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28화 (28/250)

28화.

의학(醫學, Medicine).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학문.

넓은 의미로는 사람 자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의학의 목적은 단순했다.

무병장수(無病長壽).

더 나아가 불로불사(不老不死).

그러나 그것은 신(神)의 영역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들은 그것을 단순히 신(神)의 영역으로만 두고 싶지 않았다.

흔히 마법사들을 일컬어 이 세상의 진리를 탐하는 자라 말한다.

오직 신(神)만이 알고 있는 진리.

그 진리를 인간 이성의 영역으로 끌어 내리려는 자들.

의술사들 또한 그런 마법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직 신(神)만이 누릴 수 있는 불멸의 영역.

마법사들이 신의 지식을 탐하는 자들이라면.

의술사들은 인간을 신(神)으로 만들려는 자라고 말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불로불사(不老不死)였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불멸의 육체를 만드는 일.

그러나 신(神)이 되고자 했던 인간의 오만한 욕심은 끝내 현실의 지옥을 만들어 내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희생되는 결과를 초래하고야 말았다.

실패한 학문.

의학은 실패 속에서 발전한 학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실패 속에서도 가장 멀리 나아간 자.

그리하여 끝끝내 신(神)의 영역에 발을 걸친 자.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한방약이라 함은 동물, 식물 또는 광물에서 채취한 성분을 정제한 생약(生藥)을 지칭한다네.]

신의(神醫), 화타.

건안삼신의(建安三神醫) 중 한 명.

죽은 자도 살려낸다 알려진 전설적인 명의.

[주로 제형을 기준으로 탕(湯), 산(散), 환(丸), 고(膏)등이 있으며 이것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형태이지.]

영상 속 화타는 이름 모를 것들을 보여주며 말을 이어나갔다.

시우는 그런 화타를 그저 멍하니 바라봤다.

말 그대로 멍하니 바라봤다.

[이번 영상에서 말할 것은 본초(本草)이네.]

[본초(本草)라 함은 천연물 중 약효를 발휘하는 것.]

[더 나아가 식물의 뿌리(根), 줄기(木), 껍질(皮), 과실(果), 종자(種)를 모두 본초라 칭한다네.]

[제량(劑量)은 적으나 작용이 큰 일종의 화합제제(化合製劑)의 역할을 하지.]

[그렇기에 응용에 있어 특정 종류의 특정 제형(劑形)에 대해서도 본초(本草)라 칭할 수 있다네.]

[따라서 어떤 한 종류의 고정적인 제형(劑形)을 가지고 본초(本草)라 특정지어 말할 수는 없다네.]

“아….”

진짜 뭐라는 걸까.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농담이 아니라 단 한 글자도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 듣는 외국어도 이렇지는 않을 터였다.

어느 정도의 문맥, 상황을 통하여 유추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건 아니었다.

화타의 영상은 전혀 아니었다.

“뭐라는 걸까.”

진짜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신의술[神醫術]의 숙련도를 올릴 수가 없었다.

이해 자체를 하지 못하거늘.

숙련도는 뭔놈의 숙련도란 말인가.

정확히는 엉뚱한 숙련도만 오르고 있었다.

<수준 높은 지식을 견문했습니다.>

<통찰력(S+)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통찰력(S+) 숙련도 8.7%[+1.4%]>

뚱딴지처럼 올라버린 통찰력(S+)의 숙련도.

하지만 이게 또 예상치 못한 시너지를 발휘해버렸다.

사고의 흐름이 가속화되며 의식이 확장된다.

우리는 간혹 그런 경험을 한다.

어떤 현상을 뭐라 설명할 수 없으나 알고 있는 느낌.

어떤 사물을 증명하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는 감각.

의식이 이해할 수 없는 속도로 사물과 현상을 알아채는 것.

우리를 이를 일컬어 직감(直感)이라 칭한다.

시우의 머리가 후끈, 달아올랐다.

혜열(慧熱)이라 부르는 것으로 머리를 극한으로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그래서일까.

