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와아…!”
서아가 눈을 동그랗게 떠보이며 감탄을 해보였다.
그마저도 모자란 지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여기 진짜 좋다아!”
서아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재차 감탄을 해 보였다.
그런 서아의 모습에 시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려보였다.
하기사, 이 병실이 좋아도 좀 좋아야지.
농담이 아니라 5성급 호텔의 객실이라도 믿을 법했다.
“정말 여기서 지내도 돼? 오빠랑 같이?”
“그래.”
서아의 물음에 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다보니 같이 SH병원에 입원하게 된 시우와 서아.
물론 아무리 가족일지라도 같은 병실을 쓰는 건 불가능했다.
그런데 뭐.
한채린의 한마디에 일사천리였다.
해서 서아는 시우와 같은 병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
정확히는 한채린이 퇴원하고 비어버린 침대.
그 침대를 서아가 사용할 수 있었다.
‘계속 이용할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는 없었다.
‘서아가 계속 여기서 치료받는다면 많이 좋아질텐데.’
그도 그럴 것이 이 특실 병실은 단순히 방만 넓은 것이 아니었으니까.
24시간 상시 대기 중인 전담 간호사는 기본.
시우와 서아만 케어하는 주치의까지.
무엇보다 병원장의 관리 아래 각종 검사들을 최우선 프리패스로 받을 수 있었다.
삼시세끼 나오는 식사 또한 5성급 호텔처럼 나왔다.
이 모든 혜택들이 모두 공짜.
그래서일까.
‘괜히 거절했나….’
시우는 아까 전의 일이 조금은 후회되기 시작했다.
* * *
갑작스럽다 못해 뜬금없는 한채린의 제안.
시우는 머릿속의 혼란을 느끼며 한채린에게 물었다.
“팀원이요?”
“네.”
한채린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리고는 그게 끝이었다.
왜 시우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지.
그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그런 것들에 관한 이야기가 일절 없었다.
하여간, 누가 로봇 아니랄까 봐.
무뚝뚝하다 못해 감정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지, 이건 그거랑 상관 없나?
어쨌든 한채린과의 대화는 단편적으로 이어졌다.
통찰력(S+)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상당히 피곤했을 대화 방식이었다.
“제가 검은 트롤을 상대로 보여준 모습 때문입니까?”
한채린은 역시나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검은 트롤을 억압했던 시우의 힘.
그건 시우 본인조차 상당히 놀라고 있었으니까.
무려 SS등급에 달하는 헤라클레스의 괴력[怪力].
“죄송하지만 그건 쉽게 사용할 수 없는 힘입니다.”
하지만 그건 완성되지 않은 힘이었다.
지금도 보라.
허락되지 않은 힘을 사용한 대가로 근육이 모두 아작이 나버렸다.
현재로서 시우의 힘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럴 것 같았어요. 안 그랬다면 이렇듯. 거기에 누워계실리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그런 제안을 주셨다는 건, 가능성을 보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추가로 몬스터들을 분석하는 능력도 포함해서요.”
그건 세간에 도철의 능력으로 알려져있건만.
검은 트롤을 공략하면서 진실을 파악한 모양이었다.
“연봉으로 10억을 드릴게요.”
그리고 들려온 한채린의 말.
시우의 몸이 순간 덜컥, 굳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10억이라니.
10억이라니! 10억이라니!!
평생 꿈도 꾸지 못할 돈이지 않은가!
그것도 연봉 10억이었다.
한 번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년 받는 금액이 10억.
‘아…!’
그 아찔한 금액에 시우의 정신이 파르르, 떨려왔다.
“추가로 몬스터 사체 부산물에 대한 이익도 지분만큼 정산해서 드릴게요.”
미쳤다.
정신이 파르르, 떨리다 못해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시우의 머릿속은 벌써부터 수많은 상상의 나래들을 펼치기 시작했다.
로또 복권을 사고 행복의 나라로 떠나던 일주일.
그 행복의 나라가 눈앞에 펼쳐지며 손에 뻗으면 잡힐 듯 아른거렸다.
