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27화 (27/250)

27화.

<던전 쇼크도 쇼크 먹은 뚝배기의 맛!>

세공남 채널에 올라온 세 번째 영상.

덕구는 화면에 보이는 영상의 썸네일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홀린 듯이 딸깍.

마우스를 움직여 영상을 재생시켰다.

[네, 네? 아, 아니! 자, 잠깐만요…! 사, 사장니임!!!]

영상의 시작은 덕구의 애처로운 외침부터 시작되었다.

사실 편집으로 걷어낼까 싶었지만… 그냥 두었다.

얼굴은 나오지 않았거니와 현재 상황이 얼마나 다급하고 급박한지를 단번에 보여 줄 수 있었으니까.

[잠시만요! 지나갈게요!]

그렇기에 저게 얼마나 미친 짓인지도 단번에 표현할 수 있었다.

흔들리는 화면이 안정화되며 초점이 뚜렷하게 잡혀왔다.

안정된 화면은 한 사내를 비추고 있었다.

세공남 채널의 주인이자 덕구의 사장님이 된 시우.

시우는 물길을 거스르는 연어 마냥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역행하며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저, 저…!]

[이봐요! 당장 돌아와요!!]

그런 시우의 모습에 사람들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그러나 시우는 사람들이 말릴 틈도 없이 재빠르게 건물 밖으로 나가버렸다.

화면이 잠시 주저하며 흔들렸다.

시우를 따라가는 것이 맞는 건가?

그런 의심이 화면 너머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화면이 곧 시우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 내가 미쳤지.”

영상을 보던 덕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안았다.

진짜 저 때 무슨 생각으로 따라갔는지 정말.

지금 생각만 해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런 덕구의 심정과는 별개로 화면 속 영상은 계속해서 재생되었다.

[취익─!!]

흔들리는 화면으로 거친 콧바람이 터져나왔다.

이윽고 화면에 보인 것은 진한 갈색빛의 피부.

2m에 달하는 커다란 키에 돼지와도 같은 인상.

C등급의 몬스터, 오크였다.

오크의 숫자는 어림잡아 10마리가 넘어보였다.

오크들은 거리를 활보하며 먹잇감을 찾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시우를 발견.

[취익─!?]

[취이이익!!]

거친 콧바람을 내뿜으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콧바람처럼 들리나 직접 듣는 입장에선 그렇지 않았다.

분노, 증오와 더불어 기쁨과 환희같은 감정의 파편들이 느껴졌다.

먹잇감에 대한 굶주림의 욕망.

그것들이 당장이라도 덕구를 찢어버릴 것만 같았다.

“흐으….”

덕구는 몸을 떨어보였다.

영상 너머의 일이나 그 생생한 감정이 전해졌다.

무엇보다 저 때 덕구는 직접 저 장면을 찍고 있었지 않았는가.

덕구는 정말이지 두려움에 주저앉을 뻔했다.

그러나 시우는 그렇지 않았다.

시우는 당당히 오크들을 향해 걸어갔다.

[이, 이봐! 지금 뭐하고 있는거야!!]

[당장 돌아와!! 당장!!]

사람들이 크게 당황하며 소리쳤다.

요즘 유투브의 영상 매체로 인해 일반인들도 몬스터들을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방구석에 누워 A등급, S등급 몬스터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자극적인 영상에 비하면 오크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었다.

고작 C등급? 이라며 코웃음을 치는 것이 다반사였다.

F등급의 고블린에게도 쩔쩔 매는 일반인들이 말이다.

그리고 죽는다.

고작? 이라는 객기를 부리다 F등급, E등급의 몬스터들에게 찢겨져 죽어버린다.

요즘 시대에 던전 브레이크의 대비는 충분히 되어있다.

그럼에도 사망 사고는 꾸준히 발생했고, 그 중 90%는 거진 객기로 인한 사망 사고였다.

몬스터들을 우습게 보는 경향.

그러나 13인의 영웅들이 출현하기 전.

몬스터는 인류에게 종말을 선사했던 괴물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뭐 하고 있는거야 지금!!]

[빨리 돌아와!! 빨리!!]

시우의 행동은 정말이지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시우는 도망치지 않았다.

도망치기는 커녕 슬쩍, 곁눈질로 화면을 바라봤다.

주위를 둘러보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러나 덕구는 알고 있었다.

저건 주위를 둘러보는 게 아니라 덕구가 잘 찍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임을.

그리고 덕구가 잘 찍고 있는 걸 확인한 걸까.

시우는 망설임 없이 타닥!

오크들을 향해 몸을 내던졌다.

[아, 안돼!!]

[꺄아아아악!!]

사람들이 사색에 질리며 소리쳤다.

곧 흉측하게 찢겨져버릴 시우의 모습에 사람들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쌀국수우 뚝배기이!!]

꽈아앙─!

[...... 응?]

[...... 엥?]

사람들의 표정이 붕, 하고 떠올랐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사람들의 정신이 약속 시간에 맞춰 일제히 출타해버렸다.

[잔치국수우 뚝배기이이!]

꽈아아앙─!

