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하제일 무공교관-287화 (287/312)

287화. 태초라···

다섯 조각 중의 한 조각.

천마신공.

그것만으로도 능히 천하를 오시할 수 있는 절대무공이었다.

다섯 조각이라고 하였지만, 가장 큰 조각이었다.

천하에 무서울 것이 없는 무공이었고, 두 번 정도 강호를 발 아래에 두기도 했다.

천마신공에 변화가 생긴 것은 이백 년 전이었다.

허무의 조각 하나를 찾아서 회수한 것이다.

회수한 조각을 천마신공에 합치려 했으나 요지부동.

그렇게 다시 백 년이 흘렀을 때.

당대의 교주가 한 조각을 찾아냈다.

천마신교의 역사 속에서도 천재 중의 천재라 기록되었던 교주.

제갈무군.

성에서 알 수 있듯이 제갈세가 출신이었다.

세가의 배반자로 낙인찍혀 천마신교에 입교하였고, 그 뛰어난 능력으로 결국 교주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당시가 제갈세가 최악의 암흑기였다.

제갈무군은 자신이 찾아낸 조각이 허무의 조각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허무공을 파고들어, 태초육신공의 존재를 깨닫게 되고, 그 존재를 기록에 남겼다.

마교 교주들이 태초육신공을 알고 있는 연유였다.

석천경은 역대 교주를 순서대로 살피던 중.

제갈무군이 남긴 기록에 이르렀을 때.

더욱 자세히 살폈다.

허나 그가 놓친 것은 없었다.

알고 있던 내용.

태초육신공에 대한 내용뿐이었다.

"제갈 조사의 기록에 다른 것이 더 없는 건가······."

아쉬운 마음에 다시 한번 더 살폈다.

없었다.

"후우."

깊은 한숨.

"이분이라면 분명 무언가를 남기셨을 것 같건만."

천고의 기재이자 천재 중의 천재.

마교팔대심공 중 두 개가 제갈무군이 창안한 것이었다.

그 이전에는 마교육대심공이었으니.

거기에 생각이 미치는 순간.

석천경은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수라뇌령귀원심법을 운용했다.

그 순간.

우우우우웅.

반응이 있었다.

제갈무군이 직접 써서 남긴 기록.

그 서책에서 은은한 빛이 쏟아져 나오는 듯했다.

석천경은 다시 서책을 펼쳤다.

기존의 글 위에 희미하게 다른 글이 보였다.

본능적으로 내공을 눈에 집중했다.

그러자 또렷이 보이는 새로운 글자들.

석천경은 그 내용에 빠져들어 갔다.

꼼짝도 않고 그렇게 반 시진의 시간을 보냈다.

"허어······."

깊은 한숨.

"이걸 어이해 이리 안배해 두셨단 말인가······."

탄식과 환희가 뒤섞인 말이다.

이리 숨겨두지 않았다면 지난 전쟁에서 천마신교가 패하지 않았을 터인데.

지금이라도 찾았으니, 다시 무림을 천마신교 발아래 둘 수 있겠구나.

그런 복잡한 심경이다.

"태초. 태초라··· 수라뇌령귀원심법의 귀원(歸原)이 그것이었다니."

태초육신공의 조각이지만, 허무의 조각은 아니었던 것.

그것의 정체를 알아내려 파고든 과정에서 제갈무군은 태초육신공에 대한 단초를 잡았다.

그리고 자신이 얻은 것이 혼원의 조각임을 알게 되었고.

천마신공에 혼원의 조각을 더했다.

그것이 지금의 천마신공이다.

그 후 태초육신공의 흔적에 반응하는 내공심법을 창안했으니.

그것이 수라뇌령귀원심법이었다.

귀원(歸原).

근원으로 돌아간다는 의미.

태초로 돌아가겠다는 의미였다.

수라뇌령귀원심법은 그 자체로도 천마신교팔대심공에 들어갈 정도로 뛰어났지만.

진면목은 그것이 아니었다.

바로.

태초육신공 조각들을 찾아서 이어 붙이기 위한 용도의 내공심법이었다.

"허, 허허. 허허허."

모든 내용을 읽은 후.

석천경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제갈무군은.

대체 왜.

이것을 이리 꼭꼭 숨겨 안배해 둔 것일까?

알 수 없었다.

그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이 사실을 그냥 후대에 전하기만 했어도.

지금 천하는 천마신교의 발아래에 있었을 터인데.

"지금이라도 내가 안배를 얻은 것이 다행이로군."

석천경은 중얼거리면서.

제자 사마후도를 떠올렸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 녀석이 큰 공을 세웠다.

녀석이 허무진천결이라는 비급을 찾아온 것으로부터 안배의 발견이 시작된 것이었으니까.

"하무백. 기다려라."