“그리고 동생분께서 혈사병을 앓고 있다고 들었어요. 저희 SH병원에 입원해 계신다고.”
보아하니 시우에 대해 어느 정도 조사를 한 모양이었다.
뒷조사처럼 여겨질 수 있으나 시우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뒷조사할 건덕지도 없었을 뿐더러.
말마따나 시우를 입원시키려면 이런저런 신상 정보가 필요했을테니까.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곳, SH병원에 입원 중인 서아를 알게 될 수밖에 없었다.
“동생분의 케어를 저희 SH병원에서 무상으로 제공해드릴게요.”
이건 결정타였다.
시우는 명치를 제대로 타격받은 것처럼 심장이 아파왔다.
입은 당장이라도 콜! 이라 외치라며 부들부들, 떨려왔다.
아찔한 돈 앞에 이성은 휘발유 마냥 훨훨, 증발해버렸다.
그러나 입은 벌어지지 않았다.
통찰력(S+)만은 증발하지 않고 이성의 한켠에 자리하고 있었으니까.
한채린의 제안에 깃든 본질을 꿰뚫는다.
그리하여 이 세상의 절대적인 법칙을 경고하고 있었다.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받는 것이 있으면, 그만큼 내주어야만 하는 것이 있는 법.
“그, 그 대가로….”
파르르, 떨리는 정신에 목소리도 떨려왔다.
시우는 목을 가다듬으며 정신 또한 같이 가다듬었다.
“그 대가로 제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죠?”
“앞으로 제가 사냥하는 모든 몬스터들의 공략법을 세워주세요.”
몬스터들이 공략법을 세우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적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달.
그 시간 동안 내내 하나의 몬스터를 분석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엔 통찰력(S+)의 도움 덕분인지 금방 끝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밤낮을 새가며 작업을 해야했다.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따라서 한채린이 요구하는 몬스터 공략법.
모르기 몰라도 거의 매일 몬스터만 분석해야만 할 것이 분명했다.
말만 팀원이지 실상은 개인 비서나 다름없으리라.
그럼에도 파격적인 조건인 건 맞았다.
연봉 10억.
관련한 몬스터 부산물들의 이익.
심지어 서아를 위한 혜택까지.
“어떠신가요.”
한채린의 제안은 시우의 부족한 것들을 채워줄 수 있었다.
시우의 현실을 단번에 바꿀 수 있었다.
그렇기에 시우는 정말로 오랜 고민 끝에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거절합니다.”
* * *
‘괜히 거절했나….’
생각하면 할수록 자꾸만 후회가 밀려왔다.
후회라기보다는 아까움 혹은 아쉬움.
어쩌면 집착이라던가 아니면 ‘아! 그때 샀어야하는데’ 하는 통탄일 수도 있었다.
“여기 엄청 비싸겠지?”
당장 저렇게 좋아하는 서아만 봐도 아쉬움이 솟구치고있었다.
한채린의 제안을 수락했다면 서아는 계속 이곳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돈 걱정 같은 건 일절하지 않고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또 그 뿐이랴.
매년 따박따박 들어오는 10억.
이 어찌 아쉽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 거절은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니었나.
적어도 ‘음… 조금 생각해보고 말씀드려도 될까요?’
이렇게 말하고 답을 잠깐 보류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지금이라도 가서 말해볼까?
‘에이, 됐다. 어차피 하지도 않을 건데 괜히 여지만 주는 꼴이지.’
하지만 시우는 끝끝내 아쉬움을 털어내었다.
아마… 불과 얼마 전의 시우였다면 고민하지도 않았다.
한채린의 제안을 그 자리에서 수락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시우는 그렇지 않았다.
【갓튜브(GodTube)】
시우에게는 갓튜브가 있었으니까.
시우가 구독한 제갈공명과 헤라클레스 채널.
그 곳에서 얻은 통찰력(S+)와 괴력[怪力](SS).
이것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는 것은 인정하고 있었다.
