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서아와 함께 오마카세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온 시우.
오마카세에 대한 감상은 집어 던져놓고… 아니, 대략적으로나마 말하자면.
맛은 있었다.
그런데 60만 원은 염병이다.
하지만 서아가 정말 좋아해서 또 갈 의향은 있다.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었다.
아무튼.
시우에게 중요한 건 오마카세에 대한 감상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공자 채널의 영상.
“진짜 개노잼이네.”
어떻게 된 게 예상을 전혀 빗나가지 않았다.
이게 유투브 영상인지.
아니면 강의 영상인지.
도통 모를 지경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맹자>: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노자>: 이 노부가 공자 선생님의 뜻을 쫓아가려면 아직 멀었나 봅니다.
└<한비자>: 근데 성선설은 좀 아닌 듯요? 솔직히 성악설 아님요?
달리는 댓글들 또한 그러했다.
그리고 뭐.
예상했다시피 저들이 바로 제자백가라 불리는 사람들이었다.
한마디로 공자의 제자들.
조금 더 정확히는 유교 학파의 일원들.
하여간, 이 망할 놈의 학연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밑의 댓글들을 조금 더 살펴보니 마냥 학연만 있는 건 아니었다.
└<석가모니>: 부처의 마음과 군자의 마음은 다르면서도 같은 방향성을 추구하는군요. 색즉시공, 공즉시색. 오늘도 하나 배워갑니다.
불교의 창시자이자 같은 세계 3대 성인 중 한 명.
일명 부처님이라 알려진 존재.
그 석가모니 또한 공자 채널의 구독자인 것 같았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소크라테스부터 시작되는 서양 철학 계보의 위인들.
이집트 신화 속 지혜의 신, 토트.
또 지혜의 신이라 불리는 아폴론과 미네르바 등.
한마디로 나 지식 뿜뿜하오!
그런 신들은 죄다 이곳에 모여있었다.
물론 어울리지 않는 인물들도 있었다.
└<헤라클레스>: 역시 근성입니다! 근성이야 말로 근육 성장의 기본이죠! 암요!
“이 양반은 또 왜 여기에 있어?”
정말이지 가장 안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어쩐지 공자 채널을 추천하는가 싶더라니.
본인부터가 공자 채널의 구독자였었다.
뭐, 어쨌든.
영상은 정말이지 개노잼이었다.
심지어 난해하기는 어찌나 난해하던지.
통찰력(S+)이 없었으면 이해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유학의 기초를 습득했습니다.>
<군자심[君子心] - 인의예지[仁義禮知](SSS)의 숙련도가 미량 상승합니다.>
<군자심[君子心] - 인의예지[仁義禮知](SSS) 숙련도 0.01%[+0.01%]>
숙련도를 올릴 수는 있었다.
그리고 이 말은 즉.
“이제 신투술을 배울 수 있다.”
떨리는 마음.
시우는 곧장 헤라클레스 채널에 접속했다.
* * *
[으음….]
스마트폰 화면 너머.
헤라클레스가 짤막한 침음을 내뱉었다.
생각에 잠긴 듯, 한 손으로 턱을 어루만지며 말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손가락이 턱에 닿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이두근.
꽈득, 꽈드득!
저 근육 때문에 팔이 접히질 않았으니까.
해서 헤라클레스는 턱을 어루만지는 척.
허공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저게 대체 뭐 하는 짓일까?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지적하지는 않았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아뇨.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아니, 문제라기보다는….]
헤라클레스가 살짝 손사래를 쳐보였다.
아직은 놀랄 때면 존댓말을 섞는 헤라클레스.
구독자 뽕맛을 봐서 그런지 요즘 그 경향이 짙어졌다.
은근슬쩍 다음 영상 컨텐츠를 요구해오고도 있었다.
그리고 시우도 생각해둔 것이 있긴 했었다.
‘지금은 아니지.’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그건 시우가 헤라클레스 상대로 갑이 될 수 있는 카드.
굳이 한 번에 다 까보일 필요는 없었다.
아무튼.
[신투술을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고민하고 있었어.]
기나긴 고민이 신투술을 가르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닌 모양이었다.
[네 말대로라면 공자 선생님의 뇌근육을 얻었다고는 하나 완전히 얻은 건 아니라는 뜻이지?]
“네. 숙련도라는 것을 올려야해요.”
[그 숙련도가 현재 0.01%인 거고?]
“지금 당장은요. 하지만 노력하면 계속 올릴 수 있어요.”
[그렇단 말이지….]
헤라클레스는 작게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말했다시피 신투술은 네 수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너 같은 멸치는… 아니.]
