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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무공교관-304화 (304/312)

304화. 이 새끼랑 비슷한 것 같은데?

현길의 몸에서 빛이 터져 나오는 순간.

그 주변에 있던 소림승들은 깜짝 놀랐다.

흡사 불존이 재림한 듯한 신성한 기운이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으니.

지객당(知客堂).

소림사를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곳이다.

현길은 그곳의 당주다.

온화하고 인자한 인품에 사교성도 좋았기에 오래도록 그 자리에 있었다.

연자배의 제자에게 그 자리를 물려줘야 할 때가 지나도 한참 지났지만.

그가 여전히 지객당주다.

하는 일이 일인지라 대부분의 이들이 꺼리는 자리인 탓이다.

소림사를 찾는 향화객들은 무수히 많았다. 끊임없이 많은 이들이 밀려들었다.

신분이 높은 자, 돈이 많은 자, 무공이 강한 자, 신분이 낮은 자, 돈이 없는 자, 잃을 게 없는 자, 인생의 끝에 몰려 있는 자.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이런 이들이 무수히 찾아오다 보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법.

그 최종 책임자가 지객당주다.

그야말로 온갖 사람으로부터 밀려드는 어마어마한 양의 업무의 홍수.

각양각색의 사람이 모인 만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미친 자가 있는가 하면, 막무가내인 사람도 있고, 도무지 다룰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몇 년만 시달리다 보면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소림사의 수련이 깊은 승려라 할지라도 말이다.

게다가 업무가 저리도 많으니 개인의 수련에 쓸 시간도 없었다.

여러모로 힘든 일만 있고, 좋은 일은 없어 보이는 자리가 지객당주인 것이다.

그럼에도 현길은 연자배의 제자들에게 어서 지객당주를 맡으라 재촉도 강요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할 뿐.

알려지기로 무공 경지는 그리 높지 않았으나 그러한 인품으로 소림 제자들의 인망을 얻고 있는 현길이다.

그런 현길의 몸에서 저런 신성하고도 장엄한 빛이라니.

은은한 황색의 빛은 그야말로 불존의 재림과도 같아 보였다.

"아미타불··· 불광(佛光)! 불광이라니!!"

"아미타불··· 불존의 빛을 이리 보게 될 줄이야. 아미타불."

소림승들이 일제히 합장하며 고개를 숙이고 불호를 외웠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감격의 기운이 어려 있었다.

현광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사제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사, 사부님. 사부님··· 어찌 현길 사제에게······.'

직전 제자인, 수제자인 자신을 두고 어찌 사제에게 저런 힘을 전했더란 말인가.

아니, 이유는 알고 있었다.

심마.

그놈의 심마.

그것이 어찌 심마란 말이던가.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는 측은지심 아니란 말이던가.

인간의 오욕칠정을 극복하고 깨달음을 얻어 해탈로 가는 길.

그것이 승려들이 가야 할 길이다.

헌데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는 측은지심을 따지다니.

그는 이미 심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상태였다.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

시기와 질투로 온몸을 떨고 있는 현광의 상태를 인지한 이는 없었다.

그런 내심과는 달리 그는 여전히 금제의 주문을 외우고 있었으니까.

현길은 몸을 날렸다.

그 끝에는 현황이 있었다.

현길이 주먹을 부드럽게 움직였다.

백보신권의 움직임.

현길이 광해성승에게 전해 받은 것은 역근세수경이다.

소림삼대신공의 수좌이나.

그것은 심법이자, 경전.

수련자의 몸을 바르게 하고 깨끗이 하는 법이 적힌 경전일 뿐이다.

해서 사용하는 무공은 현길의 성명절기인 백보신권.

그러나 파편의 조각 영향인지 그 움직임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심연이 알려준 이름.

백보광휘신권(白步光糖神拳).

그 권력이 현황의 단전을 향해 날아가는 순간.

쾅!!

하무백이 그 권력을 막았다.

