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시우는 이게 뭔가 싶었다.
아니, 진짜 이게 뭔가 싶었다.
펜리르가 대체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신계로 돌아간 거 아니었어?”
물론 시우는 그 이후의 과정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채린이 분명 펜리르가 어디론가 떠나갔다고 했었다.
그래서 신계로 돌아갔다고 생각했거늘.
“왜 여기에…?”
시우는 눈치를 보는 펜리르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런 펜리르의 모습에 한편으로는 펜리르가 맞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크기가 너무 작았다.
갓 태어난 새끼 강아지.
그 정도 크기밖에 되질 않았으니 말이다.
아무리 봐도 세계를 삼킨 늑대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윽─.
펜리르가 시우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긴 꼬리가 달린 작은 들짐승.
“쥐?”
쥐였다.
펜리르는 작은 앞발로 스리슬쩍, 쥐를 시우 앞으로 밀었다.
그 모습이 마치….
“나 먹으라고?”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그런데 무슨 고양이도 아니고 이게 뭐란 말인가.
시우는 펜리르가 내미는 쥐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웬걸.
“살아 있네?”
쥐가 숨을 쉬고 있었다.
어째 죽이지 않고 기절만 시킨 것 같았다.
그 순간 후다닥!
펜리르가 도망치듯 몸을 움직였다.
공원의 풀숲과 풀숲 사이를 빠르게 누비며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도무지 새끼 강아지라고 생각되지 않는 움직임.
“...... 뭔데?”
진짜 뭔가 싶었다.
* * *
[아 왜! 공략법 알려 줬잖아!]
스마트폰 화면 너머.
헤라클레스가 화면 가득히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막 사방팔방 날뛰기 시작하는데….
혹시 고래가 땡깡을 부리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완벽히 똑같다고는 말할 수 없다만 크게 다르지 않다고는 말할 수 있었다.
“몰라서 물어요?”
[펜리르 공략법 알려 줬잖아!]
[그럼 약속대로 영상 컨텐츠 알려 줘야지!]
말마따나 헤라클레스는 펜리르 공략법을 알려 주었다.
왼쪽 옆구리가 유독 약하다.
꼬리를 잡으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등.
펜리르와 직접 싸워 본 경험을 토대로 펜리르의 약점들을 알려 주었었다.
그리고 시우가 직접 그 약점들을 공략 해본 바.
“그 공략법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니까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약점은 개뿔이 무슨.
되려 역린을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시우는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그건 네가 약해 빠져서 그런 거잖아.]
헤라클레스였기에 가능한 공략법임을 말이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해 주셨어야죠. 아니, 최소한의 주의 정도는 주셨어야죠. 저 진짜 죽을 뻔….”
[네가 그렇게까지 약할 줄 알았나.]
“......”
저걸 진짜 뭐라고 해야 할까.
뭐라 한소리 하려다가 에휴.
누굴 탓하랴.
저 근육 고래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은 내 잘못이지.
“어쨌든 이번 건 무효입니다.”
[아 왜!]
“저는 제 수준에 맞는 공략법을 알려 달라 했지. 헤라클레스님의 방식을 알려 달라고 한 게 아니니까요.”
[난 억울해! 억울하다고!]
[이거 봐!]
[내 근육도 억울하다고 말하잖아!]
꽈드드드드득!
화면 너머.
가뜩이나 괴랄한 근육들이 폭발하듯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확실히 많이 억울해 보이긴 했다.
하지만 시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일이 잘 해결되어서 망정이지.
자칫하면 정말로 죽을 뻔한 일이었으니까.
무엇보다 그 때문에 시우가 받은 손해도 있었다.
‘내 영상….’
일단 영상이 날아가 버렸다.
펜리르를 공략하면서 찍은 영상이 아예 통으로 날아가 버렸다.
사실 언제 날아 갔는지 알지는 못했다.
펜리르와 싸울 때 카메라가 박살 난 건지.
아니면 던전이 붕괴되면서 카메라가 박살이 난 것인지.
어느 쪽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영상이 날아가 버렸다.
‘최소 100만 조회수였는데….’
물론 던전 붕괴까지는 올릴 수야 없었다.
결과적으로 던전은 한채린이 공략한 것으로 보여야 했으니까.
하지만 전투의 과정을 담는 것만으로도 최소 100만 조회수는 가뿐했다.
펜리르도 펜리르였거니와 일단 한채린이 나오지 않는가.
얼굴 한 번 보고자 이끌려 오는 이들이 어마어마할 터였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데….’
채널 성장에 있어 치명적인 타격이라 할 수 있었다.
‘에휴.’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아까웠다.
무엇보다 시우는 현재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한마디로 장비 제작과 더불어 별 다른 수익을 창출해 낼 수가 없었다.
‘그나마 한채린에게 받을 100억이 있으니 다행이지.’
더하여 한채린을 가르치며 받을 수강료까지.
문제는 그마저도 약간의 문제에 봉착해 있었지만 아무튼.