시우는 방금 전, 화타의 말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질병 치료에 쓰이는 약초들을 연구하는 것.”

더 쉽게 정의하면 약초들의 효능들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습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던 찰나.

<본초학의 정의를 이해했습니다.>

<신의술[神醫術](S+)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신의술[神醫術](S+) 숙련도 0.4%[+0.4%]>

역시 맞는 모양이었다.

“하아….”

시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그렇지 않은가.

저렇게 쉬운 말을 뭐 굳이 저렇게 돌려서 하는 건지.

여러모로 통찰력(S+)이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시우는 한숨을 내쉬는 한편.

계속해서 화타의 영상들을 시청했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몸에 좋을지도 모를 탕약을 만들었습니다.>

<신의술[神醫術](S+)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신의술[神醫術](S+) 숙련도 0.9%[+0.5%]>

시우는 하나의 탕약을 손수 제조할 수 있었다.

시꺼먼 먹물의 색을 띤 탕약.

“...... 몸에 좋은 거 맞아?”

누가 봐도 먹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독약의 용도라면 또 모를까.

결코 몸에 이로운 작용을 할 것 같아보이지는 않았다.

“몸에 좋을지도 모를 탕약이라는 게 그런 의미였나?”

그러니까 몸에 안 좋을지도 모른다는 뜻?

진짜로 독약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뭐, 어쩌랴.

“머, 먹어봐야겠지…?”

이 약의 효능을 알려면 직접 먹어봐야했다.

다짜고짜 몸에 좋다며 서아에게 먹일 수는 없지 않은가.

임상 실험은 다름 아닌 시우가 해야만 했다.

“아무리 그래도 신의술로 만든 탕약인데 설마 죽기야 하겠어.”

시우는 두 눈 딱 감고 탕약을 삼켰다.

꿀꺽.

“우웩!”

바로 토했다.

진짜 더럽게 맛이 없었다!

농담이 아니라 시궁창을 핥는 맛이었다.

과장하나 섞지 않고 오우거 겨드랑이 땀 맛이 났다.

오우거 겨드랑이를 핥아보진 않았지만 그곳에선 분명 이런 맛이 날 것만 같았다.

몸에 좋을지도 모를 탕약은 개뿔이 무슨.

“우웨엑…!”

맛 자체가 몸에 해악스럽지 않은가!

시우는 거의 모든 것을 게워내버렸다.

탕약의 대부분이 바닥에 쏟아지다시피했다.

“내 돈….”

그리고 돈 또한 바닥에 쏟아지다시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탕약을 만든다고 들어간 재료값만 무려 1,000만원가량이었다.

한마디로 1,000만원을 그대로 바닥에 토해낸 셈이었다.

“하아….”

저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뭐, 어쩌랴.

이런 식으로나마 숙련도를 올려야지.

처음부터 예상한 일 아니겠는가.

그래도 다른 것들에 비해 신의술의 숙련도는 많이 오르고 있었다.

시우는 그렇게 위안을 삼으며 다시 화타 영상을 시청했다.

아니, 시청하려던 바로 그때였다.

띠링!

갑자기 들려온 스마트폰의 알림음.

뭔가 싶은 것도 잠시.

확인한 화면 위로 뜻밖의 알림창이 떠올라있었다.

<몸에 좋을지도 모를 탕약을 복용했습니다.>

<괴력[怪力](SS)의 숙련도가 미량 상승합니다.>

<괴력[怪力](SS) 숙련도 0.86%[+0.01%]>

“어….”

바닥에 쏟아진 탕약이 3초가 지났던가?

시우는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을 해버렸다.

* * *

“역시 우리집이 최고야.”

한달만에 집으로 돌아온 서아의 짧은 감상평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집이랑 그 특실을 비교하기엔 그런데.”

“그래도 병원은 병원이라고. 불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야.”

서아는 진절머리가 난다는 표정으로 몸을 한 번 떨어보였다.

하긴, 시우도 있어본 바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묘하게 답답하다고 해야할까.

무엇보다 혈액 검사 한다고 새벽에 깨울 때면 솔직히 조금 짜증이 났다.

