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51화 (51/250)

51화.

펜리르는 여전히 끔찍한 불길함을 내뿜고 있었다.

세계를 집어삼킨 마랑(魔狼)이었다.

그러나 시우는 볼 수 있었다.

너희와 싸우고 싶지 않다고.

나는 너희를 해치고 싶지 않다고.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는 언제고 광기에 휩싸일지 모르니.

너희를 물어뜯어 죽일 수도 있으니.

어서 도망가라고.

“그, 그게 무슨…?”

“그걸… 믿으라고?”

사람들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건 어디까지나 신화 속의 이야기.

눈앞의 펜리르가 진짜 펜리르인 것조차 의심할 뿐이었다.

하지만 시우는 알 수 있었다.

갓튜브(GodTube).

시우는 신화 속 이야기가 실존함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저 펜리르가 진짜 펜리르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도 없애야만 해요.”

펜리르는 결국 마수다.

그렇기에 이 던전은 없애야 한다.

S-등급의 던전을 방치했다간 어떻게 될지 몰랐다.

정확히는 던전 브레이크라도 일어나면 돌이킬 수가 없었다.

던전 안의 마력이 폭발하는 던전 폭발.

그야말로 대참사였다.

S-등급 던전 폭발의 위력은 추정 불가다.

터지기라도 하면 그날로 끝장이었다.

운이 좋아 던전 안의 몬스터 튀어나오는 던전 쇼크가 된다면 그나마 상황은 나았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문제는 여전했다.

그건 펜리르가 던전 밖으로 튀어나온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그때도 펜리르가 사람들을 해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었다.

던전 쇼크는 던전 내 마력 파장이 기이하게 뒤틀리는 현상.

그런 던전 쇼크에 펜리르가 광기에 휩싸일 수 있었다.

신화 속 펜리르는 그 어떠한 악행도 저지르지 않았던 선량한 늑대였다.

그러나 그런 펜리르도 결국.

라크나로크의 광기에 휩싸여 세계를 멸망시켜 버렸다.

어느 쪽의 던전 브레이크라도 위험했다.

만에 하나 일어난다면 그땐 돌이킬 수 없다.

그러니 던전을 없애야 한다.

그 유일한 방법은 하나.

던전의 주인, 펜리르를 죽여 없애는 것뿐이다.

잔혹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결국 펜리르를 살려 둘 수는 없었다.

“물러나겠습니다.”

한채린은 검을 갈무리했다.

펜리르가 적의를 보이지 않음에.

그리고 펜리르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에.

한채린은 더 이상의 싸움을 강행하지 않았다.

그저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협회에 알려 S급 헌터들의 도움을 받겠습니다. 이 던전의 공략은… 포기하겠습니다.”

이것이 현실이다.

해피 엔딩 따위는 없는 곳.

시우가 지금까지 살아 온 잔혹한 현실이다.

읍참마속(泣斬馬謖).

눈물을 머금고라도 일을 강행해야만 한다.

펜리르를 죽여야 한다.

시우는 한채린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반박해서도 안 되었다.

시우는 가만히 시선을 들어 펜리르를 바라봤다.

크르르르!!

펜리르가 크게 경계하며 울부짖었다.

그러나 역시.

시우를 물지 않았다.

다가오지 말라며 위협만 할 뿐이다.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펜리르가 어째서 여기에 있는지는 역시나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어쩌면.

펜리르는 또 다시 버려진 것이 아니었을까.

신화 속, 펜리르는 마지막에 글레이프니르에서 벗어난다.

라그나로크라는 종말의 힘이 글레이프니르를 끊어 버렸으니까.

그럼에도 펜리르는 지금 또 다시 글레이프니르에 묶여 있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쩌면.

어쩌면 펜리르는 다시 한 번 이곳에 버려진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로 이 던전.

아마 이 던전이 펜리르를 가두는 결계인 것 같았다.

펜리르가 다른 곳으로 도망치지 못 하도록 말이다.

여기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게 만들어진 결계.

신화 속에서 태어나자마자 아스가르드 평원에 버려진 것과 똑같이 말이다.

그러면 던전의 등급이 S-등급으로 측정된 이유가 설명이 되었다.