낮게 중얼거린 석천경은 다시 폐관수련실로 향했다.

가지고 있는 허무의 조각 두 개를 천마신공에 합칠 때였으니.

그리고 다른 조각들도 찾아야 했다.

굳이 허무일 필요가 없었다.

그 어떤 조각일지라도.

태초육신공의 조각이라면.

된다.

석천경은 제자들과 아들에게 수라뇌령귀원심법을 익히게 해야겠다 마음먹으며 걸음을 옮겼다.

***

콰콰콰콰쾅!!

요란한 파공성을 일으키며 현황이 달렸다.

그야말로 목란산을 향해 곧장 달렸다.

닷새의 시간은 짧았다.

숭산에서 목란산까지는 무려 천이백 리.

아무리 현황이라도 내공이 무한하지는 않았기에.

쉬는 시간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거기까지 계산하면 목란산까지는 꼬박 하루가 걸린다.

목표가 아직도 목란산에 있으리라는 법은 없으니.

그 이후 추적에 들 시간까지 생각하면.

"빠듯해. 빠듯해. 빌어먹을 사형 같으니라고."

투덜거리면서 전력으로 달리는 현황.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일진광풍이 몰아쳤다.

우문가율은 형산 아래 대장간에서 적당한 화살과 검을 구한 후 목란산을 향해 달렸다.

이를 악물고.

잠시도 쉬지 않고 전력을 다해 달렸다.

자신이 지체하는 만큼 소림승이 연아에게 가까워진다는 생각으로 전력을 다해 달렸다.

형산에서 목란산까지는 천삼백 리의 길이다.

쉬지 않고 전력으로 달린다면 하루면 갈 수 있는 거리.

그다음이 문제였다.

문인백송에게 듣기로 만환신면에 칠채봉환까지.

딸아이의 흔적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을 듯했다.

다만 그 부분에서는 문인백송의 이야기가 있었다.

대단한 고수가 도와주기로 했다고.

아마도 지금 딸아이의 흔적을 쫓고 있을지도 모르니.

그와 합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하무백이라고 했던가?'

낯익은 이름이다.

무백이라는 아이를 도와준 적이 있었으니까.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 아이를 도와주느라 잠시 지체한 걸음이 불러온 참담한 결과.

그 때문에 자신이 유폐되어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한 점의 후회는 없었다.

다만 궁금할 뿐이다.

그 후 그 아이가 무사히 지내고 있을지.

병약해 보이던 그 여아는 괜찮을지.

'란이라고 했었지.'

자신의 딸, 휘연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

병약해 보였기에 도무지 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아이들도 무사했으면.'

아는 것은 무백과 란이라는 이름뿐이다.

떠돌이 아이들이었으니.

어디에 있는지 알 수도 없는 터.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그저 무사히 성인이 되었기만을 바랄 뿐.

그녀는 하무백이라는 정파의 고수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그녀가 유폐되고도 몇 년 뒤에 등장한 이였으니.

얼굴은 당연히 모른다.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시건방지고 광오한 인간이라. 물론 그럴 자격이 있는 괴물입니다.'

문인백송의 평이었다.

그가 괴물이라 칭할 정도라니 어떤 인물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바라고 바랐다.

그가 부디 딸아이 휘연의 흔적을 제대로 쫓고 있기를.

물 한 모금 마실 시간도 아까웠다.

잠깐 눈을 붙여 잠을 청할 시간도 아까웠다.

우문가율은 전력으로 쉬지 않고 달리고 또 달렸다.

안휘성에 진입한 공야휘연은 곧장 방향을 남쪽으로 틀었다.

그대로 강서성을 향해 움직였다.

힘든 여정이었다.

관도를 따라 걸음을 옮기던 그녀는 양 팔목을 바라보았다.

긴소매 속에 숨겨진 칠채봉환.

'여기까지 왔는데 그만 풀까?'

강렬한 유혹이었다.

푸른 하늘에서 강렬히 내리쬐는 태양.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다.

땀이 식으면 또 온몸이 끈적끈적해진다.

정말 참기 힘들었다.

더위.

지금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큰 적이요, 고통이었다.

내공만 있다면.

더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텐데.

그런 강렬한 유혹이 그녀에게 손짓했다.

소림승들은 멀리 있으니.

제 아무리 그들이라도 그녀의 사공을 알아볼 리 없다고.

이쯤 되었으면 이제 칠채봉환을 풀어도 된다고.

이내 공야휘연은 고개를 저었다.

안휘성 안창.

그곳까지만 가면 된다.

장강에 접한 곳이다.

그곳에 가면 배를 타고 움직일 수 있다.

그러면 흔적이 남을 수가 없다.

배를 타고 장강을 거슬러 오르다가 파양호 쪽으로 해서 남창까지 가면 된다.

