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18화 (18/250)

18화.

행정 안전부 산하, 헌터 관리국 서울 지부.

일명 헌터 협회라 불리는 헌터 관리국은 헌터들과 더불어 대한민국에 생성되는 던전을 관리하고 있었다.

따라서 헌터 관리국 서울 지부라 함은, 서울에 거주하는 헌터들과 더불어 서울에서 생성되는 던전을 관리하는 곳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던전 관리라 했지만 사실 별 다른 것이 없었다.

던전이 생성되면 해당 던전의 등급을 측정.

던전의 정보들을 공표하고 헌터들에게 던전들을 알선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가끔 경쟁이 치열하다 싶으면 경매를 주관하는 것 정도가 헌터 관리국의 일이었다.

예전이야 경매고 뭐고 그런 게 없었다.

마계라 불리는 차원에서의 침공.

마족이라 불리는 존재들은 사람들을 학살했고, 당시 지구는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였다.

하지만 수많은 각성자들의 활약으로 인해 마계의 마족들은 결국 지구에서 추방되었다.

끝으로 13인의 영웅들에 의해 마왕 또한 끝내 쓰러졌다.

더하여 5차 산업의 혁명으로 지구의 문명은 혁신을 일으켰다.

헌터란, 지금 시대에 있어 하나의 직업이라 할 수 있었다.

당장 유투브 채널을 통해 억대의 수익을 올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어쨌거나 던전을 레이드 하려면 헌터 관리국을 통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이 헌터 관리국 소속, 던전 관리팀의 직원인 주민성의 일이기도 했다.

“E등급 던전이라면… 현재 바로 가실 수 있는 곳이 E-등급의 구울 던전이랑 같은 E-등급의 아울베어가 있습니다. 어떤 걸로 해 드릴까요?”

“음… 구울은 딱히. 아울베어로 해주세요.”

“네. 헌터 등급증 확인하고, 바로 처리해드리겠습니다.”

민성의 말에 앞선 헌터가 신분증 카드를 내밀었다.

확인한 등급은 E+등급.

E등급 던전을 홀로 공략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었다.

“확인했습니다. 던전 위치는 은평구 34다길에 위치해있으니 바로 가시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헌터는 등급증을 돌려받고는 자리를 떠나갔다.

오늘 하루 일과의 마지막 대기자였던 헌터.

“주대리. 지금 요 앞에서 팀 회식 자리가 있는데. 같이 가야지.”

“아, 네. 방금 들어온 건만 처리하고 바로 따라가겠습니다.”

“그래. 얼른 하고 오라고.”

떠나가는 김 부장을 뒤로한 채 민성은 방금 들어온 레이드 건의 정보를 전산에 입력했다.

그렇게 전산 정보를 입력하던 찰나.

민성의 시야로 조금 전에 기록한 하나의 정보가 눈에 들어왔다.

[맹시우] - F등급 고블린 던전.

“맹시우 헌….”

민성은 말을 끝까지 내뱉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헌터라는 칭호를 붙여도 되는 건가 싶었으니까.

무개성의 각성자.

이것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하지만 무개성이라도 각성을 한 각성자라는 것.

법률상으로는 던전 공략이 가능한 헌터의 범주에 속했다.

“......”

하지만 찝찝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아무리 요즘 시대에 헌터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식되나 위험한 직업임은 변함없었다.

던전 안의 몬스터들은 여전히 흉포하다.

헌터들은 목숨을 걸고 그런 몬스터와 싸우는 이들이었다.

유투브니 뭐니 하는 영상으로 사람들이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민성은 던전 관리팀의 직원으로서 몬스터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들인지 알고 있었다.

그것이 비록 F-등급이라도 일반인은 결코 상대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괜히 일 치르는 거 아닌가 몰라.”

그렇기에 민성은 굉장히 찝찝했다.

어떻게든 뜯어말려야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괜히 던전 허가를 내줘서 사람 한 명 죽게 만든 것이 아니었을까.

“에이, 됐다.”

하지만 민성은 금방 생각을 털어냈다.

민성이 칼 들고 협박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가 가겠다고 한 것이 아닌가.

민성은 그저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이었다.

민성은 계속해서 전산 정보를 입력했다.

그리고 마지막 정보를 입력하려던 그때.

“저기….”

누군가 민성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민성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막 오늘 일과를 끝내려던 참이었는데.

하지만 뭐, 어쩌랴.

민성은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보였다.

그리고.

“맹시우 헌터님?”

꽤나 익숙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물론 민성이 마주하는 모든 헌터들의 얼굴을 기억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시우는 특색이 있었거니와 그 시간도 얼마 되지 않았다.

“여긴 다시 어쩐 일로?”

“아, 그게….”

민성의 말에 시우가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민성은 시우가 다시 찾아온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던전을 포기하셨구나.’

이런 경우는 굉장히 많았다.

