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70화 (70/250)

70화.

활기찬 목소리로 씩씩하게 걸어 들어오는 소은.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는 소은이었다.

“웬일이냐. 요즘 들어 뜸하더니.”

“요 근처 지나가다가 잠시 생각나서 들렀어요. 혹시 제가 뜸해서 내심 서운하셨던 건가요! 역시 이 땀내 나는 공방에 찾아오는 미소녀는 저밖에….”

“며칠 못 봐도 그 염병은 여전하구나.”

“저 같은 미소녀에게 염병이 뭐예요. 염병이.”

“그게 염병이라는 거다. 말 만한 처녀가 미소녀는 염병할.”

“그럼 미처녀?”

서팔광은 말을 말자는 듯 고개를 흔들어 버렸다.

소은은 배시시, 웃으며 공방 안쪽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시우를 발견하더니 멈칫.

“엣? 시우 씨?”

깜짝 놀란 강아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괜시리 새어나오는 웃음.

소은이 반가운 얼굴로 물어왔다.

“공방에 얼마 만이에요? 그 동안 무슨 일 있으셨어요?”

“이런저런 일들이 있기는 했죠.”

“무슨 일이요?”

“그게….”

S-등급 던전을 레이드 했고.

덕분에 죽을 뻔하기도 했고.

병원에 일주일 넘게 입원해 있다가.

펜리르… 아니, 흑돌이를 키우게 되었고.

판데모니움과 싸움도 하고….

“많은… 일들이요?”

시우는 설명하기를 포기했다.

굳이 복잡하게 말해 무엇할까.

“...그런가요.”

소은이 약간은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시우가 선을 긋는 것처럼 느껴진 모양이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혹시 제 도움이 필요한 일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하지만 소은은 금방 활기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흘러넘치는 소은이었다.

시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럼, 말이 나온 김에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그게 무엇이죠?!”

그러자 소은이 확, 하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숨결마저 느껴질 가까운 거리.

아니나 다를까 소은의 숨결이 시우의 코끝을 스쳐 갔다.

마주친 시선.

“엣!”

소은이 화들짝 놀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얼굴이 새빨개지며, 어쩔 줄 몰라 하기 시작했다.

굉장히 부끄러워하는 모습.

방금 전까지 밝고 긍정적이던 에너지는 온데간데없었다.

소은이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았던가.

그런데 저번에도 한 번 이랬던 거 같은데.

시우는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말했다.

“다름 아니라 건설 자재들을 좀 구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거, 건설…자재들이요?”

시우의 말에 소은이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약간 말을 더듬었지만 금방 되돌아왔다.

“그거야 어렵지 않은데, 갑자기 건설 자재들은 왜요?”

“아, 집을 지으려고요.”

“......에?”

소은의 표정이 잠시 벙쪄 버렸다.

갑자기 집이라니?

뜬금없는 것도 어느 정도라는 것이 있었다.

“갑자기 집은… 아니, 잠깐만. 설마, 시우 씨가 직접 지으시려고요?”

“네.”

소은은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었다.

물론 시우가 장비 제작에 실력이 뛰어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건축은 아니었다.

장비 제작과 건축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여기, 필요한 재료들을 적어 놓았어요.”

소은은 시우가 건네는 종이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 적혀있는 내용을 확인했다.

“터틀 드래곤의 등껍질, 광석 골렘의 핵, 데스 나이트의 갑옷… 이건 몬스터들의 부산물들인데요?”

그것도 보통 몬스터들이 아니었다.

단단함을 대표하는 것들로만 적혀있었다.

등급 또한 결코 낮은 몬스터가 아니었다.

최소 B-등급부터 시작해 A+등급까지.

상위 등급의 몬스터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들로만 적혀 있었다.

“이건 건설 자재가 아니잖아요.”

한마디로 건설 자재라 부를 만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잠깐.

설마 이거.

“몬스터 부산물로 집을 지으시려고요?”

소은은 설마설마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역시나.

“구하기 어렵나요?”

시우는 무슨 문제가 있냐는 표정으로 답을 해 올 뿐이었다.

* * *

몬스터 부산물로 집을 짓겠다는 시우의 말.

“집 자체를 장비화할 생각입니다만.”

그러니까 집을 장비처럼 만들겠다는 시우의 말.

저게 말인지 방구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만.

소은은 어이가 승천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자네, 건축도 할 줄 알았는가?”

이야기를 듣던 서팔광 또한 놀란 눈을 떠 보였다.