안에 있는 펜리르의 마력이 아닌, 던전 자체의 마력만 측정된 것.

약화되어 묶여있는 펜리르.

그런 펜리르를 가두는 것만으로도 S-등급으로 측정된 것이다.

“돌아가요.”

한채린이 다가와 속삭였다.

감정 하나 보이지 않는 표정.

냉혹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시우는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터벅.

시우는 한채린을 따라 걸음을 옮겨갔다.

.

.

.

뚝.

“시우 씨?”

시우는 발걸음을 멈춰섰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다.

사실 이대로 나가면 모든 것이 끝이 날 일이었다.

펜리르는 사람들을 해칠 생각이 없다.

다시 돌아와 자신을 죽일지도 모를 일임에도 펜리르는 우리를 놓아 줄 생각이었다.

신화 속, 그때처럼.

멍청하고 어리석게도 말이다.

그러니 이대로 던전 밖으로 나가면 그만이었다.

S급 헌터들을 소집하여 이 던전을 공략하면 되었다.

아무리 펜리르라고 한들 S급 헌터들의 파티를 당해 낼 수 없을 것이다.

신화 속, 펜리르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약화되고 묶여있는 펜리르는 반드시라고 할 만큼 사냥당할 것이다.

그걸로 된 것이다.

냉정하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었다.

펜리르는 없애야 한다.

무엇보다 시우랑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펜리르가 어떻게 되든 말든.

시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이대로 떠나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저 평소처럼 생활하면 되는 일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되는 일이다.

장비를 만들고, 유투브 영상을 찍고.

갓튜브의 개성을 수련하며 살아가면 되는 일이다.

그저 그뿐인 일이다.

정말 그저 그뿐인 일이다.

그런데 대체 왜.

“......”

이 발걸음은 어째서 떼어지지 않는 걸까.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펜리르를 이대로 두고 싶지가 않았다.

시우는 발걸음을 돌려 펜리르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아무리 애를 써도 떼어지지 않던 발걸음이 떼어져 내딛어졌다.

“지금 뭐 하시려는…?”

갑작스러운 시우의 행동에 한채린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다른 사람들 또한 당황한 눈으로 시우를 바라봤다.

그러나 시우는 그저 펜리르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을 뿐이었다.

크르르르…!

펜리르가 으르렁거리며 짖어왔다.

한껏 경계하며 시우를 향해 적의를 태워 올렸다.

그러나 달려들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방어적인 태세만 취할 뿐이었다.

멈춰 선 발걸음.

바라본 펜리르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옆구리에 벌어진 상처에는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있었다.

흑색의 털로 잘 보이지 않았지만, 화염구에 타오른 털이 거뭇하게 엉겨 붙어 있었다.

또한 시우의 일격에 어딘가 어긋나 버린 것일까.

펜리르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있었다.

버림받은 늑대.

그럼에도 펜리르는 사람을 해치지 않았다.

스스로가 다칠 수 있는 상황에도 펜리르는 누군가를 해를 가하길 주저했다.

하지만 결국은 던전 안의 몬스터다.

여전히 사람들을 위협하는 마수다.

그러니 없애야 한다.

펜리르를 살려둘 수는 없다.

아쉽지만 방법은… 없다.

하지만.

시우는 목도했다.

보고 또 경험했다.

시우가 보고 배우는 그들.

갓튜브의 신(神)들.

신화 속, 그들은 어떠한 경우에 있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도 지지 않았다.

그 싸움을 끝내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았다.

끝내 불가능 마저 뛰어넘어, 영웅이 된 이들.

방법이 없다면.

“이 던전을 깨부숴 버린다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방법을 만드는 자들이다.

“뭐라고요?”

“그게 무슨…!”

한채린을 비롯한 사람들이 소리쳤다.

결국 문제가 되는 건 이 던전이다.

펜리르를 가두는 결계.

브레이크의 위협이 있는 던전.

이 던전 자체를 없애 버린다면 어떠할까.

그러면 가능하지 않을까.

펜리르는 다시 신계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로써 펜리르가 사람들을 위협할 걱정도 사라지지 않을까.

그러면 펜리르를 사냥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만일 정말 그것이 가능하다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동화 속 이야기의 마지막 구절.

