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45화 (45/250)

45화.

황급히 틀어막은 입.

그러나 이미 내뱉어진 말은 주워 담을 수가 없었다.

“괜찮아요.”

다행히 한채린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저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을 이을 뿐이었다.

“제가 생각해도 개소리처럼 들리니까요.”

신경 안 쓰는 게 정말 맞는 걸까.

슬쩍, 한채린의 표정을 살폈다.

감정이라고는 전혀 엿보이지 않는 차디찬 얼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통찰력(S+)도 난해한지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여자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더니.’

제갈공명도 여자의 마음만은 꿰뚫어 볼 수 없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한채린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팀원들과 던전 안에 들어갔을 때, 던전에는 몬스터가 보이지 않았어요.”

당연히 이상하게 여겼다고 한다.

시우의 말마따나 그건 개소리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 한채린은 던전 안까지 수색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어떤 한 몬스터를 만날 수 있었어요.”

“음?”

방금은 몬스터가 없었다면서?

“몬스터가 있기는 했네요?”

“네.”

아니,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면 되잖아.

시우는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다행히 이번엔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처음 보는 몬스터였어요. 늑대의 모습을 하고 있기는 했는데….”

한채린은 그러면서 시우를 바라봤다.

혹시 알고 있느냐는 눈치였다.

시우는 살며시 고개를 저어보였다.

아니, 늑대 몬스터가 한두 마리도 아니고.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안단 말인가.

물론 한채린이 저렇게 묻는 이유는 있었다.

S-등급에 출몰하는 늑대 몬스터.

늑대과 몬스터는 꽤나 다양했다.

그리고 시우는 그 모든 몬스터를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나 S-등급 던전에 출몰하는 늑대 몬스터는 희귀했다.

아니, 시우가 알기로는 없었다.

S-등급의 늑대 몬스터는 없었다.

한마디로 그동안 존재한 적 없던 새로운 몬스터일 가능성이 높았다.

한채린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제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어요.”

시우는 놀란 눈을 떠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한채린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아까 전에 수련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현재 한채린의 실력은 A+급 언저리라 할 수 있었다.

그 짧은 사이에 벌써 한 단계 진보한 한채린.

세기의 천재는 세기의 천재였다.

물론 던전 등급이 S-등급이긴 했다.

현재 한채린보다 상위 등급의 던전.

한채린에게 약간은 무리라고 생각될 수 있었다.

“채린 씨가 감당할 수 없었다고요?”

“네.”

그런데 이런 말이 나올 정도는 아니다.

이번에 공략에 참여한 건 한채린 혼자만이 아니었으니까.

실력있는 팀원들을 꾸려 공략했다.

장비에도 어마어마한 투자를 했다.

그야말로 만반의 준비를 한 상황이다.

그런데 실패했다?

아니, 실패한 것을 넘어 감당하지 못했다?

“음….”

시우는 잠시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내려앉은 정적.

시우는 한채린에게 물었다.

“정리하자면. 던전에 몬스터가 한 마리밖에 없었다는 말씀이시죠.”

“네.”

“그 몬스터가 채린 씨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고요.”

“네.”

“흐음….”

시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일단.

던전에 몬스터가 한 마리밖에 없다는 것.

이에 대해서 크게 세 가지의 경우가 떠올랐다.

첫 번째.

던전 안에서 몬스터들끼리 서로 치고박고 하다가 모두 자멸하고 한 마리만 살아남았다.

우스꽝스러운 일이나 없는 일은 아니었다.

같은 동족이라도 먹잇감이라 생각하고 서로 싸우는 일이 있었다.

물론 흔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없는 일도 아니다.

‘그런데 남은 한 마리가 한채린이 감당할 수 없었다고 했으니.’

하지만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볼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몬스터라 한들.

결국은 S-등급의 몬스터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한마디로 한채린이 감당하지 못했다, 라고 말할 수준은 아니다.

지금 상황과는 여러모로 맞지 않았다.

하여 두 번째.

던전의 등급이 오로지 한 마리에 집중되었다.

던전의 등급 측정은 던전의 마력 총량을 기준으로 한다.

한마디로 던전의 마력 총량을 측정.

그 마력의 총량을 기준으로 등급을 판별하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S-등급 던전이라 함은.

던전 안, S-등급 몬스터들의 모든 마력을 합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던전의 마력 총량이 유일한 측정 기준은 아니었다.

던전 마력의 파장을 분석.

해당 던전의 몬스터 종류.

