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멍한 정신.
시우는 눈을 비비며 스마트폰에 떠오른 알림창을 재차 확인했다.
『<헤라클레스>: 개인 PT 이벤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헤라클레스.
개인 PT.
이벤트 당첨.
“미친!”
시우는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주변의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개의치 않았다.
“진짜 당첨되었다고?”
솔직히 확률은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확인한 구독자 수는 7명.
확률로만 따지면 14%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반신반의 하고 있던 찰나였다.
당첨되면 좋겠지만 기대는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떡하니 당첨된 결과.
시우는 홀린 듯이 헤라클레스 채널에 접속했다.
그리고 구독자 수를 확인했다.
<헤라클레스 채널>
<구독자: 1명>
“...... 한 명?”
구독자가 한 명밖에 없었다.
분명 마지막에 확인한 구독자 수는 7명이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 구독자 수가 한 명이 되어있었다.
이 한 명이 누군지는 뻔하디 뻔한 사실.
따라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개인 PT 이벤트에 당첨될까봐 모두 도망쳤다는 뜻?”
이거… 당첨된 게 좋은 거 맞는 건가?
지금이라도 구독 취소를 눌러야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시우는 구독 취소가 불가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도망쳐야하는 것은 아닐까.
방법은 모르겠다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띠링!
『<헤라클레스>: 회원님! 이벤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멍한 정신 사이로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헤라클레스>: 음? 회원님이랑 연결이 안 되는데요?』
추가 알림창이 떠올랐다.
보아하니 헤라클레스가 보내온 메시지인 것 같았다.
답장을 해야하나?
그런데 어떻게?
싶은 생각이 들던 찰나.
띠링!
『<헤라클레스>: DM 보낼테니 영상 통화 수락 좀 눌러주십쇼.』
“DM?”
설마 다이렉트 메세지(Direct Message)를 말하는 건가?
그런 의문과 동시에 띠링!
<헤라클레스님께서 영상 통화를 신청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아무래도 맞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할까.
잠깐 고민이 되었지만 뭐.
꾹.
수락 버튼과 함께 화면이 일순간 바뀌었다.
그리고 보인 것은 언더 아머를 입은 근육 코끼리.
갓튜브 영상 속에서 보았던 헤라클레스의 모습이 떡하니 있었다.
[응? 뭐야?]
화면 너머의 헤라클레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우가 헤라클레스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헤라클레스도 시우의 모습을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너 설마…?]
헤라클레스가 성큼, 화면으로 다가왔다.
화면에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며 이리저리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화면에 보이는 시우의 모습을 자세히 살피는 것 같았다.
‘그런데 웬 코끼리가 다가오는 거 같네.’
화면 너머의 일.
그러나 시우는 그러한 압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설마… 인간?]
이윽고 헤라클레스가 화면에서 멀어지며 소리쳤다.
눈을 동그랗게 뜬 것이 꽤나 놀란 것 같았다.
자기도 인간이면서 새삼 뭘 그리 놀라나 싶었지만 아무튼.
[어떻게 인간이 내 채널에?]
“그러면 안 되는 겁니까?”
[아니, 뭐. 안 되는 건 아닌데.]
뭐야.
그럼 왜 그렇게 놀란 건데.
시우는 어처구니 없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러면 내가 직접 PT를 해줄 수가 없겠는데?]
그리고 들려온 헤라클레스의 말.
시우는 놀란 눈을 떠보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야. 내가 직접 PT를 해줄 수가 없어.]
[네가 있는 곳에 내가 갈 수가 없거든.]
“어….”
하기사, 그게 가능했다면 지구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을 터였다.
신적인 존재들이 나타나는데 난리가 안 날 수가 있나.
한마디로 갓튜브와 이곳, 지구는 서로 간섭할 수 없는 차원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로 시우는 그동안 한쪽으로 치워두었던 의문이 재차 떠올랐다.
‘나는 어떻게 갓튜브에 접속할 수 있는 거지?’
금발의 사내가 남기고 간 스마트폰.
그런데 그 금발의 사내는 누구였을까.
더하여 금발의 사내와 싸우던 백발의 사내는 또 누구였을까.
그 둘은 왜 싸우고 있었던 걸까.
[하지만 뭐.]
