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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무공교관-278화 (278/312)

278화. 그냥 귀환해라

의문 가득한 시선으로 하무백을 바라보는 공야휘연.

굳이 지금 칠채봉환을 차야 할 이유를 모르는 것이다. 하무백의 기세에 휘말려 시키는 대로 하기는 했지만.

"애초에 칠채봉환을 사용한 이유가 뭐지?"

돌아온 것은 하무백의 물음이었다.

"그··· 사파인 걸 숨겨야 하고, 또······."

"사해련의 추적도 피해야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공야휘연.

"사파인 걸 숨겨야 한다."

하무백이 이어서 말했다.

"소림승들이 무창에 들어왔으니까."

"헙."

깜짝 놀란 공야휘연.

사파이기에.

사해련주의 손녀이기에.

알고 있었다.

소림사가 사파를 얼마나 적대하는지.

갑자기 그들이 왜 무창으로.

자신 때문일 리는 없었다.

그 누구도 자신의 정체는 몰랐으니까.

칠채봉환을 빼기 전에는 저 하무백조차도 자신의 정체를 모르지 않았던가.

"내가 사파 쪽이랑 사이가 나쁘지 않아."

하무백의 말에 공야휘연의 시선이 다시 그에게로 향했다.

"그래서 사해련주가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손녀 찾는 걸 도와달라고 사람을 보낸 모양이야. 나한테. 무창으로."

그 말에 공야휘연의 두 눈이 잘게 떨렸다.

결국은 자신 때문이었다.

"어찌할 거냐?"

하무백의 물음.

그녀의 시선이 땅으로 향했다.

"칠채봉환이라면 소림승들도 너를 찾지는 못하겠지. 다만······."

하무백의 시선이 그녀의 활로 향했다.

사일자뢰궁.

평범한 외양에 알아본 이가 없는 모양이지만.

사도십병(邪道十兵) 중 하나다.

사파를 대표하는 열 개의 신병.

그런 만큼 병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사기(邪氣)도 상당했다.

소림승들이 그걸 놓칠 리 없었다.

그들이 익히고 있는 반야보리심안.

귀찮은 안공이다.

함께 마교와 혈교를 상대할 때는 참 편리한 안공이었는데.

'누가 왔느냐가 중요하겠군.'

반야보리심안의 경지에 따라 사일자뢰궁을 알아볼 수도 못 알아볼 수도 있었으니까.

"이걸 알아본다고요?"

하무백의 눈길을 따라가다가 자신의 사일자뢰궁을 본 공야휘연이 깜짝 놀랐다.

생긴 것은 정말로 평범한 활이다.

외양만 가지고는 절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하무백이 알아본 것도 신기했지만.

하무백이니까 그냥 수긍이 되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반야보리심안. 들어는 봤을 테지?"

그제야 입을 벌리고 고개를 끄덕이는 공야휘연.

"어찌할 거냐?"

다시 묻는 하무백.

그제야 공야휘연은 얼굴이 심각하게 굳었다.

고민이 가득한 얼굴.

"그··· 이걸 바로 알아볼까요?"

조심스레 묻는 공야휘연.

하무백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깊은 한숨을 쉬는 공야휘연.

"잠시 떠날게요."

"맹룡대는 휴관기가 없다."

돌아온 하무백의 대답.

아니 그러면 어쩌라는 것인지······.

"그러니 퇴관을 해야지."

그건 싫은데.

공야휘연의 얼굴에 대번에 그런 표정이 떠올랐다.

하무백은 가급적이면 이 길로 그녀가 사해련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동투제에서도 우승할 거거든요."

그녀의 대답에 하무백이 눈살을 찌푸렸다.

"동투제에서 내공을 사용하면 그 때는 사파인 걸 알아보는 이들이 많을 텐데?"

슬쩍 시선을 돌리는 공야휘연.

"그리고 네 실력으로는 절대 우승 못 해."

하무백이 단정하듯 말했다.

다시 하무백을 향하는 그녀의 시선.

절정의 경지에 든 남궁후가 있었다.

그가 출전한다면 당연히 우승은 그의 차지다.

다른 맹룡대 생도들의 앞으로의 경지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공야휘연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냥 귀환해라."

하무백이 단정적으로 말했다.

천하제일인의 확신.

지금까지의 그녀라면 그 확신을 믿고 포기했으리라.

그녀에게 있어 천하제일인이란 그런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너무도 강력한 확신에 오히려 반발심이 들었다.

"일단 잠시 떠나있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공야휘연은 그 길로 자신의 짐을 챙겨 사라졌다.

하무백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나. 이것들은 순순히 말을 듣는 놈들이 없어."

푸념.