이 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을 분석하여 최종적으로 등급을 결정한다.

그렇기에 던전 등급이 오로지 한 마리에 집중되는 경우는 없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아주 간혹.

이렇게 던전 등급이 한 마리에 집중되어 측정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이건 착오가 아니라 일종의 우연이라 할 수 있었다.

변형종(Mutation).

던전 내의 몬스터가 변형을 일으켰을 때 일어나는 일이었으니까.

예를 들면 이러하다.

던전에는 본래 S-등급의 몬스터들이 무수히 많았다.

그런데 그 중 한 마리가 변형을 일으켜 던전을 장악했다.

대체로 이러한 변형종에는 엘리트종과 보스종이 있었다.

하지만 이건 그러한 변형종과는 개념 자체를 달리했다.

카포(Capo)종.

카포(Capo)는 이탈리아 언어로서 마피아들이 사용하는 은어에서 파생된 단어였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Boss of All Bosses.

한국어로는 두목 중의 두목이라는 뜻이었다.

하여 카포(Capo)종이라 함은.

오로지 한 마리가 해당 등급의 마력 총량을 지녔다는 뜻이다.

이를 다시 말하면 한채린이 마주한 몬스터.

그러니까 S-등급 던전 안에 한 마리밖에 없었던 몬스터.

그는 S-등급의 던전 마력 총량을 지닌 몬스터라는 뜻이었다.

이러면 한채린이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 충분히 설명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던전 자체가 변형된 경우가 있었다.

던전은 아직까지도 모든 것이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공간.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러니 이건 고려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안다 하더라도 말마따나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무엇보다.

‘두 번째일 가능성이 높단 말이지.’

시우는 카포(Capo)종이 출현했을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그렇기에 시우는 물을 수밖에 없었다.

“굳이 던전을 다시 공략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겁니까?”

한채린이 왜 다시 던전을 공략하려고 하는가.

그도 그럴 것이 너무 위험했다.

카포종 자체도 위험하거늘.

심지어 그 등급이 S-등급이다.

S-등급의 몬스터들을 모두 합쳐놓은 절대적인 강함.

아무리 한채린이라도 감당할 수 없다.

“제 생각에는 카포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카포종…?”

한채린이 살짝 의문을 표했다.

카포종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정확히는 거의 볼 수 없는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변형종 자체가 흔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엘리트종과 보스종 정도는 헌터들에게 익숙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카포종은 아니었다.

카포종은 우연의 우연의 우연.

그리고 다시 우연이 겹쳐져야 나올 수 있는 현상이었으니까.

관련한 논문을 살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지식이었다.

시우야 무개성의 각성자로서 몬스터 분석을 통해 먹고살았다.

협회에 기재된 논문이란 논문은 싸그리 뒤져본 터라 몬스터에 관한 웬만한 지식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시우의 경우.

대부분의 헌터들은 카포종의 존재를 모른다.

시우는 한채린에게 카포종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처음… 들어요.”

역시나 한채린은 카포종에 대해 알지 못했다.

베테랑 헌터들도 그 존재를 모르거늘.

하물며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한채린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한채린은 약간 감탄 어린 눈빛으로 시우를 바라봤다.

시우는 그런 한채린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포기하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고집같은 걸 부릴 일이 아니다.

진짜로 죽을 수 있는 일이다.

“제가 꼭 해야만 해요.”

하지만 한채린은 단호했다.

객기인가?

싶었지만 그렇지는 않아보였다.

애초에 시우가 본 한채린은 객기를 부릴 여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저렇게 말을 한다는 것.

“이유가 있는 겁니까?”

한채린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시우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다름 아닌 한채린의 레이드 실패로 SH그룹이 받은 타격.

듣자하니 기사글이 터진 그 몇 분 사이에 무려 수천 억이 증발했다고 한다.

이대로 며칠이 지나면 수조 원이 날아가는 것은 일도 아닐 터였다.

그 떨어지는 주가를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제가 다시 바로잡아야해요.”

한채린이 다시 공략에 성공하는 것뿐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그 일을 앞당길수록 좋았다.

물론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다만.

‘수조 원이면 목숨 걸 만하지.’

시우는 한채린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시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S-등급의 카포종.

존재한 적 없는 새로운 몬스터.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좋습니다.”

시우는 한채린의 제안을 수락했다.

정확히는 한채린을 도와주기로 했다.

그러자 한채린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차가운 분위기와 대비되는 화사한 미소.

참으로 예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미소였다.

