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정말 충격적이게도.
그리고 너무나 놀랍게도.
[호흡은 중요하긴 해. 그런데 신경쓰지마.]
헤라클레스의 개인 PT는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궁금할까봐 알려주자면, 기본값은 땅과 멀어질 때 호흡을 내뱉는 것이다.]
[푸시업을 예로, 푸시 할 때 흐읍!]
[업 할 때, 하아!]
영상 속에서 보았던 괴랄한 PT는 없었다.
죽일 듯이 운동을 시키며 무리한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너는 신경쓰지 마.]
[호흡이고 나발이고 그냥 막 내뱉어.]
시우의 눈높이에 딱 알맞는 교육을 해주었다.
정확히는 시우의 현재 상태에 따른 운동들을 알려주었다.
“왜, 왜죠…?”
[네 꼬라지를 보고 말해라.]
헤라클레스의 말에 시우는 몸 상태를 확인했다.
전신을 흠뻑 적시다시피한 땀.
“하악…! 하악…!”
들썩거리다 못해 격동하는 호흡.
[호흡법을 신경쓸 겨를이 있겠냐?]
없었다.
호흡법은 무슨 염병할.
당장이라도 숨을 들이켜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다!
[너같은 멸치는 그냥 하는 게 가장 중요해.]
[그리고 사실 호흡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아.]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득근러들에게나 중요할 뿐.]
[신경쓰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 없어.]
“그, 그렇… 하악…! 군요…! 하악…!”
시우는 헤라클레스의 PT를 받으며 운동을 이어나갔다.
중간중간 멸치라는 말이 들리긴 했지만 뭐.
헤라클레스였기에 진짜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덕분에 시우의 눈높이에 딱 알맞은 PT이기도 했다.
그 일환으로 헤라클레스가 가르치는 운동법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았다.
턱걸이, 딥스,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스쿼트, 버피, 플랭크, 브릿지 등등….
이 말고도 수많은 운동법을 가르쳤지만 다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공통점은 맨몸 운동이라는 것.
이에 대해 시우가 왜 맨몸 운동만 가르쳐주냐고 묻자 헤라클레스는 이렇게 답했다.
[맨몸 운동 무시하냐?]
그러면서 헤라클레스가 화면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와락, 찌푸려진 인상.
실제였으면 한 대 줘 맞았을 것만 같았다.
헤라클레스가 이곳에 올 수 없음이 참 다행이었다.
[맨몸 운동은 전신을 고루 발달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 나아가 전신 근육의 협응력, 유연성, 순발력 등.]
[각종 운동 능력을 한 번에 증대시킬 수 있지.]
[또 그 뿐이랴. 근신경 발달과 스트렝스 발달에 초점을 두어….]
그러면서 헤라클레스가 기나긴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통찰력(S+) 덕분에 이해라는 것은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상당히 복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꽤나 박학다식하시네요?”
솔직히 의외의 모습이었다.
겉모습만 보면 뇌까지 근육으로 차있을 줄 알았건만.
생각 외로 헤라클레스는 그렇지 않았다.
[나 무시하냐?]
그러자 와락, 찌푸려지는 헤라클레스의 인상.
정말이지 헤라클레스가 여기에 올 수 없음이 천만 다행이었다.
“아, 아뇨. 그런 뜻은 아니고요. 그냥 좀… 의외의 모습이다. 이 말이죠.”
[그래? 그렇다면야 뭐.]
그런데 단순한 거 보면 또 그렇지만도 않아 보였다.
[그래도 네 말처럼 맨몸 운동은 근육 발달에 저효율적이긴 해.]
[그런데 너같은 멸치가 뭔 중량을 친다고.]
[적어도 피라냐는 되어야지.]
[나중에 중량칠 때 자세는 똑같으니까. 그냥 하라는 대로 해.]
해서 시우는 군말없이 헤라클레스가 알려준 운동을 수행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헤라클레스가 하는 말 아니겠는가.
그리고 과연 헤라클레스의 개인 PT인 것일까.
