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영상의 제목에 걸맞는 썸네일이 화면 위에 떠올랐다.
소위 어그로성 제목과 썸네일들이었지만 채널의 주인을 보면 이게 또 그렇지가 않았다.
죽은 자도 살릴 수 있다 전해지는 신의(神醫), 화타.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전설적인 고대 의학자, 히포크라테스.
한의학을 체계적으로 정립하여 거진 한의학의 시초라 일컬어지는 허준까지.
“미친 거 아니냐고.”
라인업이 미쳐있다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렇기에 시우는 정말로 고민이 되었다.
“이들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서아의 병을 고칠 수 있을테니까.
서아가 앓고 있는 혈사병(血死病).
뜻 그대로 피가 죽는 이 병은 현재로서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몬스터라는 5차 산업.
마력이라는 신비한 힘과 더불어 몬스터들에게서 나오는 새로운 물질들은 지구의 패러다임을 바꾸어놓았다.
인류 전반적인 산업 분야에 혁신을 일으켰으며 의학 또한 무궁무진한 발전을 이루었다.
과거, 불치병이라 불리던 대다수의 병들이 치료가 가능해졌다.
기본적으로 당뇨부터 시작해 탈모, 고혈압, 아토피, 암, 치매, 자폐증 등등.
인류가 포기해야만 했던 수많은 병들을 치료할 수가 있었다.
허나, 모든 것들에는 양면성이 존재하는 법.
몬스터와 마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은 마냥 이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서아가 앓고 있는 혈사병(血死病).
5차 산업 이후에 발병된 새로운 병.
서아가 혈사병을 앓게 된 건 사고였다.
던전이라는 곳은 아직도 많은 것이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공간.
오래 전, 던전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일으켰고 그 곳에 하필이면 한 가족이 휘말린 사고.
어머니는 시우와 서아를 지키려다 목숨을 잃었다.
시우와 서아는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터져나온 던전의 마력에 휩쓸렸다.
그리고 결과는 극과 극.
시우는 마력과 공명하여 각성자가 될 수 있었다.
반면에 서아는 마력에 피폭되어 혈사병이라는 병을 얻었다.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3일 내내 담배만 하염없이 태우실 뿐이었다.
아버지는 밤낮 없이 일하셨다.
서아의 치료비.
두 아이를 먹여살려야하는 가장의 무게.
그리하여 하루 3시간도 되지 않는 숙면.
아버지는 5년이라는 시간을 채 버티지 못하셨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시우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시우는 그때서야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당시 시우의 나이 19.
다가온 현실이라는 냉혹함 앞에서 시우는 차마 눈물을 흘릴 수가 없었다.
발악했다.
어떻게든 먹고는 살아야했기에.
각성자였지만 헌터 직종은 꿈도 꾸지 못했다.
무(無)개성의 각성자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그래도 이점은 하나 있었다.
세계 유일의 존재.
희귀 케이스 리포트에 올라갔고 임상 실험의 제안을 받았다.
동물원의 동물 마냥 구경 거리가 되었다.
실험실의 모르모트처럼 여러가지 실험을 받았다.
탈이 났고, 몸이 상했다.
그리고 손에 쥐어진 건 임상 실험의 대가와 더불어 합의금 명목의 3억.
신체를 갈아넣음으로써 얻은 3억이었다.
화가 났다.
그러나 3억이라는 돈 앞에 침묵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억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무개성으로나마 각성을 했다는 것.
이게 아니었다면 이런 돈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니까.
내가 어딜 가서 3억이라는 돈을 만져볼 수 있을까.
3억이 찍힌 통장을 바라보며, 시우는 그런 생각을 할 뿐이었다.
3억은 금방 사라졌다.
서아의 병원비.
솔직히 원망스러웠다.
가족이 아니었으면 싶었던 적도 있었다.
그냥 버릴까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고백하건대… 서아가 차라리 죽었으면 싶었던 적이 수도 없이 있었다.
그리고 신께서는 그런 시우의 기도를 들어준 걸까.
서아가 자살 시도를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오빠의 발목을 붙잡기 싫어서.
서아는 바보가 아니다.
바보는 커녕 똑부러지고 현명한 아이다.
서아는 자신의 병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치료될 가능성이 없다는 병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지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걸림돌이 되는지.
자신이 없었더라면 시우가 그렇게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걸.
서아는 이 빌어먹을 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자살은 시도로 그쳤다.
자살을 시도한 곳이 대한민국 최고인 SH병원이었다는 것이 그렇게 만들었다.
깨어난 서아를 보며 시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왜 그랬냐. 이유를 묻지 않았고.
그 동안 너를 위해서 내가 얼마나! 라며 화를 내지도 않았다.
서아를 안아주었다.
말없이 안아주었다.
품 안에 안긴 서아의 몸은 너무도 야위어있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장례식장에서도 흐르지 않았던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 에이.”
