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43화 (43/250)

43화.

한채린이 던전 레이드에 실패했다는 댓글.

시우는 ‘▼ 답글 13개’ 를 눌러 달려있는 대댓글을 확인했다.

꾹.

└<마그마는 내가 마그마>: 한채린이 던전 레이드 실패했다고? ㄹㅇ 트루?

└<고로케가 고로케 맛있나?>: 한채린은 그럼 어케됨?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담요는 왜 그런 담요?>: 아직 S-등급은 무리였던 건가?

“닉네임이 왜들 저래?”

제정신인건가?

아니, 뭐 그건 그렇고.

“흐음….”

시우는 살짝,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던전 레이드 실패는 단순히 실패라는 말로 끝나지 않았으니까.

하여 한채린의 생사가 내심 걱정되던 찰나.

└<우럭아왜우럭>: 사실 나도 어디서 주워들은거라 확실치는 않음.

“에라이. 찌라시였잖아.”

시우는 어처구니 없는 표정을 지었다.

한마디로 어그로성 댓글.

어쩐지 한채린이 실패할리가 있나 싶었다.

“닉네임부터 알아왔다.”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댓글창을 닫았다.

그러다 문득.

바로 아래 대댓글의 내용이 스치듯 눈에 들어왔다.

└<사우나 가서 싸우나>: 확인해보니까 진짜인거 같은데? 기사글 떴음.

└<애태우지 마세요. 유모차세요?>: ㄹㅇ? 참말로? 애태우지말고 기사 링크좀.

└<사우나 가서 싸우나>: www.RTXilbo.com 확인해보셈. 진짜임.

“진짜라고?”

시우는 저도 모르게 멈칫, 거렸다.

아무래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어보였다.

시우는 기사 링크를 터치했다.

꾹.

터치와 함께 화면이 바뀌며 하나의 기사글이 떠올랐다.

<실패로 끝난 S-등급 던전 레이드. SH그룹의 전망은?>

간단한 제목과 함께 기사글 최상단에는 한채린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무표정하고 무뚝뚝한 얼굴.

여전히 감정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시우는 자세한 기사의 내용을 확인했다.

『오늘 오후 1시 경.

SH헌터 길드 대표 한채린의 S-등급 던전 레이드 실패 소식이 전해졌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레이드가 한채린 헌터에게 중요한 레이드인 만큼 그 실패의 소식은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나 SH그룹의 전망은 굉장히 부정적이다.

최근 헌터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진출을 꿈꾸던 SH그룹이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확실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관련하여 주가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주가가 폭락하는─.』

그 밑으로는 주식 시장의 전망과 더불어 이번 사태가 SH그룹에게 미치는 영향들을 분석하여 보고하고 있었다.

그로써 어마어마한 경제적인 타격을 입었다며 말이다.

대충 듣자하니 수 천억 단위가 증발했다고 한다.

시우는 대충 흘려 넘기며 스크롤을 쭉쭉, 내렸다.

어쨌거나 이 기사가 의미하는 바는 하나.

“사실이었네.”

한채린이 S-등급 던전 레이드에 실패했다.

“흐음….”

시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실패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한채린이 말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한채린은 실패했다.

“..... 에이, 나랑 무슨 상관이냐.”

하지만 시우는 금방 관심을 털어버렸다.

내 할 일 하기도 바빠죽겠는데.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

무엇보다 실패는 했다만 한채린은 죽지 않았다.

무사히 살아돌아왔다.

그럼 그걸로 된 거다.

한채린은 한채린이다.

언제고 S+급의 헌터가 될 천재 중의 천재.

이번의 실패는 한채린에게 있어 중요한 경험치가 되었을 터.

나를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알아서 하겠지.”

시우는 그렇게 스마트 폰을 꺼버렸다.

* * *

SH그룹 사옥의 최상층.

“이유가 무엇이더냐.”

SH그룹의 회장, 한태산이 나지막히 물었다.

“제 실력이 부족했어요.”

채린은 깊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한태산은 그런 채린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그것이 전부더냐.”

채린은 답이 없었다.

한태산 또한 그 이상으로 묻지 않았다.

“알았다. 나가보거라.”

“실망시켜드려서 죄송해요 할아버지.”

숙인 고개로 들려오는 채린의 말.