‘그런데 혼자서 영상을 찍기가 힘들단 말이지.’
특히나 긴박하게 싸울 때면 더더욱 그러했다.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카메라 각도를 신경 쓸 겨를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영상을 찍어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
편집이야 덕구가 잘해 주고 있다지만 어디까지나 편집일 뿐이었다.
보다 긴박감 넘치는 영상을 찍기 위해서는 영상을 찍어주는 이가 따로 필요했다.
‘사람을 한 명 더 구해야 하나.’
그런데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일단 같이 던전에 들어가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편집자야 편집 실력만 보면 된다.
하지만 영상을 도와줄 사람은 기본적으로 각성자여야만 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수준이 받쳐주는 헌터여야만 했다.
그래야 시우도 마음 놓고 카메라를 맡기고 싸우지 않겠는가.
그런데 말이야 그렇지.
‘그런 실력 있는 헌터가 내 영상 도우미로 오겠냐고.’
뭐, 오려면야 올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의 페이는 맞춰야 할 터였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을 그때.
끼잉─.
어디선가 강아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그곳엔 흑색의 새끼 강아지, 펜리르가 있었다.
‘오늘도 왔네.’
펜리르는 멀찍이 떨어져 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우가 바라봄에도 펜리르는 다가오지 않았다.
그저 멀찍이 떨어져 스윽─.
무언가를 내밀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그 행동이 이상했다.
마치 무언가를 경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뭔가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펜리르의 시선이 스마트폰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스마트폰 화면 너머.
[난 억울해! 억울하다고!]
고래가 땡깡을 부리는 모습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런 펜리르의 시선을 의식한 것일까.
[억울─ 음?]
헤라클레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화면 가까이 헤라클레스가 얼굴을 들이밀자 후다닥─!
펜리르가 화들짝 놀라며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펜리르와 한 번 싸워 본 적이 있다던 헤라클레스.
아무래도 그 기억에 헤라클레스를 상당히 경계했던 모양이었다.
시우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펜리르가 내밀고 간 무언가를 확인했다.
회색 빛깔의 새.
“이번엔 비둘기네.”
비둘기였다.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죽이지 않았다.
기절만 시킨 비둘기.
뒤이어 헤라클레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쟤 설마 펜리르야?]
“아무래도 그런 거 같아요.”
시우는 그렇게 답하며 툭툭, 기절한 비둘기를 깨웠다.
이윽고 비둘기가 퍼뜩!
헛?!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하는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그러다 시우를 발견.
히익! 하는 표정과 함께 푸드덕─!
세상 놀라며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펜리르가 왜 거기에 있어?]
[그보다 그 비둘기는 또 뭐고?]
“몰라요, 저도. 펜리르가 왜 여기에 있는지. 그리고 비둘기는 저 먹으라고 주는 거 같던데요.”
[비둘기를?]
[무슨 고양이야? 쟤 늑대 아니었어?]
“그러게 말입니다. 늑대가 언제부터 고양잇과였는지.”
[그보다 방금 비둘기 살아 있지 않았어?]
[먹으라고 주는 거면 보통 사냥해서 주지 않나?]
“제 생각에는 아마… 펜리르가 다른 동물들을 해치기 싫어하는 것 같아요.”
애초에 펜리르는 사람들을 해치기 싫어 위협만 했었다.
그런 펜리르의 성격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맞는 것 같았다.
[그럴 거면 왜 먹으라고 주는 건데?]
[죽이는 건 너보고 하라는 거야, 뭐야?]
“제 말이요.”
물론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진 모습이긴 했다.
[그런데 펜리르가 어떻게 거기에 있는 거야?]
[그리고 왜 너한테 먹을 걸 가져다 주는 건데?]
“아 그게.”
시우는 앞선 던전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이야기가 끝나고.
[그랬단 말이지….]
헤라클레스는 생각에 잠긴 듯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펜리르가 왜 그쪽 차원에 있었던 거지?]
[그리고 어떻게 거기에 존재할 수 있는 거야?]
헤라클레스는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시우는 눈을 흘겨 뜨며 헤라클레스에게 물었다.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이 정도면 헤라클레스 님만 이곳에 오는 방법을 모르는 거 아니에요?”
[무슨 소리!]
[이쪽 차원과 그쪽 차원은 서로 간섭할 수 없다고!]
“그런 거 치고 펜리르는 여기에 있는데요?”
[그건….]
“헤라클레스 님만 모르는 거 맞네.”
[아니라니까!]
[나 진짜 억울해!]
[자, 봐! 내 근육도 억울하다고 말하잖아!]
꽈드드드득!
“어련하시겠어요.”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헤라클레스는 몇 번이나 억울하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그보다 너.]
[낙룡각을 사용하고 용케 살아있네?]
[아니, 어떻게 벌써 낙룡각을 사용할 수 있는 거야?]
“뭐… 운이 좋았죠.”
[운? 내 낙룡각이 운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거였나?]
