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34화 (34/250)

34화.

고민하는 척도 하지 않았다.

칼로 찌를 틈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진짜로 들어갈 틈이 없긴 했다만 아무튼.

“왜요!”

[귀찮으니까.]

헤라클레스는 신투술[神鬪術]을 가르쳐줄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하기사, 신투술[神鬪術]은 헤라클레스의 비급이라 할 수 있었다.

그걸 다른 이에게 가르쳐준다?

‘나같아도 안 알려주겠다.’

당연한 반응이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시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쉽게 배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하지 않았으니까.

삼고초려(三顧草麗).

유비도 제갈공명을 영입하기 위해 3번이나 퇴짜를 맞았다.

칠종칠금(七縱七擒).

제갈공명은 맹획을 복속시키기 위해 7번이나 놓아주었다.

그런데 고작 한 번 거절당했다고 포기한다?

다른 무엇도 아니고 무려 헤라클레스의 신투술[神鬪術]을?

그 초월적인 힘을 봐 놓고서?

‘천만에.’

10번. 100번. 1,000번.

몇 번이라도 달라붙을 수 있었다.

시우는 절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사실 헤라클레스의 대답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안돼’ 가 아니라, ‘싫엉’ 이었으니까.

그 말은 즉.

가르쳐 줄 수는 있다는 뜻이다.

“지금 개인 PT해주시잖아요. 개인 PT해주시는 김에 겸사겸사 가르쳐주시면 안돼요?”

[엉. 안돼.]

“저 이벤트 당첨자인데요? 언제는 이벤트를 나몰라라 할 수는 없다면서요?”

[이거랑 그거랑은 달라.]

“뭐가 다른데요.”

[개인 PT는 개인 PT고, 신투술은 신투술이지.]

[이름부터가 다르잖아?]

실로 무적의 논리라 할 수 있었다.

시우는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난 개인 PT를 해준다고 했지 신투술을 가르쳐준다고 한 적이 없는데?]

솔직히 뭐라 할 말도 없긴 했다.

[무엇보다 너같은 멸치는 배울 수도 없어.]

“그럼 PT 열심히 받아서 근육을 키우면 가르쳐 주실 겁니까?”

[아니.]

“왜요!”

[귀찮아.]

헤라클레스는 길게 하품을 해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네가 아무리 근육을 키워도 안될 걸?]

[내가 사용하는 괴력이라는 힘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어.]

[신투술은 내가 싸우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거니까.]

헤라클레스는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기지개를 폈다.

그럴 때마다 꽈득, 꽈드득!

헤라클레스의 몸에서 근육이 용솟음 쳐올랐다.

저게 어딜 봐서 기지개를 피는 건가 싶었지만 아무튼.

“저 헤라클레스 님의 괴력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

그러자 기지개를 피던 헤라클레스의 몸이 우뚝, 하고 굳어졌다.

이윽고 고개가 좌로 기울어지며 두 눈에는 뚜렷한 의문의 감정이 깃들었다.

[네가 내 괴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네. 지금 개인 PT해 주시고 계시잖아요.”

[이건 그냥 개인 PT고. 내 괴력을 배우는 게 아닌데?]

“네? 전 괴력을 배웠는데요?”

[그럴리가?]

헤라클레스는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구라칠래?]

헤라클레스가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어째, 시우의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헤라클레스의 모습 때문일까.

‘갓튜브에서 신들의 개성을 배울 수 있는 거 아니었어?’

시우 또한 덩달아 의문이 들었다.

‘설마 내가 배운 게 헤라클레스의 괴력이 아닌 건가?’

하나의 의문이 파생되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져왔다.

잠깐의 고민.

확인을 해 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흐으으으읍!”

시우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전신의 근육에 힘을 주자 꽈드드득!

근육들이 꿈틀거리며 피부 밖으로 그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전히 감당할 수 없는 힘.

근조직들에 과부하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하아아….”

시우는 숨을 내뱉으며 전신의 힘을 풀었다.

조금… 위험했다.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을 유지했으면 근육이 아작 날 뻔했다.

그래도 그간 숙련도도 많이 올린 덕분일까.

