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35화 (35/250)

35화.

헤라클레스 채널의 구독자 100명을 찍어주겠다는 말.

[네가?]

헤라클레스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하지만 호기심은 극히 일부일 뿐.

대부분의 감정은 의심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헤라클레스 구독자는 고작 1명이었다.

구독자 100명까지 무려 99명이 필요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많은 숫자는 아니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곳은 유투브가 아닌 갓튜브.

신들이 활동하는 플랫폼임을 생각하면 99명은 단순한 99명이 아니었다.

신(神).

한마디로 99명의 신(神)들에게 관심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네가 어떻게?]

그래서인지 헤라클레스는 믿지 않는 눈치였다.

당장 헤라클레스만 하더라도 구독자 10명에 좋다고 개인 PT 이벤트를 열었다.

그 때문에 남은 구독자마저 도망쳤지만 아무튼.

헤라클레스에게 있어서 구독자 100명은 꿈의 숫자나 다름없었다.

무엇보다 시우에게는 여러 제약이 많았다.

[넌 여기에 올 수도 없잖아.]

일단 시우는 갓튜브에 개입할 수가 없었다.

헤라클레스가 시우가 있는 곳에 올 수 없는 것처럼 시우 또한 헤라클레스가 있는 곳으로 갈 수가 없었다.

이렇게 영상 통화로나마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제가 재밌는 영상 컨텐츠를 알려드릴게요.”

[재밌는 영상 컨텐츠?]

시우는 고개를 한 번 끄떡였다.

갓튜브(GodTube)와 유투브(YouToobe).

이 둘은 엄연히 다르면서도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헤라클레스 님 영상은 자극적이지 않아요.”

그냥 개노잼이었다.

아니, 저 혼자 운동하는 영상이 뭔 재미가 있단 말인가.

적어도 운동의 개념들을 설명한다면야 지식 채널로서 영상을 볼 맛은 났다.

그런데 웬 근육 고래가 ‘아아아…!” 하며 파르르, 떠는 영상을 대체 누가 본단 말인가.

구독자가 개박살난 이유는 있었다.

해서 마음 같아서는 ‘개노잼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괜히 얻어 맞을 것 같아서 순화해서 표현했다.

무엇보다 신투술[神鬪術]을 배워야하기도 했으니까.

굳이 헤라클레스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

[네가 나한테 자극적인 영상 컨텐츠를 알려주겠다?]

“정확해요.”

단순 무식한 줄 알았더니.

그래도 이해가 상당히 빠른 편이었다.

“솔직히 손해 볼 거 없지 않아요? 제 말대로 했다가 안 돼도 헤라클레스 님이 받는 타격이 없잖아요.”

어차피 지금 구독자라곤 시우 1명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흐음….]

아니나 다를까 헤라클레스가 생각에 잠겼다.

이해가 빠른 편이니 시우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 않을 터였다.

시우의 생각에 따르면 갓튜브에서 구독자 수는 상당히 중요하다.

저 근육 고래가 근육 이외에 유일하게 관심을 두는 것일 정도이니 말이다.

신격이니 뭐니.

정확한 개념은 모르겠다만 그만큼 중요하고 귀한 것임은 분명했다.

하여 지금.

[좋아.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헤라클레스는 시우의 미끼를 덥썩, 물 수밖에 없었다.

* * *

『<헤라클레스>: 말박이 로키. 참교육 했습니닼ㅋㅋㅋㅋㅋㅋㅋ』

며칠이 지나 갓튜브에 올라온 영상.

“제목 어그로 좀 더 끌어보지.”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누가 근육 말고는 무관심 한 존재 아니랄까봐.

저게 뭐란 말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뭔데?’ 하는 생각을 하게 끔 하는 제목이었다.

그래도 뭐.

“앞선 영상들에 비하면 많이 발전 했네.”

적어도 호기심을 자극하지는 않았는가.

시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영상을 클릭했다.

꾹.

가벼운 터치와 함께 바뀐 화면.

화면 위로 애꾸 눈의 사내와 어딘가 껄렁껄렁해 보이는 사내가 보였다.

애꾸 눈의 사내는 다름 아닌 북유럽 신화의 최고신, 오딘.

껄렁껄렁해 보이는 사내는 같은 북유럽 신화의 신이자 사기와 기만의 신, 로키였다.

오딘은 로키의 귀를 잡아뜯을 듯이 붙잡고 있었다.

