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사람들은 말한다.
이 세상에는 돈보다 소중한 것이 많다고.
돈으로는 행복을 살 수 없다고.
맞는 말이었다.
‘쳐맞는 말.’
지난 번, 오딘이 로키를 말 패듯이 팰 때처럼 말이다.
물론 시우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은 있었다.
돈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돈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생활 스타일, 건강 관리.
먹는 음식, 입는 옷, 수면 패턴.
하물며 숨을 쉬는 것까지.
하루에 눈을 뜨는 매순간.
하루에 눈을 감는 매일매일.
돈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돈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닐 수 있었다.
그러나 돈은 삶에서 중요한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두툼한 지갑이 무조건적으로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텅 빈 지갑은 무조건 나쁘다.
하여, 지금.
[공자 채널 멤버십 가입 비용] - 1,000,000,000 ₩ / 월
“하아….”
시우는 무조건 나쁜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공자 채널 멤버십 가입 비용 10억.
그냥 10억도 아니었다.
매달 10억.
한달마다 따박따박 10억을 지불해야만했다.
“화타 채널은 1억이었잖아.”
그런데 공자는 그 10배인 10억.
이게… 말이 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거 같은데.
“신들의 등급에 따라 멤버십 가입 비용도 달라지나?”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화타가 신의(神醫)라 불리는 전설적인 명의이나 공자는 세계 3대 성인의 반열에 든 신화적인 존재였으니까.
“그럼 헤라클레스 채널은 얼마였던 거야?”
시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계좌의 잔고를 확인했다.
[계좌 잔고] - 153,450,000 ₩
1억 5천.
꾸준한 장비 제작으로 벌어들인 돈이었다.
예전의 시우였다면 감히 만져보지도 못했을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또한 풍족한 생활을 하는데 있어 전혀 문제가 없을 크나큰 돈이었다.
“하아….”
그런데 한숨이 끊임없이 새어나왔다.
부족했으니까.
월 10억의 멤버십 가입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으니까!
“1억 5천이 부족해?”
지랄도 이 정도면 풍년이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10억이면 싼값이라 할 수도 있었다.
이 무슨 미친 소리냐 싶지만 생각해보라.
기본 S+등급. 어쩌면 SS등급.
직접 가르침을 받는다면 SSS등급.
그 모든 것을 단돈 월 10억에 배울 수 있다?
헛소리 지껄이지 말라며 귓방망이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다.
월 10억은 무슨.
수 조원을 주고서라도 구매하려는 이들이 널리고 널렸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10억은 비싼 값은 아니었다.
비싸기는 커녕 거저 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아….”
그러나 시우에게는 아니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10억은 정말 너무하지 않은가.
그것도 월 마다 따박따박 내야한다.
심지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화타 채널 멤버십 월 구독료 1억.
신의술[神醫術](S+) 숙련도를 올리기 위한 약초값.
서아의 약값과 치료비.
여기에 먹고, 자고, 싸고, 숨쉬는 생활비까지.
“하아….”
한숨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물론 그만큼의 수입이 있었다.
가장 큰 수입은 장비 제작과 더불어 SH그룹과의 정기 계약.
한달에 1억 정도의 돈이 주기적으로 들어왔다.
여기에 세금 떼고 뭐하면 1억이 좀 안 되었지만 아무튼.
“SH헌터 길드에서 S-등급 던전 레이드를 준비하는지 수익이 좋기도 하고.”
세공남 편집자인 덕구와의 면접 당시.
카페에서 들었던 말이 사실인지 SH헌터 길드는 장비 제작을 꾸준히 요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세금 제하고 뭐하고 1억이 넘는 돈이 들어온다.
연봉 1억이 아니었다.
월 1억.
그런데 택도 없었다.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진짜 몰랐다.
그런데 월 1억이 정말 택도 없었다.
그렇게 벌어봤자 화타의 멤버십 구독료 1억을 내면 끝이었으니까!
“이 뭔….”
이게 정말 맞는걸까?
아니, 진짜로.
진짜로 이게 맞는 걸까?
“유투브 수익도 있기는 한데….”
이제 막 수익 창출이 되기 시작한 터라 어림도 없었다.
이제 구독자 8천 명인 채널에서 돈이 나와봤자 얼마나 나오겠는가.
편집자 덕구에게 월급 주면 적자였다.
아직 더 많은 성장을 해야했다.
어쨌든 현재 시우는 돈이 없었다.
10억을 지불하기엔 택도 없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딸랑!
“저 왔어요!”
서씨 공방의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소은 물산의 대표이자 쾌활하고 생기 넘치는 미인, 김소은.
“오셨어요?”
“시간 약속은 칼 같이! 이 또한 신뢰의 미덕이거든요!”
소은은 오늘도 생기가 넘쳤다.
저런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건지.
외모도 그렇고, 볼 때마다 활기찬 강아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 아저씨는요?”
“볼일이 있다고 공방 좀 맡아달라하시고 잠깐 나가셨어요.”
“에…? 정말요?”
그러자 소은이 놀라 보였다.