잠깐 정도 유지하는 것에 큰 문제는 없었다.

시우는 들끓는 근육을 잠시 진정시켰다.

그리고 바로 그때.

[너, 너 어떻게…!!!]

헤라클레스의 경악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그러니까. 내 채널을 구독하니까 괴력이 배워졌다고?]

“네.”

[다른 신들의 채널도 마찬가지고?]

“네. 3개 채널 이후엔 구독료를 내야했지만요.”

[이 무슨…?]

헤라클레스는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 헤라클레스의 반응에 시우 또한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상한 일인가요?”

[당연히 이상하지!]

헤라클레스가 무슨 말 같지도 않는 소리냐며 소리쳤다.

[채널을 구독하면 신들의 힘을 얻는다고?]

[그 뭔 개같은….]

하기사, 시우가 생각해도 말이 안되긴 했다.

그런데 뭐 어떡하란 말인가.

“저는 되던데요.”

[......]

헤라클레스가 잠시 정신을 놓아버렸다.

멍하디 멍한 표정으로 화면 너머의 시우를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뭐, 이딴 새끼가 다 있지?’ 싶은 표정이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지나.

[잠깐. 그러고보니 너.]

[어떻게 나랑 대화할 수 있는거지?]

“그야 헤라클레스님이 DM을 보내주셨으니까요?”

[......]

그러자 헤라클레스의 표정이 다시 한 번 멍해졌다.

정확히는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이었다.

아니, 뭐.

내가 틀린 말 했나?

[내 말은 어떻게 갓튜브에 접속할 수 있었냐고.]

[넌 분명 신격이 없는 인간인데 말이야.]

신격이 없는 인간?

새로운 개념에 시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시우는 잠시 고민을 했다.

시우가 갓튜브에 접속할 수 있는 이유.

아라크네 던전에서 있었던 그 일.

그걸 말해도 되는 걸까.

하지만 뭐.

“그게 말이죠….”

시우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개인 PT를 받고 있는 입장에서 헤라클레스에게 굳이 숨길 이유는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그 동안 시우도 상당히 궁금하던 찰나였으니까.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이야기가 끝이 나고.

[흐음….]

헤라클레스가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었다.

시우는 그런 헤라클레스를 가만히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나도 모르겠다.]

“네?”

이번엔 시우의 어이가 빠져버렸다.

이럴 거면 왜 그렇게 길게 생각한 거야?

그런 시우의 생각을 아는 지 모르는 지.

헤라클레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네가 만났다던 그 두 사내.]

[내가 볼 땐 갓튜브의 인물인 것 같다.]

시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 또한 내심 그러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갓튜브의 인물이 여기로 올 수 있어요? 당장 헤라클레스님은 못 오신다면서요.”

[그러니까.]

[이쪽과 그쪽 차원은 서로 간섭할 수가 없는데.]

헤라클레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보다 네 갓튜브 계정.]

[관리자 계정이라고 했었지?]

“네.”

처음 시우가 이 스마트폰을 접할 당시.

관리자 후임 승계라는 말을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갓튜브에 접속할 때마다 ‘환영합니다 관리자님’ 이라고 매번 나오니 틀린 사실은 아닐 터였다.

[그럼 네가 만난 사내가 갓튜브 관리자 중에 한 명인 건가?]

“갓튜브 관리자가 누군지 아세요?”

[몇 명 알고 있기는 한데….]

헤라클레스는 쉬이 답을 내놓지 못했다.

아무래도 관리자가 한두 명이 아닌 것 같았다.

[헌데, 관리자 계정이라도 구독으로 신들의 힘을 얻을 수는 없는데?]

“그래요?”

[그게 가능했다면 관리자들은 절대창조우주신이 되어 있었을걸?]

하기사, 신들이 신들의 힘을 배울 수 있으면 그것대로 문제였다.

헤라클레스의 말마따나 절대창조우주신이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넌 내 괴력을 얻은 게 확실하단 말이지.]

[두 눈으로 봤으니 이걸 안 믿을 수도 없고 원….]

“그러니 저를 제자로 받아주시는 건….”

시우는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고 넌지시 물었다.

