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신화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만큼이나 다양한 장비들이 존재한다.
흔히 신기(神奇)라 불리는 것으로 주로 영웅이나 신들의 전유물로서 묘사된다.
맞기만 하면 사랑에 빠진다는 큐피트의 활과 화살.
태양을 조율할 수 있는 헬리오스의 태양전차.
하늘을 날 수 있는 헤르메스의 신발.
번개를 자유자재로 다루게 해주는 제우스의 창과 도끼.
바다의 권능을 선사하는 포세이돈의 삼지창, 트리아이나.
신화적인 장비들은 신들의 능력으로까지로 묘사되고 있었다.
그리고 원인 없는 결과란 없듯.
당연하게도 신화적인 장비들 또한 제작자가 존재했으니.
헤파이스토스(Hephaistos).
다른 지역에서는 불카누스라고도 불리나 주로 헤파이스토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존재는 그야말로 대장장이의 신(神)이었다.
신화 속 이야기를 접하다가 미쳤다 혹은 정신 나갔다.
아니, 무슨 저딴 개사기 아이템이 다 있어?
이런 생각이 들 때, 대충 헤파이스토스를 찍으면 얼추 맞는다.
그런 의미로 당장 저 위에서 언급한 장비들.
저것들 역시나 싸그리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것들이다.
그야말로 신(神)의 경지에 닿은 야금술.
그 특출난 능력으로 인해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결혼까지 하지 않았는가.
물론 아프로디테가 워낙 바람을 피는 바람에 가정사가 순탄치는 못했다만 뭐, 아무튼.
<신[神]의 야금술(SS)을 습득합니다.>
“미친….”
시우는 멍하니 화면 위에 떠오른 알림창을 바라봤다.
SS등급.
생산과 관련된 개성임에도 그 등급은 무려 SS등급이었다.
전투 직종이었다면 SSS등급이라는 말과도 같았다.
물론 SSS등급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아니면 등급 판별법이 다른 건가?”
그럴 가능성은 있었다.
인간과 신들의 기준이 같을리가 없으니까.
그럼에도 저 등급은 미친 등급이나 다름없었다.
한마디로 초초초대박의 개성.
물론 얻었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 숙련도를 올려야하는데….”
숙련도는 해당 개성을 사용해야만 그 수치가 오르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시우의 추측에 불과했다.
“제갈공명의 통찰력은 댓글을 봐도 숙련도가 올랐단 말이지.”
전설적인 지략가들의 토론을 견문했다면서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어딜 봐서 토론인가 싶었지만 어쨌든.
숙련도를 올릴 수 있는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는 것 같았다.
잠깐의 고민.
“일단 헤파이스토스 영상을 한 번 봐볼까.”
시우는 헤파이스토스 채널의 영상들을 살펴보았다.
업로드 된 수많은 영상이 있었지만 딱히 눈에 들어오는 건 없었다.
그나마 눈에 띄는 건 가장 최근에 업로드 된 영상.
『<헤파이스토스>: 토르 몰래 묠니르 훔쳐서 담금질 해보기ㅋㅋㅋ.』
“나 참.”
시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묠니르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뇌신(雷神) 토르가 사용하는 망치였다.
그리고 헤파이스토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神).
등장하는 신화가 다른 둘이었다.
당연하게도 둘은 절대로 만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아닌 걸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들이 모여 영상을 올리는 갓튜브(GodTube).
저 신계에서는 서로 만날 수 있는 모양이었다.
시우는 웃음을 흘리며 해당 영상을 터치했다.
꾹.
[크하하하하하하하!!!]
재생 버튼과 동시에 커다란 웃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거의 천둥과도 같은 소리에 시우는 화들짝 놀라 소리 조작 버튼을 마구 눌렀다.
그리고 화면 속에 보이는 한 사내.
작은 키. 헤라클레스와 비견될만한 근육.
덥수룩한 수염. 그리고….
“되게 못 생겼네.”
진짜 엄청 못 생겼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면 안 되었지만 영상 속, 헤파이스토스는 진짜 못 생겼다.
“아프로디테가 그렇게 바람을 폈다더니.”
그 이유를 아주 조금이나마 알 것만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바람피운 게 잘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멍청한 토르 녀석! 나의 꾀임에 속아 묠니르를 등한시 하다니!]
크하하하하하하하핫!!!
헤파이스토스는 다시 한 번 세상 떠나가라 웃음을 터트렸다.
진즉에 소리를 낮추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스피커가 터져나갔을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헤파이스토스는 한 망치를 들고 있었다.
생김새는 망치라기보다는 둠해머 쪽에 가가까웠다.
척 보아하니 저게 토르의 망치, 묠니르인 모양이었다.
묠니르(Mjolnir)는 ‘박살내는 것’ 이라는 뜻의 망치로서 그 이름 값에 걸맞게 북유럽 신화에서 이 묠니르를 버텨낸 존재가 없었다.
거인이고 괴물이고 나발이고 염병이고.
이 묠니르 한 방에 죄다 머리통이 박살 나 버린다.