두 눈을 동그랗게 떠 보이는 것이 상당히 놀란 듯 싶었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던 찰나.
“아저씨가 다른 사람한테 공방을 맡긴 적이 없었는데?”
“그런가요?”
“네. 제가 아저씨랑 알고 지낸 이후로…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러면서 소은이 몇 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다시 확신에 찬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저씨가 시우 씨를 엄청 인정하고 있나봐요.”
그게 왜 저런 결론에 도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뭐.
사실 시우도 서팔광을 인정하고 있었다.
소은이 서팔광이 대한민국 최고다 뭐다 할 때는 반신반의 했었다.
그러나 서팔광과 장비 제작을 함께 하면서 저 말이 마냥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빈말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덕분에 시우 또한 서팔광에게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헤파이스토스의 영상이 있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갓튜브의 영상이었다.
한마디로 어그로성이 짙은 재미 위주의 영상.
토르의 묠니르로 단조질 하는 것부터 말이 안 되지 않은가.
야금술에 관련한 지식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시우는 야금술에 대해 아는 지식이 전무했다.
해서 기본적인 야금술에 대해서 시우는 서팔광에게 많이 배웠다.
반대로 시우 또한 서팔광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었다.
망치를 잡은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는 하나, 시우의 야금술이 어디 평범한 야금술이던가.
신[神]의 야금술(SS).
그 덕분인지 서팔광의 야금술 실력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다.
“시우 씨한테 배워서 그런가? 아저씨 실력이 점점 발전하고 있는 거 있죠.”
시우는 서팔광에게 공방 이용과 기초적인 야금술 지식을.
서팔광은 신[神]의 야금술(SS)을 견문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모로 기브 앤 테이크라 볼 수 있었다.
“그 정도까지야….”
“정말이에요! 안 그랬다면 아저씨가 시우 씨께 공방을 맡기고 나가셨겠어요?”
여전히 결론이 왜 저렇게 나는지는 모르겠다만.
뭐, 어쨌든.
“그보다 부탁한 물건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당연히 구해왔죠!”
소은이 엣헴, 하는 표정으로 답을 해보였다.
마치 자기가 이렇게 굉장한 사람이다.
그렇게 어필하는 것 같았지만….
아무리 봐도 강아지가 칭찬해달라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소은이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보자기에 싸인 무엇.
살며시 보자기를 풀자 보인 굵직한 막대기 같은 것들.
“말씀주신 오우거의 힘줄이에요.”
다름 아닌 오우거의 힘줄이었다.
힘줄은 보통 실처럼 가느다란 형태였다.
그러나 과연 두 발로 땅을 딛는 몬스터들 중 가히 최강이라 불리는 오우거인 것일까.
힘줄이 웬 막대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오우거는 오우거인 것일까.
“가격이… 1억이라고 하셨죠?”
이 힘줄 몇 가닥이 자그마치 1억이었다.
“정확히 1억 1,300만 원입니다!”
정확히는 1억 1,300만 원.
시우는 혹시나 싶어 소은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소은은 눈을 반짝거리며 시우를 바라볼 뿐이었다.
확실히 얄짤없는 모습이었다.
시우는 그 자리에서 오우거의 힘줄 값을 이체했다.
“저희 소은 물산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은이 활짝,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여보였다.
이럴 땐 확실히 상인은 상인이었다.
어쨌거나 이로써 시우에게 남은 돈은 4천만원 가량.
“그런데 시우 씨. 오우거의 힘줄은 어디다 쓰려고요? 설마, 또 임상 실험인지 뭔지 하는 걸 하려고요?”
“아뇨. 이번엔 장비를 만들 생각입니다.”
“장비요?”
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동안 시우는 직접 던전을 레이드 하면서 장비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모았다.
그리고 그 등급은 F~E등급의 몬스터.
당연히 재료의 품질이 좋을 수가 없었다.
신[神]의 야금술(SS)이었기에 망정이지.
원래라면 장비가 만들어질 수조차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좋은 재료에서 좋은 장비가 나온다.
원판 불변의 법칙.
그리고 오우거는 무려 A+등급의 몬스터였다.
반면에 시우는 현재 D-급의 헌터.
며칠 전 E+급에서 D-급으로 승격했다만.
‘아직 오우거는 내가 직접 사냥할 수가 없으니.’
해서 시우는 경매장을 통해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신투술을 배우면….’
그러나 그 신투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자그마치 10억이라는 돈이 필요했다.
해서 지금.
시우는 좋은 재료로 좋은 장비를 만들어 팔 생각이었다.
“뭘… 만드시려고요?”
“건틀렛을 만들 생각입니다.”
“건틀렛이요?”
소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건틀렛은 무기의 종류가 아니었으니까.
헌터 장비는 단순히 무기만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가장 수요가 많은 것은 단연 무기였다.
그렇기에 돈을 벌기 위함이라면 무기를 만드는 것이 옳았다.
그럼에도 시우가 건틀렛을 만들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오우거의 힘줄로 무기를 만들기가 어려우니까.’
힘줄은 결국 섬유 조직이었다.