덕분에 현황의 단전에 박혀 있던 양손 중 하나를 빼낸 상황.

"넌 또 뭐냐니까?"

사납게 인상을 쓰는 하무백.

"현길이라 합니다. 하 시주. 제 사숙이신 광해성승의 유지를 이어, 현황 사형을 열반으로 이끌어야 하는 소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담담히 답하는 현길.

그러나 하무백은 여전히 인상을 쓴 채다.

"그 힘."

여전히 은은한 불광을 피워 올리는 현길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으로 하무백을 바라보았다.

불존에게 힘을 빌려온 듯한 이 신성하고 장엄한 기운에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이 새끼랑 비슷한 것 같은데?"

안다.

하무백 역시 느끼고 있었다.

현황과 전혀 다른 기운임을.

하무백이 알고 있는 무공 중 찾으라면 아마도 제왕검형과 가장 비슷한 기운일 것이다.

허나.

그 깊디깊은 바닥의 뿌리는 분명 현황 저 새끼의 힘과 비슷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자신의 힘과도.

그래서 현황의 기운을 느꼈을 때, 자신의 힘과 비슷한 구석 역시 느끼지 않았던가.

현길이 살짝 눈살을 찡그렸다.

허나 그뿐.

"아미타불. 역근세수경의 수련 끝에 얻은 힘이니, 하 시주의 그 말씀은 소림을 욕보이는 말입니다."

그 말에 소림승들은 대경했다.

오늘 얼마나 놀라는 것인지, 더 이상 놀랄 기운이 없을 것만 같은데······.

평생을 소림에서 보내면서 듣고 알게 된 것보다 오늘 몇 시진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이 오히려 그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고 있으니.

현길이 어찌 역근세수경을 익히고 있단 말인가.

그것은 아무나 익히지 못한다.

소림제일인의 인정을 받아야만 비로소 익힐 수 있다.

그 경전이 어디에 있는지는 오직 장경각주만 알고 있는 터.

헌데, 장경각주인 현축조차도 현길이 역근세수를 익힌 것을 모르는 듯하였으니.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소림제일인이 직접 구전으로 전수한 것이다.

그제야 소림승들의 시선이 힐끔힐끔 현광에게로 향했다.

그들은 당연히 장문 방장인 현광이 그것을 수련 중일 거라 생각했다.

전대 소림제일인이자, 역근세수경의 전승자가 바로 광해성승이었으니까.

헌데 그것이 광해성승의 직전제자도 아니고 사질인 현길에게 전해졌다니.

상상도 못 한 일을 듣게 된 것이다.

하무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허나 역근세수경이라는데. 어쩌겠나.

소림 최고의 무공.

그것을 입에 담았는데.

제왕검형 역시 남궁세가 최고의 무공 아니었던가.

다만.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기운의 성격이 가장 비슷한 것은 남궁세가의 제왕검형.

그러나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현황 이 새끼였다.

왜 그랬을까?

그 의문에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는 하무백.

나머지 한 손도 현황의 단전에서 빠져나왔다.

현길은 일단 하무백이 물러난 것 같자, 다시금 주먹을 떨쳤다.

현황을 향해 날아가는 백보광휘신권의 권력.

"크아아아아아!!!!"

단전에 정확히 명중했고.

현황이 미친 듯이 비명을 질러댔다.

단전이 더 작아지고 있었다.

봉인구의 금제력을 버티고 있던 단전이.

그만큼 금고아가 작아졌다.

연이어 권력을 날리는 현길.

현길의 권을 맞을수록 단전은 더욱 작아졌다.

결국은 쌀알만 해진 단전.

현황의 두 눈은 초점이 없었다.

입가로 줄줄 흘러내리는 침.

그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오직 단전만이 치열하게 버티는 중이다.

정확히는 심연이라는 새끼가.

물끄러미 바라보던 하무백.

심연이라는 새끼는 정말로 지독하구나 생각하던 찰나.

하무백의 시선이 현길을 향해 획 돌아갔다.

