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11화 (11/250)

11화.

몬스터의 종류를 막론하고 통용되는 공략법이 있느냐.

또한 몬스터의 종류를 막론하고 가장 쉬운 공략법은 무엇이냐.

누군가 이리 묻는다면 시우는 각각 이렇게 대답할 터였다.

첫 번째는 압도적인 화력이요.

두 번째는 압도적인 템빨이다.

B등급 몬스터든 A등급 몬스터든.

S급의 헌터 앞에서는 그냥저냥한 몬스터들일 뿐이었다.

그러니 몬스터의 특성이고 성향이고 나발이고 염병이고.

보다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누르면 그 뿐이었다.

하지만 S급 헌터가 어디 뉘집 개이름인가.

S급의 헌터가 되기 위한 재능은 물론.

뼈와 살을 깎는 노력들이 필연적으로 수반되었다.

그렇기에 이는 ‘쉽다’라는 개념이 통용되는 공략법은 아니었다.

쉽다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어야만 했으니까.

그렇기에 가장 쉬운 공략법은 역시나 템빨이라 할 수 있겠다.

몬스터의 단단함이 강철이든 다이아몬드든 나발이든 염병이든.

아무 조건 없이 무엇이든 베어내는 장비만 있다면 무슨 소용일까.

장비를 착용하는 것에는 별 다른 재능이 필요하지 않으니 그야말로 템빨.

가장 쉬운 공략법은 역시나 템빨이라 할 수 있었다.

이것이 시우가 선별한 공략법 중 가장 베스트라 불리는 두 가지 공략법이었다.

일명 딜찍누와 돈찍누.

그런데 만약에 이 둘 모두를 할 수 있다면 어떠할까.

몬스터를 딜로 찍어누름과 동시에 장비로 찍어누를 수 있다면 과연 어떠할까.

‘어떻긴 어떻겠어.’

인생 난이도 응애 모드의 게임인 것이지.

시우는 세상 허탈한 표정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시우의 눈앞에 보이는 장면.

정확히는 시우가 찍고 있는 화면 속의 영상.

콰직! 서걱!

단조로운 소리와 함께 검은 트롤이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쓰러진 검은 트롤 위로 한채린이 재차 몸을 움직였다.

타닥! 콰직! 서걱!

움직임이 깔끔하다 못해 군더더기가 보이질 않는다.

한채린은 그야말로 미쳐 날뛰고 있었다.

딜찍누와 돈찍누의 표본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있었다.

또 그뿐이랴.

검은 트롤에 대한 완벽한 공략법까지 더해지고 있었다.

처음엔 조금 서툰 모습을 보여줬지만 점점 익숙해지더니 지금은 완전히 숙달되어있었다.

그렇기에 저건 더 이상 사냥이라 볼 수 없었다.

학살.

콰직! 서거걱!

한채린은 검은 트롤들을 그야말로 학살하고 있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5마리에 검은 트롤들.

이렇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확실히 공략법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공략법을 몰랐다면… 상당히 고전했을 것 같네요. 무엇보다 모든 트롤 개체에게 적용되는 공략이라니. 귀한 배움을 얻었네요.”

한채린은 검을 갈무리 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보이는 한채린의 옆모습은 정말이지… 예뻤다.

아니, 갑자기 뭔 개소린가 싶지만 영상에 찍히는 한채린의 옆모습이 진짜 그림 같은데 뭘 어떡하란 말인가.

농담이 아니라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있는 땀방울까지 예뻤다.

저건 땀방울이 아니라 이른 아침 풀잎에 맺혀있는 이슬이 아닐까 싶었다.

얼굴 예뻐. 돈 많아.

천재적인 재능에 배경까지 빵빵해.

워낙에 말수가 없고 무뚝뚝한 터라 인성까지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마스터 오렐리안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

어느 정도의 인성은 합격이라는 의미이지 않은가.

‘개사기잖아.’

그야말로 개사기 캐릭터였다.

농담이 아니라 신(神)을 붙잡아 왜 우리 차별하냐며 따져도 할 말 없었다.

‘일 끝나고 한 번 따져봐야겠다.’

그러니까 갓튜브에 한번 지랄해봐야겠다.

고객 센터에 문의하면 답변해주지 않을까?

시우는 그런 생각을 하며 녹화를 종료했다.

그리고 슬쩍, 도철의 표정을 확인했다.

아닌 게 아니라 도철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영상 속 주인공이 한채린이었으니까.

물론 한채린이 주인공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도철의 비중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처음 검은 트롤에 대해 설명한 것이 전부였다.

그 이후로는 한채린이 알아서 해보였다.

한채린이 조금 헤매고 서툰 모습을 보여줘야 영상각을 찍든가 할 텐데.

혼자서 죄다 해먹어버리니 뭘 어쩔까.

괜한 5천만 원만 날렸다는 생각만 가득할 터였다.

물론.

‘난 5천만 원 받았으니까.’

시우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긴 했다.

‘그런데 저거. 괜히 사고치는 거 아닌가 몰라.’