헤라클레스가 슬쩍, 시우의 눈치를 봤다.
그리고는 크흠, 헛기침을 해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너같은 초보자는 잘못 사용했다간 육체와 정신이 완전히 붕괴된단 말이지.]
[무엇보다 신투술은 단순히 격투술을 의미하는 게 아니야.]
[뭐라고 해야할까.]
[세계의 법칙을 뒤트는 방법이라고 해야할까.]
[뇌근육을 키우라 한 것도 바로 이 의미이지.]
“어….”
[그러니까 단순히 괴력으로 단련된 신체를 활용하는 게 아니란 뜻이야.]
[신체에 위치한 마나 그릇의 중점. 기맥과 혈의 중점으로 마나를 끌어오는 것이지.]
[마나란 존재를 이루는 근원이야.]
[모든 물질이 존재로서 존속하게 하는 개념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그런 존재의 힘을 함부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야.]
[근원의 힘을 보다 능동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특별한 장치가 필요해.]
[의지를 투영하는 기관.]
[네 의지가 마나에 영향을 미치기 쉽도록 만드는 증폭 기관이라 보면 돼.]
[저쪽 동양 신들은 이걸 단전(丹田)이라 하는데, 아무튼.]
헤라클레스는 그렇게 뭐라뭐라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어….”
시우는 뭐라는지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진짜 농담이 아니라 단 한 글자도 이해하지 못했다.
화타의 신의술[神醫術](S+)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통찰력(S+)의 도움이 작용함에도 저 개념들을 완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개같이 지겹지?]
개같이 지겨웠다.
[지루하다 못해 이 새끼가 뭐라는 거야 싶지?]
[저딴 개념 같은 거 알게 뭐람?]
[이런 생각하고 있었지?]
정곡을 찔렸다.
헤라클레스가 독심술을 배운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확했다.
이윽고 헤라클레스가 오른발을 크게 들어 올렸다.
그대로 땅바닥에 내리찍으며.
꽈아아아아아아앙─!!!
화면 너머의 풍경이 삽시간에 무너져내렸다.
자욱히 인 먼지 안개.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 보인 화면에는 공간이 소멸해있었다.
결코 농담이나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다.
“아, 아니 무슨…?”
진짜 표현 그대로 공간이 소멸해 있었다!
그렇게 소멸된 공간 위.
헤라클레스가 시우를 척,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넌 그냥 이런 신투술을 배우고 싶은 것인데 말이지!]
그리고 들려온 헤라클레스의 외침.
[복잡한 개념을 배우는 게 아니라 단지 이런 힘을 얻고 싶은 것인데!]
[내 말이 틀린가?!]
[아니라고 하기엔 네 근육은 솔직하지 못한 걸?]
“어… 그, 그렇죠?”
시우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그걸 꼭 이렇게 말해야만 했던 걸까?
의문이 들었지만 역시나 캐물을 용기는 없었다.
저 화면을 보고 어찌 이의를 제의한단 말인가.
[그래서 고민해봤다!]
[어떻게 하면 네가 보다 쉽게!]
[보다 간단하게 신투술을 배울 수 있을지를 말이다!]
그리하여 내린 결론.
[근육이다!]
“...... 네?”
시우는 저도 모르게 표정이 벙쪄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근육이라니?
어째서 결론이 저딴 식으로 도달한단 말인가.
[자고로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하는 법!]
“.......”
시우는 뭐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보다 그 반대 아니었나…?
[복잡한 개념 같은 건 근육을 키우다 보면 알아서 체득하기 마련!]
[머리 아픈 지식 같은 건 개나 줘버려!]
[아니, 근육한테나 줘버려!!]
[펌핑이나 돼버리게!]
꽈드드드득!
헤라클레스의 근육이 폭발할듯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확실히 저 근육 앞에선 아무것도 의미가 없어보였다.
애초에 저 근육 자체가 세계의 법칙을 뒤틀어버린 수준이었으니까.
그런 시우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친 근육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
하하하하하하하핫!
헤라클레스의 광기 어린 웃음만 터트릴 뿐이었다.
* * *
SH그룹의 사옥.
그 최상층에 위치한 회장, 한태산의 집무실.
“안으로 드시지요.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채린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집무실의 커다란 문고리를 돌렸다.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양문이 열리며 안쪽의 풍경을 드러내었다.
200평은 족히 넘어보이는 공간.
이게 집무실인지 아니면 그냥 집인지.
집무실을 장식한 인테리어는 ‘고풍’ 이라는 단어로는 차마 설명할 수가 없었다.
통으로 된 유리 너머.