마냥 거짓된 일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검은 트롤 던전에서 겪었던 일에서 시우는 완전히 확신할 수 있었다.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힘.
검은 트롤을 찢어발겨놓았던 그 압도적인 힘.
‘갓튜브는 진짜다.’
시우는 현 시간 부로 갓튜브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이 갓튜브는 진짜로 신들의 채널이다.
S급 헌터들을 고작 ‘따위’로 만들어버리는 신(神)들의 채널.
시우는 그 신들의 채널에서 신들의 개성을 배울 수 있다.
신들의 특성을 습득할 수 있다.
어째서 그것이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더 이상 의심할 여지는 없다.
‘갓튜브로 성장할 수 있다.’
시우는 더 이상 무개성의 헌터가 아니다.
물론 한채린의 제안은 정말이지 매력적이었다.
매력적이다 못해 파격적이었다.
지금도 정말이지 손이 부르르, 떨리기는 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시우는 한채린을 위해 일해야만 했다.
한채린을 따라다니며 그녀의 모든 것을 보좌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시우만의 시간 같은 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시우는 시우 본인이 아니라 한채린을 위해 살아야만 했다.
‘굳이 족쇄를 달 필요는 없지.’
해서 시우는 저울질 끝에 한채린의 제안을 거절했다.
한채린의 제안.
갓튜브를 통해 S급 헌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
어느 쪽으로 무게의 추가 기울었는지는 지금의 상황을 보면 알 수 있었다.
해서 시우는 제안을 거절했고 한채린은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마 시우가 거절할 줄 몰랐던 것 같았다.
‘실제로 지금도 후회되고 있긴 하니까.’
어쨌든 한채린은 상당히 놀라보였으나 그걸로 끝이었다.
시우를 붙잡거나 더 좋은 조건을 내걸지 않았다.
자기도 아쉬울 거 없다는 뜻이겠지.
그래도 시우의 상태가 완전히 치료될 때까지 SH병원에서 케어해주겠다 약속해보였다.
그것도 여기 특실에서 말이다.
모든 치료비는 공짜.
이유를 묻자 한채린은 이렇게 답했다.
‘시우 씨께 목숨을 빚 졌으니까요.’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았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건 시우도 마찬가지 아닌가?
한채린이 없었다면 시우 또한 그곳에서 살아나오지 못했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한채린은 도망칠 수 있었다.
보스종인 검은 트롤에게서 한채린은 충분히 도망칠 수 있었다.
그러나 한채린은 그러지 않았다.
스스로가 미끼가 되어 사람들의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었다.
결과적으로 시우가 검은 트롤과 대적하긴 했다만 딱 그뿐이었다.
검은 트롤과 힘 겨루기만 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한채린이 두 개의 심장을 파괴해주었기에 망정이지.
1:1 싸웠다면 시우는 결코 검은 트롤을 이길 수 없었다.
한마디로 시우도 한채린에게 목숨을 빚진 상황이었다.
그러니 퉁치면 그만.
그런데 주겠다는 거 안 받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
다만, 시우는 한 가지 조건을 추가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이 특실에 서아도 입원해도 되냐.
한채린은 흔쾌히 수락했다.
한술 더 떠서 서아의 병원비까지 무상으로 제공해주었다.
비록 한 달뿐이지만 그럼에도 과한 보답이었다.
이유를 묻자 한채린은 똑같은 답을 해 보였다.
‘시우 씨께 목숨 빚을 졌으니까요.’
뭐… 한채린이 지닌 가치를 생각하면야 얼추 이해는 되었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시우 또한 한채린에게 목숨 빚을 진 상황.
그런데 뭐, 굳이 준다지 않은가.
해서 상황이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그런데 강도철. 그 새끼는 어떻게 되었을라나.’
생각이 이어지다보니 문득 강도철의 생사가 조금은 궁금해졌다.
한채린을 미끼로 나 몰라라 도망친 놈이지 않은가.
무사할리가 없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사할 것 같기도 했다.
처음부터 한채린은 스스로가 미끼가 되려던 생각이었지 않았는가.
