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30화 (30/250)

30화.

던전 밖으로 나온 시우는 적당한 곳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게이트가 일렁이며 3명의 사람이 걸어나왔다.

도은아, 김지우, 지민철.

셋은 엉망진창이 된 상태로 삐걱거리며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보아하니 도은아가 김지우와 지민철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기다린 것 같았다.

시우가 챙겨서 나가라고 했지만 솔직히 도은아도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으니까.

두 사람을 챙기기엔 여러모로 무리가 있었다.

게이트 밖으로 나오자 도은아가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통화권이 연결된 세상.

도은아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강도철인가?’

딱 봐도 그런 것 같았다.

시우는 살며시 눈을 감아 강화된 청력에 집중하여 그 대화를 엿들었다.

“그러─ . 네그아.. 모르.. 와저…”

뭐라는거야?

뭔 소리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거리가 멀기도 했거니와 도은아의 발음이 뭐라는 건지 원….

‘턱 관절은 남겨둘 걸 그랬나.’

약간의 후회가 밀려왔다.

이윽고 도은아가 통화를 마쳤다.

“뭐래?”

“이다느 마나제.”

일단은 만나재.

시우는 그 말은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세 사람이 천천히 움직였다.

시우는 조심스레 그들의 뒤를 밟았다.

* * *

공사를 중단한 으슥한 폐건물.

누가 뒤가 구린 놈 아니랄까 봐 접선 장소도 꼭 지 같은 곳만 골랐다.

그리고.

‘왔다.’

접선 장소에 나온 강도철을 마주할 수 있었다.

혹시나 눈치를 채고 나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싶었다.

하지만 그 정도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

하기사, 누가 그렇게까지 할 것이라 예상하겠는가.

역시, 살려둬서 뒤를 밟길 잘한 것 같았다.

시우는 성큼, 강도철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

그러자 강도철이 눈에 띄게 놀라보였다.

세 명의 패거리 또한 크게 당황해보였다.

“어, 어뜨케…?”

“아, 아으….”

세 명의 패거리들이 두려움에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쳐보였다.

시우는 그런 그들을 무시하며 강도철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 만이네. 거진 한 달만인가?”

“... 뒤를 밟았나?”

“아니. 그냥 쟤네들이 안내해 준다고 해서 따라온 거 뿐인데.”

그러자 강도철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강도철이 고개를 홱, 돌려 세 패거리들을 바라봤다.

“오, 오해야! 오해…!”

“거, 거지마 이야! 거지마!!”

세 명이 어쩔 줄 몰라하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절대 아니라며 손사래를 마구 휘저었다.

시우는 그런 그들에게 엄지를 척, 치켜세우며 말했다.

“강도철을 유인하는 계획. 아주 멋졌어 도은아.”

그러자 김지우와 지민철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떠보였다.

이윽고 설마…? 하는 표정으로 도은아를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김지우와 지민철이 기절해있을 때 도은아는 시우와 대면하고 있었다.

그리고 던전에서 나오자마자 강도철에게 전화를 한 것도 다름 아닌 도은아였다.

네가… 우리를 배신한거야?

도은아를 바라보는 김지우와 지민철의 눈빛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 아… 아냐…! 아냐…! 모, 모하미야!”

도은아가 기겁을 하며 부정해보였다.

시우는 그런 도은아에게 쌍따봉을 날리며 말했다.

“강도철이 하도 개같다고. 내가 유인할테니 꼭 죽여달라고 한 부탁. 잊지 않을게!”

“이, 이이…!”

도은아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시우를 아주 죽일듯이 노려보며 분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 전의 공포가 되새김질 된 것일까.

“나, 나 아냐…!”

도은아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쳐버렸다.

그 뒤를 따라 지민철과 김지우도 같이 도은아를 따라 도망쳐버렸다.

따라잡을 수 있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

애초에 시우의 목적은 저들이 아니었으니까.

“너밖에 안 남았네?”

시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강도철에게 말했다.

“그러게 평소에 잘 좀 하지 그랬냐. 얼마나 개같이 굴었으면 나한테 직접 죽여달라고 부탁할까.”

“......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지?”

“뭘?”

“어떻게 그런 힘을 가질 수 있게 된 거지?”

“글쎄. 내가 대답해야할 이유가 있나?”

까드득!

강도철의 입 안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쟤는 저러다 진짜 이빨이 다 없어지는 거 아닌가 몰라.

“나도 하나만 물어보자. 왜 나한테 이러는 거냐?”

“내가 알려 줘야 할 이유가 있나?”

“그럴 이유는 없지.”

시우는 피식, 웃음을 훌렸다.

그리고 타닥!

“어차피 사지 멀쩡한 놈의 말은 믿지 않을 생각이기도 했고.”

시우는 땅을 박차며, 강도철에게 달려들었다.

빠르게 좁혀지는 거리.

그러나 앞선 패거리들과 달리, 강도철은 반응을 했다.

꽈아앙─!

터져나오는 굉음.

부서진 잔해 속에 강도철은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달라.’

