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7화 (7/250)

7화.

승천하는 어이.

출타하는 정신.

“미친.”

시우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천천히 내린 시선 속.

구부러지다 못해 아작이 난 스프링이 눈에 들어왔다.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악력기였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일반인을 위한 용도에 여성용이긴 했다.

그것도 서아에게 맞춰 나온 것이기도 했다.

“이게 무슨….”

그럼에도 쉬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물론 시우는 각성자였다.

그리고 각성자와 일반인의 힘 차이는 상당했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이들이 바로 헌터이지 않은가.

S급 헌터까지 갈 것도 없었다.

당장 E급만 하더라도 이 정도 악력기 따위 순식간에 아작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시우는 아니었다.

시우는 무(無)개성의 F등급도 되지 못한 헌터.

일반인보다 조금 몸이 튼튼한 각성자.

그럼에도 악력기를 박살냈다는 것.

“진짜… 라고?”

정신이 다시 한 번 멍해진다.

멍한 정신 속.

시우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들이 휘몰아쳤다.

일단.

이 갓튜브라는 것은 진짜다.

믿기 힘들었으나 이제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갓튜브에서는 개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

하지만 완전한 개성을 부여받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힘이 상당히 약했으니까.

헤라클레스의 괴력[怪力](SS).

만일 시우가 이 개성을 온전히 부여받았다면 악력기는 아작이 나는 것으로 그칠 수가 없었다.

아작이 나다 못해 가루가 되어야만 했다.

헤라클레스의 괴력은 그러했으니까.

SS등급이라는 것은 분명 그러할테니까.

그러나 아작이 나는 것으로 그쳤다.

그렇다는 건 온전한 괴력은 아니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통찰력(S+) 숙련도 0.1%[+0.1%]>

아까 전, 떠올랐던 알림창.

전설적인 책사들의 댓글들을 읽음으로써 얻은 숙련도.

“숙련도라는 것을 100% 찍어야만 하는건가?”

그래야만 온전한 개성을 부여받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단순히 손가락만 까닥, 하는 것으로 신들의 개성이 얻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에 따른 마땅한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했다.

아마 그 노력은 실로 어마어마할 터.

SS등급의 개성을 얻는 것이 그리 쉬울리가 없지 않은가.

어쩌면 재능의 유무도 상당히 중요할 터였다.

그러나 시우는 재능과는 거리가 굉장히 멀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둔재에 가깝다 할 수 있었다.

헌터들에게 있어 재능이라 불리는 개성.

시우는 그런 개성이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이 갓튜브를 활용한다면 몰랐다.

전설적인 위인들과 신화적인 신들의 채널, 갓튜브(GodTube).

그들이 올리는 영상을 보고 배울 수 있다면 시우도 할 수 있을지 몰랐다.

무엇보다.

『<헤라클레스>: 구독자 10명 달성 이벤트! 무료로 개인 PT해드립니다! 3대 500톤 쌉가능!』

당사자에게 직접 훈련까지 받을 수 있다면 어떠할까.

그러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지지 않을까.

“헤라클레스에게 받는 개인 PT라….”

PT란 퍼스널 트레이닝(Personal Training)의 약자.

즉, 트레이너가 1:1로 전담 코치해주는 것을 의미했다.

한마디로 헤라클레스의 코치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다는 뜻.

“미친.”

물론 어디까지나 당첨되었을 때의 경우이긴 했다.

하지만 영상 제목을 보라.

구독자 10명.

당첨 확률이 무려 10%였다.

시우가 구독을 눌렀으니 11명.

하지만 그 또한 높은 확률이었다.

그리고 사실 11명도 아니었다.

<헤라클레스 채널>

<구독자: 9명>

그 사이에 구독자가 줄어들어있었으니까.

아마 구독 취소를 누른 것 같은데….

“신들에게는 헤라클레스가 별로 인기가 없나?”

시우는 그 의문의 답을 영상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꾹.

영상 재생과 동시에 보인 것은 근육 돼지….

아니, 저걸 근육 돼지라 표현함이 맞는 걸까?

근육 북극곰.

혹은 근육 코끼리.

그렇게 표현해야 얼추 비슷할 것 같은데?

거친 마초 인상의 근육 코끼리는 언더 아머를 입고 있었다.

[하체에 들어오는 이 자극! 너무… 너무 맛있어…!!!]

근육 코끼리는 파르르, 몸을 떨고 있었다.

그것도 세상 황홀한 표정으로 말이다.

“딱 봐도 헤라클레스인 것 같은데….”

근육 코끼리는… 아니, 헤라클레스는 앉았다 일어났다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스쿼트 운동.

그리고 그런 헤라클레스의 등에 짊어져 있는 무엇.

“신전 기둥…?”

저건 신전 기둥이었다.

진짜 농담이 아니라 신전 기둥이라 부름직했다.

