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61화 (61/250)

61화.

암흑가의 거리에 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왁자지껄하던 술집.

원초적인 쾌락을 탐하던 향락의 집.

패거리들끼리 모여 시비를 걸던 이들까지.

암흑가의 모두가 행동을 멈추며 기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명지광. 어디에 있어.”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나지막한 중얼거림.

다시 한 번 내려앉는 정적도 잠시.

“푸하하하하!”

“하하하하!”

암흑가의 거리에 폭소가 터져나왔다.

“저 새끼 저거. 뭐라는 거냐?”

“정신이 헤까닥, 한 거 같은데?”

뜬금없는 것도 어느 정도가 있는 법이다.

이렇게까지 어처구니가 없으면 하나의 개그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평범한 거리가 아니었으니까.

헌터 업계의 뒷골목.

여기 모인 이들 또한 평범한 이들이 아니었다.

온갖 범죄 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르면서도 일말의 죄책감마저 느끼지 않는 이들이다.

이곳은 심히 개새끼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는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런 암흑가의 거리에서 이런 행패를 부린다?

“아가야, 객기 부리지 말고 어여 집에 가라. 험한 꼴 보기 전에.”

객기도 저런 객기가 없었다.

무엇보다.

“명지광이 누군지는 알고 찾는 거냐?”

명지광이 대저 누구란 말인가.

전 세계의 암흑가를 지배한 판데모니움.

그 판데모니움의 절단급 간부다.

여기 모여 있는 암흑가의 파벌들을 모두 짓밟아 버린 지배자.

암흑가의 범죄자들도 공포에 떠는 이름이거늘.

그런 명지광을 저런 식으로 부른다?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 집에 가라.”

나 죽여줍쇼, 하고 광고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암흑가의 범죄자들이 낄낄, 거리며 웃었다.

기묘했던 정적은 어느새 비아냥으로 번져 나갔다.

그리고.

“명지광. 어디에 있어.”

다시 한 번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비아냥이 뚝, 멈추었다.

기세가 날카로워지며, 웃음기가 사라진다.

“꼭 험한 꼴을 봐야 정신을─.”

말은 끝맺어지지 않았다.

시우가 한 걸음 내딛은 순간이었다.

꽈앙─!

시우의 신형이 일순간 사라져 버렸다.

뭔가 싶은 것도 잠시.

“─차리겠, 커흡!”

어느 샌가 시우가 사내의 멱살을 틀어쥐고 있었다.

“명지광. 어디에 있어.”

“이 새끼가…!”

멱살을 붙잡힌 사내가 시우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런데.

“무, 무슨 힘이…!”

뻐어어억─!

사람의 신체에서 들려올 수 없는 굉음이 사내에게서 터져 나왔다.

사내가 게거품을 물며 몸이 축, 늘어졌다.

시우는 사내를 아무렇게나 집어 던졌다.

콰당탕! 하며 바닥에 쳐박힌 사내는 움직임이 없었다.

“뭐, 뭐야….”

“이게 무슨…”

암흑가의 범죄자들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게거품을 물며 널브러진 사내.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단 한순간도 보지 못했으니까.

평범한 놈이 아니다.

범죄자들은 시우에 대한 평가를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딱 그뿐.

“이 새끼가!”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암흑가의 범죄자들이 기세를 끌어올렸다.

시우의 실력이 범상치 않음은 알겠다.

허나, 여기 모인 이들 또한 수준이 낮은 것은 아니다.

암흑가의 범죄자.

사람을 죽이는 데 있어 망설임이 없는 짐승들이다.

여기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꼴에 실력에 자신이 있는 모양인데.”

“그래도 뻗댈 자리를 잘못 찾아왔어!”

암흑가의 짐승들이 저마다의 이빨을 들이밀었다.

시우는 천천히 오른발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땅바닥을 내리찍었다.

꽈꽝!

땅거죽이 뒤집히며, 부서진 대지의 파편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떠오른 수많은 파편들을 향해 시우가 주먹을 내지르자 꽈앙─!

부서진 파편들이 다시 한 번 깨어지며 앞으로 쏘아져나갔다.

갈라져 깨어진 파편들은 살을 뚫는 수천의 암기가 되어 앞선 범죄자들을 꿰뚫었다.

파바바박!

파편에 꿰뚫린 범죄자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바닥에 엎어져 더 이상의 움직임을 내보이지 않았다.

“......!!”

“......!!”

숨길 수 없는 경악이 터져 나왔다.

시우에게 달려들던 이들 중 어느 하나 제대로 서 있는 자들이 없었다.

“주, 죽었어…?”

모두 죽지는 않았다.

운이 좋아 급소를 빗겨나간 이들은 목숨을 건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도 고통에 겨워 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피를 줄줄이 흘리며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 무슨….”

터벅.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시우는 쓰러진 이들 사이를 가로질러 걸어왔다.

“명지광. 어디에 있어.”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 고한다.

아까부터 시종일관 똑같은 말이다.

그렇기에 우스운 말이었으나.

지금 이 순간.

어느 누구도 저 말을 우습게 생각할 수 없었다.

