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17화 (17/250)

17화.

시우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흔히 말하는 현자 타임에 정신을 잠깐, 놓아버렸다.

“...... 헬스라도 따로 배워야하나.”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흘러갔다.

마구잡이로 하는 운동보다는 체계적인 운동이 확실히 도움이 될테니까.

하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봤자 인간 트레이너에게서 배우는 것이니까.

시우가 사용하는 괴력(怪力)은 무려 SS등급에 달하는 등급이자 신(神)의 힘이었다.

상식과 인지의 영역으로는 감히 재단할 수 없는 힘.

인간 트레이너가 뭘 어쩐단 말인가.

S급 헌터를 데려와도 어찌할 수 없었다.

“헤라클레스가 개인 PT를 해주면 더할나위 없이 좋기는 한데….”

구독자 10명 이벤트인 헤라클레스의 개인 PT.

헬스 트레이너가 헤라클레스라면 당연히 좋았다.

하지만 아직 이벤트 당첨자가 발표까지 시간이 제법 남아있었다.

무엇보다 당첨될지 안 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당첨되는 게 좋은 건가.”

그도 그럴 것이 영상 속, 헤라클레스의 모습.

신전 기둥을 봉으로 삼아 양쪽에 울산 바위를 매달아 중량을 치던 그 모습.

“...... 죽는 건 아니겠지?”

솔직히 의문이 들기는 했었다.

“검은 트롤과 싸울 때는 숙련도가 확 오르긴 했는데.”

이것도 불과 0.5%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0.01%인 지금보다야 월등히 높았다.

무려 50배 차이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건 목숨을 걸고 해야하는 일이었다.

허락되지 않은 힘을 사용한 대가 또한 끔찍했다.

전신의 모든 근육 파열.

“근섬유 조직들이 죄다 파괴되었다고 했었지.”

듣자하니 시우 살린다고 SH병원 최고의 의사들이 달라붙었다고 한다.

수술만 수 십번에 들어간 약값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살짝 듣기로 시우에게 들어간 수술비와 병원비.

그게 서아의 한달 입원치료 비용보다 10배 정도 많이 나왔다고 한다.

진짜 한채린이 내주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병원에서 돈을 못내 죽어버렸을 터였다.

0.5%의 숙련도가 탐이 나기는 했으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순 없으니까.”

여러모로 좋지 못한 방법이었다.

“하아… 결국 방법이 없는 건가.”

정확히는 꼼수 같은 방법이 없다 할 수 있었다.

그저 차분히 그리고 착실히.

쥐똥은 무슨 벼룩똥과 같은 숙련도였지만 꾸준히 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뭐, 어쩌랴.”

시우는 한숨과 함께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눈곱만한 숙련도를 쌓아올리며 시우는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어느덧 일주일.

지지부진 하던 시우에게도 뚜렷한 변화가 찾아왔다.

운동을 마치고 병실로 돌아가던 길.

“맹시우 환자님?”

“설마… 또 운동하고 오시는 길이에요?”

간호사들이 시우를 알아보고 물어왔다.

시우와 서아가 있는 특실의 전담 간호사들.

밤늦은 시각이었지만 24시간 상시 대기를 하는 터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하하…..”

“의사 선생님이 절대 하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무엇보다 하루 왠종일 운동하는게 말이 돼요? 그러다 몸 박살나요 정말.”

간호사들이 걱정 반, 질책 반 섞인 표정으로 말해봤다.

시우라고 하루 종일 운동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도무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야만 눈곱만큼이라도 괴력의 숙련도가 올랐으니까.

“운동하면 그래도 개운해서…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시우는 멋쩍게 웃음을 흘리고는 지나쳐 갔다.

그렇게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졌다고 생각했을 그때.

“맹시우 환자 있잖아.”

문득 뒤쪽으로 숙덕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법 거리가 멀었고 또 속삭이는 소리였다.

그럼에도 시우는 그 목소리를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요 며칠 사이 몸이 많이 변한 거 같지 않아?”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아니야. 어젠가? 맹시우 환자 혈압을 한 번 쟀었거든? 그런데 팔뚝이 진짜 대박. 완전 돌덩이인 줄 알았잖아.”

그런가?

시우는 은근슬쩍, 몸을 확인해봤다.

그 동안 그러려니 했건만 확실히….

보다 탄탄한 근육이 느껴지긴 했다.

“그래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왠종일 운동하는 게 엄청 성실하긴 하더라. 듣자하니 여동생 돌본다고 엄청 고생하는 거 같은데.”

“나 그 이야기 듣고 나니까. 맹시우 환자. 좀 멋져 보이는 거 있지?”

계속 듣고 있자니 괜시리 쑥쓰러워졌다.

시우는 아닌 척 걸음을 빨리 옮겨 멀어졌다.

“그건 인정. 엄청 가정적일 거 같은 느낌.”

“맞아맞아. 내 가족. 내 여자한테는 한없이 자상하고 따뜻할 것 같아.”