시우는 고개를 흔들어 밀려오는 상념을 털어내었다.
그 무슨 좋은 기억이라고.
이미 다 지난 일이었다.
지금은 앞을 보며 나아갈 때.
그런 의미로.
“이들이라면 서아의 병을 고칠 수도 있어.”
화타, 히포크라테스, 허준.
물론 이들이 직접 서아의 병을 돌보는 것이 아니었다.
시우가 이들의 개성을 배워 시우가 서아를 치료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허나, 저들이 보통의 의원이고 평범한 의사이던가.
의학이라는 분야에서 최정점을 넘어 신의 경지에 닿아있는 이들이다.
“영상들이 약간 정신이 나가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 실력에 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니 가능성은 충분했다.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서아의 병을 고칠 수 있었다.
“문제는 구독권이 하나밖에 없단 말이지.”
그렇기에 시우는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구독권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또 모를까.
지금 당장은 알지 못했다.
다만, 구독권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알 수 있었다.
“멤버십을 가입하면 개성을 배울 수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채널 멤버십 가입.
그 기능에는 여러가지가 있었으나 쉽게 말해 돈을 내고 해당 채널의 특별한 영상들을 볼 수 있는 기능이었다.
『<제갈공명>: 현재 논란 중인 마속에게 가정을 맡긴 이유. 해명하겠습니다.(멤버십 가입하시면, 통찰력(S+) 특성 강의를 배우면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갈공명 해명 영상에서 볼 수 있듯.
멤버십 전용 채널에는 개성과 관련한 영상을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 멤버십 채널을 가입하면 해당 개성을 습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시우는 곧장 멤버십 가입 비용을 확인했다.
[화타 채널 멤버십 가입 비용] - 100,000,000₩ / 월
[히포크라테스 채널 멤버십 가입 비용] - 100,000,000₩ / 월
[허준 채널 멤버십 가입 비용] - 100,000,000₩ / 월
확인한 금액은 무려 1억 원.
그것도 한달마다 결제되는 금액이 1억 원이었다!
“미친 거 아니야?”
아니, 미치다 못해 말이 안되는 금액이지 않은가!
1억 원도 어마어마하게 비싸거늘 뭐, 뭐?
한 달마다 1억 원?!
“이놈의 병원비는 진짜!”
이쪽이나 저쪽이나 병원비는 지랄맞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가격 담합이라도 한 것인지 어째 1억 원으로 똑같았다.
“하아….”
절로 내뱉어지는 한숨.
아무래도 지금 당장은 하나 남은 구독권을 어떻게 사용할지부터 고민해봐야할 것 같았다.
시우는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일단.
“개성을 습득한다고 해서 완전히 그 능력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야.”
숙련도라는 것을 올려야했다.
그리고 현재 시우가 습득한 개성의 숙련도는 이러했다.
<통찰력(S+) 숙련도 0.7%>
<괴력(怪力)[SS] 숙련도 0.5%>
검은 트롤의 던전에서 오른 숙련도였다.
그 곳에서의 경험을 비추어 시우는 숙련도라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개성을 사용하면 할수록 올라가는 것 같단 말이지.”
말 그대로 숙련도.
숙달된 정도를 의미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과연 신들의 개성이라는 걸까.
“오르는 속도가 너무 더뎌.”
막말로 더럽게 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 말은 즉.
“의술의 개성도 마찬가지일 거란 말이지.”
서아가 앓고 있는 혈사병은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는 불치병이다.
물론 신의(神醫)라 불리는 이들에게는 불치병이 아닐 터였다.
그러나 치료가 쉽지 않은 병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신들조차 치료가 쉽지 않은 병.
“내가 배워서 치료하기가 힘들거란 말이지.”
모르긴 몰라도 많은 숙련도를 요할 것임이 분명했다.
물론 고칠 수만 있다면 고민할 건덕지도 없었다.
허나, 그 숙련도에 도달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가 없었다.
“숙련도를 올리는 방법도 문제야.”
숙련도는 해당 개성을 사용할수록 올라간다.
그 말은 즉, 시우가 직접 그것도 꾸준히 의술을 사용해야한다는 뜻.
이것은 다시 말해.
“돈이 필요해.”
돈이 들어간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실습이라는 명목.
의료 장비라는 이름.
한 두푼이라는 말로 퉁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 당장 수중에 돈은 있었다.
한채린이 서아의 병원비까지 내줌으로써 세이브 된 5천만원.
정확히는 밀린 월세를 지불하고 남은 4천 8백만원.
“그래도 돈이 필요해.”
그럼에도 부족했다.
서아는 하루라도 약을 먹지 않으면 실시간으로 피가 죽는다.
끔찍한 고통에 생명이 갉아먹힌다.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
의술의 숙련도를 쌓아 서아의 병을 치료할 시간이라는 것이 없었다.