느껴지는 공포에 모두가 몸을 떨어 보였다.

기세를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은 이들도 몇몇 보이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이들조차 주춤주춤, 뒷걸음질 쳐 보였다.

그리고 결국은 얼마 못 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시우는 계속해서 걸어왔다.

터벅, 터벅.

그럴 때마다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는 듯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너, 너는 대체 누구….”

“명지광.”

시우가 나지막히 답을 해 보였다.

아니, 저건 답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꽈앙─! 하는 폭음.

일순간 사라지는 시우의 신형.

이윽고 덥썩, 붙잡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디에 있냐고.”

꽈드드득─!

괴악한 소리와 함께 또 한 명이 게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실로 괴악한 폭력.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내려앉는 경악만이, 암흑가의 거리를 잠식할 뿐이었다.

“너희들 중 누군가는 알고 있겠지.”

시우가 다시 한 번 걸음을 내딛는다.

한 명 한 명.

아직 서 있는 이들을 바라봄에 눈빛으로 고하고 있었다.

너희들 모두를 죽여서라도 알아내겠다고.

미친 짓이다.

아니, 불가능한 일이다.

시찰국의 가더들도 어찌하지 못한 암흑가.

하지만 대체 왜일까.

내딛는 시우의 발걸음은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꽈드득─!

괴악한 힘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 * *

헌터 시찰국(視察鞠) 서울 지부.

“팀장님! 이민정 팀장님!!”

이민정은 다급하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보였다.

바라본 그곳엔 자신의 팀원인 정수아가 두리번두리번, 자신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는 곧 이민정을 발견하고는 헐레벌떡, 뛰어왔다.

무슨 일이냐, 라고 물으려던 찰나.

“판데모니움이 움직였어요!”

“뭐라고?”

이민정은 두 눈을 크게 떠 보였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정수아에게 물었다.

“위치는? 특정했어?”

“아뇨 아직. 하지만 흔적이 확실해서 곧 밝혀낼 수 있어요!”

이민정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세계적인 범죄 집단, 판데모니움.

그래도 한국에서만큼은 잠잠하던 놈들이었지만 요즘 들어 자꾸만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판데모니움은 무조건적인 척살 1순위.

일반적인 범죄자들과는 급을 달리하는 놈들이다.

그러니 놈들이 활개를 치기 전에 뿌리를 뽑아 놔야 했다.

하지만 그간 자꾸만 꼬리를 감추던 탓에 어찌할 수가 없었건만, 이번에 드디어 그 꼬리를 잡았다.

“지금 당장 4팀 전원 소집해.”

“네!”

“그리고 현재 움직일 수 있는 가더들도 전부 지원 요청해. 아니, 움직일 수 없는 이들도 싹다 긁어모아.”

“알겠습니다!”

정수아는 후다닥, 밖으로 튀어 나갔다.

이민정 또한 곧바로 장비를 챙겼다.

판데모니움과의 혈전.

아무리 급하더라도 장비 확인은 필수였다.

그러다 얼마 전, 경매에서 놓친 건틀렛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그게 있었다면 도움이 많이 되었을 텐데.

이민정은 아쉬운 마음을 삼키며 장비를 모두 점검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이 팀장. 잠시만!”

누군가 이민정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싶어 바라본 그곳.

그곳엔 사건 과장이 이민정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사건 과장은 시찰국에 접수된 신고들을 추려 사건을 할당해 주는 사람이었다.

“바쁜 것 같아 미안한데 말이야. 지금 급하게 들어온 사건이 있어. 아무래도 이 팀장이 나서줘야 할 것 같아.”

“죄송하지만 지금은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민정은 단호하게 답을 해 보였다.

그리고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던 찰나.

“서장님의 특별 지시야.”

“......?”

이민정은 몸을 멈칫, 거렸다.

천천히 돌아본 시선.

“상도동에 C-등급의 던전 쇼크가 일어났어.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

사건 과장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민정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제가 꼭 가야 하는 일입니까?”

저건 이민정이 가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으니까.

몬스터들이 세상 밖으로 튀어나오는 던전 쇼크.

시민들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일이나 고작해야 C-등급이었다.

오크 잡는 일에 오우거 잡는 칼을 쓰는 격.

“아무래도 이 팀장의 실력이 가장 뛰어나니까.”

“다른 팀을 보내시죠.”

“듣자 하니 이 팀장이 지원 요청을 했다고 그러던데. 그럼 지원 요청을 거부해도 괜찮겠나?”

까드득!

이민정은 저도 모르게 이를 씹었다.

지금 사건 과장의 행동은 누가 봐도 부자연스럽다.

그렇기에 바보가 아닌 이상 저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

이번 판데모니움 사건.

그건 4팀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뜻이었다.

“무엇보다 서장님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그리고 그 후폭풍도 책임지지 못 한다는 뜻이었다.

쉽게 말해 옷 벗을 각오는 하고 움직이라는 말이었다.

저딴 것들이 시찰국의 가더랍시고 앉아 있다.

이가 절로 갈렸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었다.