“그치그치? 좀… 매력적이긴 해.”

그럼에도 간호사들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려왔다.

‘진짜 청각이 밝아진 건가?’

힘이란 곧 신체적인 능력.

비록 눈곱만큼이나 SS등급은 SS등급이라는 걸까.

괴력의 숙련도를 올리면서 전반적인 신체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된 것 같았다.

* * *

발걸음을 재촉하며 돌아온 병실.

“오빠 내일 퇴원하지?”

병실로 돌아오자마자 서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물어왔다.

시우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서아에게 되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일부러 말 안 하려던 건 아니었다.

그냥 타이밍이 안 맞았을 뿐이었다.

퇴원해도 된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운동하러 갔으니까.

그리고 운동을 끝내고 돌아온 지금.

서아에게 말해주려던 찰나였다.

하지만 역시나 하루 종일 운동을 했기 때문일까.

“아침에 간호사 언니들한테 들었어.”

서아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견 섭섭하게 생각될 수 있었다.

하지만 서아는 딱히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되려 한없이 밝은 표정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진짜 다행이다.”

퇴원한다는 것은 곧 몸이 괜찮아졌다는 의미와 같은 말이었으니까.

배시시, 웃는 서아의 모습.

시우는 저도 모르게 같이 웃음을 지어보였다.

삼시세끼 잘 먹고, 잘 치료를 받고.

또 좋은 환경에서 지냈기 때문일까.

확실히 서아의 표정이 전보다 밝아졌다.

하지만 시우는 서아가 밝아진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여기서만큼은 돈 걱정할 필요 없으니까.’

치료를 받는 이 한 달이라는 시간.

그 시간 동안 자신에게 들어가는 돈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이 시간만큼은 자신의 존재가 시우에게 부담이 되지 않았으니까.

육체적인 병도 병이나 정신적인 병도 병이다.

서아는 이곳에서 두 가지 병을 모두 치료받고 있었다.

“그런데 오빠. 못해도 한 달은 입원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일주일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퇴원이라니.”

사실 이 부분은 시우도 놀랍긴 했다.

그러니 의사는 얼마나 까무러쳤을까.

놀랍다 못해 인간이 맞는 거냐며 기겁을 해 보였다.

오죽하면 시우 보고 검은 트롤이 아니냐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까지 해 보였다.

검은 트롤과의 싸움에서 시우가 어떤 변형을 일으킨 것이 확실하다고.

그렇지 않은 이상 설명 불가능한 회복력이라며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죄다 떨어보였다.

시우도 순간 그런 건가? 싶었지만 당연히 그런 건 아니었다.

‘괴력의 숙련도 때문인 거 같은데.’

괴력의 숙련도가 오르면서 신체가 그에 따라 진화한 것.

한마디로 신체가 괴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괴력(怪力)[SS] 숙련도 0.52%>

아직 갈 길이 멀다 못해 보이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고작 이 정도의 숙련도에도 이 정도의 변화가 일었다.

‘100%를 찍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올림푸스의 신들조차 경의를 표했던 힘.

시우는 도무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이게 서아, 네가 치료를 잘 받고 있어서야. 그러니 나 없다고 치료 게을리 받지 마. 그러면 내 몸이 또 이상해질 테니까.”

“그런 게 어딨어. 그리고 내가 뭐 어린애인가. 오빠 없어도 잘 할 수 있네요.”

그러면서 서아가 뾰루퉁한 표정과 함께 입을 비죽여보였다.

그 모습이 퍽 귀여워 웃음이 새어나오려던 찰나.

“그런데 간호사 언니들은 좀 섭섭해할 수도 있겠다.”

“간호사들이? 왜?”

“왜긴. 내일부터 오빠를 못 보잖아.”

이건 무슨 소리일까.

시우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서아가 몰랐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 간호사 언니들한테 인기 엄청 많아. 알게 모르게 오빠한테 호감 있는 언니들도 많을 걸?”

평소였다면 뭔 말도 안되는 소리냐며 고개를 흔들었을 터였다.

그런데 아까 전, 간호사들의 대화를 들었던 탓일까.

시우는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아니, 근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호감까지는 아니지 않나?

“설마.”

“간호사 언니들이 오빠 이야기 엄청 많이 해.”

“그게 호감이 있다는 뜻은 아니잖아.”

“자상하다. 성실하다. 따뜻하다. 이게 호감이 아니면 뭔데.”

“네가 잘못들었겠지.”

“진짜래두! 지금 밖에 있는 간호사 언니들한테 물어봐봐!”

“됐어. 쓸데없는 짓 하지말고 빨리 자.”

시우는 서아의 말을 일축하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러자 서아가 억울하다며 뭐라뭐라 소리쳤다.

그게 뭐가 그렇게 억울한가 싶으면서도 참….

많이 활기차졌구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그래서일까.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시우는 내일 있을 던전 레이드의 전의를 다졌다.

* * *

다음 날.