서울의 풍경이 한 눈에 비쳐보였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그 풍경을 한눈에 담고 있자니 한국의 정점에 서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왔느냐.”
한 쪽에서 노쇠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곳.
그곳엔 한 명의 노인이 자리해있었다.
하얗게 쇠어있는 흰 머리와 자글한 주름.
그 나이를 짐작하게 해주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바라보는 눈동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번쩍이는 눈빛은 마치 태양처럼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어떤 무언의 힘을 담고 있는 눈빛은 이상하리만치 젊어보였다.
채린은 그 눈빛을 마주하며, 천천히 고개를 숙여보였다.
“오랜만에 뵈어요. 할아버지.”
SH그룹의 회장, 한태산.
“그래. 그 동안 잘 지냈느냐.”
한태산이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한민국의 재계와 정계를 쥐락펴락하는.
나아가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거물 중의 거물.
하지만 지금은 손녀딸을 대하는 할아버지에 지나지 않았다.
“또 지난 번처럼 공략이니 뭐니. 그런 짓을 한 건 아니겠지?”
“아니요. 부족함을 깨닫고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그래도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니 행여나 무리하지는 말거라.”
한태산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앞선 쇼파로 걸어갔다.
“오랜 만에 만났는데 내가 너무 잔소리만 한 것 같구나. 그렇게 서있지 말고 이리 와 앉거라.”
채린 또한 걸음을 옮겨 한태산이 자리한 곳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마주한 자리.
“듣자하니 이번에 장비를 하나 구매했다고.”
“네.”
채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해보였다.
“어떠하더냐.”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그리고 이어진 한태산의 물음에 채린은 고민도 하지 않고 답을 해보였다.
그런 채린의 모습에 한태산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듣기로 40억이라고 들었다만.”
고작 40억의 장비에서 보일 수 없는 반응이었으니까.
물론 40억이 결코 싼 금액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태산에게는 돈이라 볼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채린 또한 같은 의미였다.
일단 채린이 사용는 검.
마스터 오렐리안의 검(劍)이 237억이었다.
심지어 오렐리안의 인정을 받았기에 저 금액이었다.
본래라면 수 천억의 값어치를 하는 검.
이는 다시 말해 그 정도 값은 해야 채린이 만족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도 지금 보이는 채린의 반응.
“마스터 오렐리안의 검과는 비교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보조의 역할로서 뛰어난 장비예요.”
채린은 한태산의 눈을 마주하며 답을 해보였다.
그리고 그 눈에는 한치의 거짓도 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건틀렛을 직접 사용해본 바.
그 성능을 확연히 체감할 수 있었으니까.
말마따나 오렐리안의 검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보조 장비로서의 역할은 톡톡히 수행하고 있었다.
한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
미량이나마 증폭되는 힘의 효율.
그 덕분에 채린은 검을 잡는 것에 있어 신경을 덜 쓸 수 있었다.
뛰어난 최상급의 검술에는 파지법[把指法]이라 하여 검을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비법이 있다고 들었다.
그만큼 검을 잡는 법은 상당히 중요하다는 뜻.
그리고 왜 그러한지를 채린은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검을 놓칠 걱정을 하지 않으니 휘두름에 있어 주저함이 없었다.
전보다 더욱 과감하게.
그리고 보다 효율적으로 전투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장비 하나로 실력이 한 단계 진보할 수 있구나.
“정말 만족하고 있어요.”
채린은 거짓하나 섞지 않은 어투로 말했다.
“네가 그러하다니 다행이구나.”
한태산은 푸근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채린이 만족했다면 그걸로 되었다.
40억의 지출이 있었으나 의미 없었다.
정확히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행여 필요한 것이 있으면 뭐든지 말만 하거라.”
“언제나 감사해요 할아버지.”
한태산의 말에 채린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SH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하지만 그 지원의 이유에는 마냥 손녀딸이라는 것만 있지 않았다.
“S-등급 던전 레이드를 시작해도 될 것 같아요.”
아니나 다를까 한태산의 눈빛이 일변했다.
그와 동시에 방금 전까지 보이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지금 보이는 건 SH그룹의 총수.
재계와 정계 위에 군림하는 한 명의 지배자였다.
분명 일반인에 불과하지만 채린은 어떤 제왕과도 같은 위엄을 느낄 수 있었다.
S-등급 던전의 레이드.
표면적으로는 한채린의 데뷔전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면에 숨겨진 바는 그렇지 않았다.
SH그룹이 헌터 산업으로 도약하는 첫걸음.
“너에게 거는 기대가 크구나.”
채린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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