인터넷 검색창에 ‘파르테논 신전’이라 치면 나오는 이미지.

그 이미지 속의 기둥이 헤라클레스 양손에 들려있었다.

설마 중량을 치려는 의도인 건가?

아니, 그게 말이 돼?

심지어 신전 기둥 양쪽에 매달려져있는 건 더 가관이었다.

“바위…?”

그건 바위였다.

그것도 설악산의 울산 바위와 비견될 만한 거대한 크기.

정말 과장 하나 섞지 않았다.

헤라클레스는 울산 바위를 매달아 중량을 치고 있었다!

[다, 달다…! 이 꿈틀거리는 하체의 자극이…! 아아아!! 스꽈트!!!]

콰아아아아아앙!!!!

세상이 붕괴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헤라클레스가 딛고 있던 지반이 통째로 무너져내렸으니 그럴 수밖에.

애초에 저 무게를 버티고 있었던 게 용할 지경이었다.

깊게 파인 구덩이 속.

[너무 맛있어어어어어!!!]

부르르, 떠는 헤라클레스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꾹.

바로 영상을 꺼버렸다.

저런 식으로 개인 PT를 해준다고?

“미친!”

저건 그냥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없지 않은가!

시우는 왜 헤라클레스 채널 구독자 수가 박살이 났는지.

개인 PT 이벤트에 남아있던 구독자들도 왜 떠났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무슨 저딴 헬창이 다 있어?”

아니, 저걸 헬창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헬창이라도 노는 근육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절대 못 해.”

당연하게도 시우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SS등급이 탐나기는 했지만 저건 아니었다.

잠깐의 고민.

시우는 끝내 구독 취소를 눌렀다.

<구독 취소가 불가합니다.>

“응?”

그런데 구독 취소가 되지 않았다?

몇 번을 눌러보아도 구독 취소가 되지 않았다.

“분명 헤라클레스 구독자는 줄어들었는데?”

그렇다면 구독 취소는 가능한 일인 건 확실했다.

“그런데 왜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의문.

아무래 이 갓튜브(GodTube)에 대해 조금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 * *

시우는 그렇게 하루 종일 갓튜브를 탐독했다.

강도철에게 개지랄을 떨고 나왔겠다.

어차피 지금 마땅히 할 일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하루. 이틀.

시우는 이 갓튜브라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헤파이스토스>: 토르 몰래 묠니르 훔쳐서 담금질 해보기ㅋㅋㅋ.』

『<제천대성>: 부처님의 엄근진은 어디까지일까? 부처님 명상 중에 꼬장 부리고 반응보깈ㅋㅋㅋ』

『<스핑크스>: 가장 먼저 수수께끼 맞추는 구독자께 이집트 최고 미녀, 클레오파트라와 1일 식데권 드립니다! (참고로 수수께끼 정답 사람 아님.)』

정신 나간 채널.

아니, 정신이 나가다 못해 미쳐버린 채널이었다!

아마 평소였다면 어그로라며 웃고 넘겼을 터.

“신들도 유투브를 한다라….”

지금은 저들이 모두 진짜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여전히 의심은 있었지만 그래도 믿음 쪽이 더 강했다.

그래서 시우는 저들의 모든 채널을 구독하려했었다.

구독만 하면 해당 채널의 개성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비록 개성을 온전하게 습득하려면 많은 수련이 필요했다만.

“그냥 가지고만 있어도 어느 정도 그 효과를 누릴 수 있으니까.”

괴력을 통해 확인해 본 바 분명 그러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그 생각은 아쉽게도 생각에만 머물러야만 했다.

<구독 가능한 채널 [2/3]>

구독 가능한 채널의 개수가 정해져있었다.

해서 제갈공명과 헤라클레스의 채널을 구독한 지금.

구독 취소를 할 수 없는 시우에게 남은 구독권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남은 구독권은 신중하게 쓰자.”

구독권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시우는 갓튜브에 빠져살았다.

구독권은 하나 뿐이긴 했다만 영상을 보는 것에는 별 다른 제약이 없었으니까.

구독을 하지 않아도 영상을 시청하는 것에는 제약이 없었다.

그리고 이 영상들을 보라.

『<헤파이스토스>: 토르 몰래 묠니르 훔쳐서 담금질 해보기ㅋㅋㅋ.』

『<토르>: 제작자(오딘)도 공략 포기했던 세계를 삼키는 뱀, 요르문간드. 12분 37초 컷. 차원 1위 찍었습니다ㄷㄷㄷ… 고인물이 보여주는 스피드 런 공략!』

어떻게 눌러보지 않고 참을 수 있단 말인가.

시우는 한동안 갓튜브에 빠져살았다.

* * *

“오빠. 요즘은 일 안 나가?”