현길의 기운이 현황의 그것과 닮았다 느낀 이유가 그것이었다.

심연.

현길이라는 저 자의 기운에서도 심연의 흔적이 느껴졌다.

무시무시한 눈으로 현길을 노려보는 하무백.

그렇지만 일단 지금은 현황 이 새끼를 끝장내는 것이 먼저다.

현황은 이미 백치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하무백이 단전에 손상을 입힌 순간.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은 터.

거기에 현길의 공격이 더해져.

쌀알 크기로 줄어든 단전이 겨우 현황의 숨을 붙여놓고 있을 뿐.

다만.

현황이 아무리 권력을 뿜어내도 단전은 버티고 있었다.

힘이 모자란 것이다.

현황이 지금까지 얻은 힘에 비해, 현길이 얻은 힘이 모자랐다.

하무백은 현길의 기운을 유심히 살폈다.

은은한 황색빛을 띠는 기운.

소림승들이 불광이라 칭한 저 기운.

저것은 현황을 금제하고 있는 봉인구를 통과해서 단전에 직접적인 위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봉인구에 담긴 힘 또한 불가(佛家)에서 유래한 힘인 듯했다.

비슷한 성격의 힘이었기에, 봉인구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

하무백의 힘은 그래서 막혔던 것이다.

뿌리까지 내려간다면, 결국은 하무백에게도 익숙하고 하무백의 것과도 유사한 부분이 있는 기운이다.

그렇다면.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지 않을까?

한 번 본 무공을 늘 그럴듯하게 펼쳤던 것처럼.

하던 그대로.

그런 생각으로 하무백은 현길의 기운을 집중해서 살폈다.

현길은 연신 백보광휘신권을 펼치고 있었다.

광해성승의 유지에 따라 현황 사숙을 열반으로 이끌기 위해.

그러나.

여전히 현황은.

버텼다.

버티고도 버텼다.

현길은 당황했다.

어째서.

역근세수경에서 비롯된 심연.

그것의 말에 의하면 분명히 끝장을 낼 수 있을 것이라 하였건만.

힘의 크기의 차이와 금고아 때문이었다.

아무리 유사한 기운이라도 금고아를 투과하면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양이 대략 오 할.

현길이 한 번에 현황의 단전을 향해 뿜어낼 수 있는 기운의 양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 한계치의 양의 오 할만이 단전에 전해졌고.

쌀알 크기만큼 작아진 단전은.

작아진 만큼 현길의 백보광휘신권의 기운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없는 현길은 필사적으로 주먹을 떨쳤지만.

점점 그 위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미 첫 번째 권격에서 전력을 다한 터.

그의 얼굴이 땀으로 흥건해졌다.

"흐음."

하무백이 손가락 끝으로 기운을 피워 올렸다.

하얀색.

순수한 백색의 기운에 점차 노란물이 들었다.

상아색으로 변한 손끝의 기운.

거기에서 하무백이 고개를 꺾었다.

쉽지 않은 탓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하무백이 손끝의 기운을 지풍으로 현황에게 날렸다.

퍽.

단전을 감싼 금고아를 두드리는 지풍.

'응?'

느껴졌다.

지풍은 봉인구를 투과해서 단전에 닿았다.

당장 현황의 몸이 움찔 떨리지 않았던가.

비록 그 양은 미미했다 하지만.

가능성을 확인했다.

제왕검형의 비급을 보고, 그것을 남궁지후 아니 남궁후에게 가르친 덕이다.

성격이 비슷한 기운을 다뤄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하무백은 다시금 기운을 가다듬었다.

상아색에 노란빛이 조금 더 스며들었다.

다시 날리는지풍.

"킥."

현황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가늠해보니 구 할 정도의 손실, 일 할의 기운이 투과해서 단전을 두드렸다.

더 다듬으면 손실을 더욱 줄일 수 있을 것도 같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일단 통과하는 양이 있으니. 때려 부으면 된다."