시우는 그런 미소를 바라보며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한채린은 뭐든 말만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유투브 촬영을 허가해주시죠.”

“유투브요?”

한채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100억.”

이어진 시우의 말에 한채린의 고개가 반대로 갸우뚱, 기울어졌다.

시종일관 무덤덤하던 한채린의 얼굴.

“그 이하는 절대 안 됩니다.”

“......?”

감정 하나 느껴지지 않던 한채린의 얼굴 위로, 뚜렷한 의문의 감정이 떠올랐다.

* * *

[계좌 잔고] - 2,755,642,000₩

27억 하고도 5,500만 원.

기존에 17억이었던 잔고를 생각하면 무려 10억원이 입금된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선 계약금 10억.

이 말은 즉.

‘이렇게 쉽게 수락할 줄은 몰랐는데.’

한채린이 100억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 과정에 별 다른 고민 같은 건 없었다.

그러시죠. 하는 가벼운 끄덕임만 있을 뿐이었다.

과연 SH그룹이라는 걸까.

100억 따위는 돈으로도 생각하지도 않는 모습이었다.

‘더 부를 걸 그랬나….’

그래서인지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SH그룹이라도 100 억정도는 돈으로 생각할 터였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리 비싼 금액은 아니었다.

SH그룹의 재력도 재력이거니와.

공략에 성공하면 무려 수조 원을 방어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100억이 뭐란 말인가.

1,000억이라도 기꺼이 지불할 터였다.

그렇기에 시우는 진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에이, 됐다. 너무 욕심부리면 탈이 나지.’

금방 생각을 털어버릴 수 있었다.

100억도 충분히 많은 돈이기도 했거니와.

‘공략법을 세울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도 않고.’

S-등급의 카포종.

그것도 그동안 존재한 적 없던 몬스터다.

이에 대한 공략법을 세우기란 쉽지 않았다.

말마따나 맨땅에 헤딩을 해야하지 않은가.

‘괜히 높게 부르면 부담스러우니까.’

여러모로 100억 정도가 딱 적당했다.

아니, 100억이면 차고 넘쳤다.

그리고 뭐.

시우는 나름 자신도 있었다.

몬스터를 분석하는 능력.

제갈공명의 통찰력(S+).

그 숙련도 또한 무려 24%였다.

S-등급의 카포종이라도 분석할 자신이 있었다.

‘무조건이다.’

그러니 이건 무조건이었다.

다른 모든 것을 잠깐 때려치고서라도 이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하여 지금.

음산한 분위기가 풍기는 숲의 풍경.

“후우….”

시우는 S-등급의 던전에 직접 들어와있었다.

솔직히 시우도 이러고 싶지는 않았다.

위험해도 너무 위험했으니까.

하지만.

‘뭔지는 알아야 공략을 세우든가 할 테니까.’

맨땅에 헤딩도 맨땅이 있어야 헤딩을 하든가 하지.

허공에 헤딩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한채린은 말렸다.

하지만 시우가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리고 웬걸.

한채린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타협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제가 앞장 설게요.”

앞장 서 걸어가는 한채린.

한채린은 자신과 동행한다는 조건.

그 조건 하에 시우의 S-등급 던전 입장을 허락해주었다.

‘걱정해 주는 건가.’

감정 하나 없는 로봇인줄 알았건만.

그래도 사람은 사람인 모양이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그런데 사실 시우에게는 그닥 필요하지 않았다.

헤라클레스의 괴력[怪力](SS).

헤라클레스의 신투술[神鬪術](SSS).

솔직히 S-등급의 카포종과 싸워서 이길 자신은 없었다.

그러나 살아나올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시우는 D-급의 헌터.

한채린으로서는 당연한 걱정이라 할 수 있었다.

어쨌든.

시우는 앞서가는 한채린을 따라 걸어갔다.

그리고 과연 S-등급 던전이라는 걸까.

‘분위기가 확 다르네.’

하위 등급의 던전과는 분위기부터가 남달랐다.

뭐랄까.

이 던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살아움직이는 것처럼 다가왔다.

‘몬스터가 안 보이네.’

그리고 몬스터가 보이지 않았다.

감각으로도 느껴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보죠.”

아무래도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봐야할 것 같았다.

말마따나 어떤 몬스터인지는 확인해봐야했으니까.

“...... 알겠어요.”

한채린은 긴장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 얼음 같은 한채린이 긴장 어린 표정을 지을 정도라니.

시우 또한 괜시리 긴장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뭐.

“가시죠.”

시우는 거침없이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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