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하제일 무공교관-299화 (299/312)

299화. 아미타불···

장엄하고도 고결한 황금빛을 흩뿌리는 금강여래불광대수인.

그것과 한 치도 다르지 않은 움직임과 무공이었으나.

그 기운은 달랐다.

삿되고 음흉하고 음울하며 절망적이며 부정적이기 이를 데 없는 검고도 검은빛.

그것이 하무백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하무백도 감히 경시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현황의 손바닥이 담은 어마어마한 힘을 알아볼 수 있었기에.

하무백의 검에 맺힌 검강이 백색으로 바뀌었다.

저런 부정의 끝에 다다른 기운에는 그 상극의 기운으로 맞서야 하는 법.

새하얀 백광을 흩뿌리는 하무백의 검강.

그 움직임은 무극여의팔절검해의 검로였다.

이 절, 단하.

노을을 자르듯.

단번에 현황의 기운을 자르겠다는 기세였다.

음울하고도 끈적거리며 질척거리는 늪과도 같은 기운이 하무백의 전신을 감싸려 하였으나.

하무백의 검은 거대한 힘을 담아 단번에 현황을 자르려 하였다.

강능단유(剛能斷柔).

강함은 능히 부드러움을 자른다.

부드럽다 기보다는 기분 나쁘게 질척거리면서 끈적거리는 음습한 기운이었으나.

상관없었다.

단하의 강함이라면 능히 자를 수 있음이니.

서걱!

날카롭고도 서늘한 절삭음이 울리며.

금강여래불광대수인의 기운이 잘려 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현광은 경악의 끝에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현황.

저 썩을 놈의 사제가 금강여래불광대수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펼치는 모습에서 한 번.

그 기운에 아랑곳 않고 검을 떨치는 하무백의 모습에 두 번.

그리고 금강여래불광대수인의 기운을 자르고 있는 하무백의 검력에 세 번.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 정녕 진실인가 싶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단 말인가.

게다가 기운의 성격이 달랐다지만, 그 위력만은 현황의 대수인이 한발 앞서는 듯 느껴졌음이니.

'봉인구가 없다면 내가 저놈을 제압할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에 미쳤다.

자신이 더 강하다는 자신감에 참회동을 찾았고.

무척 강해진 현황의 모습에 놀랐으나, 그래도 자신이 더 강하다 여겼다.

그래서 풀어준 것인데.

지금의 저 모습을 보니.

불길한 느낌이 스물스물 전신을 훑었다.

어쩌면 자신이 감당 못할 재앙을 참회동에서 끄집어 낸 것은 아닐까 하는.

"이노옴!!!"

자신의 기운을 두부 자르듯 자르고 들어오는 하무백의 검법에 현황은 더욱 폭발적으로 기운을 쏟아냈다.

허나.

결국.

단하는 대수인의 기운을 모두 잘랐고.

캉!

현황의 손바닥에 둔중한 충격을 주었다.

뒤로 훌쩍 물러나는 현황.

이번 격돌에서 손해를 본 이가 현황임이 분명해지는 순간이다.

하무백이 잘라낸 대수인의 기운은 사방으로 뻗어갔다.

일부는 소림승들을 향했다.

"어흑."

"이런."

소림승들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기운을 피하거나 쳐냈다.

그런 그들의 얼굴에는 경악을 넘어선 놀람의 감정이 어렸다.

전신을 두드리는 엄청난 반동.

잘려 나간 파편이 이 정도일 진데.

온전한 기운의 위력은 어느 정도였단 말인가.

그리고 그 기운을 저렇게 두부 썰 듯 썰어버린 인간의 경지는 어느 정도이고.

하무백은 검을 쥔 오른 손목을 빙글빙글 돌리며 현황을 노려보았다.

'확실히 강해졌다.'

며칠 전의 전투 때와 느껴지는 반동이 달랐다.

"무슨 수작을 부린 거지?"

하무백이 현황을 향해 물었다.

샐쭉 웃는 현황.

"누구를 말하는 거지? 나? 아니면 그년?"

"둘 모두."

짧은 답.

능글맞은 웃음을 짓는 현황.

"글쎄? 크크크."

"이 마인 놈의 새끼가?"

그 웃음을 향해 살기를 흘리는 하무백.

현황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 평가는 좀 기분이 나쁘군. 마인이라니. 내 무공이 고작 마공 따위로 보이는 거냐?"

그 음성에는 실망한 기색이 담겨 있었다.

하무백의 안목에 대한 실망.

"역시 심연을 만나지 못한 놈의 한계인가. 이 몸의 위대한 힘을 고작 마교 새끼들 따위와 비교하다니. 쯧쯧."

혀까지 찼다.

당연히 하무백이 얼굴을 찌푸렸다.

