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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47화 (47/250)

47화.

갑작스럽게 벌떡, 몸을 일으키자 꽈드득!

전신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듯한 근육통이 터져나왔다.

“커헉…!”

시우는 꼴사납게 바닥을 나뒹굴었다.

하지만 시선만큼은 헤라클레에게 고정되어있었다.

정신 역시도 오로지 한 단어에 집중하고 있었다.

펜리르(Fenrir).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수(神獸).

이명은 마랑(魔狼).

신살(神殺)의 늑대였다.

펜리르가 그렇게 불리는 이유는 단순했다.

북유럽 신화의 종말, 라그나로크(Ragnarok).

그 라그나로크를 실질적으로 이끈 존재가 바로 펜리르였으니까.

윗턱은 하늘의 끝에.

아래턱은 땅의 끝에.

그리하여 맞닿은 그 사이의 모든 것.

즉, 세계를 집어삼켜버린다.

마지막으로 펜리르는 북유럽 신화 최고신, 오딘을 물어뜯어 죽여 버린다.

어쩐지.

그렇게 찾아다녀도 관련한 정보가 하나도 없다 싶었다.

통찰력(S+)이 통하지 않는다 싶었다.

“커흐흑…!”

시우는 격통 속에서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의문은 있었다.

정확히는 새로운 의문이 떠올랐다.

“펜리르가…! 쿨럭! 왜… 여기에 있죠?”

펜리르가 대체 왜 여기에 있는가.

그러니까 갓튜브의 신계가 아닌 왜 지구의 던전 안에 있단 말인가.

헤라클레스의 말에 따르면 갓튜브와 지구는 서로 간섭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게? 쟤 어떻게 거기에 있는 거지?]

헤라클레스도 의문인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헤라클레스의 모습에 시우는 의문이 들었다.

지난 번 시우가 만났던 정체불명의 사내.

그리고 지금 펜리르.

이 정도면 헤라클레스만 이곳으로 오는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닐까?

어느덧 잠잠해진 통증.

시우는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정말 펜리르가 맞긴 해요?”

[아마 맞을걸?]

“아마….”

확실하진 않다는 뜻이었다.

[한 번 싸워 본 적이 있었거든.]

[물론 내가 이겼지.]

[그래도 케로베로스보단 훨씬 강하더라.]

저승의 문지기, 케르베로스.

케로베로스도 강하긴 하다만, 펜리르에 비할 바는 역시 못 되었다.

‘그보다 펜리르랑은 또 언제 싸웠대.’

보아하니 펜리르도 손쉽게 이긴 모양이었다.

하기사, 종말마저 어찌하지 못했던 헤라클레스거늘.

종말의 늑대도 헤라클레스를 어찌하지 못했나 보다.

“갓튜브에 헤라클레스님이랑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있기는 합니까?”

[글쎄?]

헤라클레스가 잠시 고민을 해보였다.

그러더니 곧.

[지금까지는 없었는데.]

헤라클레스가 심드렁하게 말을 이었다.

[그런데 내가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존재가 하나 있기는 해.]

“예? 그게 누구죠?”

[라돈.]

“라돈? 아.”

시우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라돈.

당연하게도 주기율표의 방사성 원소를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헤라클레스가 말하는 라돈은 드래곤 라돈(Ladon).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이었다.

그러나 신화 전체를 통틀어 그 존재가 딱 한 번 언급이 된다.

그것도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넌지시 이름으로만 언급될 뿐이었다.

헤라클레스와 싸워 이길 자는 라돈뿐이다. 라고 말이다.

그리고 라돈은 한 번 헤라클레스와 대면한 적이 있었다.

[황금 사과 얻으러 갔을 때 봤었는데, 굉장하더라고.]

황금 사과를 지키는 파수꾼, 라돈.

그때 한 번 마주한 적이 있다고만 전해질 뿐이었다.

그런데 라돈은 딱히 적대적이지 않았다.

신화적인 괴물이긴 했으나 라돈은 신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큰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았기에 헤라클레스와 충돌할 일도 없었다.

[언제 한 번 싸워보고 싶단 말이지.]

문제는 헤라클레스가 일으키면 일으켰지.

아무튼.

헤라클레스는 갓튜브 내에서도 최강을 다투는 실력자임은 분명했다.

그런 의미로.