그렇기에 시우는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수 틀리면 사람을 미끼로 쓰는 싸이코패스이지 않은가.

그런데 상대가 한채린이라면야 뭐.

사실 큰 걱정은 없었다.

한채린을 상대로 지가 뭘 할 수 있을까.

실력이면 실력. 배경이면 배경.

시우와는 달리 강도철이 뭐하나 어찌할 수가 없는 존재였다.

“더 이상 검은 트롤은 없는 것 같네요. 이만 마무리할까 싶은데 어떠신가요?”

“그런 것 같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시우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도철의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대로 촬영을 끝내면 안 되었으니까.

물론 영상각이라고 할 만한 것은 있다 못해 많긴 했다.

그런데 그게 죄다 한채린의 영상뿐이었다.

한채린의 이름으로 어그로만 끌어도 영상의 조회수야 달달하게 뽑을 수 있겠다만 글쎄.

당장의 이익이야 좋을 순 있었다만 강도철의 의도를 생각하면 그닥….

그러니까.

‘SH그룹에 기어들어갈 꿈은 포기하는 게 좋겠네.’

도철이 SH그룹에 들어가려던 생각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처음엔 도철이 채널을 키우려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것도 아니면 채널을 다른 컨셉으로 바꾸려는 새로운 시도이지 않을까도 싶었다.

시우는 더 이상 도철과 일할 생각이 없었고, 도철 또한 시우를 붙들어 들 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던전 공략을 진행하면서 시우는 도철의 진짜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SH그룹은 현재 한채린을 육성하는데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헌터 산업을 장악하기 위함.

그 일환으로 SH그룹은 SH그룹 산하, SH헌터 길드에도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있었다.

해서 도철은 이걸 기회라 여긴 것 같았다.

SH헌터 길드에 스카웃 될 수 있는 기회.

그렇게 되면 구독자 21만의 무공략 채널을 버려야만했다.

그러나 도철은 결정을 내린 것 같았다.

강도철은 구독자들을 그냥 돈으로만 생각했으니까.

또한 시우가 없는 무공략 채널은 팥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해서 반드시 한채린의 눈에 들어야만 하거늘.

아무것도 못하고 합방을 끝내야 하니 저렇게 표정이 안 좋을 수밖에.

아니나 다를까 강도철이 시우를 바라봤다.

뭐라도 좀 도와달라는 눈빛인 것 같았는데.

‘알 게 뭐야.’

시우는 모르는 척, 시선을 돌렸다.

아쉽게도 5천만 원에는 추가 촬영의 값이 포함되어있지 않았다.

‘지금은 돈을 더 준다고 해도 안 할거지만.’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시우의 머릿속은 온통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헤파이스토스 채널의 구독.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서 갓튜브를─.

크워어어어어어어어─!!!!

일순간 시우의 정신을 먹먹하게 하는 괴성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쿵! 쿵!

작은 지진의 울림이 바닥으로 전해져왔다.

시우는 자연스럽게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또한 한채린과 도철.

그리고 다른 헌터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듯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보인 거대한 크기의 생명체.

“저건…?”

한채린이 두 눈을 크게 뜨며 물어왔다.

그런 한채린의 모습에 기회다 싶은 것이었을까.

도철이 눈을 반짝이며 황급히 무언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시우가 검은 트롤들을 분석한 종이 뭉치.

도철은 재빨리 그 내용들을 확인했지만 어째서인지 도철의 인상은 펴지지 않았다.

당연하지.

돌연변이 종에 관련해서는 적어놓지 않았으니까.

“...... 엘리트 몬스터입니다.”

끝내 도철이 자신 없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맞는 말이었다.

변형 몬스터의 종류인 엘리트(Elite) 몬스터.

지난 날 시우가 마주한 엘리트 아라크네와 똑같은 변이종이었다.

한마디로 검은 트롤이 변형을 일으켜 탄생한 엘리트 검은 트롤이었다.

그리고 엘리트 종은 경우마다 또 몬스터마다 천차만별이었다.

하지만 대체로 엘리트 종은 한 단계 높은 등급으로 분류된다.

즉, B+등급인 검은 트롤의 엘리트종은 A-등급이라는 것을 뜻했다.

“크워어어어어어─!!”

터져나오는 엘리트 검은 트롤의 괴성.

엘리트답게 그 괴성에는 진득한 살기가 묻어나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다.

A-등급의 엘리트 검은 트롤.

만일 한채린이 없었다면 사실상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리고 본디 변이종은 이렇게 자주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던전 사고라 부를 정도로 그 빈도가 매우 낮았다.

그런데 요 며칠 사이 벌써 2번째였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엘리트라는 말에 한채린의 눈빛이 일변했다.

현재 한채린의 헌터 등급은 A급.

A-등급의 몬스터를 수월히 사냥할 수 있는 격차였다.

한채린은 눈을 빛내며 검의 손잡이를 쥐어잡았다.

그리고 엘리트 검은 트롤을 향해 달려들려던 순간.

“잠시만요.”

시우가 한채린의 앞을 막아서보였다.