귓가에 들려온 서아의 물음에 시우는 젓가락을 멈칫, 거렸다.

서아가 만든 아침 밥상.

단초롭지만 그래도 없는 재료에 상당히 훌륭한 요리들이었다.

고개를 들자 서아가 다시 물어왔다.

“매일같이 일 나가다가 요즘엔 안 나가는 것 같아서.”

강도철에게 지랄을 하고 나왔을 때가 어언 일주일.

요즘 갓튜브에 빠져살았기 때문일까.

어째 시간이 후딱 지나가있었다.

“혹시…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서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동안은 영상 촬영이다, 편집이다, 아이디어 회의다 뭐다.

거의 매일같이 불려나갔던 시우였으니까.

그런 시우가 갑자기 일주일 동안 집에만 있으니 당연한 의문이었다.

“몸… 괜찮은 거 맞지?”

그 때문인지 서아의 얼굴은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아무래도 저번에 옆구리 전체가 새까맣게 물들었던 피멍.

서아는 아직도 그 상처가 낫질 않아 일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바로 일자리를 알아봐야만 했거늘.

이 역시 갓튜브에 빠져있던 탓일까.

일자리를 구해야한다는 생각을 전혀 못 하고 있었다..

“그런 거 아니야. 이 상처 때문인 건 맞긴 한데. 그냥 사장님이 휴가를 줘서 쉬고 있는 거야. 몸은 괜찮아.”

물론 이제는 사장님이 아니었다.

사장은 개뿔이 무슨.

쓰레기 새끼. 혹은 멍멍이 놈이라면 또 모를까.

하지만 서아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굳이 숨길 이유는 없긴 했다만, 서아가 걱정을 하고 있는 지금.

굳이 그 사실을 말할 이유도 없었다.

“정말?”

“그렇다니까.”

시우는 걱정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서아의 표정은 쉬이 풀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갓튜브는 그만 보고 일거리를 알아봐야할 것 같았다.

서아의 걱정을 덜어주기도 했거니와.

‘통증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단 말이지.’

정말로 병원에 가봐야할 것 같았으니까.

왼쪽 옆구리 전체를 물들인 피멍.

쉬면 나을 거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어째 나을 기색이 없었다.

낫기는 커녕 점점 악화되어가고 있었다.

처음엔 욱씬거리는 것에 지나지 않더니 지금은 바늘로 찌를 듯이 아파왔다.

시우가 가진 건 몸뿐이었다.

병원비가 부담스럽긴 했지만 이대로 놔두면 안될 것 같았다.

그러니 병원에 갈 돈도 벌겸.

새로운 일자리를 생각하던 바로 그때.

띠리리링!

일순간 전화벨 소리가 들려왔다.

확인한 발신인.

<강도철 사장님>

내가 이 새끼를 차단 안 했었나?

갓튜브에 빠져있다보니 신경쓰지 못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도 뭐.

개똥도 약에 쓸 때가 있다더니.

이번엔 나이스 타이밍이었다.

“봐. 마침 사장님한테 연락왔잖아.”

시우는 스마트폰에 찍힌 발신인을 서아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서아가 안도하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럼 잠깐 전화 받고 올게.”

시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왜 전화했어?”

통화 버튼과 함께 시우가 쏘아붙이듯 말했다.

그런데 들려오는 답이 없었다.

그 사이 통화를 끊은 건가? 싶은 그때.

-차단한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었나?

스마트폰 너머로 강도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아하니 시우가 전화를 받을 줄 몰랐던 모양인 듯 싶었다.

“차단하는 걸 잊고 있었던 것뿐이야.”

-어련하려고.

실소 섞인 강도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여간 보통 재수 없는 놈이 아니라니까.

“그래서 왜 전화했는데?”

-비지니스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우리가 비지니스적인 이야기를 나눌 사이인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일하던 사이가 아닌가?

“얼마 전은 얼마 전이고. 이제는 아니라고 말했을 텐데. 그리고 자꾸 헛소리 지껄이지 말고 본론만 말해. 네 목소리를 계속 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그 영상을 업로드할 거 같거든.”

-너 이 새끼─.

“이 통화가 끝나면 바로 차단할 거니까. 참고해.”

-......

도철은 입을 꾹, 다물었다.

물론 정말로 입을 꾹, 닫았는지는 모르겠다만 그 이후로 쓸데없는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용건은?”

도철은 곧바로 답을 해오지 않았다.

화를 삭히기보다는 간단명료하게 설명을 하려는 것 같았다.

잡스러운 소리를 했다간 정말로 시우가 통화를 끊어버릴 테니까.

아 물론, 화도 삭히는 것 같긴 했다만.

시우는 잠시 도철의 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한 10초쯤 지나도 말이 없길래 통화를 끊어버리려던 그때.

-SH그룹에서 합방 제의가 왔다.

“뭐?”

시우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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