어쨌거나 시우가 헤라클레스의 괴력을 배우고 있는 지금.

사실상 헤라클레스의 제자라 봐도 무방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싫엉.]

“왜요!”

[귀찮잖아.]

그러나 헤라클레스는 길게 하품을 해보일 뿐이었다.

앞선 고민들 같은 건 벌써 때려치워버린 모습이었다.

하여간, 저 단순 무식한 근육 고래 같으니라고.

“전 이미 괴력을 배우고 있잖아요. 여기에 신투술을 더해서 가르쳐준다고 한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고.]

[무엇보다 지금 개인 PT 해 주는 것도 상당히 귀찮단 말이야.]

[여기에 신투술까지 가르치라고?]

헤라클레스는 진절머리 난다는 듯 근육을 부르르, 떨어보였다.

[싫엉.]

“......”

시우는 저도 모르게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더 이상의 떼쓰기와 같은 수법은 통하지 않음을 말이다.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

그러나 가끔은 그런 나무가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아니, 10번이 웬 말인가.

저 근육 나무는 10억번을 찍어도 끄떡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반드시 배운다!’

그게 포기한다는 뜻은 또 아니었다.

그렇다고 10억번을 찍을 수는 없었다.

유비도 3번에 제갈공명도 7번이었다.

애초에 10억번 찍는다고 넘어갈 것 같지도 않았고.

시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일단.

시우가 배우고 있는 것들은 신들의 개성임은 확실했다.

괴력[怪力](SS)은 헤라클레스의 힘이 맞았다.

그리고 시우가 지닌 다른 개성들 또한 신들의 개성임이 확실했다.

하여 시우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힘, 통찰력(S+).

“그럼 하나만 여쭤볼게요.”

시우는 헤라클레스에게 물었다.

“갓튜브에서 구독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유투브에서 구독자는 곧 부와 명예의 상징이라 볼 수 있었다.

구독자를 돈으로 보면 안되었지만 단순히 객관적인 수치로 보면 틀린 말은 또 아니었다.

그런데 갓튜브에서도 그러한지는 알 수 없었다.

애초에 돈이 유의미한 화폐인지도 의문이었고.

[음… 신격을 이루는 요소라고 이해하면 돼.]

다행히 헤라클레스는 이에 따른 답을 해주었다.

그런데 사실상 답만 해 주었다 뿐.

간단하다 못해 짤막한 설명이었다.

아니, 저걸 설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귀찮음이 온몸을 지배한 것 같았다.

저렇게 귀찮음이 많아서야 저 근육들을 어떻게 유지한 걸까.

‘근육 이외에 다른 건 다 귀찮은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히 시우는 헤라클레스의 말을 얼추 이해할 수 있었다.

‘구독자가 높으면 높을수록 신격이 상승한다…는 의미인가?’

대강 그런 의미인 것 같았다.

신격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다만.

‘돈 같은 건가?’

똑같지는 않겠지만 비슷하게 받아들여도 될 것 같았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

‘그러니 저렇게 귀찮아하면서도 개인 PT를 꾸역꾸역 해주고 있는 것이겠지.’

마지막 남은 구독자, 시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이를 다시 말하면 구독자는 헤라클레스가 근육 이외에 관심을 가지는 유일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현재 헤라클레스의 구독자는 1명.

사고의 흐름이 가속화 되며, 머리가 뜨거워진다.

현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며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다.

그리하여 도출된 하나의 결론.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시우는 화면 너머 헤라클레스에게 말했다.

헤라클레스는 여전히 관심이 없었다.

목을 이리저리 꺾어보이며 운동할 생각만 가득해보였다.

정확히는 어떤 근육을 어떻게 맛있게 조질까.

그런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말 그대로 근육 이외에 다른 건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

시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구독자 100명.”

그러자 헤라클레스가 뚝, 움직임을 멈추었다.

구독자라는 말에 유의미한 관심을 표하고 있었다.

확실히 근육 이외에 관심을 갖는 유일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시우는 생각에 확신을 더하며 재차 입을 열었다.

“제가 헤라클레스 님 채널의 구독자 100명을 찍어드리면 신투술을 가르쳐주세요.”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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