그 구절을 실현시킬 수 있지 않을까.

“불가능해요!”

누군가 소리쳤다.

한채린의 팀원 중 마법 계열의 헌터.

다른 누구보다 마법사들은 알고 있다.

던전을 깨부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던전을 깨부순다는 건 공간을 깨부순다는 것.

그리고 공간은 이 세상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법칙이다.

따라서 그것을 깨부순다는 건 세계의 법칙을 깨부순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불가하다.

그것이 가능한 건

오직 신(神)뿐이다.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마법사는 고개를 저었고.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한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시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을 수 있었다.

불가능하다.

하지만.

꽈드드드득! 파직─!

시우는 가진 바 모든 힘을 일시에 터트렸다.

아득한 너머의 힘.

여전히 시우에게 허락되지 않은 힘이다.

그렇기에 이 힘을 사용하는 대가는 불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멈추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글쎄.

언젠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강(河)은 자신의 물을 마시지 아니하고.]

[나무(木)는 자신의 열매를 먹지 아니하며.]

[태양(陽)은 스스로를 위해 비추지 않고.]

[꽃(花)은 자신을 위해 향기를 퍼트리지 아니한다.]

[군자 또한.]

[스스로를 위하여 행(行)하지 아니한다.]

참으로 씹선비다운 생각이다.

요즘 세상에 저러면 호구 소리나 듣는다.

호구, 병신, 고구마.

온갖 욕이란 욕은 죄다 먹는다.

그런데 왜일까.

정작 저런 사람이 싫지는 않다.

정감이 간다.

사람답다는, 생각이 든다.

협과 의를 비웃는 세상.

선의를 의심하는 세상.

아마 그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을 것이다.

알아주기는 커녕 비웃기나 바쁠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어떠한가.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人不知而不溫 不亦君子乎).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아니함은 군자가 아니겠는가.

군자(君子)란 사람다움(仁)을 지닌 자.

하지만 군자까지는 글쎄.

그런 씹선비는 그닥.

이쪽에서 사양이다.

그런데 왜일까.

사람다운 사람은, 되고는 싶다.

저 혼자 잘난 사람이 아닌.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사람.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공자의 영상을 보다 보니 그냥.

지금 상처 입은 펜리르를 보니 그냥.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

꽈꽈꽈꽈꽝!!!

전신으로 폭사하며 터져 나가는 힘.

시우를 구성하는 공간이 괴악하게 일그러진다.

“......!!”

“......!!”

사람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일그러진다.

펜리르 또한 붉은 안광을 크게 떠 보였다.

지금 보이는 시우의 모습.

콰아아아아아─!!

세상이 그의 의지에 따라 형태를 달리한다.

들끓는 포악한 힘.

헤라클레스는 신투술(神鬪術)을 단순한 격투술이라 말하지 않았다.

[세계의 법칙을 뒤트는 방법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공간은 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법칙.

꽈꽈꽈꽝!!

폭발하는 근육이 모조리 찢어지며, 일시에 파열된다.

감당할 수 없는 힘.

아득한 너머의 힘.

정신이 드문드문, 끊어진다.

그리고.

“제 1식(第 一式).”

꽈앙─! 하는 폭음과 동시에.

시우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지상의 모든 것들이 하나의 점처럼 아득히 멀어져간다.

그리하여 도달한 하늘의 최정점.

시우가 오른발을 크게 들어올림에.

콰아아아아아─!!!

거대한 한 마리의 용이 형상화되며, 하늘로 승천해오른다.

이어 중력의 힘을 타고 시우의 몸이 아래로 추락한다.

그 힘을 이어받아 다시.

시우가 들어올린 오른발을 땅 아래로 찍어내림에.

승천한 용이 떨어져내린다.

거대하고도 포악한 아가리를 쩌억, 벌리며.

하늘 아래.

지상의 모든 만물을 집어 삼킨다.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

제 1식(第 一式).

낙룡각(落龍脚).

────!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마치 자신을 정의내리는 소리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

그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세상이 정지된 것만 같은 착각.

그리하여 공간과 시간.

시간과 공간.

이 세상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법칙.

만상(萬狀)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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