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하제일 무공교관-294화 (294/312)

294화. 몸 상태는?

'이건······.'

기감에서 느낀 그것의 실체를 찾았다.

그런데 여전히 그 정체는 오리무중이다.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선 기운.

이것이 어찌 공야휘연의 몸속에 침투해 있는 것일까?

하무백이 공야휘연의 맥문을 놓았다.

"혹시 현황 그 땡중에게 제압을 당했다던가, 공격에 당했다던가 그런 일이 있었나?"

공야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 수 없는 힘에 전신이 속박당해 옴짝달싹할 수 없었으니까.

공야휘연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자.

"이렇게?"

하무백이 다시 물었다.

그 순간.

공야휘연은 당시의 경험을 다시 한번 겪었다.

옴짝달싹할 수 없게 완벽히 구속된 몸

오로지 눈과 입만 움직일 수 있었다.

"마, 맞아요. 하 교관님도 가능한 일이었네요."

하긴 현황을 쫓아버린 하무백이지 않은가.

현황이 가능하다면 천하제일인인 하무백도 가능할 것이다.

"이상이 있는 거니?"

우문가율이 걱정 어린 음색으로 물었다.

"휘연을 제압했을 때. 현광 그 땡중 놈이 자신의 기운을 휘연의 몸속에 침투시킨 것 같습니다."

그 기운은 작았지만 여전히 혈맥에 남아 있었다.

"그러면······."

"없애려 시도를 해봤는데."

하무백이 인상을 찌푸렸다.

듣지를 않았다.

귀신같이 숨어버리거나 자신의 기운 틈 사이로 피하거나.

하무백의 내공과 유사한 부분이 있는 탓인지.

요리조리 잘도 피했다.

마치 하무백의 내공이 어떠한 성격을 띠고 어떻게 움직일지 안다는 듯한 반응.

"쉽지 않습니다."

하무백의 대답에 우문가율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쉽지 않다는 것은, 어렵지만 방법이 있다는 것 아닌가요?"

공야휘연은 하무백이 한 말의 의미를 읽고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하무백.

"다시 한번."

하무백이 공야휘연의 맥문을 다시 움켜쥐었다.

그리고 내공을 흘려 넣는데.

공야휘연이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조금 전과 느낌이 달랐던 탓이다.

부드럽고 따스하게 하무백의 기운이 흘러들었던 직전과는 달리.

지금은.

혈맥이 찌르르 울리며 작은 통증이 느껴졌다.

"불편할 거다."

하무백은 처음 흘려 넣은 내공으로 현황의 기운을 둘러쌌다.

숨지도, 도망치지도 못하게.

완벽히 포위한 것이다.

이러기 위해 주입한 최소한의 내공에도 공야휘연이 얼굴을 찌푸렸다.

"이제 점점 아파질 거다."

포위한 기운을 소멸시키기 위해 주입하는 내공의 양을 점차 늘려나갔다.

공야휘연의 얼굴이 붉게 변하며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얼굴을 찌푸린 정도도 어느새 심하게 인상을 쓰고 있는 수준이다.

우문가율은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내심은 조마조마하고 있었으나 그런 기색을 최대한 숨겼다.

하무백의 얼굴이 점점 심각해져 갔다.

현황의 기운이 생각보다 저항이 심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힘으로 눌러 소멸시키려면.

"아악."

참고 참던 공야휘연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아닌 비명 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무백이 손을 뗐다.

"묘하고 알 수 없는 기운이군요."

하무백이 우문가율을 향해 말했다.

"이제 없어진 것인가요?"

공야휘연이 혹시나 하고 물었으나.

그녀 역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이 정도로 없어질 것이었으면 하무백이 쉽지 않다고 하지 않았을 테니까.

하무백이 고개를 저었다.

"힘으로 눌러서 없애려면 내공을 얼마나 주입해야 할지 가늠해 본 정도다."

"결과는요?'

"그 기운을 없애기 전에 네 혈맥이 먼저 터질 거다."

즉.

기운을 없애기 전에 공야휘연이 죽음을 맞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현황 새끼를 족쳐야지요."

하무백이 눈을 빛내며 답했다.

조만간 소림에 찾아가려 했지만 이리도 빨리 갈 줄이야.

공야휘연이 결연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어머니와 사해련으로 돌아가는 거야."

하무백이 공야휘연의 오해를 바로 잡아줬다.

"네? 제 몸에 있는 기운을 없애는 건데······."

"기운의 정체만 제대로 알아내면 된다. 네가 굳이 갈 필요가 없어."

하무백의 말에 공야휘연은 납득한 듯, 납득하지 못한 듯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같이 가면 오히려 방해만 된다."

