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72화 (72/250)

72화.

인근의 한 카페.

시우와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

“후우….”

덕구는 카페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문을 열까 말까.

몇 번이나 고민을 했지만 쉽게 문을 열 수가 없었다.

이 문을 연 이후의 일이 너무도 두려웠으니까.

하지만 언제까지고 피할 수는 없는 일.

“부, 부딪히는 거야…!”

덕구는 가녀린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물론 여전히 마음이 떨리고 불안했다.

덕구는 몇 번이나 심호흡을 반복했다.

그럼에도 진정되지 않는 마음에 두 손을 가슴께로 모아 지긋이 눌렀다.

그리고 두 눈을 질끈!

딸랑.

카페의 문을 힘껏 열었다.

“드디어 결심이 서신 거예요?”

문을 열자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뜨고 바라본 그곳엔 카페의 주인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무래도 문앞에서 서성이던 덕구의 모습을 본 것 같았다.

“아… 그….”

덕구는 괜시리 얼굴이 빨개졌다.

“주문하시겠어요?”

“그게…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어서요.”

“아, 혹시 소개팅?”

카페 주인이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쩐지, 왜 그렇나 떠시나 했습니다.”

그리고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재차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예쁜 분과 소개팅이라니. 누군지 모르겠지만 참 부럽네요.”

그런 거 아닌데….

덕구는 속으로 말을 삼킬 뿐이었다.

그렇게 카페 안쪽을 살펴보자,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세공남 채널의 주인이자 덕구의 사장님, 시우.

시우는 등을 보인 채 앉아 있었다.

그 때문에 뭘 하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를 보면서 뭐라뭐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건설 자재 값을 지불하고, 약초값이랑 각종 공과금. 아, 참. 혹시 모르니 멤버십 구독료도 따로 빼놔야 하지. 그럼 예산이….”

보아하니 가계부를 작성하고 있는 것 같았다.

덕구는 조심스레 시우에게 다가갔다.

“이런 젠장. 또 돈이 없어? 하아… 진짜.”

그러자 시우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정말이지 세상 걱정이란 걱정은 모두 들이마신 듯한 한숨이었다.

덕구의 발걸음이 뚝, 하니 멈춰 섰다.

돈 걱정을 하는 시우의 모습.

그리고 오늘은 덕구의 월급날.

왜인지 오늘을 마지막으로 받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정말로… 유투브를 접을 생각인 것 같았다.

가슴 한 켠을 차지하던 불길한 예감은 확신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음? 덕구 씨?”

덕구의 인기척을 느낀 시우가 말해 왔다.

“거기 서서 뭐 하세요?”

“네? 아, 그게….”

“혹시 화장실?”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덕구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시우의 맞은편에 자리했다.

“음료는 시키셨어요? 안 시켰으면 어떤 거로?”

“아, 아뇨. 괜찮…아요.”

덕구는 한사코 사양을 해 보였다.

목이 바짝바짝, 타기는 했다.

하지만 뭘 마셨다간 그대로 체할 것만 같았다.

덕구는 크게 심호흡을 들이쉬었다.

“저… 그. 사, 사장님.”

용기를 내어 시우를 불렀다.

오면서 수백 번도 해 왔던 고민과 결심.

“이, 이번 달 월급…! 아, 안 받아도 돼요! 그, 그러니 짜르지만 마, 말아 주세요!”

덕구는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쳤다.

“채, 채널이 성장할 때까지… 월급을 아, 안 받아도 돼요!”

시우가 여유가 생길 때까지 같이 버텨 주자.

물론 생활이 조금… 힘들어지겠지만.

동생들에게 치킨과 피자를 사줄 수 없겠지만.

그래도 덕구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다른 채널로 취직할 수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좋은 사장님과 좋은 조건.

이걸 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채널이 성장할 때까지 버틸 수 있다.

아니, 버텨야 한다.

덕구는 시우의 답을 기다렸다.

질끈, 감은 시야.

가슴 속으로 콩닥콩닥,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을 기다렸을까.

“뭔 소립니까 그건.”

어처구니가 빠진 듯한 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시우는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증발해 버린 기분이었다.

“월급을 안 받겠다니요?”

이 뭔 개소리란 말인가.

시우는 얼이 빠진 표정으로 덕구를 바라봤다.