실력적인 자만에 취해 역량 이상의 던전을 레이드하는 경우.

물론 협회에서 어느 정도 제한을 두고 있었다.

레이드 하려는 던전과 헌터 등급의 격차가 너무 크면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쉽게 말해 레이드 할 수 있는 던전만 허가를 내주었다.

그럼에도 던전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현실은 단순히 등급이라는 수치로 결정되는 게임이 아니었으니까.

던전보다 헌터의 등급이 높다 해도 결국은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다.

난다긴다하는 S급 헌터라도 배때지에 칼이 박히면 죽는다.

물론 그 칼을 쑤셔박기가 어렵다 뿐.

등급의 격차가 배때지에 철판을 둘러준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해서 지금 시우가 다시 찾아왔다는 것.

묻지 않아도 상황이야 뻔했다.

‘차라리 다행이네.’

민성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퇴근 시간이 늦어지기는 하겠다만 그래도 찝찝한 마음을 털어버릴 수 있지 않은가.

민성은 홀가분한 심정으로 던전 포기 절차를 진행했다.

아니, 진행하려던 그때였다.

“다름이 아니라 다른 던전을 하나 더 알아볼 수 있을까 해서요.”

“...... 예?”

민성의 몸이 순간 멈칫, 거렸다.

지금… 뭐라고 한 거지?

“다른 던전을 하나 더 알아보신다고요?”

“네.”

“......?”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는 시우의 모습에 민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니까 저 말은 즉.

“고블린 던전을… 클리어하셨다는 말씀입니까?”

“네.”

민성은 저게 뭔 개소린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F급의 각성자가 F-등급 던전을 레이드 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1시간 내외다.

F급의 헌터라 함은 초보 중의 왕초보라는 뜻이었으니까.

결코 레이드를 빨리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시간이….

‘10분밖에 안 지났는데?’

그것도 시우를 만난 것이 10분 전이었다.

고블린 던전에서 이곳 관리국까지 오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실질적으로 던전 레이드 시간이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게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최소 B급 헌터 정도는 되어야 그게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거짓말로밖에 생각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데 대체 왜일까.

멍한 민성의 시선 위로 툭, 하니 놓이는 던전의 마력핵.

“하씨, 힘조절이 안 되어서 죄다 터져나가는 바람에. 빨리 재료를 파밍해야하는데….”

그리고 들려오는 시우의 중얼거림.

민성은 저게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 * *

“하아….”

시우는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고블린들이 그렇게 터져나갈 줄 누가 알았냐고.”

보통은 비유적인 의미로 사용된다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문자 뜻이 갖는 의미 그대로 고블린들이 터져나갔다.

“숙련도가 0.52%인데도 이럴 줄 누가 알았냐고 진짜.”

하기사, 생각해보면 0.5%일때도 보스종인 검은 트롤과 대적했던 힘이었다.

거진 오우거와도 맞먹는 힘을 그대로 압살해버린 힘이었다.

“물론 그때는 과부하를 일으킨 힘이긴 했다만.”

그러니까 0.5%의 숙련도에서 결코 낼 수 없는 힘.

그 대가로 시우 또한 목숨을 잃을 뻔하지 않았는가.

어쨌든.

“100% 찍으면 진짜 어떻게 되는 건데?”

막 지구 전체를 들어올릴 수 있는 거 아니야?

농담이 아니라 하늘 정도는 떠받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진짜 그러긴 했구나.”

막 내뱉은 말인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게 또 사실이었다.

헤라클레스의 12과업 중 하나인 황금 사과를 가져오는 일.

그 과정에서 헤라클레스는 아틀라스 대신 하늘을 떠받친 적이 있었다.

“낮은 숙련도라고 무시할 게 아니었네.”

괜히 등급이 SS등급이겠는가.

처참한 숙련도라도 그것만으로 괴이한 힘이라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하여 이 말은 즉.

고작 F등급의 몬스터들 따위가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찍! 찌직!”

일순간 들려오는 쥐의 울음소리.

시우는 반사적으로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리고 꽈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무언가 터져나갔다.

확인한 그곳엔 역시나.

“역시나 코볼트도 못 버티네.”

코볼트였던 것이라 추정되는 것이 널브러져있었다.

고블린보다 한 단계 높은 F등급의 몬스터였건만.

역시나 시우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산산이 터져나갔다.

“하아….”

시우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재료 파밍은 개뿔이 무슨.

이러면 사체 값도 제대로 못 받는다.

“상위 등급의 몬스터를 잡아야할 것 같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헌터 등급을 올려야했다.

그리고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실적을 쌓아 올려야만 했다.

한마디로 당분간은 F등급 던전의 몬스터를 상대해야 한다는 뜻.

꽈아앙─!!

“아 쫌!”

한 대만 버텨봐라!