그럼에도 어쩔 수 없었다.

퇴관하지 않겠다고 하니.

결국은 저 녀석도 자신의 생도다.

맹룡대 전체를 훈련 시키는 이상, 이제 맹룡대가 전부 자신의 생도인 셈이니.

"귀찮게. 쯧."

***

목란산에서 무창까지는 대략 백팔십 리.

다섯 시진을 쉬지 않고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 거리였다.

팽도율은 빠르게 말을 달려 지나갔다.

그렇게 도착한 무창.

오후 무렵이었다.

말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거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팽도율은 말을 맡기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가 향하는 곳은 당연히 다림다루.

소림승들이 무창에 왔다면 머물 곳은 그곳임이 뻔했으니까.

허나 그곳에 소림승은 아무도 없었다.

다루의 루주인 공지덕만 팽도율을 맞이할 뿐.

"팽 관주께서 누추한 본 다루에는 어떤 일이신지요?"

"소림에서 손님들이 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이리 찾았습니다."

"사숙과 사형제들은 무창을 둘러보러 출타 중이십니다."

공지덕의 대답에 팽도율의 두 눈이 빛났다.

아직 일이 크게 틀어지지 않은 것 같았기에.

"하면 차후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헛걸음하시게 하여 죄송합니다. 관주. 사숙께서 돌아오시면 말씀 전하겠습니다."

그리 아무런 소득도 없이 팽도율은 다림다루를 떠났다.

허나 소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공 루주가 사숙이라 했으니 연자배에서 왔군. 그리고 아직 그를 찾지 못했어.'

찾았다면 지금 무창을 둘러보고 있을 이유가 없었음이니.

'곧 나를 찾아오겠군.'

당연한 생각의 수순이다.

그들은 지금 사파의 무인을 찾아 무창에 온 것이다.

어디서 정보를 얻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파의 전령으로 온 무인을 만났던 이는 자신이다.

허니, 무창에서 그를 찾지 못한다면 당연히 자신을 찾게 되는 수순인 것이다.

'어제 들어왔다고 했으니. 내일쯤이려나.'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채 팽도율은 교룡관으로 돌아갔다.

***

이른 아침에 출발한 생도들은 늦은 밤 무렵이 되어서야 무창에 들어갈 수 있었다.

소림승들은 그때까지도 무창 곳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반야보리심안을 운용한 채로.

덕분에 하나둘 지쳐만 갔다.

하루 종일 내공을 사용하는 안법을 운용한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으니.

빈민가 곳곳을 누비고 다녔지만 오늘도 성과는 없었다.

그렇게 다림다루로 돌아가는 길.

교룡관을 향해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는 생도들과 조우했다.

"응?"

그들을 무심하게 바라보던 소림승들.

그중 연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전히 안공을 운용 중인 그의 눈에 미약하게나마 사기가 보인 것이다.

생도 몇몇의 몸에서 희미한 사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곧 사라질 듯 미약한 사기다.

저건 생도들에게서 흘러나오는 사기가 아니다.

어디에서 묻은 것이다.

연진이 걸음을 멈췄다.

"왜 그러십니까? 사숙."

제자들의 물음에.

"단서를 찾은 것 같구나."

반야보리심안의 경지가 낮은 제자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오직 연진의 눈에만 보였다.

연진이 생도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갑자기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승려들의 움직임에 움찔하는 생도들.

그들을 인솔하던 교관들이 앞으로 나섰다.

"어디에서 오신 고인들이신지요?"

잠룡대의 교관이었다.

"아미타불. 소승 소림의 연진이라 하오만."

정중한 연진의 소개에 잠룡대 교관은 깜짝 놀랐다.

그 역시 구파일방 출신.

게다가 소림의 연자배라면 그보다 배분도 높았다.

"점창의 제자가 소림의 연진대사를 뵙습니다."

포권을 하며 정중히 인사를 건네는 교관.

연진은 그 모습에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정파를 지탱할 이들의 모습에 절로 기분이 좋아진 탓이다.

더불어 분노도 일었다.

정파 무림 동량의 몸에 사기가 묻어 있었으니.

"헌데 대사께서는 어쩐 일이신지······."

교관이 조심스레 물었다.

"아미타불. 무림의 미래를 책임질 동량들의 몸에서 사기가 보였기에 부득불 이리 왔습니다."

연진의 말에 교관은 깜짝 놀랐다.

사기라니.

어찌 그것이 교룡관 생도들에게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이들은 목란산에서 하투제를 치르고 귀환하고 있을 뿐인데.

허나 사기를 알아보는 데 있어서 소림은 독보적이었다.

거기에 연자배의 대사가 저리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하고 있으니.