한채린은 말이 없었다.

그저 눈빛으로 시우에게 앞을 막아선 이유를 묻고 있었다.

시우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봤다.

지금 보이는 검은 트롤.

거진 10M에 달하는 거대한 덩치.

일반적인 검은 트롤과는 확실히 다른 놈이다.

누가 봐도 엘리트 몬스터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뭔가 이상해.’

그러나 이상하다.

정확히는 어딘가 묘하다.

예전이라면 느끼지 못했을 무엇.

혹은 그냥 기분탓이라며 넘어갔을 무엇.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통찰력(S+)으로 인지되는 어떤 개념.

뭐라 정의를 내릴 수 없는 감각.

그 무언가가 시우에게 강력히 경고하고 있었다.

저건 엘리트 몬스터가 아니라.

“아무래도… 보스 몬스터인 것 같습니다.”

보스(Boss) 몬스터라고.

* * *

보스(Boss) 몬스터.

직역하자면 대장 몬스터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또한 엘리트 몬스터와 같이 변형종의 일종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엘리트 몬스터와 크나큰 차이가 있었다.

이중 변형종(Double Mutation).

엘리트 몬스터는 일반적인 몬스터가 변형을 일으킨 종이다.

그리고 이중 변형종이라 함은, 그 변형을 두 번 일으켰다는 뜻.

하여 보스 몬스터라 함은 엘리트 몬스터가 다시 한 번 엘리트로 변형을 일으킨 종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보스 몬스터의 강함은 변형을 일으킨 몬스터의 등급에서 최소 두 단계가 상승한다.

이중 변형을 일으킨 돌연변이답게 세 단계까지도 그 단계가 격상한다.

따라서 지금 눈앞에 울부짖는 검은 트롤.

거진 10M에 달하는 저 거대한 생명체는.

최소 A등급.

어쩌면 A+등급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저건 더 이상 검은 트롤이라 부를 수 없었다.

트롤이라는 종으로 정의해서는 안 되었다.

두 발로 땅을 딛는 몬스터들 중 가히 최강.

지상 최강의 포식자라 불리는 오우거(Ogre).

“크워어어어어어─!!!”

저건 오우거와 다름없었다.

시우의 사고가 빠르게 회전한다.

저 보스종인 검은 트롤은 오우거와 같은 등급으로 봐야한다.

그리고 오우거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최소 A+급의 헌터.

S급에 근접한 이들만이 대적할 수 있는 지상 최강의 포식자였다.

그리고 이곳에 A+급의 헌터는 없었다.

하지만 천만다행히도 한채린이 있다.

두 개의 S등급 개성을 각성한 희대의 천재.

딜찍누와 돈찍누가 가능한 최고의 공략러.

한채린은 아직 A급에 지나지 않지만 잠재력만은 S급 이상이다.

쉬운 싸움은 아니지만, 승산은 높다.

“이런 제기랄!”

도철과 그의 헌터들이 같이 싸워준다면 말이다.

씹듯이 들려온 도철의 외침.

바라본 그곳엔 도철이 뒤돌아 그대로 몸을 내빼고 있었다.

아마 보스종이라는 시우의 말에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을 한 모양이었다.

한채린의 눈에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빠르게 접어버린 모습이었다.

자만하지 않고 목숨을 먼저 생각하는 판단.

과연 베테랑이라 부를 법한 판단이었다.

“저 멍청한 새끼가!”

그러나 이번엔 실로 멍청한 판단이었다.

시우는 까득, 이를 씹으며 소리쳤다.

지금 저 보스종인 검은 트롤에게서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천만에.

시우는 단번에 고개를 저을 수 있었다.

도철이 B급의 헌터라 한들 도망칠 수 없다.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생각을 한다.

덩치가 크면 느릴 것이다.

근육이 많으면 둔할 거다.

그러나 그건 명백한 착각이다.

힘, 민첩, 순발력, 속도, 반사 신경.

그 모든 것들은 근력이 관여한다.

관여하다 못해 근력이 주관하는 영역이라 봄이 옳았다.

근육에서 사출되는 폭발적인 힘.

그 힘에 따라 위의 신체 능력들도 같이 증대된다.

만일 크기가 크면 둔하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힘과 속도는 별개의 영역이라면.

인간을 기준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신체 능력이 밀려야만 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그러하던가.

힘은 곧 신체가 갖는 능력이라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지금 보이는 보스종의 검은 트롤.

10M에 달하는 거대한 덩치에 폭발할 듯한 근육들.

도망칠 수 없다.

그러니 방법은 싸우는 것뿐이다.

한채린을 필두로 맞서싸워야만 한다.

그것만이 이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보.. 보스종이라니…!”

“도, 도망쳐!”

그러나 저들은 그럴 생각이 없어보였다.

도망치는 도철을 따라 다른 헌터들이 꽁무니를 빼기 시작했다.

시우는 도망치는 이들을 향해 황급히 입을 열었다.

그러나 검은 트롤의 반응이, 그보다 한 박자 빨랐다.

크워어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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