덕구가 살며시 눈을 뜨며 말을 해 왔다.

“채, 채널이 성장할 때까지 월급을 안 받고….”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러자 덕구가 ‘에…?’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 것일까.

덕구가 조심스레 시우에게 물어 왔다.

“유, 유투브를… 접으시려는 생각. 아, 아니셨…어요?”

“제가요? 제가 왜… 아.”

요즘 들어 뜸했던 영상 업로드.

아니, 뜸하다 못해 아예 없었던 업로드.

편집자인 덕구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들 만도 했다.

“그런데 월급을 안 받겠다는 건 무슨 말입니까?”

“그, 그게….”

덕구는 우물쭈물한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여기보다 좋은 조건이 없어서요….”

사장님도 조, 좋으신 분이고….

덕구는 기어들어 갈 듯한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맺었다.

그리고 이때서야.

시우는 덕구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최근에 이, 일한 것도 없고. 또… 인센티브도 많이 주시기도 했어서…”

“당분간 월급은 안 받아도 된다는 말씀이신 겁니까.”

“그… 네.”

“앞으로도 월급을 받지 않고 일할 생각이셨던 거고요.”

“채널이 성장할 때까지만이라도….”

나, 참.

시우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사장님이 여유를 찾으시면 그때 받아도 되니까….”

“여유요?”

“돈이 부족하다고 하시길래….”

아, 방금 했던 말을 들었던 건가.

뭐, 돈이 부족한 건 사실이긴 했다.

정확히는 돈은 많되, 소비가 미쳐 날뛰고 있는 것이다만.

아무튼.

“그런데 제가 끝까지 여유를 못 찾으면요? 아니, 여유를 찾아도 못 주겠다고 그러면요?”

“그, 그건….”

거기까진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시우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 듯 싶었다.

시우의 어딜 보고 그런 판단을 내린 것일까.

시우는 살며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덕구 씨.”

“네, 네?”

“월급은 덕구 씨의 당당한 권리입니다. 합당한 노동에 대한 대가란 말입니다. 그걸 덕구 씨가 포기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 하지만… 이번 달에는 일을 하나도 하지 않았는걸요….”

뭐, 사실 그렇긴 했다.

이번 달에 덕구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놀고먹은 것밖에 한 것이 없었다.

“이번 달 월급은 받지 않아도 괜찮아요. 인센티브 주신 것도 남아 있으니까요…!”

조회수에 따른 인센티브.

시우는 덕구에게 꽤나 많이 챙겨줬었다.

덕구 덕분에 영상 조회수가 많이 올랐었으니까.

그렇기에 덕구가 저리 말하는 것도 한편으론 이해가 되긴 했다.

하지만 글쎄.

시우는 그런 이유로 월급을 떼 먹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무리 시우가 돈이 없어 밥을 굶더라도, 덕구의 월급만은 챙겨 줄 생각이었다.

언젠가, 등문공이 공자께 물었었다.

[올곧은 선비는 자존(自尊)하여, 굶주림에 굴하지 않고 예(禮)를 반찬삼아 끼니를 해결한다 하였습니다.]

[허나, 기근과 흉년에 나라와 임금을 배신하는 이들이 속출하니.]

[치국(治國)을 함에 있어 어려움에 있사옵니다.]

[하여, 올곧지 못한 자들을 색출하고 참된 선비를 등용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이에 공자께서 답하시기를.

[항심(恒心)은 항산(恒産)에 기인한다.]

[변치 않는 재산이 있어야, 변하지 않는 마음이 있는 법.]

[먼저 백성을 배불리 먹여놓은 뒤에야, 치(治). 천하를 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영상 속, 공자께서는 등문공을 호되게 혼을 내셨다.

당장 오늘 먹지 않으면 굶어 죽는데.

오늘 벌지 않으면 가족들이 배를 곯는데.

그런 기본적인 것도 해결해주지 못하면서 뭔놈의 충성심을 바라냐며 말이다.

충성심이 밥을 먹여주는 것이라면.

예(禮)를 반찬으로 삼을 수 있다면.

너부터 그렇게 해 보라고 아주 성난 호랑이가 따로 없으셨다.

그런 영상 속, 공자를 바라보면서.

