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인근의 한 공원.
“끄윽…!”
시우는 바닥에 드러누워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전신의 근육이란 모든 근육이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이 이상으로 나를 혹사시킨다면 자결해버리겠다는걸까.
근섬유 하나하나가 거센 항의를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들썩거리는 가슴.
호흡 또한 도무지 진정이 되질 않았다.
“미친….”
그야말로 미쳐 버린 개인 PT였다.
그동안 받았던 개인 PT와는 차원이 달랐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헤라클레스의 가르침은 꽤나 정상적이었다.
말이야 기승전근육이었지만 헤라클레스는 성심성의껏 가르쳐주었다.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그냥 이게 미친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네….”
요 며칠간 계속 달라붙고 있는데도 배우지 못했다.
흉내 수준에도 닿지 못했다.
도무지 따라할래야 따라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벽.
그 때문인지 스마트폰에는 신투술에 관련한 숙련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하아….”
시우는 저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바닥에 드러누워 올려다본 하늘.
태양은 지평선 너머에 걸려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시우는 저무는 석양의 풍경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렇게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할 수 있을까.”
괜시리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우는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각성자라는 건 특별나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無)개성의 각성자라는 건 다시 시우를 평범함으로 끌어내렸다.
아니, 평범하지도 못했다.
재능이라고는 일절 없는 둔재.
시우라는 사람은 이런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평범함에도 미치지 못하는 발악하는 둔재.
다른 이들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했다.
헤라클레스와 비교할 필요도 없었다.
조금만 시선을 돌려도.
아주 약간만 고개를 돌려도.
시우보다 잘난 이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남들은 잠시 쉬어갈 때 시우는 뛰어야 했다.
남들은 노력할 때 시우는 발악해야만 했다.
시우는 악착같이 현실을 살아나가야만 했다.
“......”
휘몰아치는 상념.
시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
심호흡을 내뱉으며, 감정을 정리했다.
잘하고 있다.
지금도 계속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처럼만 하면….
그러나 왜일까.
한편으로 불안했다.
하루하루 노력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의심이 든다.
시우의 생각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노력.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쓰는 것.
시우는 사실 노력이라는 단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시우에겐 노력이 아니라 발악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발악.
온갖 짓을 다 하며 마구 애를 씀.
그러나 결과에는 딱히 의미가 없음.
아무리 노력해 봐야 처음부터 재능을 타고난 녀석들을 이길 수 없다.
흔히 말하는 천재.
시우는 그런 천재와는 거리가 멀었다.
재능이 없는 시우와는 달리 그들의 시작점은 저만치 앞서 있었다.
그렇다고 저 천재들이 노력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타고난 재능에도 그 누구보다 노력을 열심히 한다.
한채린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희대의 천재적인 재능에도 한채린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천재에게는 필요치 않은 일들을 묵묵히 해 나가고 있었다.
시작점도 다른데, 달려가는 속도도 다르다.
그래서 시우는 노력이란 단어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
노력한다고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으니까.
시우라고 노력을 안 해 본 건 아니었다.
그 누구보다 노력을 하고 올라서려 애썼다.
그렇게 살면서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안 되었다.
언제나 시우는 무(無)개성의 각성자였다.
내가… 정말 못나 보였다.
진짜 병신 같았다.
그것도 못하는 병신.
나 스스로를 내 손으로 병신이라 인증해 버린 것만 같았다.
그것이 시우에게 있어 노력이라는 놈이었다.
시우에게 노력은 열정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뜨겁지 않다.
냉혹하고 또 차갑다.
그래서 노력을 싫어했다.
그런데 간혹 그런 이들이 있었다.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꿋꿋이 하는 이들이 말이다.
참으로 멍청한 이들이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인데.
한낱 시간 낭비에 지나지 않는 일을 뭣 하러 붙들고 있을까.
시우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가슴 한켠으로 포기했었다.
나는 할 수 없다고 고개 저어버렸다.
그리고 얼마 전, 공자의 영상 속.
자왕이 공자에게 물었었다.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지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까.’
이에 공자께서 답하시기를.
‘그 싸움을 끝내지 않는 것이오.’
어쩌면.
시우는 한편으로 그 노력들을 동경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냉혹하고도 차가운 노력을.
나는 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던 그 발악을.
무의미함을 알고 있음에도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끈기를.
나는 어쩌면 동경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후우….”