출타한 정신으로 굉음은 계속해서 들려왔다.

영상 속 화면.

시우는 오크들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칼국수우우 뚝배기이이!]

별 시덥지도 않은 기합을 내지르며 오크들과 싸우고 있었다.

꽈아아아앙─!!

그리고 어김없이 터져나갔다.

문자 표현 그대로.

꽈아아앙─!!

오크들이 죄다 터져나가고 있었다!

[저, 저게….]

[무슨…?]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사람들이 뭐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비단 카페에 있던 사람들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도 이 괴이한 현상을 지켜보다가 모두 표정을 붕, 떠올리고 있었다.

곧 이어 수많은 사람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가더인 것 같았다.

[위험합니다! 다들 건물 안으로… 응?]

[이렇게 밖으로 나와계시면… 엥?]

그리고 그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마주한 현상에 가더들이 표정을 붕, 떠올렸다.

[아, 아니….]

[이게 뭔…?]

저들도 눈앞의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지금 보이는 모습을 보라.

[콩국수우 뚝배기이이!]

꽈아아앙─!

그러니까 저 뭐라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싸움을 보라!

이걸 대체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그간 덕구가 경험한 일들.

세상을 살아가면서 습득한 상식이라는 지식들.

그 상식들이 눈앞의 현상에 대해 이해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그렇게 오크 무리들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시우는 터져버린 오크들의 풍경 사이로 엄지를 척!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공략 뚝배기!]

[맛있었으면 좋아요와 구독! 알림 설정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영상은 끝이 나버렸다.

“......”

이게… 정말 맞는 걸까?

지금이라도 영상을 내려야하는 것이 아닐까?

덕구는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멍한 정신.

덕구는 떨리는 손으로 영상의 댓글을 확인했다.

└<달려야하니?>: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 먹다가 하나만 죽은 게 아닌 것 같은데욬ㅋㅋㅋㅋ큐ㅠㅠㅠㅠ

└<친정간금자씨>: 세공남이 세공남한 것 뿐입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그런데 이번 영상 편집 깔끔하네.

└<전이만 갑오개혁>: 출동한 가더들 벙찌는 거 봐랔ㅋㅋㅋㅋㅋ 그보다 오크 C등급 몬스터 아니었음? 저걸 맨손으로 뚝배기 터트리는게 가능함??

[영상 조회수] - 32,255회.

[세공남 채널 구독자 수] - 2,110명.

반응은 좋았다.

아니, 좋다못해 가히 폭발적이었다.

안 그랬으면 조회수가 저럴 수가 없었다.

이번 영상으로 구독자만 무려 1천명 가까이 넘게 올랐다.

그래서일까.

덕구는 영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우라는 사람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우리 사장님….”

유투브에 정말 미친 사람이구나.

그리고 나.

“잘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그만둔다고 해야하는 건 아닐까.

덕구는 정말이지 수 백번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언니! 치킨 어어엄청 마시써!”

“누나 것도 남겨 놔써! 같이 먹쟈!”

빵빵하게 부풀려져진 볼.

입가에 묻어있는 기름기.

동생들이 해맑게 웃으며 닭다리를 하나 씩 들고 있었다.

남들은 한 달에 두어번 정도 먹는 흔한 음식이었다.

그러나 덕구는 1년에 한 번조차 쉬이 사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영상을 편집하면서 받은 보너스는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위험 수당이라며 시우가 챙겨준 보너스는 약간의 사치라는 것을 부릴 수 있게 해 주었다.

“우씨! 그거 내가 아까부터 찜 해 놓은거란 마리야!”

“넌 아까 먹었짜나! 이건 덕구 누나 거라고!”

투닥투닥, 거리는 동생들의 모습.

‘열심히 하자!’

덕구는 가녀린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 * *

까앙─! 깡!

서씨 공방에 울려퍼지는 망치질 소리.

“후우…!”

시우는 살며시 망치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완성된 도검을 한 번 살펴보았다.

이번에 던전 쇼크에서 얻은 오크 부산물로 만든 장비라서 그런 것일까.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보였다.

하기사, 오크는 무려 C등급의 몬스터였다.

그동안 E등급으로 만들던 장비와 비교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띠링!

그 순간 들려오는 스마트폰의 알림음.

시우는 떨리는 마음으로 스마트폰의 알림창을 확인했다.

<공짜로 주면 생각해볼 장비를 만들었습니다.>

<신[神]의 야금술(SS)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신[神]의 야금술(SS) 숙련도 4.43%[+1.4%]>

“공짜로 주면 생각해볼….”

한마디로 공짜로 줘도 쓰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나름 심혈에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건만.

헤파이스토스의 기준에는 여전히 쓰레기 장비였다.

물론.

“허어…! 어찌 이런….”

“와…! 진짜 시우씨 갈수록 장비 품질이 장난 아닌데요?”

어디까지나 헤파이스토스의 기준이었지만 말이다.

서팔광과 소은이 두 눈을 크게 떠보였다.

시우가 만든 장비를 바라보며 저마다 놀람을 표하고 있었다.