“지어 본 적은 없는데, 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저건 또 무슨 말일까.

아니, 저게 말인 걸까 아니면 방구인 걸까.

소은은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승천한 어이 속.

“구하기 힘드신가요?”

시우가 다시금 물어 왔다.

“구하고 자시고가 아니라….”

에휴, 아니다.

언제는 뭐, 시우가 상식선에서 이해가 되었던가.

장비를 만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시우에겐 일반적인 상식을 들이밀어서는 안 되었다.

소은은 자신의 양 볼을 찰싹, 때리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종이에 적힌 내용을 면밀히 살폈다.

“구할 수 있기는 할 것 같은데….”

“가격은 그럼 어느 정도?”

“돈이 문제가 아니에요. 아니, 돈도 문제긴 한데.”

소은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시우 씨가 원하시는 물량을 맞추기는 힘들 것 같아요. 여기, 터틀 드래곤의 껍질은 장비 중에 갑옷의 재료로 가장 귀하게 또 많이 쓰여요. 광석 골렘의 파편은 마력과 잘 반응하여 마법사 지팡이를 만드는데 많이 쓰이죠. 그리고 또….”

소은은 종이에 적힌 항목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짚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내용은 항목 전부가 쓰임이 많다는 말이었다.

“그 말씀은….”

“물량이 없다는 거죠. 정확히는 헌터들이 팔지 않아요. 사냥하는 족족, 자신들의 장비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 사용하죠.”

“아….”

“그래도 아주 물량이 안 나오는 건 아니에요. 대신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죠. 웃돈을 주고 구매한다면 할 수야 있어요. 하지만….”

“말 그대로 웃돈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네. 아마 시세의 3배 정도는 불러야 할 거예요.”

3배면 음.

많이 생각해 봐야 했다.

“그마저도 시우 씨가 원하시는 물량을 맞추기도 힘들고요.”

복잡한 행정 절차가 해결되나 싶더니.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해 버렸다.

물론 고집을 꺾으면 해결될 일이긴 했다.

그러니까 재료의 수준을 낮추면 되었다.

하지만 어중간한 재료로 집을 짓기에는 좀 그랬다.

시우가 살 집이지 않은가.

서아의 안전을 책임질 집이기도 했고.

그런 집을 어중간하게 지을 수는 없었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한평생 살 집이기도 했고.

“으음….”

잠깐의 고민.

시우는 소은에게 말했다.

“혹시 가격은 어느 정도 일까요?”

“시세대로만 구할 수 있다면… 10억 언저리 정도 될 것 같아요.

10억.

순수 건설 자재값만 10억이었다.

등급이 높은 몬스터 부산물이기도 했거니와 그 개수가 한두 개가 아니기도 했다.

애초에 한두 개로 퉁칠 수 있을 수가 없었다.

집 한 채 짓는 재료가 한두 개로 끝날 리가 없지 않은가.

최소 수백 개에서 많으면 수천 개까지 들어간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세대로이고. 말씀 주신 물량을 맞추려면 말씀드렸다시피 웃돈을 줘야 해요. 그럼… 한 30억 정도는 생각하셔야 될 거예요.”

시세의 3배.

어마어마한 금액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버는 수입이 있었으니까.

특히나 한채린 연금을 가입한 덕분에 매달 100억씩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 마저도 구하기 쉽지는 않을 거예요.”

물량 자체가 없다면 돈이 있어도 의미가 없었다.

“일단 구하실 수 있을 만큼 구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최대한 노력해볼게요.”

소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표정은 그닥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해서 시우는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문제의 핵심은 간단했다.

물량이 없다는 것.

그리고 그 이유는 헌터들이 팔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즉.

‘내가 직접 파밍해야겠는데?’

물량 자체가 아예 없다는 뜻이 아니었다.

팔지를 않기에 물량이 없는 것뿐이었다.

그러니 시우가 직접 파밍하면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이 역시 문제가 하나 있었다.

‘내 헌터 등급이 D-급이라는 건데….’

시우의 헌터 등급이 너무 낮다는 것.

시우가 사냥해야 하는 몬스터들은 최소 B-등급이었다.

당연히 D-급의 헌터에게 사냥 허가를 해 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에 대한 해결책은 하나.

‘헌터 등급을 올려야겠는데.’

그동안은 무심했다만 슬슬, 올릴 때가 된 것 같았다.