감정이 가라앉으며, 머리가 맑아진다.
시우는 가볍게 주먹을 말아쥐었다.
천천히 눈을 감으며, 헤라클레스의 모습을 떠올렸다.
까마득하다.
헤라클레스에게 다가서는 모습이 상상조차 되질 않는다.
그리고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한낱 인간이 신에게 다가설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헤라클레스도 한때는 인간이었다.
인간의 몸으로 신을 뛰어넘은 영웅.
과연 헤라클레스라고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과연 헤라클레스라고 발악을 하지 않았을까.
과연 헤라클레스라고.
좌절을 하지 않았을까.
시우의 몸이 움직인다.
기억 속으로, 감각 속으로.
헤라클레스가 보인 움직임이 떠오른다.
헤라클레스가 가르쳐준 신투술은 단순한 격투술이 아니었다.
쉬이 따라할 수 없는 움직임이다.
감히 닿을 수 있을까 의심이 드는 힘이다.
그렇기에 지금.
시우에게 필요한 것은 노력.
시우의 재능은 처참하다.
그래서 지금의 움직임은 상당히 어색했다.
초라하고 또 엉성했다.
그러나 왜일까.
시우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주먹을 휘두르는 소리.
바람이 스치는 감각.
내 몸이 이렇게 움직일 수도 있었구나.
꽈앙─!
공기가 비산하며 터져나간다.
어째서인지 몸이 홀가분하다.
알 수 없는 고양감.
그리고.
<불굴[不屈]의 정신이 육체에 스며듭니다.>
<군자심[君子心] - 인의예지[仁義禮知](SSS)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군자심[君子心] - 인의예지[仁義禮知](SSS) 숙련도 0.51%[+0.5%]>
꽈아아아아아아앙─!!
시우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떠보였다.
그렇게 떠진 시야.
공원의 풍경이 아작이 나 있었다.
헤라클레스만큼은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시우가 내리찍은 곳을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의 커다란 흉터가 콰자작─! 공원 전체에 새겨져있었다.
띠링!
스마트폰의 알림음이 다시 한 번 들려온다.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을 체득했습니다.>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숙련도 0.03%[+0.03%)]>
“하하….”
시우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완전히 붕괴되어버린 공원의 풍경.
변상하려면 돈 오질라게 깨지겠네.
“개인 수련장이라도 알아봐야 하나….”
결국 돈이 또 오질라게 깨지잖아.
시우는 이걸 기뻐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 * *
<유투브에 올릴 영상입니다.>
<편집 잘 부탁드립니다.>
덕구에게 온 한 통의 메일.
“후우…!”
덕구는 크게 심호흡을 해 보였다.
그럼에도 떨리는 마음에 두 손으로 가슴을 살포시 눌렀다.
고작 메일 따위에 뭘 그렇게 떠냐.
그렇게 말할 수 있겠다만 그래도 덕구는 떨리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우가 보내온 메일.
정확히는 그 메일에 첨부된 영상.
<흡혈박쥐 던전 스피드 런 영상.>
저 영상에 어떤 괴랄한 것이 담겨 있을지
심지어 저번과 같은 흡혈박쥐 스피드 런이었다.
한마디로 똑같은 컨셉의 영상.
“불마녀 채널에서 다시 1위를 탈환해갔었지….”
시우가 기록한 34초의 기록.
이에 불마녀 채널은 다시금 흡혈박쥐 스피드 런 영상을 찍었다.
그리하여 무려 11초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워버렸다.
사실상 시작과 동시에 공략이 끝났다고 할 수 있었다.
S급 헌터, 유한나.
그녀였기에 가능한 기록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다른 S급 헌터들도 불가능할 터였다.
강함의 척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상성.
유한나의 화염 마법은 세계 최고라 할 수 있었으니까.
어쨌거나 11초는 불멸의 기록이다.
그럼에도 똑같은 컨셉의 영상을 찍어왔다는 것은….
<다운로드가 완료되었습니다.>
어느 덧 영상이 모두 다운로드가 되었다.
덕구는 재차 심호흡을 내뱉으며 영상을 재생했다.
딸깍.
영상 재생과 함께 보인 것은 역시나 어두컴컴한 동굴이었다.
그러니까 어두컴컴한 동굴의 입구 앞.
시우는 지난 번처럼 그 동굴 입구 앞에 서 있었다.
[세하! 안녕하십니까 세공남 구독자 여러분!]