“혹시 제가 펜리르랑 싸우면 어떻게 될까요?”

[펜리르랑? 네가?]

“네.”

[글쎄.]

헤라클레스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답을 해 보였다.

[1초 정도 걸리지 않을까?]

“1초요?”

[네가 갈가리 찢기는 시간 말이야.]

“......”

시우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펜리르의 위명을 생각해보면 진짜 뭐라 할 말이 없긴 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잘 모르겠다.]

[여기서 보니까 힘이 굉장히 많이 약해진 모양인데?]

[덩치도 완전 새끼 늑대 수준으로 변해 있고.]

저게 새끼 늑대 수준…?

웬만한 뒷동산 정도의 크기인데?

시우는 다시 한 번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뭐.

신화 속의 펜리르를 생각해 보면 확실히 작은 크기이긴 했다.

[못 보던 목걸이도 하고 있고.]

“목걸이요?”

[거기 봐봐. 목 주변으로 무언가 묶여 있잖아.]

“음….”

시우는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럼에도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감각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눈을 한껏 부라렸다.

화면 속 펜리르를 유심히 살피고 살펴 그렇게 화면이 뚫어지지 않을까 싶을 때쯤.

확실히….

펜리르의 목 주변으로 가느다란 실 같은 것이 보였다.

[그게 펜리르의 힘을 억제하고 있는 모양인데.]

“이게요? 이런 실 따위가 어떻게…아.”

시우는 저 실의 정체를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펜리르를 구속한 마력의 족쇄, 글레이프니르(Gleipnir).

글레이프니르는 실처럼 가느다란 끈처럼 보이나 절대 끊어지지 않는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하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재료를 이용하여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여인의 수염.

산의 뿌리.

고양이의 발자국 소리.

생선의 숨결.

곰의 재빠름.

새의 침.

그야말로 모순 덩어리의 재료들.

그렇기에 글레이프니르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으로는 끊어 낼 수가 없었다.

[저런 펜리르라면 아마 1분 정도?]

“1분이요?”

[네가 갈가리 찢겨지는데 걸리는 시간 말이야.]

“......”

시우는 다시 한 번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래도 뭐.

1초에서 1분이면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펜리르가 어마어마하게 나약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음….’

시우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펜리르가 왜 여기에.

그리고 어떻게 여기에.

이 의문은 잠시 뒤로 치워 놓고서라도 이 흑색 늑대가 정말 펜리르라면 사실상 공략은 불가하다.

세계를 삼키는 늑대를 공략하라니.

그런 게 존재할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 펜리르는 굉장히 약해져있었다.

시우가 1분이나 버틸 수 있을 정도면 거의 죽어가는 수준이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글레이프니르에 묶여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약점 같은 것들 좀 알려 줄까?]

헤라클레스가 약점을 알려 준다면?

이야기는 달라도 너무 달라진다.

문제는 헤라클레스가 그걸 순순히 알려주냐인데….

[흐음… 알려줄까 말까~]

지금도 보라.

곁눈질로 간을 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뭐.

“구독자 200명짜리 영상 컨텐츠.”

[자료 정리해서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선생님.]

헤라클레스가 후다닥, 화면에서 사라졌다.

* * *

찰칵! 찰칵!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카메라 플래시.

“던전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던전을 재공략함에 있어 어떤 마음가짐이십니까!”

수많은 기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경찰 인력들이 막아섰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수라장이 되었을 법한 풍경이었다.

건우는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SH헌터 길드 소속 헌터, 이건우.

다름 아닌 한채린의 팀원으로 소속되어 활동 중인 헌터였다.

건우는 카메라 플래시를 가로지르며 걸음을 옮겼다.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이밀며 다가왔지만 무시했다.

그렇게 기자들을 헤쳐 도착한 간이 대기실.

“선배님. 고생하셨습니다.”

대기실에 들어서자 한 사내가 건우에게 다가왔다.

SH헌터 길드 소속 헌터이자 건우와 같은 팀원인 김유준.

“선배님도 결국 가시는군요.”

건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대기실에 비치된 자리에 앉아 장비를 하나하나 점검했다.

“선배님은 안 무서우십니까?”

그러자 유준이 건우의 옆에 앉으며 물어왔다.

건우는 점검하던 장비에 시선을 떼지 않으며 무심하게 답했다.

“그 괴물을 보고도 무섭지 않을 리가.”