보이는 건 막대기처럼 보이나 섬유성의 조직이었다.
질긴 성질. 연성과 탄성은 매우 훌륭하다.
그러나 취성은 매우 약했다.
한마디로 단단하지 않다는 말이었다.
여러모로 날붙이로 만들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럼 오우거 힘줄이 아니라 다른 재료를 구매하지 그러냐.
뭣 하러 오우거의 힘줄을 구매했냐.
‘내가 쓸 장비를 만들 연습할 겸도 하고.’
시우는 건틀렛을 주 무기로 쓸 생각이었으니까.
헤라클레스의 괴력[怪力](SS).
지금 배우려고 악을 쓰는 신투술[神鬪術](SSS).
날붙이는 사용하는 이들에게 건틀렛은 방어구의 일종이었다.
그러나 무투술을 사용하고자하는 시우에게는 무기나 다름없었다.
‘무엇보다 무기의 성능을 더 끌어올려줄 수 있기도 하고.’
간단한 예로 토르의 묠니르(Mjolnir)를 들 수 있었다.
사실 토르는 묠니르를 맨손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신화 속 이야기를 살펴보면 ‘야른그레이프르’ 라는 건틀렛을 착용해야만 묠니르를 사용할 수 있었다.
야른그레이프르의 성능은 쥐고 있는 물건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것.
이처럼 방어구는 무기의 성능을 보조할 수 있었다.
더하여 착용자의 힘을 2배로 늘려주는 허리띠.
그 어떠한 것에도 뚫리지 않는 갑옷.
템빨은 단순히 무기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물론 시우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만들 수 없었다.
그래도 공자의 멤버십 가입 비용도 벌겸.
또 방어구의 숙련도도 올릴 겸.
더하여 나중에 직접 사용할 장비 연습도 할겸.
고민 끝에 건틀렛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내가 쓸 장비는 언제 만들지.’
만들어야지. 만들어야지.
매일 생각을 하면서도 타이밍이 좀처럼 나질 않았다.
물론 만들려면야 지금이라도 만들 수는 있었다.
‘이놈의 돈이 웬수지.’
시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시작해볼까.’
시우는 망치를 잡았다.
* * *
서씨 공방 인근의 한 카페.
서팔광은 지금 들려온 말을 머릿속으로 한 번 되뇌었다.
그럼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보고 한채린 양이 사용할 장비를 만들어 달라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그러자 눈앞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채린의 개인 비서, 김민재라고 했던가.
“이해가 안 가는군. 한채린 양은 마스터 오렐리안께서 만든 검을 사용하고 있지 않소?”
서팔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민재에게 물었다.
그리고 들려온 민재의 답.
“서팔광 장인님께 의뢰 드리는 장비는 무기가 아닙니다.”
서팔광은 그때서야 앞선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장비라 함은 단순히 무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물론 장비 중에서 으뜸은 단연 무기라 할 수 있었다.
무기는 상대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장비였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다른 장비들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방어구와 장신구.
그 자체만으로 사기적인 성능이 있는가 한편.
무기의 성능을 보조하며 극대화할 수 있는 장비들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한마디로 방금 전, 민재의 말에 깃든 의미는 이러했다.
한채린이 사용할 정도의 최상품질.
동시에 마스터 오렐리안의 검을 보조할 성능의 장비.
그러한 것을 만들어 달라는 뜻이었다.
“거절하오.”
그래서 서팔광은 고민도 없이 거절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스터 오렐리안의 검을 보조할 만한 장비를 만들 자신이 없구려.”
물론 서팔광은 스스로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까지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근처일 것이라는 자신은 있었다.
특히나 요즘 시우에게 이것저것을 배운 덕분일까.
그 생각에 확신을 더해 가고 있었다.
그러나 마스터 오렐리안은 아니었다.
오렐리안에 비하면 서팔광은 한참이나 모자랐다.
달빛과 반딧불이.
서팔광과 마스터 오렐리안 사이에는 그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돈은 얼마든지 맞춰 드리겠습니다. 돈 워리하셔도 됩니다.”
“돈이 문제가 아닌… 지금 뭐라고 하셨소?”
서팔광은 저도 모르게 그렇게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돈 워리?
이 뭔….
“돈을 워리(Worry). 그러니까 돈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민재는 아주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입가가 미묘하게 씰룩거리는 것이 방금 말이 대단히 센스 있고 위트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적잖은 나이의 서팔광.
그럼에도 저건 아니었다.
아니, 그보다 저 뜻이 되려면 돈 워리하지 않아도 된다, 라고 말해야하는 거 아닌가?
…에라이, 알게 뭐람.
“미, 미안하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오.”
서팔광은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자고로 대장장이라 함은 스스로가 만든 장비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한마디로 사용자가 만족을 하느냐 또한 중요한 요소였다.
돈만 보고 장비를 찍어내고 나몰라라 하는 건 서팔광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차라리 마스터 오렐리안께 다시 의뢰를 해 보시구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마 힘들 터였다.
그게 가능했다면 이렇게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겠지.
“이만 가보겠소.”
서팔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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