헤라클레스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 헤라클레스의 모습에 시우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런 의미로 다음 초식도 좀 슬슬 알려 주세요.”
[그거야 뭐 어렵지는 않은데….]
그러면서 헤라클레스가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휘파람을 휘휘, 불며 곁눈질로 시우의 눈치를 살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이는 모습.
하여간, 단순한 헤라클레스였다.
“알았어요 알았어. 다음 영상 컨텐츠 알려드릴게요.”
[하하! 역시 선생님이십니다요!]
헤라클레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손을 싹싹 비벼 보였다.
* * *
“하악…! 하악…!”
격동하다 못해 들끓는 호흡.
시우는 온몸이 부서지는 듯한 근육통에 땅바닥에 쓰러지듯 드러누웠다.
띠링!
그리고 들려오는 스마트폰의 알림음.
<괴력[怪力](SS) 숙련도 19.38%[+0.4%]>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숙련도 9.43%[+0.05%]>
평소 오르던 숙련도를 생각하면 적지 않은 수치였다.
그러나 한 번 뽕 맛을 봐서일까.
“확실히… 더디게 오르네.”
어딘가 더디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인지 맥 빠지는 기분.
하지만 시우는 금방 생각을 털어 버렸다.
“그래도 올랐다는 것이 어디냐.”
더디긴 하나 꾸준히 오르고 있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어제의 나보다 발전하면 그걸로 된 것이었다.
시우는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달뜬 호흡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진정됨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 툭.
무언가 시우의 감각에 걸려들었다.
시선을 들어 바라본 그곳.
“개구리네.”
개구리였다.
역시나 기절만 해 있는 개구리.
아무래도 그 사이에 펜리르가 다녀간 모양이었다.
“그보다 요즘 서울에서 개구리 보기가 쉽지 않은데.”
이걸 어떻게 잡아 온 것일까.
시우는 기절한 개구리를 툭툭, 깨워 다시 살려 보냈다.
그러다 문득.
한쪽 구석에서 펜리르의 기척이 느껴졌다.
펜리르는 기척을 숨긴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딴에는 몰래 지켜보려는 심산인 거 같은데….
아무리 펜리르라도 괴력[怪力](SS)의 날 선 감각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마주친 시선.
후다닥─!
펜리르가 화들짝 놀라며 도망치듯 사라져버렸다.
“벌써 며칠째지.”
시우가 병원에 입원한 지 어언 사흘.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왔으니 최소 사흘이라 볼 수 있었다.
“음….”
에이, 저러다 말겠지.
시우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날.
“토끼?”
이번엔 기절한 토끼가 눈앞에 놓여 있었다.
이 도심 속에서 토끼를 어떻게 구해 온 것일까.
“어디 산속에 라도 갔다 온 건가.”
아무래도 이 도심을 벗어나 멀리 나갔다가 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또 다음 날.
“고라니?”
이번엔 고라니였다.
그 때문에 병원에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
병원 공원에 갑자기 고라니가 나타났다 생각해보라.
소란이 안 일 수가 있나.
해서 시우는 기절한 고라니를 돌려보낸다고 약간의 고생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다시 다음 날.
“독수리?”
이건 어떻게 잡은 건지 조금 궁금했다.
그것도 깔끔하게 기절만 시킨 상태로 말이다.
무엇보다 매번 잡아 오는 동물이 바뀌고 있었다.
“설마 잡아 온 동물을 내가 마음에 안 들어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러니까 잡아 온 동물들을 먹지 않고 자꾸 되살려보내는 것.
그것이 시우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는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러다 나중엔 호랑이도 잡아 오는 거 아니야?”
물론 한국에서 호랑이는 멸종되었으니 그럴 리는 없었다.
그러나 멸종되지 않았으면 충분히 그럴 것만 같았다.
그런데 진짜 왜일까.
그 우려는 다른 쪽으로 현실이 되어 버렸다.
갈색 빛깔의 육중한 덩치.
“곰…?”
이번엔 곰이었다.
역시나 기절한 채로 시우의 눈앞에 벌러덩, 누워 있었다.
물론 한국에 곰은 아직 멸종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서울에서 볼 수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었다.
설마 지리산이라도 다녀온 걸까.
“뭐, 뭐시여!”
“저거 곰 아니여?!”
아니나 다를까 병원이 아주 난리가 나 버렸다.
산책을 하던 환자들이 기절한 곰을 보고 같이 기절해 버렸다.
덕분에 병원 전체가 혼비백산하며 아수라장이 되었다.
뭐, 그럴 만했다.
서울 한복판, 그것도 병원이라는 공간.
곰이 대체 웬 말이란 말인가.
“......”
시우는 정말이지 어이가 승천하는 기분이었다.
그런 시우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끼잉─.
펜리르가 한쪽 구석에서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 표정이 마치 ‘이번 건 꼭 마음에 들어했으면…!’ 그런 기대를 품는 것 같았다.
끝내 승천해 버린 어이.
“......”
아무래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였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