저따위 덜된 마인 새끼에게 이런 무시를 당하다니.

"심연이라는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겠다만. 과연 언제까지 네놈이 그 주둥이를 잘난 듯이 나불거릴 수 있을까?"

"쯧. 덜된 놈의 새끼가."

다시 하무백을 향해 날아온 무시.

하무백의 검에 어린 백광이 더욱 짙어졌다.

기운이 응축되고 응축되어 거의 반투명해지다시피 한 검강.

하무백의 검이 움직였다.

삼절. 분뢰.

며칠 전, 현황을 지져서 구워버렸던 바로 그 검식이다.

사방에서 현황을 에워싸며 날아드는 벼락.

현황은 양팔을 바쁘게 놀렸다.

그 움직임 하나하나가 현묘하고도 신묘한 이치를 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현광은 물론이고 현자배의 승려들이 모두 두 눈을 부릅떴다.

금강부동신권(金剛不動神拳).

정중동의 극에 달한 경지에 이른 권법으로 소림 칠십이종절예 중 가히 최강의 위력을 지닌 권법이었다.

그야말로 소림제일권.

또한.

전대 방장이자, 소림의 최강자였던 광해성승의 성명절기이기도 했다.

그것이 지금.

현황의 손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광명정대한 기운이 담겨 있어야 할 권법이 사이하고도 어두웠으며 부정한 기운이 가득한 것이 달랐지만.

어쨌든.

광해성승 이후 그 누구도 보여주지 못한 위력의 금강부동신권이었다.

능히 현 소림 최강의 위력이라 할 정도.

사방에서 벼락이 휘몰아치고 있었지만, 현황은 한자리에 고고히 서 있었다.

그저 검디검은 기운의 강기를 두른 주먹만이 움직일 뿐.

그럼에도 벼락 중 어느 하나도 현황의 몸에 닿지 않았다.

분뢰의 벼락.

그 모든 것을 막아낸 것이다.

이번 격돌에서는 현황이 우위를 점했다.

그의 입가에 득의만만한 미소가 맺혔다.

"역시 덜된 새끼야. 흐흐흐. 고작 이 정도도 뚫지 못하다니. 심연이라는 것이 이토록 대단한 것이니라."

하무백이 눈살을 찌푸렸다.

처음이었다.

강호에 출도한 뒤.

무극여의팔절검해가 이렇게 완벽하게 막힌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이 하무백이 가장 높은 경지에 도달해 가장 강한 시점인데도.

그런 하무백이 펼쳐낸 삼 절 분뢰를 완벽히 막아내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허나 그보다 더 진하게 떠오른 감정은.

"재미있군."

히죽 웃었다.

진심으로.

혈교 교주 개홍천도.

마교 교주 석원초도.

하무백이 전력을 다해 생사결을 벌였던 상대였지만 이런 재미는 주지 못했다.

그저 필사적이었을 뿐.

아니.

하무백이 그만큼 높은 경지에 올랐기에 이런 상황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일까?

알 수 없었다.

다만.

삼 절 분뢰가 완벽히 막혔다는 사실에 하무백의 가슴에서 호승심이 불끈 피어올랐다.

***

현길은 최선을 다해 달렸다.

목적지는 소림 경내가 아닌 참회동.

그곳에 가서 확인을 해야만 했다.

기암괴석의 단애를 날아올라 도착한 참회동의 입구.

현길의 안색이 굳었다.

너무도 깨끗했다.

현황이 탈주를 했다면 이곳이 이리 멀쩡할까?

물론 달려 나오는 데 정신이 없었다면 손상이 별로 없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저 문은 박살이 나 있어야 했다.

곱게 열고 나왔을 리 없으니까.

현길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었다.

가장 깊숙한 곳.

현황이 갇혀 있던 곳.

그곳에 도착한 현길은 두 눈을 감았다.

"아미타불······."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불호.

"방장 사형. 어이해 이런 일을 벌였단 말이오이까."

-현황의 힘은 단순한 힘이 아닌 듯하다. 불존의 봉인구로 겨우 봉인만 할 뿐, 그 기운을 없애지는 못하니······.

광해성승이 현길을 은밀히 불러 이르던 말을 떠올렸다.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그 녀석은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봉인구로 봉인은 할 수 있겠다만. 누군가가 불측한 마음을 먹어 녀석을 풀어주는 순간. 세상에는 재앙이 닥칠 수도 있다.

'아아. 사숙. 사숙의 혜안은 정말이지······.'

현길은 두 눈을 감았다.

-세상의 힘이되 상식을 벗어난 힘. 그런 힘이 있었는지 내 그간 열심히 알아보고 궁구하였으니. 찾았느니라. 세상 어디에나 있었으며, 세상 어디에도 안 보이게 숨은 힘.

