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31화 (31/250)

31화.

헌터 시찰국(視察鞠).

대한민국 정부 행정 안전부 산하 기관.

던전을 관리하는 헌터 관리국과 같은 부서의 기관이었다.

헌터 시찰국과 헌터 관리국.

지구의 패러다임이 바뀐 이후에 신설된 기관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헌터와 관련한 업무를 처리하는 정부 기관이었다.

그러나 두 기관이 하는 일은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맹시우 헌터님 되십니까?”

문득 들려온 목소리.

바라본 그곳엔 한 여인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포니테일의 머리에 무뚝뚝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분위기.

한채린과는 다른 느낌의 차가움이 엿보였다.

마치 수많은 전장을 누빈 듯한 용병과도 같아보였다.

“시찰국 소속, 가더 4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이민정이라고 합니다.”

시우는 이민정이 내미는 명찰을 슬쩍, 확인했다.

[가더 4팀 - 이민정 팀장]

각성자는 주로 개성의 종류에 따라 자신의 직업을 선택한다.

그리고 전투 계열의 각성자들은 대부분 헌터라는 직업을 선택한다.

그러나 사실 헌터 이외에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하나 더 있었다.

가더(Guarder).

수호하는 자, 라는 의미로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가더들은 사람들을 보호하는 일을 한다.

헌터(Hunter)가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사냥꾼이라면.

가더(Guarder)는 몬스터들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파수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로 얼마 전에 일어난 던전 쇼크.

그런 비상 사태에 출동하는 이들이 바로 가더들이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가더들의 업무는 몬스터들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그들의 업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가더들은 몬스터들에게서만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는다.

“강도철이라는 자가 맹시우 헌터님을 살인 교사 했다는 말씀입니까?”

같은 각성자.

즉, 범죄자 헌터들에게서 또한 사람들을 보호한다.

그렇기에 가더는 헌터들의 경찰이라 불리운다.

시찰국(視察鞠)은 그런 가더들이 모여있는 곳.

한마디로 헌터 경찰서라 할 수 있겠다.

“그렇습니다. 증거로 영상을 제출했습니다만.”

“영상은 확인했습니다. 확실히 쉬이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더군요.”

이민정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가 강도철과 싸운 곳은 던전이 아니었다.

공사가 중단된 폐공장.

한마디로 바깥 세상이었다.

당연하다시피 신고가 들어가며, 가더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일이었다.

헌터들간의 다툼은 단순한 다툼으로 끝나지 않는다.

특히나 이번엔 그 상황이 특수하다.

“맹시우 헌터님은 무개성의 각성자라 보고되어 있습니다만.”

일순간 이민정의 기세가 날카로워졌다.

가더들은 같은 각성자들을 상대한다.

그것도 흉악한 범죄자가 되어버린 각성자들.

각성자들의 범죄는 차원이 다르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범죄자의 범죄가 평범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 제압의 과정에 있어서 적당이란 있을 수 없었다.

하여 가더들이 범인을 검거했다 함은 대부분 척살로 끝이 난다.

인간 도살자.

가더들을 다르게 부르는 말이다.

이민정의 차가운 눈빛에는 무거운 기세가 담겨 있었다.

가더 4팀의 팀장, 이민정.

팀장급은 최소 A급 이상의 실력자들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하던데.

‘진짜 인간 도살자 같네.’

사람 한두 명 죽여본 기세가 아니었다.

시우는 저도 모르게 몸을 한 번 떨어보였다.

그리고 이민정이 내비치는 의심은 간단했다.

무개성의 각성자가 C급 헌터 3명의 위협에서 멀쩡히 살아돌아왔다.

심지어 B급 헌터를 개 박살 내 버리기까지했다.

충분히 이상하게 여길 만한 상황이지 않은가.

하지만 시우는 진실을 말할 생각이 없었다.

“개성의 등급이 헌터의 등급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맹시우 헌터님은 현재 E+등급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지금 당장은 그렇겠죠.”

“아무리 그래도─.”

“제가 그 질문에 대답할 이유가 있습니까? 저는 피해자입니다만.”

“음….”

그러자 이민정이 살짝, 침음을 흘려보였다.

저가 보기에도 좀 과하다 생각한 것일까.

“실례했습니다. 직업이 이렇다보니 사람을 의심하는 버릇이 있어서.”

이민정이 살짝, 고개를 숙여보였다.

이해는 한다.

범죄자 놈들을 대면하다보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으니까.

그 놈들은 인간의 탈을 쓴 몬스터나 다름없었다.

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쨌거나 강도철은 위험한 놈입니다. 이대로 놔두면 어디서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릅니다.”