특히나 서팔광의 표정은 경악에 가까웠다.

“이게 어딜 봐서 한 달도 안 된 자의 솜씨란 말인가!”

서팔광은 입을 쩌억, 벌리며 시우와 장비를 번갈아 바라봤다.

헤파이스토스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뿐.

시우가 만든 장비는 충분히 상등품의 장비였다.

“서팔광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시우는 겸연쩍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확실히 발전이 있었다.

‘숙련도도 많이 올랐고.’

무려 1.4%

적다면 적은 수치이나 그간 0.03%씩 올랐던 것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수치였다.

“시우 씨. 그거 파실 생각이신 거죠?”

“네.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시우는 만든 장비를 소은에게 넘겼다.

“대금은….”

“장비가 팔리면 그때 주세요.”

그간 소은과 거래를 해본 바.

시우는 소은이 신뢰를 저버리는 상인이 아니라는 것을 믿을 수 있었다.

“물론 가장 비싼 값에 파시는 건 아시죠?”

“저한테 맡겨 주세요!”

소은은 걱정 말라는 듯 힘차게 대답해보였다.

더 나아가 굉장한 사명감을 받은 사람처럼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 모습이 꼭 강아지와도 같아 시우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보다 시우 씨. 요즘 안색이 많이 좋아지신 것 같아요.”

“제가요?”

“네. 전에는 다크 써클이 입까지 내려와있는데, 솔직히 사람인지 좀비인지 헷갈렸다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그래도 사람처럼은 보여요.”

시우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매만졌다.

그리고 확실히….

푸석푸석하기만 하던 피부가 어느 정도 탄력을 갖추고 있었다.

덕구가 편집일을 대신해주면서 일거리의 부담이 덜었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바쁜 것은 변함없지만 그래도 수면이라는 것을 취할 수 있었다.

‘인건비가 조금 부담되기는 하지만….’

특히나 저번엔 위험 수당을 챙겨주면서 그 부담이 더했다.

사실 위험 수당을 챙겨줄 필요까지는 없었다.

영상 촬영을 도와주는 건 어찌보면 편집자의 업무라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편집자의 업무는 아니었다.

편집자는 어디까지나 편집자다.

뒤치다꺼리를 하는 하수인이 아니란 뜻이었다.

‘강도철이 쓰레기였던 거지.’

한때 강도철의 편집자로서 온갖 뒤치다꺼리를 했던 시우.

하라면 해야만 했고.

까라면 까야만 했던 나날들.

부당하더라도 시우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갑과 을의 관계에서 을이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았으니까.

시우는 그 고충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시우는 말하지 않아도 먼처 챙겨주었다.

‘덕구 씨가 잘 해주기도 하고.’

농담이 아니라 덕구는 정말로 일을 잘해주었다.

처음 경험이 없다는 우려는 말 그대로 우려일 뿐이었다.

일단 덕구 스스로가 영상에 진심이었다.

시키지도 않은 것들을 먼저 찾아서 시우에게 제안까지 해오니 말이다.

실력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그 때문인지 댓글들에서도 편집에 관련한 칭찬들이 나오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줄은 몰랐는데.’

덕분에 시우는 편집일에서 완전히 손을 뗄 수 있었다.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물론.

여가 시간까지도 남아돌고 있는 지경이었다.

그런 의미로.

“소은 씨. 혹시 저번에 제가 구해달라는 약초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아, 참! 내 정신 좀 봐.”

시우의 말에 소은이 박수를 짝 쳐보였다.

“안 그래도 말씀 드리려고 했는데 시우씨 장비에 깜짝 놀라서 잊고 있었네요.”

“그 말씀은…?”

소은이 손가락으로 V를 그리며 답했다.

“다 구했죠!”

“벌써요?”

시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보였다.

시우가 말한 약초들은 구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물론 엄청 구하기 힘들다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야 하는 약초들이었다.

그래서 두어달은 걸릴 줄 알았거늘.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모두 구해오다니.

“소은 씨 진짜 대단한데요?”

과장하나 섞지 않은 솔직한 감상이었다.

“그럼요!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소은 물산은 대한민국 최고의 물건만 취급한다고요!”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인걸까.

시우는 의문이 들었지만 굳이 따져묻지는 않았다.

“가격은 얼마 정도….”

“다해서 2억 1,244만 원 나왔어요.”

“2억 1,244만 원….”

실로 미쳐버린 가격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시우 씨 첫 부탁이기도 하니까. 깔끔하게 2억만 받을게요.”

한마디로 1,244만 원을 할인해주겠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적지 않은 금액.

“그래도 괜찮아요?”

“대신 다음부터는 얄짤 없어요.”

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깎아준다는거 안 받을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시우 씨. 그 많은 약초들을 어디에 쓰시려고 그래요?”

“음….”

시우는 이걸 뭐라 답해야할지 고민이 들었다.

숨길 이유는 없었지만, 굳이 말해줄 이유도 없었다.

정확히는 뭐라 설명을 해야할지 난감했다.

그럼에도 굳이 말하자면….

“임상 실험이요.”

“...... 네?”

역시나 소은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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