<괴력 운동을 수행했습니다.>
<괴력[怪力](SS)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괴력[怪力](SS) 숙련도 1.22%[+0.1%]>
<괴력 운동을 수행했습니다.>
<괴력[怪力](SS)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괴력[怪力](SS) 숙련도 1.35%[+0.13%]>
<괴력 운동을 수행했습니다.>
<괴력[怪力](SS)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괴력[怪力](SS) 숙련도 1.47%[+0.12%]>
.
.
숙련도가 미친듯이 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오르는 숙련도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간 0.01%씩 오르던 것.
그것도 3일~5일에 한 번 올랐던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맨몸 운동이랑 별 차이가 없는데.’
어째, 시우가 알지 못하는 오묘한 근육의 묘리들이 숨어있는 모양이었다.
[아, 참. 그리고 중요한 사실을 말 안 했는데.]
문득 들려온 헤라클레스의 목소리.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화면 속, 헤라클레스가 신전 기둥을 아령 삼아 운동을 하고 있었다.
어이가 승천하는 것도 잠시.
[3대 500톤 미만은 언더 아머 금지다.]
“......”
시우는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정확히는 ‘내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500톤이라니?
3대 500Kg도 아니고 5,000Kg도 아니고.
500톤이라니?
Kg으로 환산하면 500,000Kg이지 않은가.
‘그게 사람이 칠 수 있는 무게야?’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근육 고래를 보니 뭐.
500톤이 뭐란 말인가.
500KT도 너끈할 것 같은데.
그러니까 500,000,000Kg도 저 근육 고래는 가볍게 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5억kg이면 어느 정도의 무게인거야.’
시우는 그 이상의 생각은 포기해버렸다.
* * *
<유투브에 올릴 영상입니다.>
<이번 영상 컨셉은 스피드 런입니다.>
<편집 잘 부탁드립니다.>
덕구에게 온 시우의 메일.
덕구는 첨부된 영상을 다운로드했다.
세공남의 편집자로 일한지 어느덧 2주일.
덕구는 사장님, 시우에 대해 어느 정도 정의를 내릴 수 있었다.
“평범한 분이 아니야….”
사실 제정신이 아니다, 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하마랑 팔씨름을 하고
코뿔소랑 박치기를 하며.
던전 쇼크에 유투브각을 뽑는 사람이 제정신일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도… 좋은 분.”
조회수에 따른 인센티브를 꼬박꼬박 챙겨줬다.
편집 이외의 일은 시키지도 않았다.
설령 시키더라도 반드시 수당을 챙겨줬다.
무엇보다 일적인 일 이외에 사적인 연락을 일절 하지 않았다.
얼핏 당연하다 할 수 있는 일.
그러나 덕구는 그것만으로 시우를 좋은 사람이라 평가할 수 있었다.
그 동안 덕구가 만나온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못했으니까.
무엇보다 동생들에게 맛있는 것도 많이 사줄 수 있지 않았는가.
“이상한 영상들만 주시긴 하지만….”
이상하다 못해 미쳐버린 영상들만 주기는 하다만.
그래도 덕구는 세공남의 편집자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다운로드가 완료되었습니다.>
시우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 덧 영상이 모두 다운로드가 되었다.
이번엔 또 어떤 정신 나간 영상을 찍어오셨을까.
스피드 런 컨셉이라고 했으니 그에 따른 영상일 것이 분명했다.
스피드 런이란, 던전을 최단 시간 안에 클리어하는 것을 의미했다.
쉽게 말해 기록 단축 혹은 타임 어택.
다른 유투브 채널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영상 컨셉이었다.
그리고 보통은 정석적으로 몬스터들을 빠르게 처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알게 모르게 기록을 경쟁하는 문화 또한 있었다.
해서 기막힌 공략법과 오묘한 꼼수 등.
모든 능력을 활용하여 점점 던전 클리어 기록을 단축시키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번엔 어떤 공략법을 세워오셨을까.”
덕구는 작게 심호흡을 하고는 재생 버튼을 눌렀다.