의문 사이로 헤라클레스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이벤트는 이벤트이니 나 몰라라 할 수 없지.]
[직접 자세 교정을 해 줄 수가 없다 뿐.]
[가르치는 것 정도는 할 수는 있으니 걱정하지 마.]
그러면서 헤라클레스는 시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네 수준을 좀 봐야되니까.]
[전신이 나오게 끔 한 뒤에 몇 번 빙글빙글 돌아봐.]
의문은 계속되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시우는 상념을 떨쳐내며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스마트폰을 적당한 곳에 걸쳤다.
그리고 헤라클레스에게 전신을 보여주듯.
몇 번 빙글빙글 돌아보였다.
[와.]
짧게 터져나오는 헤라클레스의 감탄사.
[완전 멸치 새끼잖아?]
시우는 약간 눈썹을 찌푸렸다.
몸이 좋다고는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결코 멸치라는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조금 자존심이 상하는 말.
“......”
그러나 시우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사내 새끼가 그리 비실비실해서야 원….]
아니, 저 헤라클레스 모습을 보라.
코끼리와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을 근육.
저 근육 코끼리 앞에서는 멸치는 염병.
플랑크톤도 잘 쳐준 것이었다.
[무엇보다 너. 신체의 전반적인 밸런스가 완전 엉망이야.]
“밸런스가 엉망이라고요?”
[그래. 너 후면 근육은 전혀 단련을 안 했지?]
“그야 뭐….”
사실 헤라클레스가 뭘 말하는 지도 잘 알지 못했다.
딱히 운동에 대해 배운 것이 없었으니까.
후면 근육이 등근육을 의미하는 건가?
그런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리고 시우는 그동안 주먹질만 해댔으니 등 근육과는 상관이 없었다.
간혹가다 박치기도 하긴 했다만 역시나 등 근육과는 연관이 없었다.
[안 되겠다. 미노타우로스 뿔도 단김에 뽑아찢어버리라는 말도 있으니 바로 시작하자.]
소중한 구독자를 잃을 수는 없으니까….
헤라클레스는 마지막 말을 기어들어가듯이 내뱉었다.
저 덩치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
아니, 그건 그렇고.
소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 아니었나?
미노타우로스 뿔은 개뿔이 무슨.
그걸 뽑아찢어버려?
그게 가능해?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바로 가시죠, 회원님!]
헤라클레스면 가능하겠구나.
시우는 생각을 포기할 뿐이었다.
* * *
인적이 드문 공원.
“뭐부터 하면 되죠?”
시우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헤라클레스의 개인 PT.
이 어찌 떨리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영상 속에서 보았던 그 미친 짓을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공존했다.
[아까 말했다시피 지금의 네 몸은 밸런스가 완전 엉망이야.]
[특히나 후면 근육은 아주 박살이 나 있어.]
“후면 근육이 등 근육을 의미하는 건가요?”
[에휴.]
그러자 헤라클레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이딴 멸치 새끼한테 뭘 바라겠냐는 듯한 눈치였다.
조금 자존심이 상했지만, 역시나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후면 근육이라 함은, 몸 뒤쪽의 근육들을 의미한다.]
[네가 말한 등 근육은 후면 근육 중 일부야.]
그러면서 광배근, 후면 삼각근, 삼두근 등등
여러가지 근육들의 이름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더하여 해당 근육의 위치를 자세를 취하며 보여주었다.
[여기가 상완요근.]
꽈드드드드드드득!!!
“와.”
저게 사람일까 코끼리일까.
벌크업 된 헤라클레스는 이젠 코끼리라는 말로도 정의할 수 없었다.
근육 고래.
그렇게 표현함에 있어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어마어마하네.’
실로 어마어마했다.
시우는 멍하니 헤라클레스의 설명과 시연을 지켜봤다.
그러다 문득.
띠링!
<완벽한 근육을 견문했습니다.>
<괴력[怪力](SS) 숙련도가 미량 상승합니다.>
<괴력[怪力](SS) 숙련도 1.02%[+0.03%]>
괴력의 숙련도가 올랐다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역시 헤라클레스의 개인 PT라는 걸까.
‘오.’
시우는 헤라클레스의 PT아닌 PT에 집중했다.
[이처럼 후면 근육의 종류는 다양해.]