천하를 논하는 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 세상 모든 일이 그러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고 난 뒤에야,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법이었다.

곳간에서 인심이 나고.

사흘 굶어 도적 되지 아니한 자 없다 했다.

시우는 그 누구보다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여 봤기에.

유항산(有恒産) 유항심(有恒心).

무항산(無恒産) 무항심(無恒心).

배가 부르고 등이 따스해야 비로소 올곧은 마음이 생긴다.

이러한 공자의 말씀에 시우는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였다.

그런 의미로.

“덕구 씨 월급을 떼 먹을 생각 없습니다.”

“이, 일을 하나도… 안 했는데요?”

“처음부터 기본급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유투브 접을 생각도 전혀 없습니다만?”

“네, 네?”

“그런 오해를 하실 법했습니다만, 접을 생각 전혀 없습니다. 오늘 만나자고 한 것도 새로운 컨텐츠 때문입니다.”

“그, 그런….”

“그러니 앞으로도 잘 부탁… 아? 지금 생각해 보니 오늘 월급날이었네요?”

시우는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눈을 치켜떠 보였다.

시우는 곧장 스마트폰을 꺼내 덕구에게 300만 원을 송금했다.

자동 이체가 되어있긴 했다만, 생각난 김에 미리 해결해 놓으면 좋았으니까.

띠링!

정상적으로 300만 원이 출금되어 덕구의 계좌에 입금되었다.

“집에 들어가실 때, 동생들 맛있는 거라도 사 주세요. 저는 어릴 때, 아버지가 퇴근하며 사 오신 치킨이 그렇게 맛있었던 거 있죠. 동생들에게는 덕구 씨가 부모님이지 않습니까.”

“......”

덕구는 아무런 말도 해 보이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왜 저러나 싶은 것도 잠시.

“더, 덕구…예요.”

덕구가 조심스레 말을 꺼내 왔다.

시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덕구 씨 이름은 알고 있습니다만?”

“아뇨. 그… 그냥 편하게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덕구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해 왔다.

그러다가 핫!

“아, 아니. 그러니까 그게… 저보다 나이가 많으시기도 하고… 또 사, 사장님이시니까아….”

덕구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손을 마구 휘저어 보였다.

새빨개진 얼굴은 정말이지 홍당무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이렇게 보니 정말 동생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시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덕구, 그럼 너도 편하게 불러. 오빠라 해도 되고.”

“그, 그건…!”

덕구가 화들짝, 놀라 보였다.

갑자기 푹, 숙여 버린 고개.

숙여진 고개가 점점 아래로 향하더니 이젠 테이블과 거진 이마를 맞대고 있었다.

“오, 오, 오….”

그 아래로 기어들어 갈 듯한 덕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짝 비치는 덕구의 옆얼굴은 그야말로 빨간색이 되어 있었다.

어쩌면 그 때문일까.

“차차 노, 노력…해 볼게요…!”

덕구는 끝내 오빠라는 말을 내뱉지 못했다.

* * *

덕구는 정말이지 정신이 혼미한 심정이었다.

정확히는 온갖 감정이 휘몰아치고 있다 할 수 있었다.

가슴이 따뜻하면서도.

뭔가 세차게 뛰기도 하면서도.

막 떨리기도 하면서도.

괜시리 덥기도 하면서 또, 또.

그러니까….

“덕구야?”

차마 시우의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럴 수는 없는 노릇.

덕구는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어 보였다.

그리고 역시나.

“죄, 죄송해요..!”

덕구는 시우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진짜 내가 왜 이러는 걸까.

걱정하던 일도 더없이 잘 해결 되었는데.

덕구는 정말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주제를 다른 쪽으로 돌릴 필요가 있어 보였다.

덕구는 심호흡을 크게 내뱉고는 물었다.

“그런데… 새로운 컨텐츠라 하신 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 그게 있지.”

시우는 마침 이야기를 잘 꺼냈다는 듯 답을 해 보였다.

“한 달 안에 A급 헌터 되기 프로젝트.”

“......?”

순간 덕구의 정신이 멍해졌다.

방금 전까지 느꼈던 떨림은 그야말로 증발하듯 사라져버렸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바라본 시선.

“이름하야 A급 헌터 되기 공략법.”

“.....에?”

덕구는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