"누, 누구입니까?"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연진은 그리고 몇몇 생도들을 지목했다.

연진의 손에 끌려 나온 생도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공야휘연의 화살에 탈락한 이들이라는 점.

사일자뢰궁으로 쏜 화살이었기에, 화살에 미약하게 담겼던 사기가 생도들의 몸에 희미하게 남아 있었던 것이다.

어지간한 소림승이라면 절대 알아보지 못할 양이었다.

그것을 연진은 알아본 것이다.

"혹여 이 시주들에게 공통점이 있을까요?"

허나 그 교관은 알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잠룡대, 와룡대, 맹룡대의 생도들이 골고루 섞여 있었으니까.

"죄송합니다. 대사님. 이 생도들에게 공통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흠."

머리를 갸웃거리는 연진.

이 수많은 생도 중 십여 명의 생도에게만 사기가 묻어 있다.

그렇다면 분명 이들만의 공통점이 있을 터인데.

무복만 보아도 이들이 다른 소속임을 알 수 있으니.

연진의 이마에 주름이 생기려는 찰나.

"저······."

생도 중 누군가가 조심스레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저희 셋은 화살을 맞아서 탈락했습니다."

잠룡대 생도였다.

그의 말에 다른 생도들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어서 입을 연다.

"저도 화살을······."

"저도······."

그렇게 모두 이야기하니 공통점이 나왔다.

이들이 모두 화살을 맞고 탈락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화살이 문제이겠군.'

뻔히 보였다.

"활을 사용한 시주가 몇 명이었을까요?"

연진이 잠룡대 교관을 향해 물었다.

"한 명이었습니다. 맹룡대 생도 한 명."

"흐음."

없다.

아무리 살펴도 사기가 깃든 물건이나 사기를 지닌 사람이 없었다.

"그 시주가 이곳에 없습니까?"

연진의 물음에 교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번 하투제 우승자입니다. 올해는 하룻밤을 보내고 오늘 새벽에야 결과가 나온지라······. 하투제가 있었던 목란산 인근에서 하루 휴식 후 내일쯤 복귀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합장을 한 연진이 물러났다.

포권으로 인사를 한 교관은 다시 생도들과 이동했다.

제자들에게 돌아온 연진.

"지금 바로 목란산으로 간다."

"알겠습니다."

소림승들은 오히려 무창 밖으로 나왔다.

'맹룡대, 맹룡대. 그럴 수 있겠군.'

연진은 목란산을 향해 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맹룡대가 어떤 곳인지는 연진도 잘 알았다.

산월마림의 고기방패.

그런 만큼 자격 제한이 없이 누구나 입관이 가능한 맹룡대.

사파라도 아마 무난하게 들어올 수 있었으리라.

교룡관에 소림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소림 속가제자 한둘 정도만 교관으로 있을 뿐이다.

그들은 반야보리심안을 익히지 않았고.

그러니 사공을 익힌 사파의 무인을 걸러낼 수 없었을 터.

그래도 의문이 남았다.

사파의 무인이 굳이 왜 맹룡대에 들어왔으냐.

그리고 화살에 사기가 묻어 흔적이 남을 정도면 상당한 경지다.

그 정도 경지면 아무리 반야보리심안이 없다 하더라도 능히 사공이나 사기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을 터인데.

아무도 그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만나면 알게 될 터.'

달리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리는 연진.

가만히 생각하니, 맹룡대의 생도는 자신들이 찾는 이가 아니어서다.

자신들이 찾는 이는 교룡관을 찾은 사해련의 무인이다.

관주와 만나기도 했다는.

하지만 맹룡대의 생도라니.

'생각보다 사파의 악적들이 은밀히 더 깊게 들어와 있는 것인지도······. 아미타불. 불존이시여, 부디 굽어 살피소서.'

목란산을 향해 경공을 펼쳐 우르르 달려가는 소림승들.

해평소는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일단의 무리들.

그들이 소림승들이라는 것은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기에는 너무 멀었으니까.

다만.

그들을 본 순간 다시 한번 등줄기가 쭈뼛 섰다.

'저 자들 때문이었군.'

자신의 육감이 전한 경고.

그 원인을 발견한 것이다.

무창을 바라보는 해평소.

괜찮았다.

육감이 조용했다.

해평소는 은밀히 무창을 향해 접근했다.

육감에 최대한 집중하면서.

그렇게 조심스레 무창에 다시 들어간 그는 교룡관의 담을 넘었다.

여기까지도 괜찮았다.

더욱 조심스레 관주각으로 향했다.

마침 주변을 산책하는 팽도율이 보였다.

[관주님.]

그를 향해 전음을 보냈다.

팽도율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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