인상 또한 와락, 일그러뜨린 것이 화가 엄청 나 있는 것 같았다.

“그럴 수밖에 없지.”

시우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다름 아닌 시우가 헤라클레스에게 알려준 이 영상의 컨텐츠.

갓튜브는 온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神)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 신들은 서로 다른 신화에 대해서는 서로가 잘 알지 못했다.

그리고 같은 신화라도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더러 있었다.

그 수많은 이야기 중 이번에 시우가 알려준 이야기는 이것.

아스가르드 성채 사건.

그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신들의 전쟁으로 아스가르드 성채가 무너진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성채를 다시 복원할 수 있는 이가 없었다.

이때 한 석공이 나타나 자신에게 여신 프레이야를 준다면 성채를 지어주겠다 말한다.

북유럽 신화에서 미(美)의 여신으로 칭송받는 프레이야.

신들은 말도 안 되는 요구라며 거절한다.

그렇다고 아스가르드 성채를 그냥 둘 수는 없는 일.

이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던 그때.

지금 저기, 영상 속의 로키가 꾀를 낸다.

‘석공에게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로 촉박한 기한을 주고, 그 기한 안에 짓지 못하면 프레이야를 주지 않도록 하죠?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지만 아스가르드 성채의 일부라도 공짜로 복원할 수 있잖아요.’

실로 사기와 기만의 신이라 할 수 있는 꾀였다.

이에 최고신, 오딘은 옳다구나!

이를 석공에게 제안.

석공은 그것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이 석공의 작업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빨랐다는 것.

그 이유는 이 석공과 같이 작업하는 스바딜페리라는 말(馬) 때문이었다.

스바딜페리는 어찌나 힘이 센지 자재들을 산더미처럼 실어도 끄덕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기한 안에 아스가르드 성채를 완성할 것은 분명한 일.

그렇다면 미(美)의 여신, 프레이야가 석공에게 시집가야할 상황이었다.

오딘은 이에 격분해 꾀를 낸 로키에게 책임을 지라 명한다.

로키는 생각한다.

‘처음엔 좋다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 나한테 지랄이야?’

하지만 최고신 오딘한테 개길 수는 없는 노릇.

로키는 다시 한 번 꾀를 내기에 이른다.

‘어쨌거나 석공이 작업을 빨리 할 수 있는 이유는 저 말 때문이잖아? 그럼 저 말이 없다면…?’

석공은 기한 내에 아스가르드 성채를 완성할 수 없을 터.

문제는 스바딜페리를 어떻게 없애냐는 건데….

이에 로키는 아주 기가 막힌 방법을 생각한다.

변신술의 대가였던 로키.

로키는 스스로가 아름다운 암말로 변한다.

그리고 스바딜페리 앞에 나타나 그를 유혹한다.

‘유후! 유후후!’

예쁜 이에게 혹하는 건 사람이나 말이나 똑같았다.

결국 스바딜페리는 로키에게 유혹을 당해버렸고, 석공은 기한 내에 성채를 완성하지 못하게 된다.

일이 계획대로 잘 해결되자 오딘은 기쁜 마음으로 로키를 찾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로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로키가 다시 나타난 건,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것도 웬 말 하나를 끌고 오딘 앞에 나타난다.

그때 로키가 끌고 온 말이 바로 슬레이프니르(Sleipnir).

오딘이 그렇게 애지중하며 타고 다니는 신마(神馬)였다.

그 무엇보다 빨라서 하늘과 바다, 그리고 명계까지 단숨에 갈 수 있다 알려진 신마(神馬).

슬레이프니르는 오딘이 필중의 창, 궁니르(Gungnir)와 더불어 가장 아끼는 것들 중 하나였다.

로키는 어디선가 끌고 온 슬레이프니르를 오딘에게 바쳤다.

오딘이 슬레이프니르를 가지고 있는 이유에는 이러한 사정이있었다.

이것이 북유럽 신화에 적혀있는 이야기.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 새끼가 갑자기 슬레이프니르를 어디서 끌고 왔나 싶었다!]

뜬금없는 슬레이프니르의 존재.

로키는 슬레이프니르를 어디서 데리고 온 것일까?

[로키, 네 새끼가 미친 건 알고 있었다만 이 정도일 줄은…!]

[아, 아악…! 그, 그만해! 귀 찢어지겠어!]

답은 간단했다.

로키는 변신술의 대가.

요즘 용어로 유전자까지 완벽하게 변할 수 있는 신이다.