의사의 권유에 마지막으로 검사를 해봤지만 역시나 별 이상이 없었다.

완전히 회복되다 못해 되려 상태가 전보다 더욱 좋아져있었다.

해서 시우는 별 무리 없이 퇴원 수속을 밟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잡음이 있기는 했었다.

“이, 이건 말도 안 됩니다! 도무지 인간이라고는 생각될 수 없는…!!”

SH병원의 의사라면 대한민국 최고의 의사라 봐도 무방했다.

그런 의사가 저런 호들갑을 떨어대니 확실히 불가사의한 일인 건 맞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각성자라도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

의사가 받는 충격은 그야말로 까무러치고 있었다.

‘헤라클레스의 괴력을 설명해줄 수도 없고 원.’

애초에 설명한다해도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이건 신(神)들조차 이해하지 못했던 괴이한 힘(怪力)이었으니까.

어쨌든 약간의 잡음이 있기는 했지만 무리 없이 퇴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어두컴컴한 동굴.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터벅, 거리는 발소리가 메아리를 타며 퍼져나갔다.

“후우….”

시우는 심호흡을 크게 내쉬었다.

쉬이 떨쳐지지 않는 긴장에 시우는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펴 보였다.

사실 이곳은 그리 높은 등급의 던전이 아니었다.

고블린이 출몰하는 던전으로 그 등급은 F-등급.

분류상으로 최하위의 몬스터이자 막말로 응애 난이도 던전이라 할 수 있었다.

“좀… 떨리네.”

그럼에도 긴장되는 마음을 쉽게 떨쳐낼 수가 없었다.

직접 몬스터를 사냥해보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무기라도 가져올 걸 그랬나.”

하지만 시우는 마땅히 잘 다루는 무기가 없었다.

애초에 무개성의 각성자였기에 일반인과 특별히 다를 것이 없었다.

물론 맨주먹으로 싸우는 것보다야 당연히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좋았다.

나무 막대기라도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백배는 나았다.

하지만 검은 트롤을 상대했을 때의 그 감각.

괴력을 기반으로 전투를 하는 싸움 방식.

다루지도 못하는 무기를 어설프게 사용하는 것보다는 맨손으로 상대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았다.

“권갑이나 너클을 착용하면 좋겠지만….”

그런 장비는 가격이 제법 나갔다.

제법은 무슨 엄청 비쌌다.

그러니 뭐, 어쩌랴.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지.

시우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 막 세 걸음을 떼려던 찰나.

흠칫.

일순간 시우의 뒤쪽으로 무언가 기묘한 느낌이 걸려들었다.

평소라면 기분 탓이라 생각했을 미묘한 무언가.

아니, 전혀 느끼지도 못했을 무언가.

킥. 하는 웃음소리가 희미한 바람 소리를 타고 들려왔다.

증폭된 감각과 청력.

시우는 반사적으로 몸을 크게 숙였다.

그와 동시에 길고 가느다란 무언가가 시우의 시야를 스쳐지나갔다.

청력과 더불어 향상된 시력이 스쳐가는 무언가를 인지한다.

기다란 바늘과도 같은 침.

받아들인 정보에 통찰력(S+)이 현상을 판단한다.

독침.

‘위험!’

판단과 동시에 시우가 몸을 내던졌다.

파바바박! 방금 전까지 시우가 있던 자리에 수많은 독침들이 박혔다.

감각에 집중한다. 집중과 동시에 머릿속으로 고블린의 특성이 떠오른다.

그에 따른 공략법들이 무수히 펼쳐진다.

어떻게 공략해야할까, 라는 의문이 떠오름과 동시에.

시우의 몸이 움직였다.

사고의 흐름이 한 박자 늦게 따라오며, 어둠 너머에 있는 고블린의 존재가 뚜렷하게 인지되었다.

고블린은 당황하고 있었다.

시우가 독침을 피할 줄 몰랐던 걸까.

아니면 이렇게 빠르게 다가올 줄 몰랐던 걸까.

어쩌면 둘 모두였을까.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었으나 시우는 고블린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이윽고 무언가 닿는 촉감과 함께.

꽈앙─!!

“응?”

무언가 터져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피륙으로 이루어진 생명체에게서 들려올 수 있는 소리인 건가?

시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갸웃거리는 시선 속.

“......”

터져있었다.

그러니까 고블린이… 아니, 고블린으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터져있었다.

터진 무언가의 뒤로 수 십마리의 고블린들이 비쳐보였다.

“키, 키익….”

“키… 킥….”

수 십마리의 고블린들이 당황하고 있었다.

이윽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마치 대적할 수 없는 압도적인 존재를 마주한 것마냥.

모두가 시우를 바라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비록 등급은 낮으나 고블린 또한 몬스터였다.

대상을 먹잇감으로밖에 여기지 않는 광기 어린 몬스터였다.

그리고 그런 몬스터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

“어라?”

나 어쩌면 생각보다 강할지도?

시덥잖은 농담이 떠오를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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