아닌지, 확인해야지요! 확실하게!"

남궁지유가 지지 않고 맞섰다.

세가의 무인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차피 지금 밝혀진 것은 당시 일을 겪은 사람들의 증언뿐, 물증이 없어요. 그러니 가주도 저렇게 저항하는 거죠. 그러니, 확실히 증명할 필요가 있어요. 방법이 없으면 모르되, 방법이 있으니까요!"

남궁지유의 외침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남궁세가의 사람들.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모든 것이 깨끗이 증명되기를 원하는 모습이다.

그 모습에 남궁지유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그 끝에는 공손무외가 있었다.

남궁지유의 시선을 받은 공손무외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본 곡주가 잠시 참견하겠소이다. 마침 본 곡의 술법사 중 친자를 판별하는 술법을 펼칠 수 있는 이가 있소이다."

공손무외의 시선이 죽립을 쓴 마지막 인물에게로 향했다.

죽립을 벗는 마진기.

"마진기라 하외다."

그 모습을 보는 남궁화현의 두 눈이 부들부들 떨렸다.

"모두 한통속이었구나. 한통속이었어. 빌어먹을 놈들."

분노에 찬 음성이 흘러나왔으나 누구도 듣지 않았다.

대신 사람들의 시선이 마진기에게로 향했다.

그는 순식간에 술법진을 만들어냈다.

두 개의 작은 홈이 파인 술법진.

"이곳에 아비와 자식으로 추측되는 이들의 피를 넣으면 되오이다. 시험해 보고 싶은 이가 있소이까? 납득할 때까지 얼마든지 검증할 수 있소이다."

마진기의 물음.

마혈이 풀린 무인들 중 꼭 닮은 외모의 두 사람이 나왔다.

누가 보더라도 부모와 자식처럼 보였음이니.

각자의 피를 떨어뜨리고.

마진기가 간단한 술법의 주문을 외우고.

각기 다른 곳에 떨어진 피가 흘러 한곳에서 합쳐졌다.

허나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부모자식 간이 아닌 게로군."

닮은 외양과는 다른 결과다. 마진기는 확신을 담아 말했다.

그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그렇습니다. 이 아이는 제 조카입니다."

술법에 자원한 중년의 무인은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다음에 나온 두 사람.

같은 과정을 거쳤고.

두 사람의 피가 합쳐지자.

술법진이 은은한 빛을 발했다.

"부모와 자식이로고."

마진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사람들 사이에 낮은 감탄이 흘러나왔다.

정확히 맞춘 것이다.

이번에는 딱히 닮지 않은 외양의 두 사람인 탓이다.

"제 아들이 외탁을 했지요."

아비가 그리 말하며 웃었다.

이제 사람들의 시선이 남궁지유와 남궁지후, 그리고 남궁화현에게로 향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남궁화현.

"그럴 리 없다! 말도 안 되는 일! 사술이다! 선유곡이 사술에 손을 댄 거야!"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과연 그가 남궁세가의 가주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저열한 모습.

그러나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무백이 저벅저벅 그에게 다가갔다.

순식간에 옴짝달싹도 못 하는 남궁화현.

하무백은 간단히 그의 팔에서 피를 냈다.

가볍게 흩뿌리자 진법에 떨어지는 남궁화현의 피.

남궁지후가 피를 떨어뜨렸고.

술법진을 발동했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것은 남궁지유 역시 마찬가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친자식이 아니라는 의미.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으으. 으으으."

남궁화현이 몸을 벌벌 떨며 신음을 흘렸다.

이제는 남궁휘의 차례.

사람들은 이미 그가 남궁지후와 남궁지유의 아비임을 인정하는 분위기.

그럼에도 남궁휘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채로.

피를 떨어뜨렸다.

남궁지후 역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버지임을 확신하고 있지만.

이미 추동의 말만 들어도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 한 걸음의 검증.

남궁지후가 피를 떨어뜨렸고.

술법진은 빛을 발했다.

모두가 똑똑히 그 빛을 지켜보았다.

남궁지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것은 남궁휘 역시 마찬가지.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확인해 주는 술법진의 빛.

"아, 아버지······."

남궁지후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마디.

"지후, 지후야."

두 사람은 꼭 안았다.

다음은 남궁지유의 차례.

그녀 역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채, 피를 떨어뜨렸다.

역시나 다시 한번 빛을 발하는 술법진.

똑. 똑. 똑.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지난 세월의 설움을 씻어내는 듯한 눈물이다.

"아버지··· 흑······."

참았던 울음이 터지는 순간.

남궁휘가 그녀를 꼭 안아 주었다.

"지유야······."

어느새 다가온 남궁지후까지.

드디어 확인한 한 가족이 서로를 꽉 끌어안았다.

흐느낌은 어느새 하나에서 셋으로 늘어났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는 세 사람.

그 모습을 바라만 보는데도 눈이 시큰거리는 사람들이 있는지 슬며시 고개를 돌리는 이도 있었다.

밤하늘의 달빛이 그런 세 사람을 따뜻하게 비췄다.

모든 것이 증명되었다.

다른 이로 하여금 제 부인들을 회임시키고 자식을 얻은 것.

모든 세가 사람들을 속인 것.

그것만으로도 남궁화현에게 가주의 자격이 없었으니.

원로원은 모두 죽었다.

여섯을 제외하고는.

방계라고는 하지만.

그들 역시 원로의 자격이 있는 이들.

그들의 승인하에 남궁화현은 가주의 자리를 잃었다.

공석이 된 남궁세가의 가주.

그 자리는 차차 주인을 찾아야 할 터.