한태산은 살며시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다. 사업은 병가지상사라 크고 작은 실패가 있기 마련이다. 고작 이 정도로 무너질 SH그룹이 아니니 신경쓰지 말거라. 네가 살아돌아왔으면 그걸로 된 게다.”

그러면서 한태산은 잔잔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채린은 그때서야 고개를 들어 회장실을 나섰다.

달칵.

“어머. 이게 누구야.”

회장실을 나오자마자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웨이브 진 단발의 머리.

도도한 걸음걸이와 느껴지는 기품.

부드러우면서도 우아한 세련미는 그녀의 나이를 짐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안녕하세요. 한민아 이사님.”

SH그룹의 한민아 이사.

한태산의 딸이자 한채린의 고모되는 자였다.

“오랜 만이네 우리 조카. 그 동안 잘 지냈─.”

순간 한민아가 실수했다는 듯 한 손으로 입을 살포시 막았다.

“내 정신 좀 봐.”

그리고는 미안하다는 듯 살짝,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채린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여보였다.

“회장님을 만나고 나오는 길인가봐?”

“네. 이사님은 회장님을 만나러 가시는 길인가요?”

“그래. 회장님께서 임원진 회의를 소집하셨거든. 지금 회사가 난리야. 주가 폭락에 투자금까지 모조리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라서.”

“죄송해요.”

“어린 네가 무슨 잘못이겠니. 우리가 과한 요구를 한 거지.”

“......”

“얼른 가 봐. 괜히 오빠들 마주쳤다가 눈치밥 먹지 말고.”

한민아는 채린을 지나쳐 회장실로 들어갔다.

채린은 한민아가 사라질 때까지 서 있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갔다.

* * *

“서아야, 이거 한 번 먹어 봐.”

시우는 서아에게 자그마한 대접을 건넸다.

서아는 대접을 살포시 건네받고는 고개를 갸웃.

“이게 뭐야?”

“탕약.”

“탕약?”

좌로 기울어졌던 서아의 고개가 다시 반대편으로 기울어졌다.

탕약이 무엇인지 모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익숙지 않은 것이긴 했다.

무엇보다 대접에 담긴 탕약을 좀 보라.

“몸에 좋은 거야.”

아무리 봐도 몸에 좋아 보이지 않았다.

먹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독약의 용도라면 또 모를까.

상당한 의문이 들었지만 서아는 별 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시우가 주는 것이었으니까.

서아는 눈을 딱, 감고 탕약을 들이켰다.

“브엑….”

그리고 토했다.

아니나 다를까 진짜 더럽게 맛이 없었다!

목구멍을 넘어간 탕약의 양이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이런 서아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것일까.

시우가 재빨리 수건을 받쳐 다행히 침대가 더럽혀지는 일은 없었다.

“좀 많이 쓰지?”

많이 쓴 정도가 아니었다.

“커튼을 갈아서 마신 거 같아….”

“응? 커튼 갈아서 마셔봤어?”

“아니이… 하지만 커튼을 갈아마시면 이런 맛이 날 거야아…. 분명히.”

그러면서 서아가 오만상을 찌푸렸다.

아직도 여운이 남아 있는지 혀를 내밀며 브에에….

아주 울상이 다 되어있었다.

그런 서아의 모습에 시우는 웃음을 터트렸다.

시우도 직접 먹어본 바.

서아의 맛 표현에 적극 공감하는 바였으니까.

‘그래도 오우거 겨드랑이 땀 보다는 확실히 나아졌으니까.’

그러니까 사람이 먹을 만은 했다.

꾸준히 신의술[神醫術](S+)의 숙련도를 올린 보람이 있었다.

<신의술[神醫術](S+) 숙련도 20.47%>

현재 20%를 돌파한 신의술[神醫術](S+).

사실 원래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꾸준히 숙련도를 올렸지만 원래라면 20%를 넘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20%를 넘길 수 있었던 이유.

‘군자심[君子心]을 배운 이후로 뭔가 확 오르기 시작했단 말이지.’

비단 신의술[神醫術](S+)뿐 만이 아니었다.

지난 번,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은 물론.

괴력[怪力](SS)과 제갈공명의 통찰력(S+).

더 나아가 신[神]의 야금술(SS)까지.

시우가 배운 모든 개성의 숙련도가 전반적으로 확, 뛰어올랐다.

하여 현재 시우의 숙련도는 이러했다.