그리고 머릿속으로 얼마 전의 일을 회상했다.

건우는 A-급의 헌터로서 웬만한 몬스터는 두렵지 않았다.

물론 이번에 공략한 던전은 S-등급이었다.

상위 등급의 던전이었지만 그래도 무섭지는 않았다.

실력에 자신이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팀장인 한채린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 생각은 던전 공략과 동시에 금방 사라졌다.

정확히는 어떤 한 몬스터를 마주하고서 사라져버렸다.

칠흑의 아우라를 풍기던 흑색 늑대.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붉은 안광.

그건 감히… 어찌할 수 없는 공포였으니까.

“그런데 왜 지원하셨습니까?”

“알면서 왜 물어?”

건우가 약간 짜증 섞인 어투로 답했다.

기자들을 뚫고 오느라 피곤하거늘.

자꾸 옆에서 쫑알쫑알거리는 게 상당히 거슬렸으니까.

무엇보다.

“너도 결국 그 파격적인 조건 때문에 온 거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A-급의 헌터인 건우.

사실 건우는 개성의 능력으로 A-급이 된 헌터가 아니었다.

건우의 개성은 경화(硬化).

신체를 단단하게 하는 능력으로 B등급의 개성이었다.

그렇기에 B등급이 건우의 한계였다.

잘해봐야 B+등급까지가 건우가 닿을 수 있는 한계였다.

하지만 건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끝없는 노력을 통해 A-급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끝이었다.

건우는 그 이상의 벽을 뚫을 수가 없었다.

재능이라는 벽의 한계.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그런 건우에게 이번 레이드는 기회였다.

한채린이 약속한 어마어마한 지원.

그것은 재능이라는 벽을 조금이나마 허물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

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야말로 천재일우의 기회.

건우는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목숨을 걸기엔 좀….”

“그럼 빠져. 팀장님이 가고 싶지 않으면 안 가도 된다 했잖아.”

말마따나 한채린은 강요하지 않았다.

빠질 사람은 빠져도 된다고 했다.

다만, 파격적인 조건 또한 제외되었다.

“누칼협 하지는 않으시긴 했죠.”

유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조용해진 유준에 건우는 다시 장비들을 점검했다.

바로 그때.

“세하! 세공남 구독자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대기실 한 쪽에서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그곳엔 웬 맹한 사내가 카메라 앞에서 지랄발광을 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

누구지? 싶은 의문도 잠시.

“유투버래요.”

“유투버?”

옆에서 유준의 말이 들려왔다.

“채널 이름이 세공남이었던가? 그랬던 거 같은데요.”

“세공남?”

건우는 세공남이라는 채널을 곰곰이 되뇌었다.

그러나 기억에 없었다.

그 말은 즉.

그리 유명하지 않은 채널이란 뜻이었다.

건우 또한 헌터로서 유명한 헌터 채널은 챙겨보고 있었으니까.

아니, 그건 그렇고.

“유투버가 왜 여기에 있어?”

유투버가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이번 던전에 공략법을 세운 사람이라는데요?”

“공략법?”

이건 또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아니, 그러니까 그 말은 즉.

그 늑대를 사냥할 수 있는 공략법을 세웠다는 거?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말이 안 되었다.

흑색 늑대를 두 눈으로 직접 본 바.

건우는 단언할 수 있었다.

그 늑대는 공략법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S급 헌터들을 끌고 와 화력으로 찍어 누른다는 공략법이라면 또 모를까.

그런데 지금 무슨….

“몰라요. 저도 들은 이야기라.”

유준은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건우는 가만히 시선을 들어 영상을 찍고 있는 유투버를 바라봤다.

어딘가 맹하게 생긴 사내.

딱히 믿음이 가지 않았다.

팀원들에게 내건 파격적인 조건도 그렇고.

저 시덥잖은 유투버를 끌어들인 것도 그렇고.

‘팀장님이 절박하긴 한가 보네.’

건우는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그보다 선배님. 이번 일 무사히 끝나면 뭐 하시렵니까? 저는 이번 일이 끝나면─.”

“재수 없는 소리 하지마.”

건우는 유준의 말을 끊어버렸다.

시작도 전에 저주를 거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리고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된다면.

“다들 모인 것 같으니 출발하겠습니다.”

건우는 유준만큼은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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