작게 중얼거린 하무백이 현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대로 현황의 단전에 손바닥을 올린 하무백.

그의 난입에 현길의 주먹질이 멈췄다.

"헉. 헉헉헉. 하, 하시주. 무얼 하시려고······."

의문이 가득한 눈빛이나, 하무백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기운을 흉내 내보니 알 수 있었다.

저놈은 역근세수경이라 하였지만, 반쪽짜리다.

하무백은 역근세수경을 모른다. 다만 소림삼대신공의 다른 두 가지를 생각해본다면.

제대로 성취를 이뤘다면 고작 저 정도의 위력일 리 없었다.

겨우 주먹질 몇 번에 저리 지치다니.

결국 저놈도 편법을 쓴 것이다.

역근세수경에 숨어 들어 있는 새끼의 의지를 조우한 것일 터.

뭐, 지금은 그 덕에 단서를 찾았으니. 일단 잠시 넘어간다.

봉인구를 투과할 수 있는 기운을 보여 주었으니.

하무백이 전신의 기운을 끌어 올렸다.

전신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노란빛을 머금은 상아빛.

기운의 빛깔이 바뀌었다.

하무백은 기운을 불어넣었다.

"킥? 큭? 크. 크아아아아악!!!"

현황이 고통에 차 몸부림을 치려 했으나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하무백의 기운이, 거력이 되어 그의 온몸을 내리누르고 있었으니.

눈도 깜빡거리지 못하고.

입술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기에.

기괴한 비명만이 그의 목구멍에서 흘러나왔다.

"하아아아아압!"

하무백의 기합성과 함께.

쿠르르르르르릉!!!

천둥이 치는 듯한 뇌음과 함께.

하무백의 몸에서 눈 부신 빛이 터져 나와 사방을 밝혔다.

눈을 감고도 버틸 수가 없어 고개를 돌리고 팔로 앞을 가리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광휘!!!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현황의 입에서 괴로움에 가득 찬 기괴하디 기괴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파스락.

작은 소리와 함께.

쌀알 같은 단전은 그대로 소멸했다.

퍽! 퍽!

뒤이어 터져 나온 파육음.

긴고아와 금고(金箍兒)가 현황의 뇌와 심장을 터뜨린 것이다.

현광이 여전히 주문을 외우고 있었던 것!

긴고아와 금고아가 뇌와 심장을 터뜨리는 능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단전이 버텼기에.

그들은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단전의 심연.

그것이 원흉이었다.

현황의 칠공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대로 축 늘어져 버린 주검.

지금까지 그가 저지른 패악을 생각한다면 너무도 허무한 죽음이었다.

광사괴승.

현황.

전대 소림제일인인 광해성승도 결국 그 삶을 앗으려 했지만 앗지 못했던.

현황은.

그렇게 명을 다했다.

퍽! 퍽! 퍽!

세 번의 파육음이 다시 울렸다.

황금빛을 뿌리는 세 개의 구슬이 현황의 머리와 가슴, 복부를 뚫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저것이었군."

그냥 봐도 하나하나, 어마어마한 기운이 느껴지는 물건들이다.

저런 것을 세 개나 사용해야 겨우 금제할 수 있었다니.

대체 저 새끼가 얻은 힘과 심연이라는 빌어먹을 새끼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때.

마지막으로 현황의 미간에서 흘러나온 검은 연기가 서서히 스러져 소멸되었다.

마치, 사라지기 싫다고 몸부림치는 듯한 흔들림을 남기고는.

세 개의 금구슬은 허공을 둥둥 날아 현광 앞에 가지런히 놓였다.

그제야 현광은 주문을 끝냈다.

결국 희대의 악적 하나를 제거했다.

그러나.

아직 이번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원흉이 저리 있지 않은가.

그 전에.

상당한 기운을 소모했는지, 얼굴이 땀에 젖은 채 긴 한숨을 내쉰 하무백.

그의 시선이 현길에게로 향했다.

아주 잠시 미뤄놓은 것을 해결해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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