이 나라, 대한민국은 그런 나라였으니까.

정의라는 이름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나라.

희망을 믿으면 더 큰 실망으로 다가오는 나라.

그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기회의 균등, 차별 없는 세상. 약자에 대한 공감.

이러한 가치들은 한낱 위선에 지나지 않는 나라.

하지만.

한 명쯤은.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회가 완벽하고 공정할 순 없더라도.

저러한 가치들이 한낱 위선에 지나지 않더라도.

정의라는 신념을 갈구하는 멍청이가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민정이 시찰국의 가더가 된 이유는 하나다.

약자들을 지키기 위함.

그것이 정의라 부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판데모니움이 설치는 꼴은 결코 볼 수가 없다.

“짜르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민정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떠나갔다.

* * *

암흑가의 가장 어두운 골목.

암흑가를 제패한 판데모니움이 자리한 이곳.

“크, 큰일 났습니다!!”

누군가 헐레벌떡, 뛰어오며 소리쳤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판데모니움의 일원, 김민수.

“뭐야?”

김민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급하게 달려오는 것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 같았으니까.

“지, 지금…! 허헉…! 허헉…! 지금…!”

어찌나 급하게 온 것인지 숨이 넘어갈 듯 껄떡거렸다.

그 때문인지 뭐라 하는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답답함에 뒤통수라도 때리려던 찰나.

“지, 지금…! 암흑가에 침입자가…!”

“뭐?”

김민수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암흑가에 침입자라니?

“뭔 개소리야?”

그 뭔 개소리란 말인가.

물론 암흑가에 침입자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침입자라 함은 대개 시찰국의 가더들을 일컬었다.

하여 저 말은 즉.

“시찰국의 가더들이 여길 찾아냈다고?”

하지만 김민수는 쉽사리 믿을 수가 없었다.

가더 놈들이야 범죄자들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긴 했었다.

특히나 이곳 한국은 더욱 그러했다.

이 나라는 국민성이 그러한 것인지 치안이 아주 철저했다.

인간 도살자라 불리는 시찰국의 가더들.

판데모니움이 유독 한국에서 유독 세력을 펼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 들어온 의뢰.

그 의뢰를 빌미로 암흑가의 위치가 특정되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니었다.

시찰국의 가더들은 이곳을 찾아올 수가 없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이것.

“이번 일은 위쪽에서 알아서 덮어줄 텐데?”

암흑가는 높은 권력층과도 연관이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시찰국의 가더가 이곳에 올 리가 없었다.

헌데 지금….

“시찰국의…가더들이 아닙니다…!”

“그럼 뭔데?”

“하, 한 놈…입니다…!”

“한 놈?”

김민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놈이라니?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들어?”

“그, 그것이….”

“야야. 됐어.”

김민수는 손을 휘휘, 내저었다.

딱 보아하니 돌아가는 상황을 알 것 같았으니까.

“어휴, 이 병신 새끼들이. 고작 한 놈을 어찌하지 못 해서 호들갑을 떨어?”

아니나 다를까 보고하던 이가 몸을 움찔, 떨어보였다.

김민수는 괜시리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이런 새끼들도 암흑가의 일원이라고. 쯧.”

물론 암흑가의 일원이라고 하여 다 같은 암흑가의 일원은 아니었다.

판데모니움의 일원과 같은 급으로 보면 안 되었다.

그러나 결국 판데모니움이 관리하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서울 지역의 암흑가.

이곳을 지배하는 판데모니움의 체면이 말이 아니지 않은가.

“가뜩이나 한국에 지부장 님도 새로이 부임했는데.”

무엇보다 이번에 한국에 새로이 부임한 흉터급 간부.

한국에도 드디어 지부장급의 인사가 부임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본격적으로 세력을 확장할 준비를 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부임 초기부터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행여나 지부장이 이 사실을 알기라도 한다면….

“명지광 형님의 체면이 참 볼 만 하겠다. 그치?”

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됐고. 괜히 명지광 형님이 아시면 복잡해지니까. 어딘지 안내─.”

바로 그때였다.

콰당탕─!

커다란 굉음과 함께 무언가 김민수의 앞으로 내던져졌다.

“뭐야?”

김민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내던져진 무언가를 확인했다.

고깃덩어리.

대충 흘겨본 감상은 그러했다.

그런데 어딘가 모습이 익숙한 고깃 덩어리였다.

고깃덩어리야 다 거기서 거기다만, 이 고깃덩어리는 그렇지 않았다.

정확히는 익숙한 얼굴로 다져놓은 고깃덩어리 같았다.

“구동범…?”

판데모니움의 일원, 구동범.

김민수는 순간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구동범은 여기에 있으면 안 되었으니까.

정확히는 계집을 데리고 사지 멀쩡히 왔어야만 했다.

이렇게 고깃덩어리가 된 채 돌아와서는 안 되었다.

“그런데 얘가 왜…?”

바로 그때.

“이번엔 제대로 찾아왔나 보네.”

한쪽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둠으로 가려진 거리.

“명지광. 불러 와.”

그 안쪽으로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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