“동감합니다. 헌터님께서 보내주신 영상 증거를 토대로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시우는 시찰국에 증거 자료로 그간 모아둔 영상 자료를 제출했다.

아라크네 던전에서 강도철이 시우를 미끼로 내던지던 영상.

시우가 들어간 흡혈박쥐 던전 안에 몰래 들어와 협박하던 영상.

마지막으로 강도철이 시우를 죽이려던 영상.

증거는 명백했다.

물론 강도철이 직접적인 살인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살인에 실패한 살인 미수임은 확실했다.

더불어 살인을 사주한 살인 교사 또한 확실했다.

그리고 살인 교사는 살인에 버금가는 중형.

물론 그 과정에서 시우가 입은 피해는 없었다.

피해는 커녕 되려 강도철을 반쯤 죽여놓았다.

강도철 측에서 자신이 피해자라 우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5차 산업은 인류의 문명만 바꿔놓은 것이 아니었다.

관련한 사회 시스템과 법안들도 많이 바뀌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정당 방위 범주의 확대.

위협에 대한 증거가 명백하다면, 관련한 대응에 대해서는 일절 책임을 묻지 않았다.

안 그랬다면 가더들이 인간 도살자라 불리는 일은 없었겠지.

물론 그럼에도 살인을 저지르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시우는 강도철을 안 죽이지 않았는가.

시우가 일부러 강도철을 반만 죽여놓은 이유가 있었다.

“아마 강도철이 햇빛을 보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로써 강도철은 끝이라 볼 수 있었다.

“참고인 조사는 이쯤 하도록 하겠습니다. 협조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시우는 문제 없이 시찰국을 나올 수 있었다.

* * *

시우가 떠나간 이후.

이민정은 떠나가지 않고 가만히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달칵.

“엣? 팀장님 안에 계셨습니까?”

누군가 조사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다 이민정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보였다.

시찰국 소속의 가더, 정수아.

그것도 4팀의 일원으로서 이민정의 팀원이었다.

“맹시우 헌터가 나가길래 당연히 안 계실 줄 알고….”

정수아가 멋쩍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슬며시 조사실을 나가려던 찰나.

“이상해.”

“예?”

나지막해 내뱉어지는 이민정의 말에 몸을 멈추었다.

뭔가 싶은 것도 잠시.

“수아. 현재 네 등급이 어떻게 되었지?”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시는건지….”

정수아의 물음에도 이민정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한 눈빛으로 답을 요할 뿐이었다.

“얼마 전에 승격되어서 B-급입니다.”

헌터와 가더는 직업은 다르나 같은 등급 판별법을 따른다.

한마디로 B-급 가더는 B-급 헌터와 똑같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B등급이라 함은 어딜 가나 뛰어난 실력자로 인정받는 등급.

정수아는 자신감 뿜뿜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허헉…!”

정수아는 전신을 옥죄어 오는 끔찍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이민정의 전신에서 피어나는 기운.

“티, 팀장… 님? 커흑!”

끔찍한 존재감이 짓눌러왔다.

강력한 억제력이 정수아의 전신을 얽매어온다.

숨조차 쉬이 내뱉어지지 못하는 악독한 살의.

오로지 기세만으로.

존재를 짓눌러 죽인다.

“끄윽…!”

짓누르는 억제력이 점점 강해졌다.

정수아는 정말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정신이 끊어지려던 그때.

짓누르던 기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허헉…! 허헉…!”

정수아는 그때서야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억눌렸던 호흡이 뚫리며 달콤한 숨을 들이켰다.

“못 버티는 구나.”

“당연하지 않습니까!”

정수아는 무슨 말 같지도 않는 소리를 하냐는 듯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민정은 가더 4팀의 팀장이다.

등급만 무려 A+급의 가더.

헌터와 가더를 모두 합쳐도 최상위권에 위치한 실력자였다.

그런 실력자의 기세를 버틸 수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B-급이라길래 버틸 수 있을 줄 알았지.”

“무슨 말도 안되는… 팀장님이 평범한 가더입니까?”

무엇보다 이민정은 단순히 A+급으로 생각하면 안 되었다.

흉악한 범죄자를 상대하는 가더.

이민정의 손에 죽어나간 범죄자만 해도 거진 수 백명이다.

여인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그것도 저 아리따운 미모에 대고 할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인간 백정’ 이라 불리는 자가 바로 이민정이 아니던가.

곧 S-급으로 승격하니 마니.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어마어마한 실력자였다.

“맹시우 헌터는 아무렇지도 않아 하던걸.”

“...... 예?”

그렇기에 정수아는 저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맹시우 헌터가 아무렇지 않아 하다니?

설마 맹시우 헌터가 이민정의 기세를 버텼다고?