[그리고 보다시피 모두 등 뒤에 있다보니 이 근육의 중요성에 대해 망각하는 경우가 많지.]
[본인은 볼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이 근육들은 아주! 아주아주 베리 임포턴트해!]
[신체의 전반적인 밸런스!]
[과감한 동작들을 수행하는 데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단 말이지!]
그러더니 헤라클레스가 오른발을 크게 들어보였다.
뭐하는 건가 싶은 찰나.
들어올린 오른발을 그대로 내리찍었─.
꽈아아아아아아앙─!!!!
실로 끔찍한 폭발이 터져나왔다.
아니, 저건 폭발이라 정의할 수가 없었다.
화면 너머로 본 것이라 확실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세상을 구성하는 윤곽의 형태가 일순간이나마 일그러졌다.
단언할 수 있다.
저건 단순히 힘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뭐, 뭐, 뭐, 뭡니까?”
[응? 뭐가?]
“바, 방금 뭘 하신 겁니까?”
[아, 방금 그거? 신투술[神鬪術]. 내가 만든거야.]
“신투술… 이요?”
[별 건 아니고. 그동안 내가 싸우던 방법들을 하나로 모아 체계적으로 정리한 거야.]
[방금 건, 히드라의 아홉 개 대가리들을 짓뭉개버렸 때 썼던 거고.]
[그때 가운데 불멸의 대가리가 어찌나 뒤지질 않던지.]
그러면서 헤라클레스가 진절머리 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보였다.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신화 속의 괴물, 구룡(九龍) 히드라.
신들조차 두려움에 떨 정도로 일명 신살(神殺)의 괴물이라 불리운다.
그도 그럴 것이 히드라의 맹독에 중독되면 해독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독에 영원히 고통 받을 바에 불멸을 포기하고 죽고 말겠다, 라며 신들이 자결을 해버린다.
실제로 케이론이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다.
하여, 신살(神殺)의 괴물이라 불리는 히드라였건만 결국 헤라클레스한테 짓뭉개진다.
말 그대로 짓뭉개진다.
반항 한 번 못하고 말이다.
에이, 설마하니 그러했을까.
신들도 두려워했던 히드라인데 말이다.
시우는 그저 과장된 신화 이야기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런데 방금 보인 헤라클레스의 모습.
세상의 윤곽이 붕괴되어 일그러진 광경.
“......”
충분히 그럴 만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시우는 정말이지 뭐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런 멍한 정신 사이.
[이렇듯 과감한 동작에 후면 근육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단순히 무식한 힘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방금 모습을 보면 뭔가 믿음이 가면서도.
저 근육 고래 같은 덩치를 보면 썩 믿음이 가지 않기도 했다.
뭐, 아무튼.
[민첩성, 유연성, 탄력, 협응력! 여기에 균형감각까지!]
[동작에 필요한 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여기! 후면 근육에서 나온다!]
[그렇다고 후면 근육만 중요하냐?]
[그건 천만의 말씀 만만에 콩떡!]
[하체는 그 모든 것들을 떠받치는 기둥이다.]
헤라클레스가 시우를 척, 가리키며 소리쳤다.
[너. 건물을 지을 때 기둥이 무너지면 어떻게 되지?]
“그야… 건물이 무너지죠?”
[신체도 마찬가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아니, 그러면 그런 거지.
왜 애꿎은 지반을 무너뜨리고 난리야.
‘아, 그러니까 하체가 무너지면 저렇게 된다는 건가?’
그런데 그걸 굳이 저렇게 표현을 해야해?
아니, 저렇게 할 수 있는 거였어?
하기사, 헤라클레스는 S급 헌터를 따위로 만드는 신(神)급의 존재.
상식을 들이미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뭐, 그래도.
헤라클레스에게 직접 PT를 받고 있기 때문일까.
<괴력 신체학을 습득했습니다.>
<괴력[怪力](SS)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괴력[怪力](SS) 숙련도 1.12%[+0.1%]>
정체되어있던 숙련도가 쭉쭉, 올라가기 시작했다.
막힌 혈이 뚫리듯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로 현재 너에게 꼭 필요한 운동법을 알려줄테니 보고 잘 따라 하도록!]
여기에 헤라클레스가 알려주는 운동을 한다면 얼마나 올라갈까.
시우는 설레는 마음을 도무지 감출 수가 없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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