시우는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하는 짓이 약삭빠르고 개새끼처럼 보이나 강도철은 B급 헌터다.

헌터 계에서도 베테랑이라 불리며, 어딜 가나 실력을 인정받는 헌터.

앞선 C급의 패거리들과는 격(格)의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후웅!

멀지 않은 곳에서 거센 파공음이 들려왔다.

황급히 허리를 젖히자 코앞으로 한 자루의 검신이 스쳐지나갔다.

시우는 곧바로 허리를 튕기듯 일어나 거리를 벌렸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군.”

“그놈의 허세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쫄린다.

단 한 번의 격돌이었지만 강도철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

객관적으로 이길 수 없는 격차였다.

애초에 시우는 E+등급의 헌터고 강도철은 B등급의 헌터다.

말이 안 되지 않은가.

무엇보다 맨손으로 상대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괴력의 숙련도가 오르면서 신체의 강도 또한 강인해졌다.

날이 서린 검조차도 시우의 주먹으로 깨부실 수가 있었다.

‘강도철의 검을 막을 정도는 아니야.”

그러나 강도철의 검은 평범한 검이 아니었다.

B급 헌터가 사용하는 장비가 평범할리가 없지 않은가.

아무리 괴력으로 단련된 신체라고는 하나 아직 그 정도를 막아낼 정도는 아니었다.

숙련도를 더 올린다면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의 숙련도로는 불가하다.

‘권갑 같은 장비라도 있었다면….’

장비 재료 파밍한다고 뒤로 미루고 있었건만.

상당히 아쉬움이 일었지만 지금은 의미없는 상상이다.

‘불리해.’

시우는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어느 것 하나 시우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극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쐐액─!

정면으로 날아오는 강도철의 검.

시우는 거침없이 앞으로 파고들었다.

지난 날, 시우는 강도철의 밑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강도철과 함께 던전에서 노예처럼 굴렀다.

강도철이 몬스터를 사냥하는 모습을 수 백번이고 봐왔다.

카메라에 그 모습을 무수히 담았다.

영상을 편집하면서 그 모습들을 끊임없이 되풀이했다.

강도철의 습관, 성향, 행동.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시우의 머릿속에 있다.

사고의 흐름이 가속화되며, 시우의 머리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의식이 이해할 수 없는 속도.

수많은 정보들이 퍼즐처럼 흩어졌다 모이길 반복한다.

띠링!

<통찰력(S+) 숙련도 9.2%[+0.5%]>

시우는 생각과 정신을 닫았다.

흐르는 대로.

감각이 움직이는 대로.

콰아앙─!

‘이 녀석…!’

도철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시우의 힘도 힘이거니와 지금 보이는 움직임.

쐐액─! 쐐애액─!

시우가 도철의 모든 일격들을 모두 피하고 있었다.

허초를 섞어도 통하지 않았다.

일부러 틈을 내보여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 어떤 공격의 변형을 주어도 시우에게 닿지가 않는다.

마치 자신의 생각이 전부 읽히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

그런데 그게 가능할리가 없지 않은가.

자신은 B급의 헌터다.

수많은 경험과 죽을 고비를 넘기며 닿은 경지.

고작 E+급이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설령 생각이 전부 읽히고 있다 해도 이건 아니었다.

이건 마치 S급 헌터들에게서나 보일 법한 뻐어억─!

“크학…!”

옆구리의 강렬한 통증에 도철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 틈을 파고들며 시우가 움직인다.

도철은 황급히 검을 휘둘러 달라붙는 시우를 떨어뜨려놓을 수 있었다.

휘청거리는 몸.

“......!”

도철의 두 눈이 경악으로 떠졌다.

말이… 안 된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투브 영상에서 시우의 힘을 어느 정도 확인했다.

그리고 앞선 이들을 내보내 그것이 진짜임도 확인했다.

그럼에도 이건 아니었다.

이건… 인정할 수 없다.

“죽여주마…!”

도철은 이를 까득, 씹으며 가진 바 힘을 터트렸다.

이윽고 도철의 검으로 새파란 빛이 맺혔다.

오러 소드(Auror Sword).

검을 다루는 각성자들이 사용하는 신비한 힘.

“에라이, 그건 좀 아니지.”

시우는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저건 어찌할 수가 없다.

오러 소드는 단순히 검의 절삭력만을 높이는 것이 아니었다.

각성자의 신체 능력 또한 비약적으로 상승시킨다.

각성자로서의 진정한 힘이라 할 수 있는 것.

그만큼 몸에 부담이 일지만 도철은 지금 진심인 것 같았다.

‘못 이겨.’

지금 시우의 수준으로는 어찌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는 일.

‘어쩔 수 없나.’

시우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꽈드드득!!

전신의 근육들이 꿈틀거리며 부풀어올랐다.

“......!”

강도철의 두 눈이 부릅, 떠졌다.

표정은 충격을 넘어 경악으로 일그러진다.

지금 시우를 중심으로 흘러나오는 압박감.

전신을 짓누르는 것만 같은 위압감.