시우는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보다 힘 조절을 하는 것이 더 어려울 지경이었다.

* * *

서씨 공방의 주인, 서팔광.

서팔광은 청춘의 대부분을 야금술을 배우며 지내왔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40대에 접어든 지금.

서팔광은 어엿한 공방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청춘의 대부분을 야금술과 함께 한 서팔광.

그 열정만큼이나 서팔광은 재능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손재주(A)의 각성자.

두 어단계 낮게 측정되는 생산 직종의 개성임을 감안하면 굉장히 뛰어난 재능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마스터 오렐리안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애초에 세계 최고와 비교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 걸까.

하지만 서팔광은 충분히 천재라는 반열에 오를 정도의 인물이었다.

그 재능에 열정까지 더 해졌으니, 서팔광을 원하는 길드들은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서팔광은 그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단지 장비를 찍어내는 사람이 되기는 싫었으니까.

흔히 말하는 장인 정신까지는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현실과 어느 정도 타협을 본 장인 정신이라고 해야할까.

어쨌거나 서팔광은 야금술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쯧.’

해서 서팔광은 현재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지금 저기.

공방 한쪽에서 망치를 잡고 있는 웬 어벙하게 생긴 놈.

‘맹시우라고 했던가.’

그 이름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인상도 참… 맹하게 생긴 놈이었다.

아무튼 저 맹하게 생긴 놈이 다짜고짜 찾아와 공방의 시설들을 쓸 수 있냐 물어왔다.

서팔광을 찾아오는 이들은 크게 세 가지 부류였다.

장비 제작 의뢰를 하는 헌터들.

제자로 받아달라는 놈팽이들.

그리고 자기네 길드로 와달라는 목 뻣뻣한 놈들.

그렇기에 처음이었다.

대여비를 드릴 테니 공방의 시설들을 빌려달라는 놈팽이는 저 놈이 처음이었다.

서팔광은 호기심이 일어 그러라고 했다.

그리고 서팔광은 금방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저 저!’

저 망치 잡는 것 좀 봐라.

어설프다 못해 화딱지가 날 지경이었다.

그리고 재료랍시고 가져온 것들은 가관이었다.

아니, 저게 재료인지 부스러기인지.

좋은 재료를 선별하는 것은 대장장이로서 기본 중의 기본 소양이었다.

‘저 딴 놈이 뭔 야금술을 하겠다고.’

서팔광은 정말이지 기분이 언짢았다.

왜인지 야금술이 무시당하는 것만 같았으니까.

야금술은 단순히 대장장이 기술로 치부될 것이 아니었다.

인류의 문명을 이끌어온 고귀한 기술.

인류사의 발전 단계를 분류할 때 흔히 청동기, 철기 시대와 같은 방식이 차용된다.

그만큼 야금술은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끌어온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었다.

농담이 아니라 야금술이 발전할 때마다 인류 문명도 한 단계씩 진보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여 헌터 산업이라 불리는 5차 산업.

이 또한 야금술의 발전과도 긴밀한 연관이 있었다.

어쨌거나 야금술은 단지 망치질만 깡깡! 거리는 일이 아니었다.

좋은 재료만 있다고 A등급, S등급 장비가 뚝딱!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요즘 게임이다 뭐다 해서 야금술을 쉬운 기술로 생각하는데.

정말이지 화딱지가 날 지경이었다.

특히나 저기, 스마트폰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저 놈팽이.

‘어디 유투브 영상을 보면서 배우고 있나 보네.’

정말이지 코웃음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서팔광이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2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20대의 청춘과 30대의 세월 모두를 야금술에 바쳤다.

그런데 그걸 고작 유투브 영상 몇 개 보는 걸로 배우겠다?

이건 야금술을 넘어 서팔광을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해서 지금 당장이라도 쫓아내고 싶었지만 대여비라는 것을 받아버렸다.

서팔광은 언짢은 기색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시우가 망치를 들어보였다.

그리고 한참을 망설여보이기 시작했다.

서팔광은 그 모습이 답답해 금방이라도 죽어버리려던 찰나.

까아아앙─!!

깔끔하고 청량한 소리가, 공방 전체에 울려퍼져나갔다.

“......어?”

서팔광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방금 이 소리.

아니, 지금 두 눈으로 보이는 시우의 망치질.

“어, 어떻게….”

완벽했다. 실로 완벽…했다.

평범한 이가 본다면 단순한 망치질에 불과했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까아아앙─!!

쥐어진 힘. 때리는 타점.

그리고 그곳을 때려야 하는 이유까지.

저건 실로, 완벽한 망치질이었다.

과연 서팔광이 따라할 수 있을까 싶은.

까아아앙─!! 까아아앙─!!

시우의 망치질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리고 그런 시우의 망치질이 이어질 때마다.

“.....!!!”

지켜보던 서팔광의 입이 쩌억, 벌어져만 갔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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