-그것이 무엇입니까?

-세상의 시작. 태초의 힘이다.

-태초라 하셨습니까? 어찌 그런······.

-천축의 법문에서 겨우겨우 찾았다.

그때 사방 일 장의 방장실의 벽면을 빼곡히 채운 경전들을 보았다. 모두 범어(楚語)로 된 경전들이 었다.

-불존께서 이르시길 태초에 의해 세상이 열리고 삼라만상이 태어났으며, 그 후 남은 태초의 힘이 여섯 조각의 파편으로 나뉘어 세상에 숨어 들었다 하셨다.

-어떠한 힘들입니까?

-모른다. 다만 하나의 파편이 마교의 근원이 되었다는 것만 알아내었다.

-하면 현황 사형의 그 힘이······.

-아마도 그 파편들 중 일부가 아닐까 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소림의 힘에도 그 파편의 일부가 스며 있다.

-아아······.

-역근세수경. 그 안에 그 힘이 담겨 있음이니. 나는 현황을 금제한 금쇄에 그 힘을 담았다. 이 금쇄의 금제를 녀석이 파훼한다면 녀석이 그만큼 위험해졌다는 반증이다. 그 전에 너는 금쇄의 금제를 완성해 녀석을 열반으로 이끌어야 한다.

-네?!?

-역근세수경을 완성하거라. 나에게 남은 시간으로는 불가능할 듯하구나.

-어, 어찌···, 어찌 제가. 현광 사형이 있지 않습니까?

-현광. 뛰어난 아이이지. 그렇고말고. 하지만 그 녀석은 역근세수경을 익히지 못하느니라.

-그럴 리가요? 소림 최고의 재능이라 평가받는 사형인데······.

-속세의 연을 끊지 못하고 있으니. 겉으로는 끊은 듯 행동하지만 그 마음 깊은 곳에 심마가 되어 속세의 연이 남아 있으니. 역근세수경을 익힐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심마가 어쩌면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게 만들지도 모르겠구나.

-무슨 말씀이신지······.

-현광 방장이 녹옥불장을 사용해 세상에 재앙을 풀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마,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현광 사형 같은 분이 어찌······.

-그래서 현광은 아니 되는 것이다. 그런 깊은 심마를 지녔기에.

-사숙. 아무리 그래도 어찌 저같이 아둔한 제자에게.

-너여야만 한다. 역근세수경은 무공이되 무공이 아닌 경전이니. 맑고도 맑은 심성을 지닌 이만이 그 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역근세수경에 숨어 있는 태초의 파편을 이끌어 내려면 네가 적임자이다.

현길은 그렇게 비밀리에 광해성승에게서 역 근세수경을 사사받았다.

소림삼대신공.

그중 하나가 장법이고, 다른 하나는 권법이다.

금강여래불광대수인과 금강부동신권이 바로 그것.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하나.

그것은 하나이기도 했고 둘이기도 했다.

보리달마가 천축에서 가져와 중원에 전했다고 알려진 두 가지 경전.

역근경과 세수경.

둘을 함께 묶어 이르는 말.

역근세수경.

그것이 바로 소림삼대신공의 마지막 하나이자.

소림의 시작이자 끝.

소림의 모든 것이자, 소림 그 자체였다.

-역근세수경에서 태초의 힘의 흔적을 끌어낸다면 금쇄에 담아라. 그리고 현황을 열반으로 이끌거라. 너라면 할 수 있다. 녀석이 금쇄의 금제를 풀기 전에 반드시 그리해야 한다.

광해성승이 마지막 순간 현길의 귀에 직접 남긴 유지.

바로 그것이었다.

"방장 사형. 어이해 그런 참담한 짓을 저지른 것이오이까? 어찌 선사의 유지를 녹옥불장으로 깨뜨렸소이까?"

텅 빈 참회동 가장 깊은 암동에서 현길이 중얼거렸다.

그 두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너무도 깨끗한 암동.

이것이 누군가가 탈주한 후의 모습일 리 없었다.

게다가 탈주를 했다면 당연히 남아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금쇄.

현황을 금제하고 있던 그 쇠사슬.

부서진 파편이나 흔적도 없음이니.

이는 현광이 챙겼음이라.

"아미타불. 아미타불. 광해 사숙. 소승은 대체 어이해야 한단 말입니까······."

번뇌에 빠졌다.

이것은 곧 심마가 될 수도 있음이나.

현길의 단전에서 밝고도 맑은 기운이 꿈틀하며 번뇌를 씻어버렸다.

맑게 깨이는 뇌리.

"허. 심연. 심연이라······."

불과 두 달전.

기어코 역근세수경 속의 태초의 흔적과 조우하고야만 현길이 낮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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