정확히는 그 시간동안 버틸 수 있는 돈이 없었다.
돈이란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밥을 먹는 것도 돈. 옷 입는 것도 돈.
숨을 쉬는 것도 돈.
“돈부터 벌어야 해.”
그로써 시간을 먼저 구매해야 한다.
시우가 숙련도를 올려 서아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때까지.
그 사이에 서아의 병이 악화되지 않도록 붙들고 있을 시간.
서아가 죽지 않도록 버틸 수 있는 시간.
먹고, 자고, 입고, 숨을 쉴 수 있는 시간.
“헤파이스토스 채널을 구독하면….”
장비 제작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의술과 마찬가지로 숙련도를 올려야함은 똑같았다.
허나, 이것엔 중간 과정이라는 것이 있었다.
“장비를 제작해서 팔면 되니까.”
어설픈 숙련도이나 그래도 헤파이스토스의 비법이 깃든 장비다.
반드시 수요는 있을 터였다.
그러니 장비를 제작해 팔면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만큼의 시간을 연장하여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의술은 그러하던가.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일에 있어 어설픔은 용납되지 않는다.
한 번의 실수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니 말이다.
의술엔 중간 과정이 없었다.
“재료값은….”
장비 제작에 응당 필요한 재료값.
의술에 실습과 의료 도구라는 이름의 돈이 필요하다면.
장비 제작에는 재료라는 이름의 돈이 필요했다.
“그건 던전에서 내가 구할 수 있어.”
허나, 이는 시우가 직접 구할 수 있었다.
직접 던전을 레이드 하여 몬스터 부산물을 채취할 수 있었다.
자급자족하여 장비 제작의 숙련도를 올릴 수 있었다.
시우는 오랜 고민을 이어나갔다.
구독권이 많았다면 고민할 건덕지도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시우는 정말로 기나긴 고민을 했고 끝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헤파이스토스 채널을 먼저 구독하자.”
그리하여 돈부터 벌자.
서아의 병은 관리만 잘하면 목숨에 지장은 없었다.
돈이 있으면 악화되지는 않았다.
돈만 있다면 최악의 경우는 피할 수 있었다.
또 돈이 있다면 멤버십을 가입할 수가 있다.
고민은 길었지만, 행동은 빨랐다.
시우는 곧장 헤파이스토스 채널에 들어갔다.
『<헤파이스토스>: 토르 몰래 묠니르 훔쳐서 담금질 해보기ㅋㅋㅋ.』
최근 업로드 한 동영상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상 제목.
“맞는 거겠지…?”
그 정신 나간 제목에 시우는 잠시 주춤거렸다.
하지만 금방 떨쳐낼 수 있었다.
더 이상 시우는 갓튜브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았으니까.
“어떤 개성을 얻으려나.”
당연하게도 장비 제작과 관련한 개성일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등급이 무엇이냐였다.
현재 세계 최고라 불리는 대장장이, 마스터 오렐리안.
마스터 오렐리안이 각성한 개성은 야금술(S-)이었다.
직관적인 개성이었고 등급 또한 S-였다.
S등급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
허나 실질적으로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전투 직종과는 달리 생산 직종은 그 등급이 높게 측정되지 않았으니까.
정확히는 한 단계 내지는 두 단계 낮게 측정되었다.
그 이유는 개성의 등급을 측정하는 방식의 차이에 있었다.
현재로서 개성의 등급을 측정하는 방법은 마력의 농도를 측정하는 것에 있었다.
개성에 깃들어있는 마력의 농도를 측정해 그 등급을 판별하는 방식.
그리고 전투 관련 개성은 가진 바 힘이 확실했다.
간단한 예로 불마녀, 유한나의 개성인 염화[炎火](S).
원소의 힘을 품은 개성은 가진 바 마력의 농도 또한 굉장히 짙었다.
그러나 생산 관련의 개성들은 그렇지 않았다.
가진 바 힘은 개뿔이 무슨.
그냥 하나의 지식에 지나지 않았다.
해서 생산 관련 개성을 비롯한 여타 다른 것들은 그 등급이 비교적 낮게 측정되었다.
그런 패널티 속에서도 개성이 S-등급이라는 것.
실로 어마어마한 등급이라 할 수 있었다.
전투 직종으로 따지면 S+등급과 다를 바가 없는 개성이라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 S+등급까지 바라지도 않았다.
S등급만 나와도 대박 중의 초대박이라 할 수 있었다.
의술을 포기하고 선택한 것이니만큼.
시우는 떨리는 손을 들어 구독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과연.
대장장이의 신(神)이라는 걸까.
<헤파이스토스의 채널을 구독했습니다.>
<신[神]의 야금술(SS)을 습득합니다.>
“미친….”
등급이 그야말로 미쳐 날뛰고 있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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