<통찰력(S+) 숙련도 24.8%>

<괴력[怪力](SS) 숙련도 5.74%>

<신[神]의 야금술(SS) 숙련도 16.83%>

<신의술[神醫術](S+) 숙련도 20.47%>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숙련도 0.05%>

<군자심[君子心] - 인의예지[仁義禮知](SSS) 숙련도 0.51%>

가장 높은 숙련도는 통찰력(S+).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통찰력(S+)은 모든 개성에 관여를 했으니까.

자연스레 숙련도가 쌓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 역시 군자심[君子心]의 영향을 받았다.

‘역시 SSS등급이라는 건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동으로 숙련도가 쌓이는 건 아니었다.

숙련도를 빠르게 쌓게 해준다 뿐.

결국은 숙련도를 쌓기 위한 노력은 해야했다.

한마디로 신의술[神醫術](S+) 숙련도를 쌓으려고 약초값을 쏟아부었다는 뜻이었다.

[계좌 잔고] - 1,755,642,000₩

해서 현재 남은 금액은 대략 17억.

여전히 많은 금액이긴 했다.

많다 못해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그런데 아주 놀랍게도 다음 달….

아니, 정확히는 몇 주 뒤에 증발해버릴 금액이었다.

화타와 공자의 멤버십 가입 유지 비용인 11억을 지불하면 말이다.

‘하아….’

시우는 속으로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게 진짜 맞는 걸까?

정말로? 진짜?

심히 의심이 들었지만 놀랍게도 맞는 것이었다.

‘확실히 혈색이 좋아지고 있네.’

창백했던 서아의 안색이 서서히 붉어지고 있었다.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되고 있다는 뜻이리라.

다시 말해 혈액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뜻과도 같았다.

물론 혈사병이 완치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혈액이 기존보다 조금 더 오래 살아있는 것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효과가 있어.’

시우가 만든 탕약이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 탕약은 다름 아닌 혈액 영양제.

말 그대로 혈액에 영양을 공급해주는 약으로 혈액이 보다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효능을 지니고 있었다.

더 나아가 혈행 개선은 기본.

하지정맥류 부터 시작해 빈혈, 만성피로.

뇌에 혈액을 잘 공급해줌으로써 치매도 예방할 수 있었다.

심지어 혈당까지 완벽하게 잡아주었다.

그냥 혈액과 관련한 질병들을 모조리 예방할 수 있었다.

시중에는 존재하지 않는 약이었다.

이건 시우가 직접 연구하고 만든 약이었으니까.

솔직히 반신반의하긴 했었다.

혹시나 하는 가능성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서아의 병을 치료할 수 있어.’

시우는 확신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신의술[神醫術](S+)의 숙련도를 올리다 보면 서아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

언젠가 서아의 혈사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다만.

‘돈이 문제지.’

그때까지 화타의 정신 나간 월 구독료를 유지해야 했다.

덩달아 공자의 미쳐 버린 월 구독료도 유지해야 했다.

여기에 각종 실험과 실습을 위한 약초값, 장비값 등등.

[계좌 잔고] - 1,755,642,000₩

지금 가진 17억으로는 택도 없었다.

‘이 탕약을 판매할 수 있다면 좋긴 하겠는데….’

그렇다면 상당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의학용품은 함부로 유통할 수가 없으니 원.’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의학.

별 다른 의료 자격증이 없는 시우가 관여해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기는 아깝기 매한가지.

‘소은 씨한테 한번 물어봐야겠다.’

건강식품 정도로 둔갑하면 어찌 가능할지도 모르지 않은가.

시우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탕약의 그릇을 치웠다.

그리고 바로 그때.

띵동─!

누군가 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시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집에 찾아올 이가 없었으니까.

그나마 있다면 주인집 아주머니 정도?

아, 혹시 서아의 친구인가?

서아를 바라보자 서아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기사, 이런 말 하긴 뭐하다만 서아는 친구가 없었다.

제대로 학교생활을 못한 터라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럼 역시 주인집 아주머니인가.

-실례합니다. 혹시 여기가 맹시우님 댁이 맞습니까?

그런데 문밖에서 들려온 소리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다름 아닌 시우를 찾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기억에 없는 목소리였다.

누구지?

싶은 생각도 잠시.

-저는 한채린 님의 개인 비서, 김민재라고 합니다.

사내의 목소리에서 상당히 익숙한 이름이 들려왔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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