‘무엇보다 한채린 성격상 해코지를 할 것 같지도 않고.’
무뚝뚝하고 차갑고 또 냉정하면서 감정 하나 없는 로봇처럼 보이나 인성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한마디로 인성 합격.
괜히 마스터 오렐리안이 인정한 것이 아니었다.
‘에이, 모르겠다.’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이제 나랑은 상관없는 놈인데 궁금해서 무엇할까.
그딴 놈 매장당하든 말든 알 바 아니었다.
“그런데 오빠. SH그룹이랑 합방한다는 게 채린 언니랑 합방하는 거였어?”
“채린 언니?”
물론 한채린을 의미함을 모르지 않았다.
또한 한채린은 서아보다 한 두살 많으니 언니라는 칭호 또한 적절했다.
그럼에도 채린 언니라니?
꽤나 친근하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한채린을 알아?”
“당연히 알지. 모르는 게 이상하지 않을까?”
뭐, 그건 그렇긴 하다만.
“채린 언니가 언니라고 부르라 했어. 동생은 없지만 나보고 동생 같다고.”
“뭐? 한채린이? 설마.”
그 얼음 덩어리 같은 여자가 그런 말을 할리가.
“분위기만 차갑지. 마음씨는 엄청 따뜻하시던데.”
“네가 한채린 속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 마음이 따뜻한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안 그랬으면 우리한테 이 특실을 내줬게?”
“그건 뭐….”
사실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만 마냥 틀린 말은 아니긴 했다.
‘그보다 한채린이 서아한테는 자세한 사정을 말하지 않았나 보네.’
어쩐지 서아가 크게 걱정을 해보이지 않는다 싶었다.
시우가 다친 것도 아마 적당히 둘러댄 모양이었다.
마음씨가 따뜻한지는 모르겠다만 눈치와 센스 하나는 좋은 여자였다.
“무엇보다 실물로 보니까 지이인짜 예쁘시던데.”
서아는 그렇게 말하며 배시시, 웃어보였다.
알게 모르게 얼굴에 어둠이 드리워져있던 서아.
하지만 지금 보이는 서아의 얼굴은 생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서아의 얼굴을 보아서일까.
“응? 오빠 어디가?”
도무지 가만히 누워있을 수 없었다.
“요 앞에 잠깐 산책 좀 하러. 가만히 누워만 있었더니 영 찌뿌둥해서.”
시우는 그렇게 병실 밖을 나섰다.
* * *
SH병원 인근의 공원.
정확히는 SH병원 내 위치한 공원이었다.
환자들의 재활 치료 및 산책을 위해 조성된 공간.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 답게 관련한 시설들 또한 가히 최고였다.
“흐음….”
시우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갓튜브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지워버린 지금.
“갓튜브를 어떻게 활용해야할지 계획을 짜야하는데.”
한채린의 제안을 거절한 만큼 후회하지 않을 계획을 짜야만했다.
현재 시우에게 남은 구독권은 하나.
해서 시우는 이 구독권을 헤파이스토스의 채널에 사용하려했었다.
헤파이스토스의 야금술을 배워 장비를 제작해 돈을 벌 생각이었다.
시우가 사용할 장비 또한 직접 만들어 사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갓튜브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지워버렸기 때문일까.
“서아의 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시우는 현재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각성자의 개성은 전투 직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생산 직종에 관련한 개성은 물론.
각종 예술을 비롯한 수많은 분야에 걸쳐있었다.
그 말은 즉, 의학 분야와 관련한 개성 또한 존재했다.
그리고 갓튜브는 말 그대로 신들의 채널.
각 분야에서 최정점을 넘어 신(神)의 경지에 도달한 이들이 모여있는 채널이었다.
하여 지금.
『<화타>: 예토전생은 이렇게 하는 거다.』
『<히포크라테스>: 히포크라테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어떻게 할까?』
『<허준>: 동의? 어 보감. 이 말 만든 놈 찾아가 침 한 방 놓아줬습니다.』
“흐음….”
시우는 굉장한 고민이 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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