남창에서 남서쪽으로 움직여 호남성으로 접어들어 형산을 향해 가는 여정이었다.

안창에서 남창으로 이동하는 배가 분명 있을 터.

그 배를 타면 큰 고비는 모두 넘는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더위로 고생할 일도 없을 거다.

파양호에 접어들면 그때는 칠채봉환을 풀어도 될 터.

"이제 조금이다. 나약해지지 말자."

공야휘연은 얼굴을 두드리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하무백은 관도를 바라보았다.

이 길은 안휘성으로 통하는 관도다.

"흐음."

하무백의 머릿속에 지도가 촤라락 펼쳐졌다.

인근의 지리가 단번에 떠올랐다.

공야휘연이 안휘성 쪽으로 방향을 잡은 이유를 추측해야 했다.

소림승들에게 쫓기고 있으니 당연히 하남은 피해야 할 터.

처음 그녀는 일단 잠시 몸을 숨긴 후 다시 교룡관에 복귀하려고 했었다.

그러면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은 안휘성이나 강서성.

다만 목란산 쪽에서 움직이는 소림승들의 방향이 그녀로 하여금 안휘성으로 가게 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중간에 활을 버리고, 다시 남장까지 감행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했다는 거지.'

그러면 그녀가 여전히 동투제를 위해 교룡관에 복귀하려고 할까?

하무백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똑똑한 공야휘연이라면, 이제는 포기하고 사해련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만에 하나 소림승들에게 잡힌다면.

소림사가 사해련의 목줄을 움켜쥘 귀한 포로를 얻게 되는 것이니.

안휘성에서 호남성 형산까지 갈 수 있는 경로.

그리고 현재 공야휘연의 상황.

'남장을 한 데다 내공까지 금제했다.'

하무백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여인의 몸으로 움직이기에는 힘든 상황이지."

하무백은 기어코 공야휘연이 남장을 하고 묵었던 객잔을 찾아냈다.

그곳 점소이에게 철전 몇 개를 쥐어주고 알아낸 바에 따르면.

몸을 최대한 가리기 위해 날씨에 비해 두터운 무복을 입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점소이의 인사에 남아 있었다.

계절과는 맞지 않은 복장이었으니까.

그녀라면 절대 칠채봉환을 풀지 않으리라.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하무백이 본 공야휘연이라면 어떻게든 버텨낼 것이다.

"그래도 이왕이면 좀 더 편하면서 흔적이 안 남는 경로를 찾으려 할 터."

하무백의 두 눈이 빛났다.

"수로겠군."

그녀의 목적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강서성 남창.

파양호 옆의 커다란 도시.

거기서 다시 육로를 이용해 형산으로 가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배를 타는 곳이 어디냐 하는 것인데.

지금 가고 있는 경로에서 배를 탈 만한 곳 중 가장 가까운 곳을 그리니.

"안경이겠군."

이미 공야휘연의 흔적은 희미해질 대로 희미해진 상태다.

기감으로 칠채봉환을 착용한 그녀의 기척을 느끼려면 최소한 같은 마을에는 있어야 했다.

하무백은 관도를 박찼다.

희미해서 이제는 보이지 않는 그녀의 흔적을 쫓기보다는.

자신의 추리대로 움직여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겠다는 심산.

하무백이 능광만리행을 펼치며 달렸다.

***

늦은 밤.

현황은 노숙을 하며 잠을 청했다.

두 시진의 숙면 후 다시 달렸다.

"응?"

그의 기감에 걸리는 일단의 무리.

소림승들이다.

"흐흐흐. 사형이 사파 놈을 잡아 오라고 보냈다는 놈들인 모양이군."

현황은 목란산을 지나쳐 그놈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렸다.

놈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있을 터.

콰콰콰콰쾅!

현황은 호북성과 안휘성의 경계에 이른 놈들을 향해 속도를 올려 경공을 펼쳤다.

잠시도 쉬지 않고 달린 결과.

우문가율은 목란산 근처에 거의 도착했다.

그 순간.

"뭐, 뭐지?"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두 눈을 부릅떴다.

딸을 찾아 쉬지 않고 달리던 그녀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마어마한 기운이 그녀의 기감에 잡힌 것이다.

그녀의 기감 범위 밖에 있는 기운이었다.

헌데도 너무도 강했기에 그녀가 느낀 것이다.

목란산을 지나쳐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기운.

그녀는 몸을 흠칫 떨었다.

단순히 강맹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음습하고 불길한 기운이었다.

사파의 무인인 그녀가 오히려 불길함에 흠칫 떨 정도.

'불길하다.'

목란산을 지나쳐 움직이고 있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왠지 자신의 딸아이와 연관이 있을 듯한 기운.

우문가율이 땅을 박찼다.

이번에는 그 음습하고 불길한 무엇의 뒤를 쫓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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