심지어 세계를 삼키는 뱀, 요르문간드.
라그나로크의 주역인 요르문간드조차 이 묠니르의 한 방을 버티지 못했다.
비록 토르 또한 요르문간드의 독에 중독되어 자멸하긴 했다만….
『<토르>: 제작자(오딘)도 공략 포기했던 세계를 삼키는 뱀, 요르문간드. 12분 37초 컷. 차원 1위 찍었습니다ㄷㄷㄷ… 고인물이 보여주는 스피드 런 공략!』
“갓튜브에서 계속 트라이하면서 고였나보네.”
그런데 참… 요르문간드를 트라이한다니.
이게 정녕 맞는 건가 싶었다.
뭐, 아무튼.
묠니르는 북유럽 신화를 통틀어 오딘의 창, 궁니르와 함께 최고의 무기라 평가받는다.
[내 얼마나 이 망치를 만져보고 싶었던지!]
당연하게도 묠니르는 헤파이스토스조차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무기였다.
헤파이스토스는 묠니르를 뜨거운 용광로에 집어넣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벌겋게 달아온 묠니르.
헤파이스토스는 황홀한 표정으로 묠니르를 쳐다보더니 치이이익─!
물에 집어넣어 그 열기를 식혔다.
“응?”
그 모습에 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망치질 하는 거 아니었어?”
그 왜. 있지 않은가.
모루에 대고 깡깡! 망치질 하는 그것 말이다.
담금질이라고 하길래 그럴 줄 알았건만.
[설마하니 담금질을 모루에 망치질하는 단조질로 생각하는 놈들은 없겠지?]
일순간 시우의 생각을 읽기라도 하듯.
영상 속, 헤파이스토스가 인상을 와락, 찡그리며 소리쳤다.
[담금질은 마! 변태점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간 금속을 급격하게 냉각시키는 일이다!]
[말 그대로! 어디에 담그는 일 새끼야!]
[가장 단단한 금속은 가장 뜨거운 불길을 견뎌야하는 법!]
[수많은 담금질의 과정을 통해 금속은 점점 더 단단해진다!]
“아 그래?”
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야금술이라고 해봤자 그냥 망치질만 뚝딱뚝딱, 거리는 것만 알았지.
이렇게 세세한 과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으니까.
[요즘에 근본도 없는 것들이 말야!]
[어줍잖게 대장장이랍시고 쯧!]
치이이익─!
헤파이스토스는 혀를 차보이며 담금질을 이어갔다.
그리고 바로 그때.
띠링!
<잘못된 야금술의 지식을 수정했습니다.>
<신[神]의 야금술(SS)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신[神]의 야금술(SS) 숙련도 0.1%[+0.1%]>
야금술의 숙련도가 올랐다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비록 그 수치는 낮았으나 시우는 한 가지 사실을 더할 수 있었다.
“단순히 개성을 사용하는 것만이 아니라, 개성과 관련한 지식을 습득해도 오르는구나.”
시우는 새로운 개념을 정리하며 화면 속, 영상에 집중했다.
헤파이스토스는 계속해서 담금질을 반복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래도 뭐. 그냥 넘어가면 섭섭하니. 이 묠니르로 단조질을 한 번 해볼까!]
헤파이스토스가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단조에는 냉간 단조와 열간 단조가 있지.]
[이왕 용광로를 지핀 거, 열간 단조로 한 번 해보도록 하지! 크하핫!]
이윽고 헤파이스토스가 한 쪽 구석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뭐가 좋을까….]
그리고 다시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헤파이스토스가 주홍 빛깔의 돌덩이를 꺼내들었다.
“어? 저거 설마.”
시우의 기억 속에 있는 것이었다.
가공되지 않은 원석이었지만 시우는 알아볼 수 있었다.
아니, 가공되지 않은 원석이었기에 시우가 알아볼 수 있었다.
[오리할콘 정도면 적당하겠군!]
“미친.”
시우는 저도 모르게 놀라 소리쳤다.
예상대로 헤파이스토스가 꺼내든 금속은 오리할콘이었다.
시우도 알고 있는 금속으로 지구에서도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금속이었다
당연히 5차 산업 이전에는 없던 금속이었다.
5차 산업 이후 발견된 새로운 물질이자 금속.
간단하게 그 특징을 설명하자면 극도의 강도로 인해 거의 파괴되지 않는 금속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무도 없었다.
오리할콘을 제련할 수 있는 이가 말이다.
해서 가공된 모습이 아니라 되려 원석의 형태가 더 익숙한 금속이었다.
“마스터 오렐리안도 제련을 못한다고 포기했는데?”
오렐리안도 혀를 내두르며 포기 했으니 말 다한 시점이었다.
그리하여 불리는 이름, 신(神)의 금속.
그런데 그걸 지금 제련하겠다고?
“그게 무슨… 아, 하긴.”
헤파이스토스가 누구던가.
대장장이의 신(神).
신의 금속이라고는 하나 헤파이스토스 앞에서는 그냥 돌덩이에 지나지 않았다.