오늘 밤.

너무나도 큰일이.

너무나도 많은 일이.

남궁세가를 덮쳤으니까.

남궁화현은 그대로 유폐되었다.

하무백 일행은 접객원으로 돌아갔다.

남궁지유와 남궁지후 역시 함께였다.

그렇게 남궁세가의 새로운 밤이 지나가는 듯했다.

***

피곤에 지쳐 모두가 깊이 잠은 밤.

하무백은 조용히 방을 빠져나왔다.

그가 향한 곳은 남궁세가 가주전의 지붕.

그곳에서 한 사내를 만났다.

"이제는 엿보는 취미도 생긴 거요?"

하무백의 물음에 사내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엿보다니. 내가 있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지 않았던가?"

돌아오는 대답.

하무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애들이 맹주 찾는다고 정신이 없겠소이다?"

하무백의 물음에 다시 한번 싱긋 웃는 이.

달빛에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정천맹주 소휘웅.

그가 남궁세가에 와 있었다.

그것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몰래.

"자네가 있을 적에는 이런 잠행 따위는 꿈도 꾸지 못했음이니. 이런 재미도 있어야지."

소휘웅이 지붕에 풀썩 주저앉았다.

하무백도 맞은편에 그대로 앉았다.

"한잔하려는가?"

품에서 튀어나오는 작은 술병.

"기분이 좋아 보이오?"

"당연하지. 아주 좋아."

그의 표정은 현 남궁세가의 상황과는 정반대로 밝기 그지없었다.

"쯧. 무흔이 녀석이 분 게요?"

"그럴 리가. 그 친구는 나보다 하무백에게 충성하는 친구 아닌가?"

"퍽이나."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리는 하무백.

"남궁세가가 박살이 나서 아주 기쁜 모양이오."

하무백의 비아냥에 소휘웅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고 말고. 당연하지. 어차피 이럴 것을 내가 말할 때 그냥 박살을 냈으면 좋았잖은가."

소휘웅이 기쁜 한 편으로는 아쉽다는 듯 말했다.

"맹주의 발목을 잡는다는 이유로? 그러면 백도회, 그들과 다를 게 무어요?"

하무백의 물음.

소휘웅은 당당히 말했다.

"썩어가는 강호를 구하는 일이지. 그들과 같은 게 아니야."

고개를 저으며 담담히 말하는 소휘웅.

"하면 신진팔문은 썩지 않았다는 게요?"

하무백의 물음에 당당히 고개를 끄덕이는 소휘웅.

"글쎄올시다. 내가 본 것은 좀 다르더군."

하무백은 정천맹을 떠나, 교룡관에서 본 것들을 떠올렸다.

처음.

연하민을 희롱하고 추행했던 놈.

한평.

그놈은 도림에서 교룡관으로 파견한 교관이었다.

그것도 단천참마도까지 익힌.

단순히 신진팔문이 아니라, 소휘웅의 사문.

그곳의 제자가 교룡관에서 그딴 사파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단천참마도를 익힌 놈이 교관이랍시고 여생도를 추행하고 희롱하더이다."

하무백이 담담히 말했다.

그 말에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소휘웅.

"대업을 이루려면 작은 흠결 따위는 무시해야 하는 법."

"그 작은 흠결부터 썩어들어가기 시작하는 건지 모르오?"

"해서 아무 이유 없이 부당하게 좌천당했던 것은 괜찮고?"

하무백의 물음에 물음으로 답하는 소휘웅.

물끄러미 소휘웅을 바라보는 하무백.

어찌 괜찮을까?

그래서 이유를 만들어 주지 않았던가.

"나는 이제 모르겠소. 맹주가 바라는 강호가 어떤 모습일지."

하무백의 말에 소휘웅은 그저 피식 웃으며 술병을 입으로 가져갔다.

"상관없네. 내가 바라는 강호는 내가 만들어 갈 테니. 어차피 맹으로 돌아올 생각도 없잖은가?"

소휘웅의 말에 하무백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는 모르네. 전쟁 중에 선봉에 나서 죽으라고 맹주 자리에 앉힌 자의 심정을. 백도회 놈들이 괜히 내가 맹주가 되는 것을 그냥 두었겠는가?"

그리고 소휘웅은 백도회의 예상을 깨고 두 번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살아남았다.

천하제일인이라는 위명과 함께.

백도회의 계산이 틀어지는 순간이었고.

그때부터 시작된 소휘웅과 백도회의 싸움.

힘으로 압도하기 위해 하무백을 움직여 보려 했으나.

하무백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검이 향하는 곳은 오직 마교와 혈교뿐.

그래서 힘든 암투를 벌이는 가운데, 하무백이 좌천을 당했다.

헌데 그것이 전화위복이 될 줄이야.

하무백이 교룡관으로 간 이후.

팽가.

연가.

종남.

세 곳이 그의 손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팽가와 종남은 가주와 장문인이 바꿜 정도.

오늘 거기에 더해 남궁세가 마저.

덕분에 백도회의 힘이 많이 약해졌다.

"어쨌든 자네 덕을 많이 보고 있어. 앞으로도 잘 부탁함세."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소휘웅.

하무백이 얼굴을 찡그렸다.

"이왕 맹을 떠난 것. 자네는 자네가 바라는 강호를 위해 살아가 보게나. 내가 바라는 강호는 내가 만들 터이니."

그 말을 남기고 소휘웅은 사라졌다.

정천맹주다운 움직임.

그가 왔다 간 것을 남궁세가의 그 누구도 느끼지 못했으니.

하무백은 물끄러미 소휘웅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내가 바라는 강호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