헌터 등급을 올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실적을 쌓아 그 실력을 인정받는 것.

둘째는 재심사를 통해 헌터 등급을 상향 조정 받는 것.

원래 헌터 등급을 올리는 방법은 첫 번째 방법이 유일했다.

그러나 재각성이라는 희귀한 현상이 발생하며 두 번째 방법이 새로이 추가되었다.

재각성은 말 그대로 다시 한 번 각성한다는 뜻.

재각성은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새로이 개성을 각성하거나.

아니면 기존의 개성이 강화되거나.

그에 대해서 밝혀진 바는 없었다.

처음 각성 당시, 측정에 오류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재각성을 하는 것인지.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바가 없었다.

어쨌거나 그런 재각성의 현상은 간혹가다 일어났고.

그로써 재심사를 통해 헌터 등급을 재조정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시우가 지닌 개성.

<통찰력(S+) 숙련도 41.9%>

<괴력[怪力](SS) 숙련도 21.48%>

<신의술[神醫術](S+) 숙련도 24.87%>

<신[神]의 야금술(SS) 숙련도 18.03%>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숙련도 11.03%>

<군자심[君子心] - 인의예지[仁義禮知](SSS) 숙련도 4.11%>

굳이 실적을 쌓을 필요가 뭐가 있을까.

그건 시간 낭비에 지나지 않았다.

하여, 미노타우르스 뿔도 단김에 뽑아 찢어 버리라고 했던가.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시우는 헌터 관리국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 * *

헌터 관리국, 서울 지부.

시우는 재심사 대기실의 좌석 맨 끝에 앉았다.

‘나 말고 재심사를 받으려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네.’

그 수는 무려 5명.

저들 모두가 재각성이라도 한 것일까.

싶었지만 당연하게도 그럴 리가 없었다.

재각성은 그야말로 희귀하다 못해 없다시피 한 현상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이 대기실에 5명이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내, 내가 F등급이라니. 그럴 리가 없잖아.”

현실 부정.

재심사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100이면 100.

저들과 같았다.

모두가 초조하게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나도 저랬었지.’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

시우는 던전 폭발의 마력 공명으로 각성을 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후.

각성 측정 당시, 시우는 약간은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다.

나도 S급, A급의 개성을 각성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결과는 무(無).

F등급도 되지 못한 일반인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시우는 여유롭게 대기실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그렇게 하나 둘.

“말도 안 돼!

“이, 이럴 리가 없다고!”

사람들이 현실을 부정하며 끌려 나가는 장면을 지켜봤다.

“다음 대기자, 들어오세요.”

그리고 곧 시우 차례가 되었다.

시우는 천천히 재심사 장소로 이동했다.

재심사는 각성자의 개성을 확인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전신을 스캔하는 장치.

그 안에 있으면 알아서 아원자 마력이 어쩌고, 역학적 분자가 저쩌고.

그런 복잡한 개념들이 개성을 판별해 준다.

5차 산업 혁명 이후 발명된 장치.

-앞에 발자국 모양에 서 주세요.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직원의 말.

시우는 바닥에 그려진 발자국 모양대로 서 보였다.

-측정 시작합니다. 움직이지 마세요.

다시금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직원의 말.

이윽고 지이이잉─.

기계음과 동시에 무언의 힘이 시우의 전신을 꿰뚫었다.

시우는 차분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곧.

뒤집어질 관리국을 상상했다.

세계 최초 SS등급의 각성자.

아니지, SS등급을 넘어 SSS등급의 각성자 탄생.

또 그뿐이랴.

무려 6개 이상의 복수 각성자였다.

아마 세계가 난리가 나다 못해 발칵, 뒤집힐 것이다.

사실 그 때문에 시우는 망설였던 감도 없잖아 있었다.

이목과 관심이 집중되면 그만큼의 위협도 늘어나는 법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 판데모니움과의 싸움에서 시우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

그 어디에도 굴하지 않고 휘둘리지 않을 힘이 있다.

그러니 더 이상 세상 앞으로 나서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삐빅─.

검사가 끝났는지 기계음이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이, 이게 무슨…?

스피커 너머로 경악 어린 직원의 말이 들려왔다.

시우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눈앞에 떠오른 검사 결과를 확인했다.

[각성 개성] - 무(無)

[판정 등급] - F등급 미만.

“...어라?”

벙찌는 정신.

“이, 이럴 리가 없는데?”

시우는 앞선 대기자들과 마찬가지로 현실을 부정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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