[세상의 모든 것을 공략하는 남자! 세공남입니다!]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시우가 두 손가락으로 눈썹을 찍었다 앞으로 쏘아보냈다.
[얼마 전에 불마녀 채널에서 신기록을 세웠더라고요.]
[11초. 진짜 어마어마한 기록이네요.]
시우는 고개를 한 번 절레절레, 흔들어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래서 오늘 해볼 컨텐츠는 바로바로~!]
[불마녀, 유한나 씨를 공략하라! 입니다!]
“에?”
덕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 갑자기 유한나 씨를 공략하냐고 생각이 드시나요?]
영상 속, 이어진 시우의 물음.
덕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그야 저는 세상의 모든 것을 공략하는 남자! 세공남이니까요!]
[저 세공남이 공략하지 못하는 건 없습니다!]
빠샤! 빠샤!
시우가 별 시덥지도 않은 자세들을 취해보였다.
꽤나 우스꽝스러웠으나 유투버의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하하, 물론 그것도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겠죠?]
[유한나 씨를 공략하다간 아마 제가 통구이가 되어버릴 겁니다.]
[해서 제가 말씀드린 공략은 바로바로!]
[유한나 씨가 가져간 1위 기록의 공략입니다!]
[자, 그럼 잡소리는 집어치우고, 바로 시작하도록 하죠!]
그러면서 시우가 던전 동굴 입구 앞에 서보였다.
이윽고 흐으으으읍─!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오른발을 크게 들어올렸다.
그대로 땅바닥에 내리찍─.
꽈아아아아아아…! 치, 치직!
갑자기 화면에 심한 노이즈가 일며 꺼져버렸다.
“...... 에에??”
덕구는 이게 뭔가 싶었다.
아니, 진짜로 이게 뭔가 싶었다.
설마 카메라가… 터진 것인가?
그런 의문과 동시에 덕구는 그때서야 시우가 보내온 영상이 2개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덕구는 또 하나의 영상을 다운로드 받고 재생시켰다.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재생된 영상.
“...... 에, 에에??”
덕구는 역시나 이해할 수가 없었다.
두 번째 영상은 다른 각도에서 찍은 영상이었다.
아무래도 카메라를 두 대 준비한 것 같았다.
마치 처음부터 이럴 줄 알았다는 듯 말이다.
어쨌든 그 두 번째 영상에 보이는 풍경.
세상이 무너져 있었다.
던전을 구성하는 지반은 통째로 주저앉아있었고.
차원을 연결하는 게이트가 왜인지 찌그러진 것만 같았다.
과장이 결코 아니었다.
“아, 아니….”
정말로 세상이 무너져있었다!
덕구는 이걸 뭐라 설명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오.]
그리고 문득 들려온 시우의 목소리.
[생각해보니 던전에서 연습하면 되겠는데?]
연습?
무슨 연습?
아니, 방금 저게 연습이라고?
“...... 에에????”
덕구는 내가 대체 뭘 보고 있는 건가 싶었다.
멍한 정신.
덕구는 슬쩍, 첫번째 영상의 길이를 확인했다.
그러니까 시우가 공략을 시작하고 카메라가 터져버린 그 시간.
“...... 4초?”
정말이지 내가 뭘 본 걸까.
덕구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 * *
[영상 조회수] - 342,775회.
[세공남 채널 구독자 수] - 11,560명.
폭발하는 조회수.
벌써 1만명을 돌파한 구독자 수.
└<헨젤과그랬대>: 와… 뭐임 대체? 어떻게 한 거임?
└<부부가 산에 올라가면 쁏>: 이 사람 대체 누구지? 이 정도면 최소 A급 헌터인데? 아니, A급 헌터도 불가능할 거 같은데?
└<우럭아왜우럭>: 이 정도면 한채린이 실패한 S-등급 던전도 무너뜨릴 수 있는 거 아님?
▼ 답글 13개
댓글의 반응 또한 굉장히 좋았다.
숱한 노력 끝에 체득한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그 노력에 보상이라도 받듯 세공남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대로만 쭈욱, 성장한다면 억대의 수익도 머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
“음….”
하지만 시우는 마냥 좋아할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별 다른 건 아니었다.
다름 아닌 마지막 댓글의 내용.
그러니까 ‘우럭아왜우럭’ 이라는 사용자의 댓글.
“한채린이 던전 레이드에 실패했다고?”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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