“그게… 사실입니까?”

이민정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해보였다.

“맹시우 헌터는 E+급 헌터 아니었습니까?”

“이상해.”

뚱딴지 같은 답이었지만 정수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왜 이민정이 처음 저런 말을 했는지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왜… 그냥 보내셨습니까?”

그렇기에 정수아는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민정의 기세를 버텼다는 건 평범한 실력자가 아니란 뜻이었다.

정확히는 E+급의 헌터는 절대 아니라 할 수 있었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등급을 속이고 활동하는 헌터란 뜻이었다.

그리고 등급을 속이고 활동하는 헌터들은 그 의도가 불순했다.

일반화를 할 수는 없었지만 100에 99는 그러했다.

잠재적 범죄자.

가더들은 그런 이들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렇기에 그대로 보내서는 안 되었건만.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

정수아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상하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은 뭔 개소리란 말인가.

마음 같아선 그렇게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쥐어 터질 것을 알았기에 꾹, 눌러참았다.

이민정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가더로서 상대해온 범죄자들만 수 백명.

그렇게 수많은 범죄자 놈들을 상대하다보면 어느 순간, 사람한테서 나는 개냄새 정도는 구별할 수 있게 된다.

흔히 깜냥이 보인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이민정이 바라본 맹시우 헌터.

등급을 속이고 활동하는 것이 여러모로 수상했다.

그렇기에 얼핏 개새끼처럼 보일지 모르겠으나….

“풍기는 냄새는 사람이었거든.”

이민정은 그 말과 함께 조사실을 나갔다.

그리고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정수아.

“뭔 개소리야?”

아까부터 꾹, 눌러 참았던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 * *

집으로 돌아가는 길.

“흐음….”

시우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일은 더없이 잘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강도철은 더 이상 위협이 될 수 없었고, 시우 또한 아무런 문제 없이 나올 수 있었다.

이번 일은 완전히 끝났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고 이런 일이 또 발생할지 모른단 말이지.”

말 그대로 이번 일만 말이다.

호사다마(好事多魔).

좋은 일에는 많은 악재가 뒤따른다고 하던가.

유투브 채널이 점점 유명해지고.

시우의 장비 수준이 더 발전하다보면.

그것을 탐하는 무리들이 반드시라고 할 만큼 나타날 것이 분명했다.

“지금은 이 정도로 끝났지만….”

앞으로도 이럴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아니, 이보다 더한 위협이 있을 터였다.

“범죄자 집단에 표적이 될 수도 있고.”

각성자로서의 힘을 약탈에 사용하는 범죄자들.

그들에 비하면 강도철 수준은 정말이지 애교라 할 수 있었다.

그들은 그야말로 인간의 탈을 쓴 몬스터다.

인간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쓰레기 중의 쓰레기들이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S급에 달하는 범죄자들도 있었다.

“지금의 내 수준으로는 강도철도 버거워.”

솔직히 말하면 시우는 강도철을 이길 수가 없었다.

힘과 수준의 차이를 놓고 보면 시우는 강도철을 이기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기긴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우가 강도철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강도철의 밑에서 일하면서 자연스레 익힌 패턴, 행동, 습관, 성향.

그 모든 것들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것도 통찰력(S+)의 도움을 받아 모든 움직임을 읽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시우는 분명 강도철에게 죽었다.

시우는 잠시 걸음을 멈춰 갓튜브의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통찰력(S+) 숙련도 9.2%>

<괴력[怪力](SS) 숙련도 0.98%>

<신[神]의 야금술(SS) 숙련도 4.43%>

<신의술[神醫術](S+) 숙련도 2.34%>

현재 시우가 배운 개성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개성은 없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괴력[怪力](SS)이라 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난관을 헤쳐나가려면 괴력이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통 오르지가 않는단 말이지.”

진짜 더럽게 오르지가 않았다.

노력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하루라도 운동을 개을리 하지 않았다.

애시당초 던전 레이드를 하면서 계속해서 괴력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어떻게 돼먹은 게 아직도 1%가 되질 않았다.

저것도 탕약이라는 약물 복용으로 끌어 올린 숙련도임을 감안하면 굼벵이도 저런 굼벵이가 따로 없었다.

“SS등급이라 그런 건가?”

…싶다가도 신[神]의 야금술(SS)을 보면 또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하아….”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시우는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부족하더라도 헬스라도 따로 배워야하나.”

그렇게 짙은 한숨만 새어나오던 그때.

띠링!

일순간 스마트폰의 알림음이 들려왔다.

“뭐지?”

싶은 생각에 확인한 화면.

『<헤라클레스>: 개인 PT 이벤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그곳엔 뜻밖의 알림창이 떠올라 있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