시우조차도 그러했을진대 서아는 오죽했을까.

“그래도 좀….”

아무리 그래도 특실과 비교할 건 못 되었다.

“난 우리 집이 제일 좋아.”

하지만 서아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특실이 좋기는 한데 그래도 우리집이 제일 좋아. 오빠도 같이 있고.”

그러면서 서아가 배시시, 웃어보였다.

그런 서아의 미소를 보고 있자니 시우는 안도할 수 있었다.

상태가 많이 좋아졌구나.

특실이라는 프리미엄 치료 혜택.

그 모든 것들이 무료라는 것.

지난 한달간 서아는 혈사병과 더불어 다른 병들도 치료하고 나올 수 있었다.

‘얼마 가지는 않을 거야.’

그러나 이 마저도 잠시였다.

혈사병은 지속적으로 서아의 생명력을 갉아먹는다.

지금 서아의 미소는 언제고 반드시 일그러진다.

신의술로 만든 탕약.

그것은 분명 효과가 있었다.

괴력의 숙련도는 단순히 힘을 의미하지 않는다.

괴력이라는 힘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신체로의 진화.

그런 숙련도가 0.01%가 오를 정도면 어마어마한 효과라 할 수 있었다.

심지어 대부분 뱉어낸 정도가 그 정도였다.

다 먹으면 효과가 실로 엄청날 것이 분명했다.

<괴력[怪力](SS) 숙련도 0.96%[+0.1%]>

그리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그러나 맛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몸에 좋은 약이 쓰다고는 하지만 오우거 겨드랑이 땀은 좀….

서아에게 오우거 겨드랑이 땀을 먹게 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탕약의 효과에 대해서 아직 확실하지 않았다.

시우가 괴력을 습득했기에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시우는 이미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었기에 탕약의 효과를 견딜 수 있었던 것.

반면에 서아는 몸이 약해도 너무 약하다.

같은 약이라도, 희대의 명약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독약이 될 수 있는 법.

‘라고 화타가 말했으니까.’

여러모로 그 탕약을 서아에게 먹일 수는 없었다.

그러니 아직은 무리였다.

하지만 신의술의 숙련도를 많이 올렸을 때.

그리하여 시우가 혈사병의 치료법을 개발했을 때.

적어도 서아의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게 되었을 때.

이제 19살인 서아.

서아에겐 학창 시절이 없었다.

남들과 같은 추억이라는 것이 없었다.

언제나 침대에 누워 고통만 보내던 나날들밖에 없었다.

모든 일에는 때라는 것이 있다.

시기를 놓치면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 의미로 서아는 이제 와 학창 시절을 누릴 수 없었다.

말처럼 이미 시기를 놓쳐버렸으니까.

그럼에도 시우는 만들어주고 싶었다.

학창 시절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캠퍼스 생활은 아직 할 수 있엇다.

청춘의 상징이라 불리는 캠퍼스 생활.

보나마나 서아는 인기가 많을 것이다.

친구들도 많이 사귀겠지.

마음에 맞는 친구들이랑 카페에서 꺄르르, 거리며 수다도 떨고.

스티커 사진도 찍고, 옷 쇼핑도 하고.

연애도 해 보고… 음?

시우는 잠시 상상의 이미지를 그려보였다.

시꺼먼 남자 놈이 서아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

‘죽일까?’

순간적으로 살의가 치민다.

괴력이 꿈틀거리며 근육이 폭발한다.

탕약의 복용으로 올라간 괴력의 숙련도.

그로써 더욱더 강화된 신체.

만일 서아가 남자친구를 데려오면 몬스터로 간주하고 찢어버려야겠다.

그러니 연애는 취소다.

어쨌든 시우는 서아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역시나 돈.

‘이대로만 가자.’

그리고 모든 것이 잘 되어가고 있었다.

던전 레이드는 물론 장비 제작 판매.

특히나 유투브는 너무나 잘 되어가고 있었다.

[세공남 채널 구독자 수] - 3,348명.