딸깍.
영상 재생과 함께 보인 것은 어두컴컴한 동굴이었다.
정확히는 어두컴컴한 동굴의 입구 앞.
[세하! 세공남 구독자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세상의 모든 것을 공략하는 남자! 세공남입니다!]
시우는 그 동굴 입구 앞에 서 있었다.
[지금 제 뒤로 보이시는 동굴은 흡혈박쥐가 서식하는 동굴입니다.]
[그리고 왜 제가 여기에 있냐 함은!]
영상 속, 시우가 화면을 바라보며 크게 숨을 들이켰다.
[세공남 채널의 새로운 컨텐츠를 보여드리기 위함입니다!]
[바로 스피드 런 공략 영상!]
딸깍.
덕구는 잠시 영상을 멈추었다.
이 지점에서 편집점을 잡고 각종 효과음과 이펙트를 넣으면 좋을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왜 하필 흡혈박쥐로 하셨지.”
그도 그럴 것이 흡혈박쥐는 스피드 런 영상을 찍기엔 영 좋지 않았다.
일단 개체 수가 많았다.
기본적으로 수 십마리.
많게는 수 백 마리까지 서식했으니까.
또한 어두컴컴한 동굴에 서식하다보니 시야 확보도 까다로웠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 수 백마리에 달하는 흡혈박쥐를 모두 처리하기란 여간 골치 아픈 것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스피드 런 영상을 찍기엔 썩 좋지 않았다.
덕구는 한가득 의문을 안으며 다시 영상 재생을 눌렀다.
딸깍.
[흡혈박쥐는 낮은 등급임에도 스피드런을 하기가 쉽지 않은 몬스터입니다.]
[제가 조사해보니 현재 최고 기록이… 불마녀 채널에서 기록한 58초가 최고 기록이더군요.]
E급의 헌터가 흡혈박쥐 던전을 모두 레이드하는 시간이 대략 2시간이 걸린다.
다른 스피드런 영상들도 빨라야 20분 내외였다.
불마녀 채널에서 기록한 58초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속도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불마녀 채널의 주인은 S급 헌터, 유한나.
그 압도적인 화염 마법으로 동굴 전체를 불살라버렸기 때문에 가능한 기록이었다.
그렇기에 사실상 그 누구도 깰 수 없는 불멸의 기록.
[오늘 제가 그 기록에 도전해보겠습니다.]
[세공남이 알려주는 흡혈박쥐 스피드런 공략!]
그런데 그 기록을 깨보겠다?
덕구는 솔직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시우라도 힘들어보였으니까.
특히나 시우의 공략법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했다.
그러니까 뚝배기 공략법.
그 말 같지도 않은 공략법은 결국 수 백마리의 흡혈박쥐를 하나하나 찾아야만 했으니까.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덕구의 우려 속에서 시우는 자신감 있게 소리쳤다.
이 부분에서 타이머를 편집해서 넣으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1초. 2초. 10초. 30초.
시우는 한참 동안이나 움직이지 않았다.
1초, 1초가 중요한 스피드 런이건만.
시우는 던전 앞에 서있을 뿐이었다.
“뭐하시는 거지…?”
하는 의문이 들던 찰나.
[잔치국수우우우우우!!]
갑자기 시우가 크나큰 기합을 터트렸다.
그러더니 두 주먹으로 땅바닥을 그대로 내려찍었다.
[뚝배기이이이!!!]
그리고 꽈아아아아아앙!!!!!
천지가 폭발하는 굉음이 터져나왔다.
자욱히 일어난 먼지 안개.
“...... 에?”
덕구는 지금 뭘 본 건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보이는 영상.
먼지 안개가 가라앉으며 비치는 풍경.
“던전이… 무너졌어?”
던전이 통째로 무너져버렸으니까!
정확히는 동굴을 지탱하는 지반이 폭삭, 무너져내렸다.
그런데 그거나 이거나.
그 안에 있던 흡혈박쥐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뻔한 일이지 않은가!