단호한 하무백의 말.

우문가율 역시 그 말에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

"헉. 헉. 헉."

현황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대강 지혈하고 싸맨 왼팔을 바라보았다.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제법 있었다.

강기로 구성된 화살이 박힌 자리다.

"빌어먹을 새끼. 갈가리 찢어 죽일 새끼."

잠깐 쉬기 위해 멈춘 현황은 원독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놈은 분명 태초육신공 중 하나를 손에 넣었다.

그것도 자신의 힘과 상극인 것을.

"그런데 태초의 심연을 만나지 못했다라······. 헌데 어떻게 나보다 강할 수가 있지?"

현황은 알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불완전한 조각들이라지만, 혼돈과 허무 두 개를 얻은 자신이건만.

"뭐, 심연을 만나지 못했다니. 그 기운을 없애지 못할 터. 크크. 곧 찾아오겠군."

현황은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놈이 오기 전에 다른 조각을 손에 넣으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잠깐 숨을 돌린 현황은 곧장 숭산을 향해 달렸다.

***

"아미타불."

방장실에서 참선에 들었던 현광이 두 눈을 뜨며 불호를 작게 외웠다.

"어찌 되었으려나······."

작게 중얼거리는 현광.

그의 시선은 현황이 갔을 곳을 향했다.

부디 시킨 일을 잘 처리해야 할 터인데.

"하무백. 현 소림에 그 인간을 감당할 수 있는 이가 나 말고는 그놈이 유일하니."

은거에 든 전대의 고수들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으나.

그들은 방장이라 하더라도 어찌할 수 없는 이들.

오롯이 자신들의 의지로 움직이는 분들이다.

녹옥불장을 들이민다면 마지못해 움직이기는 하겠지만.

그것은 그분들에 대한 예우가 아니었으니.

"누구 없느냐?"

현광이 밖을 향해 외치자.

"네. 사조님."

젋은 승려 하나가 답을 했다.

"연진에게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느냐?"

"여기 있습니다."

마침 들어온 연락을 가지고 온 것인지, 그는 전서를 공손히 내밀고 물러났다.

그 내용을 모두 살핀 현광.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현황을 만난 일이 쓰여 있었으니.

거기에 하무백까지.

하무백의 행동은 현광으로 하여금 더욱 인상을 쓰게 만들었다.

완전히 사파를 돕겠다고 나서고 있었으니까.

"아미타불. 파사현정이라 하였거늘. 이 시주는 어찌 이리 움직인단 말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중얼거림.

부디 현황 녀석이 일을 잘 해내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불가사의하면서도 무서운 무공을 익혔으니까.

아니 그게 무공이기는 한 것일까?

대체 어디에서 익힌 것일까?

사부께서 제압은 하셨다지만.

결국 단전을 파괴하지 못했다.

그래서 봉인구를 세 개나 사용한 것이다.

긴고아, 금고아, 금고아.

가장 먼저 사용한 것은 단전을 봉인하고 있는 금고아(禁箍兒)다.

금고아(禁箍兒)는 단순히 봉인만 하는 것이 아니다.

단전을 옥죄어 터뜨려 소멸시킬 수도 있는 봉인구였다.

봉인에는 성공했지만, 현황의 단전은 무사했다.

어떠한 힘이 보호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불존의 힘이 깃든 봉인구의 힘에도 소멸만큼은 당하지 않고 저항을 하고 있으니.

긴고아와 금고아(金箍兒)까지 사용한 이유가 그것이다.

금고아(禁箍兒)로 단전을 소멸시키지 못해서.

더욱 철저히 봉인을 할 필요가 있어서였다.

***

전서응이 사해련에 날아내렸다.

전서는 지급으로 문인백송에게 전달되었고.

그는 곧바로 공야장천을 찾았다.

급박한 발소리를 내면서.

"무슨 일인가?"

갑자기 찾아온 문인백송을 보며 공야장천이 다급히 물었다.

무슨 일이 생긴 것 같기는 한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판단이 안 선 탓이다.

"하무백과 부인께서 안경에 들었다고 합니다."

하오문 안경 지부에서 급보로 날아 든 연락이었다.

"행색은?"

"부인께서 고초를 겪으신 듯한 모습으로 추측된다 하나. 큰 이상은 없다 했습니다."

"허면. 연아는?"

공야장천이 몸을 앞으로 쭉 빼면서 물었다.

"아마도 안경에 있을 걸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하무백과 부인이 객잔에 든 후 움직이지 않고 있다 합니다."

그 사실에서 여러 가지 추측이 가능했다.

"무사하다면, 부인께서 곧 연락을 취하실 겁니다."