그것은 마치 세상이 시우의 의지에 따라 형태를 달리하는 것만 같았다.

“어, 어떻게…!”

감당할… 수 없다.

오러 소드의 힘 같은 건 저 힘 앞에서 따위에 불과하다.

감당할 수 없다. 이길 수 없다.

도철은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고 말았다.

꽈득, 꽈드드득!

근육이 파열되고 찢어진다.

아직 시우에게 허락되지 않은 힘.

오래 버틸 수 없다.

시우는 진각을 내딛듯 땅을 박찼다.

콰아앙! 바닥이 깨져나가며, 시우 몸이 강도철에게 쏘아져 나갔다.

공간이 접히듯 거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진다.

시우는 광폭한 힘을 오롯이 주먹에 담으며, 경악으로 굳어있는 강도철을 향해 내질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 *

“후우…!”

시우는 기나긴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다 밀려오는 통증에 아윽─!

“이래서 사용 안 하려고 했는데.”

아직 시우에게 허락되지 않은 힘.

아니나 다를까 전신의 근육들이 대부분 파열되어 있었다.

고작 한 번 사용한 것으로 이 지랄이 나버리니.

사실상 실전에서는 사용 불가한 힘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뭐. 기절은 안 했네.”

다행히 지난 번, 검은 트롤 때처럼 꼴사납게 기절하지는 않았다.

그 당시엔 몸 상태도 워낙 안 좋기도 했거니와 뒤를 생각하지 않고 힘을 사용했으니까.

무엇보다.

“괴력의 숙련도를 올려놓은 영향도 있는 것 같은데.”

괴력의 부작용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 신체가 된 것.

그 때문인지 조금은 버틸 만─.

“아윽!”

─하기는 개뿔이 무슨.

농담이 아니라 근세포들이 모조리 파괴된 것만 같았다.

“자가 치료가 되려나.”

시우는 품 속에서 자그마한 침통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화타의 영상에서 배운 지식들을 되뇌이며 몸에 침을 꽂았다.

푹, 푹.

“좀 낫네….”

그러자 들끓던 통증이 순식간에 가라앉기 시작했다.

파열된 근육들도 조금씩 회복하는 것이 느껴졌다.

과연 화타의 신의술[神醫術](S+)이라는 걸까.

“이러면 월 구독료 1억원이 그닥 비싸지가 않은데.”

아니, 솔직히 비싸긴 비쌌다.

월 1억이 뉘집 개이름도 아니고 비싸지 않을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도 이렇게 자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비싼 금액은 또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시우의 상태.

전신의 근육이 모조리 아작이 난 상태.

보나마나 병원비가 와장창, 깨져나갔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 병원비를 자가 치료로 어느 정도 퉁칠 수 있었으니, 월 1억이 그렇게까지 비싼 금액은 아니었….

“그래도 비싼 건 맞지.”

물론 말만 그렇다는 뜻이었다.

시우는 파열된 근육들에 모두 침을 꽂아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공사가 중단된 폐건물.

그러나 방금 전의 격돌로 완전히 무너져있었다.

그리고 무너진 잔해 속에 널브러져있는 강도철.

강도철은 만신창이가 된 채 움직임을 내보이지 않았다.

온전하지는 않았어도 괴력[怪力](SS)의 힘이었다.

당연하다 할 수 있는 결과였다.

그럼에도 시우는 강도철은 죽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꼴에 B급 헌터라는 건가.”

약삭빨라도 강도철의 실력은 진짜였다.

“그런데 이 새끼가 왜 갑자기 나한테 관심을 두는 거지?”

시우는 몸에 침을 꽂은 채 생각에 잠겼다.

강도철은 어째서인지 시우에게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것이 관심인지 아니면 시기와 질투인지.

아니면 이름 모를 무언의 감정인지는 모르겠다.

“이대로 가만 두면은 안 될 것 같은데.”

그러나 위험한 것임은 분명했다.

사람 새끼도 아닌 미친 싸이코패스이지 않은가.

그런 놈의 관심이라니.

어느 쪽이든 별로 받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처럼 시우에게 접근한다면야 큰 상관은 없었다.

“서아에게 접근할 수도 있어.”

그러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러니 강도철은 이대로 넘어가면 안된다.

앞선 패거리들이야 잔챙이들이니 넘어갈 수는 있었다.

그러나 강도철은 아니었다.

다시는 눈앞에 얼씬도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하나.

그러나 아쉽게도 그 방법은 사용할 수가 없었다.

이곳이 던전이라면 모를까.

바깥에서는 쉽게 결정할 수도, 쉽게 결정해서도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뭐.

굳이 시우의 손을 더럽히지 않더라도 강도철을 완전히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시우는 몸에 꽂은 침들을 빼내었다.

그리고 마지막 침을 빼내어 침통에 정리했을 때.

“현장 봉쇄하고 안에 사람 있는지 확인해!”

“네!”

“시찰국에서 나왔습니다! 안에 누구 계십니까!”

시우의 시야로 시찰국의 가더들이 보였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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