[아. 재료 파밍해야하는데.]
이윽고 들려오는 시우의 중얼거림.
진짜 농담이 아니라.
“...... 에에?”
덕구는 지금 대체 뭘 본 건가 싶었다.
* * *
[영상 조회수] - 374,532회.
[세공남 채널 구독자 수] - 6,810 명.
└: 이젠 하다 못해 던전 뚝배기를 깨버리는 거냨ㅋㅋㅋㅋㅋ
└<운도현 의사랑했나봐>: 아무튼 스피드 런이라곸ㅋㅋㅋㅋㅋㅋ
└<불마녀> (✓): 저기요…?
▼ 답글 475개
“예쓰!”
반응은 역시나 폭발적이었다.
특히나 영상 조회수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 영상으로 유투브 수익 창출의 조건 또한 만족할 수 있었다.
하여 지금.
[세공남 채널 조회수 수익] - 1,233$
1,233 달러.
한화로 약 140만원 정도.
그리 많은 금액은 아니었다.
그러나 한달이 채 안 된 신생 채널이 받을 수 없는 수익은 결코 아니었다.
“예에에쓰으으!!”
시우는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그와 동시에 꽈드드드득!
전완근과 삼두근, 이두근이 쥐어짜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후우….”
잠깐 진정하는 것도 잠시.
“그런데 유한나가 직접 댓글을 달 줄은 몰랐네.”
구독자 4,100만명의 불마녀 채널.
그 채널의 주인, S급 헌터 유한나.
처음엔 사칭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다름 아닌 불마녀라는 닉네임 옆에 붙어있는 ‘✓’ 표시.
이건 10만 구독자 이상의 채널에만 붙는 표시였으니까.
거기에 대댓글만 무려 475개였다.
“누가 1위 기록이 빼앗겼다는 소식을 전했나.”
흔히 말하는 뻐꾸기 시청자들.
누군가 유한나에게 그 소식을 전했고, 유한나가 궁금해서 보러 온 것 같았다.
그리고 어이가 출타하여 댓글을 남긴 것 같은데….
“덕분에 조회수 달달하게 뽑고 있네.”
영상 조회수가 무려 37만에 달했다.
덩달아 구독자 또한 무려 3천명 가까이 늘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합방, 합방하는 거구나.”
단순히 불마녀가 댓글을 단 것만으로 이 정도였다.
그럼 불마녀와 합방을 한다면 과연 어떠할까.
아마 모르기 몰라도 조회수 100만은 너끈….
“에이, 됐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였으니까.
유한나가 뭐가 아쉽다고 시우와 합방을 한단 말인가.
지금 댓글을 단 것도 단순한 호기심에 불과했다.
“어차피 곧 시들해질 관심이야.”
유투브의 세계가 그러했다.
영상 한 번으로는 사람들의 관심을 붙잡아 둘 수 없었다.
그러니 여기서 멈추면 안되었다.
계속해서 영상을 찍고 또 찍어야만했다.
그것도 더욱 자극적인 영상을 말이다.
“지금 괴력의 숙련도가….”
<괴력[怪力](SS) 숙련도 2.01%>
벌써 2%가 넘은 괴력의 숙련도.
헤라클레스의 PT를 받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 덕분인지 시우가 사용할 수 있는 힘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흡혈박쥐의 던전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나도 엄청 놀랐긴 했지만.”
솔직히 시우도 놀라긴했다만 아무튼.
앞으로 E+등급을 넘어 D등급, C등급.
더 나아가 A등급, S등급까지.
그리고 시우는 목격해버렸다.
세상의 윤곽을 일그러뜨린 실로 초월적인 힘을 말이다.
“신투술(神鬪術)... 이라고 했었지.”
헤라클레스가 싸우던 방법들을 하나로 모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
그리고 헤라클레스의 개인 PT를 받고 있는 시우.
“가르쳐달라고 해보자!”
시우는 들뜬 마음을 도무지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 * *
[싫엉.]
단호하다 못해 칼 같은 대답이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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