이어진 말에 공야장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그 객잔에 아가씨가 무사히 있을 확률이 칠 할은 넘을 듯합니다."

긍정적인 대답.

공야장천은 그제야 태사의에 깊숙이 등을 기댔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후우. 대체 무슨 일을 겪고 있는 것인지······."

우문가율의 연락이 온다면 대강의 사정을 알게 될 것이다.

***

하루가 지났다.

큰일을 겪었기에, 일단 그 객잔에서 하루를 묵었다.

하무백도 당장 떠나지 않고, 공야휘연의 상태를 지켜보기 위해 같은 객잔의 다른 방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침상에서 몸을 일으킨 하무백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 기운이 미세하게나마 커져 있었다.

'게다가 단전에 붙었어.'

커진 것보다 붙은 것이 문제였다.

혹시라도 단전에 뿌리를 내릴 수도 있으니.

아침 식사는 공야휘연이 묵는 방으로 올려 그곳에서 먹기로 한 터.

공야휘연과 우문가율이 동시에 객잔 일 층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아마 두 사람의 미모 때문에 상당히 볼 만한 장면들이 여럿 벌어질 것이다.

그것 때문에 그냥 방에서 먹기로 한 것이다.

"어서 오너라."

우문가율이 문을 열어주었다.

"교관님 어서 오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탁했다.

성대에 상처를 낸 것이기에, 모두 아물어야 원래의 목소리가 나오리라.

하무백이 공야휘연을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전날과 다른 변화를 찾아냈다.

미간에 희미하게 어두운 기운이 드리웠다.

단전에 붙은 만큼의 흔적이다.

'이건 아무래도······.'

그 기운이 단전에 뿌리를 내리고 결국에는 집어삼킬 것 같았다.

"몸 상태는?"

"푹 쉬니 좋아진 것 같은데. 머리가 뭔지 모르게 희미하게나마 명료하지 않은 것 같아요."

역시 단순히 주입한 기운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야휘연을 잠식해 갈 기운이었다.

이걸로 숭산을 향해 출발할 시기가 결정되었다.

지금이다.

그 전에.

마지막 한 가지를 시도해보고.

"칠채봉환을 한번 사용해 봐라."

하무백의 말에 공야휘연은 의문 없이 양 손목에 칠채봉환을 찼다.

곧 두 개의 팔찌는 칠채의 빛을 발했다.

공야휘연의 기운을 살폈다.

이전과 달랐다.

기운이 느껴졌다.

그 빌어먹을 기운이다.

칠채봉환이 완벽히 금제하지 못한 것이다.

그 기운과 단전이 닿아있는 정도의 내공까지도 느껴졌으니.

"풀어라."

공야휘연은 칠채봉환의 금제를 풀었다.

혹시나 봉환이 그 기운마저 금제를 한다면 잠식 속도를 늦출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시도한 방법인데.

불가능했다.

내공만 금제해서 오히려 잠식 속도를 빠르게 할 위험도 있었다.

반대로 느리게 할 수도 있었지만.

이곳에서 그것을 확인하느라 하루의 시간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빨리 숭산으로 출발하는 게 낫다는 판단.

하무백은 자신의 생각을 두 사람에게 설명했다.

"그래. 무백아. 네가 그렇다면 그러한 거겠지. 잘 부탁한다."

"잘 부탁드려요. 교관님."

하무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아무래도 련에 소식을 보내야 할 것 같은데··· 네가 이야기한 것도 모두 알려도 될까?"

우문가율의 물음에 하무백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상관 없습니다. 그럼 전 이만 출발하겠습니다."

식탁에서 일어선 하무백은 두 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객잔을 떠나 숭산을 향해 달렸다.

'태초. 그리고 심연.'

현황이 지껄였던 말을 하무백이 떠올렸다.

아무래도 그 기운은 그것들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았으니까.

'놈은 나의 무공에 대해서도 무언가 짐작을 하는 게 있었어.'

-그 무공을 익히면서 태초의 의지인 심연의 부름을 듣지 못했다고?

당시 현황의 물음이었다.

무언가 알고 있는 게 있다는 것이다.

'사부님께 여쭤봐야겠군.'

무극검문의 무공에 대해서는 자신보다 사부가 훨씬 잘 알 터.

하무백은 무공을 익히고 성취를 이룬 후 곧장 출도해서.

혈교와 마교의 악적 새끼들을 썰어내기에 바빴으니까.

하무백의 능광만리행이 점점 속도를 더했다.

현황의 경공은 하무백의 그것보다 발랐다.

거기에 원독에 찬 절박한 심정으로 더욱 속도를 더했기에.

어느새 숭산 소실봉에 접어들었다.

그는 장경각이 가장 가까운 곳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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