어느덧 구독자가 3천명을 돌파하고 있었다.

덕구가 들어온 이후로 그 속도는 가중되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시우를 알아보는 이들이 간혹가다 있을 정도였다.

이대로만 간다면.

시우도 이대로만 꾸준히 성장한다면.

시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서아 퇴원 기념으로 오늘은 맛있는 거 먹어야겠다.’

초밥? 회?

아니면 소고기 스페셜을 먹을까?

그것도 아니면 오마카세인지 뭔지 하는 그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꿈도 못 꿀 비싼 음식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시우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시우는 남아있는 돈을 확인했다.

[계좌 잔고] - 140,550 ₩

“..... 응?”

순간적으로 정신이 덜컥, 굳어버렸다.

분명 2억이 넘게 있었는… 아.

약초값 2억 원.

물론 그간 장비를 팔며 얻은 수익들이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챙겨준 덕구의 위험 수당.

추가로 탕약 제조를 위해 구매한 각종 의료 장비들.

더하여 이것저것 쓰다보니 남은 돈이 바로 저것이었다.

여기에 몇 주 뒤면 화타 채널 월 구독료 1억원이 청구된다.

약초값도 꾸준히 필요했다.

덕구의 월급과 인센티브도 챙겨줘야했다.

더하여 신의술의 숙련도를 올릴 때까지 서아의 약값도 벌어야한다.

“서아야, 오늘은 치킨 먹을까? 특별히 양념과 후라이드 2마리 몽땅 먹자.”

“진짜 좋아!”

아쉽지만 오늘은 치킨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았다.

* * *

어둑어둑한 동굴의 풍경.

“후우….”

시우는 가볍게 손을 말아쥐며 숨을 골랐다.

“돈들어가는 구석이 한 두 곳이 아니네.”

버는 만큼 쓴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좀 너무했다.

물론 갓튜브의 성능을 생각하면야 얼추 이해는 되었다.

그래도 돈 빨아먹는 하마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하마는 말이 아니라 소.

코뿔소가 말.

아무튼.

“바로 영상 찍어야지.”

쉴 틈이 없었다.

해서 현재 시우가 있는 이곳은 흡혈박쥐의 서식지였다.

흡혈박쥐는 E+등급의 몬스터로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박쥐과의 몬스터였다.

그리고 시우가 이 던전을 레이드함으로써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도합 3가지.

박쥐는 쥐일까? 라는 제목의 영상을 찍는 것.

흡혈박쥐의 부산물을 얻어 장비 제작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흡혈박쥐들의 질병을 연구해봐야지.”

흡혈박쥐들이 가진 질병들을 연구할 수 있다는 것.

흡혈박쥐는 박쥐과 몬스터 답게 어두컴컴하고 습한 지역에 서식한다.

그리고 적게는 수 십, 많게는 수 백마리가 밀집하여 생활한다.

그 때문인지 흡혈박쥐에게는 질병들이 많았다.

비단 흡혈박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박쥐들에게는 온갖 질병이 깃들어있었다.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질병들.

그런데 정작 박쥐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해서 박쥐들이 가진 질병들 중 어쩌면 혈사병과 관련한 것들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박쥐들이 혈사병에도 멀쩡한 이유를 연구하고 발전시킨다면, 서아를 치료할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현대의 내로라하는 천재 의학자들도 하지 못한 일이다.

“신의술이라면 충분히 가능해.”

하지만 시우는 가능했다.

여러모로 시우는 흡혈박쥐를 레이드할 이유가 많았다.

해서 카메라를 세팅하고 출발하려던 찰나.

흠칫.

무언가 시우의 감각에 걸려들었다.

탕약의 복용으로 더욱 증폭된 감각.

‘흡혈박쥐가 아닌데?’

그건 흡혈박쥐가 내뿜는 기운이 아니었다.

시우는 잠시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그것이 곧 사람의 기척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것도 시우에게 상당히 익숙한 기척.

‘강도철 패거리들?’

그들이 지금 시우가 있는 던전에 들어와있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