헤파이스토스는 오리할콘 원석을 용광로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뻘겋게 달아오른 오리할콘이 꺼내어졌다.
초고열이 아니면 변형조차 일지 않는다고 하던데.
역시나 저 용광로도 평범한 용광로가 아닌 듯 싶었다.
[요 오리할콘은 단순히 열로 녹여낼 수가 없지. 제선 작업을 하려면… 그러니까, 쇳물로 만들어 불순물을 제거하려면 직접 두들겨 패야해.]
이윽고 헤파이스토스가 달아오른 오리할콘을 모루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손에 든 묠니르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꽈드드득! 힘줄이 솟구치며, 헤파이스토스의 근육들이 살아움직이듯 꿈틀거렸다.
헤라클레스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충분히 말할 수 있었다.
근육 코뿔소 혹은 근육 하마라고 말이다.
이내 묠니르가 달아오른 오리할콘을 향해 그대로 내리찍혔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앙!!!
대장간이 폭발했다.
아, 아니. 그러니까 진짜로 대장간이 폭발했다.
[키야~!!!]
[손 맛! 쮝이네!!!]
폭발한 대장간 사이로 헤파이스토스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리고 다시.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앙!!!
꽈아아아아앙!!! 꽈아아아아아앙!!!
추가 연쇄 폭발이 일며 영상 속, 비치는 화면이….
그러니까 세상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뚝.
영상이 끝났다.
영상이 끝난 건지 아니면 카메라가 터져버린 건지는 모르겠다만.
“......”
시우는 뭐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 * *
정신이 출타해버린 기분이 꼭 이러할까.
시우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정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쉬이 가시질 않는 충격.
“어, 어쨌든… 숙련도를 올리는 건 관련한 지식들을 습득해도 되는 것 같네….”
더하여 그 지식들을 기반으로 직접 행했을 때 숙련도는 더 많이 오른다.
시우는 숙련도에 대한 개념을 추가로 정리할 수 있었다.
“던전 레이드를 할 준비도 해야겠네.”
따라서 시우는 직접 던전을 레이드 할 준비도 해야했다.
장비 제작을 하려면 그 재료가 필요했고, 그 재료는 던전에서 구할 수 있었다.
물론 재료를 경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많은 돈이 필요했다.
“자급자족하면 되니까.”
그리고 던전은 실로 위험한 공간이었다.
한 번의 실수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곳이었다.
스스로를 지킬 실력과 힘이 반드시 필요했다.
“괴력의 숙련도도 올려볼까.”
시우는 헤파이스토스와 더불어 헤라클레스의 영상을 시청했다.
그리고 아쉽게도.
괴력은 영상만으로는 숙련도가 오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숙련도는 개성과 관련한 지식을 습득해야 오르는 것이었으니까.
그 말은 즉.
[너무… 너무 맛있어어어어…!!]
헤라클레스의 영상은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영상이 죄다 저런 식이었다.
채널에 업로드 되어있는 영상들 모두! 죄다!
그냥 미친놈처럼 중량만 치는 영상이었다.
하물며 근육에 관련한 지식들이나 설명 같은 것을 할 수도 있건만 그런 것도 일절 없었다.
“이러니 구독자가 그 모양이지.”
시우는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해서 괴력의 숙련도를 올리려면 어쩔 수 없었다.
개성과 관련한 지식을 습득할 수 없다면.
“하나!”
그 개성을 무작정 사용하는 수밖에.
처음엔 아주 잠깐이지만 헤라클레스의 영상을 보면서 따라해볼까? 그 생각을 가져보기는 했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아주 잠깐이었다.
[아아아아…!! 이 대흉근의 꿈틀거림!! 푸썁!!!]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저걸 어떻게 따라한단 말인가.
팔굽혀펴기 한 번에 세상이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시우는 결국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해야만 했다.
스쿼트. 팔굽혀펴기. 턱걸이와 같은 기본적인 운동.
허나 그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윽…!”
시우의 몸상태가 좋지 않았으니까.
검은 트롤의 던전에서 사용한 괴력.
허락되지 않은 힘에 시우는 전신의 모든 근육들이 찢어지고 파열되어있었다.
솔직히 이렇게 운동하는 건 미친 짓이었다.
그럼에도 시우는 멈추지 않았다.
“여유부리리이일…! 시간이 없으어어…!”
시간이 없었으니까.
회복이라는 여유는 있는 자들이나 할 수 있는 사치다.
시우는 지금 당장이라도 던전 레이드를 직접 뛰어야했으니까.
얻어지는 각종 부산물들로 장비를 직접 제작해야 했으니까.
그리하여 돈을 벌어야만 했으니까.
의사와 간호사들이 뜯어 말렸다.
그러다 평생 몸을 쓰지 못할 수 있다며 온갖 겁을 다 주었다.
그럼에도 시우는 그 뜻을 꺾지 않았다.
그런 시우의 발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일까.
3일째 되는 날.
<괴력(怪力)[SS] 숙련도 0.51%[+0.01%]>
숙련도가 올랐다.
그런데 왜일까.
“......”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보였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