그런 로키가 암말로 변신해 스바딜페리를 유혹했다.

어떻게 유혹했을까?

그리고 일이 끝났음에도 로키는 오랜 시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종적을 감췄던 그 오랜 기간동안 로키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

그렇다.

[이 미친 새끼가 말박이를 해?]

로키는 임신 중에 있었던 것이다.

바로 슬레이프니르를 말이다.

애 아빠는 바로 스바딜페리.

한마디로 로키가 말이랑 크흠… 해서 낳은 것이다.

스바딜페리와 막 막 이렇게 해서 임신한 것이다.

결국 슬레이프니르는 로키가 암말로 변신해 배불러 낳은 말.

그걸 오딘에게 바친 것이고, 오딘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모를 수밖에 없지.’

로키는 종적을 감췄다가 갑자기 나타났으니까.

무엇보다 설마하니 말이랑 이러쿵저러쿵 할 것이라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리고 착각할까 말하는데.

로키는 엄연한 남자 신이다.

남자 신인데 암말로 변신한 것이다.

아무튼 그 사실을 헤라클레스가 오딘에게 알려준 것이었다.

정확히는 시우가 헤라클레스에게 알려주고, 헤라클레스가 전달한 것이지만 아무튼.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이 영상이다.

[네가 사기의 신이지, 짐승의 신이냐? 어? 그러고도 네가 신새끼야? 야이 개자식아! 아니, 말자식아!]

[아 왜! 뭐가 어때서! 그리고 오딘.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말이 진짜 크단 말이야! 말한테 한 번 가보면 너도 생각이 달라질걸?]

[이 새끼가! 그걸 지금 말이라고!]

[말은 맞지!]

[야이─!]

뻐억─! 뻐억─!

오딘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는지 로키를 패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개패듯이… 아니, 말패듯이 패기 시작했다.

[푸하하하하하하하!]

뒤쪽으로 헤라클레스가 좋다고 낄낄거리고 있었다.

로키가 죽일듯이 헤라클레스를 노려봤지만 그 뿐이었다.

싸워봤자 질 것을 알았으니까.

오딘도 헤라클레스한테 쳐발릴텐데 로키가 뭘 어떡한단 말인가.

[오냐, 오늘 너 죽고 나 죽어보자. 토르! 묠니르 좀 빌려쓰자! 내 오늘 이 새끼 대가리를 깨부숴버려야겠다!]

[자, 잠깐! 묠니르는 좀 심하잖아! 아, 맞다! 토르 묠니르 잃어버렸대!]

[뭐? 이 새끼가 어디서 또 말수작이야?]

[진짜야! 헤파이스토스가 훔쳐갔다는데?]

[그 뭔 말같은…!]

와락, 일그러지는 오딘의 표정.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스크롤을 내려 댓글창을 확인했다.

그렇게 확인한 댓글창.

└<제우스>: 와… 나도 바람필 때 동물로 변신해서 해보긴 했지만, 내가 당하지는 않았는데. 리스펙한다 로키.

└<헤라>: 우리 여보 뒤지고 싶으신가봐요^^.

└<제우스>: 아, 아니. 여보. 그, 그런 의미가 아니라….

└<제천대성>: 왘ㅋㅋㅋㅋㅋ 나보다 미친 새끼는 첨보넼ㅋㅋㅋㅋㅋㅋ 로키야. 나도 혹시 가능하냐? 나 원숭이인데.

└<페가수스>: 그… 저도 가능… 하신가요? 전 같은 말이에요(부끄).

댓글들이 아주 미쳐 날뛰고 있었다.

충격, 경악, 공포.

온갖 신들이 모여서 온갖 감정들을 드러내고 있었다.

[영상 조회수] - 34,241회.

[헤라클레스 채널 구독자 수] - 127명.

그 덕분인지 영상 조회수와 구독자 수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하여간.”

여러모로 갓튜브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 * *

다음 날.

스마트폰 화면 너머로 보이는 화면.

그곳엔 헤라클레스가 가지런히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세상 경건한 자세로 시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시우가 모습을 드러내자.

[오셨습니까 선생님.]

헤라클레스가 무릎 꿇은 자세로 머리를 바닥까지 숙여보였다.

흔히 말하는 도게자.

[오늘부터 저 헤라클레스는 선생님의 충실한 종입니다.]

갑과 을의 위치가 완벽하게 역전된 순간이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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