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83화 (83/250)

82화.

시우는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왜인지 김이준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 모습에 설마 진짜인가?

진짜로 침에 재생력이 담겨 있나?

순간 물어볼까 싶었지만 관두었다.

물어봐서 뭣 한단 말인가.

설령 재생력이 있다고 한들 침을 바르는 건 좀.

시우는 김이준의 몸에서 빼낸 침을 다시 시우의 몸에 꽂았다.

푹, 푹.

침이 혈도를 뚫을 때마다 확실히 몸이 한결 나아졌다.

그런데 이거 방금 전까지 김이준 몸에 꽂혀 있던 거잖아.

소독도 안 하고 이렇게 꽂아도 되려나.

에이, 지금 그런 걸 따질 때냐.

시우는 계속해서 침을 몸에 꽂았다.

푹, 푹.

“저기….”

그러자 김이준이 시우에게 물어 왔다.

시우는 침을 계속 꽂으며 김이준을 바라봤다.

“우리 누나는 별일 없는 건가요? 괜찮은 거죠?”

“괜찮지 않아.”

그러자 김이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시우는 마지막 침을 꽂으며 말을 이었다.

“온종일 네 걱정만 하고 있거든.”

“아.”

김이준이 단말마와 같은 작은 소리를 내뱉었다.

안도, 다행, 걱정.

갖가지 감정이 담긴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봤다.

이윽고 김이준이 시우에게 물어 왔다.

“그런데… 누구시죠…?”

참 빨리도 물어본다.

시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네 누나 친구.”

“우리 누나 친구요?”

그러자 김이준의 표정이 벙쪄 올랐다.

마치 ‘우리 누나한테 친구가 있을 리가 없는데?’ 하는 그런 표정이었다.

어쩌면 그래서일까.

“설마 남자친구…?”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는 김이준이었다.

시우는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남자 사람 친구.”

“......정말요?”

“내가 거짓말을 해서 뭐해? 그리고 자세한 건 네 누나한테 들어 주지 않을래? 내가 지금 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말할 힘이 없거든.”

농담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까무러칠 것 같았다.

진짜 시~작! 하면 곧바로 기절할 자신이 있었다.

“누구처럼 재생력이 좋지 않아서 말이야.”

시우의 말에 김이준이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저기….”

김이준이 조심스럽게 시우를 불렀다.

이번에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시우가 바라보자 김이준이 꾸벅.

“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시우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왜일까.

말이 20살이고, 성인이었지.

그래도 애는 아직 애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손을 휘저었다.

그 순간.

왈!

밖에서 흑돌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흑돌이가 촐랑촐랑, 시우에게 뛰어오고 있었다.

바깥 쪽 상황을 모두 정리하고 온 모양.

그리고 역시 흑돌이는 흑돌이인 것일까.

별 다른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

싸웠다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기사, 누가 감히 흑돌이를 어찌할 수 있을까.

헥헥─.

흑돌이가 칭찬해 달라는 듯 시우에게 달려와 안겼다.

시우는 그런 흑돌이를 안아 마구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슬쩍, 시선을 돌려 김이준에게 말했다.

“얘가 널 살린거야.”

그러자 김이준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시우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김이준은 흑돌이를 향해 꾸벅.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우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러자 흑돌이가 눈을 크게 떠 보였다.

그 모습이 꼭, ‘나 착한 일 한 거야? 정말?’ 그런 표정이었다.

얘가 어딜 봐서 세계를 삼키는 종말의 늑대란 걸까.

시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한바탕 웃고 난 뒤.

시우는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김이준에게 말했다.

“집에 가자.”

* * *

오주원은 눈앞의 풍경에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다.

판데모니움 한국 지부를 총괄하는 지부장.

판데모니움의 흉터급 간부, 오주원.

“......”

공간 자체가 소멸되어 있었다.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직도 힘의 잔재가 남아 오주원의 살갗을 찌르고 있었다.

이게 가능한 일이던가?

가능성 여부만 따지면 가능 쪽에 속했다.

다만, 가능하게 만드는 존재를 손꼽으라면 글쎄.

오주원은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다.

바로 그때.

한 수하가 오주원의 곁에 다가왔다.

오주원은 살짝, 시선만 돌려 물었다.

“도엽철은?”

수하가 살며시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리고 이어진 한마디.

“아무래도 당한 것 같습니다.”

오주원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렇지 않으면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을 것 같았으니까.

“시신은?”

“찾지 못했습니다.”

오주원은 호흡을 크게 들이마셨다.

저 말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이 공간과 함께 소멸했다는 건가.”

오주원은 그렇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연구 자료는?”

“남아 있는 것들을 최대한 수습하기는 했으나….”

수하는 오주원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흐렸다.

그렇기에 저것이 의미하는 바도 역시나 하나.

“핵심 자료들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공간과 함께 연구 자료도 같이 소멸해 버렸다.

그리하여 각성자의 개성을 이어 붙여 인간병기를 양산하려던 계획.

더불어 몬스터들의 인자를 이식하여 괴물을 만들려던 계획.

그 계획이 완전히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몇 년 동안 공들인 계획이 오늘을 기점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렇기에 다시 드는 생각.

“...백선제.”

가장 큰 가능성은 그러했다.

시찰국장, 백선제.

그러나 오주원은 금방 고개를 저어 보였다.

오주원이 알고 있는 백선제는 이런 종류의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사용할 수 없다고 봄이 옳았다.

13인의 영웅 중 한 명.

검선(劍仙) 백선평.

백선평이 나섰다면 또 모를까.

백선제가 백선평의 아들이긴 했다만 글쎄.

오주원은 쉽사리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그렇다면 백선평이 나선 것일까.

하지만 이 역시나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정확히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봄이 옳았다.

백선평은 세상 앞으로 나서질 않으니까.

애시당초 백선평이 움직였다면 모를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역시 백선제인가.

오주원은 천천히 눈을 떠 보였다.

그리고 소멸된 공간을 차분히 훑어봐도 찾을 수 없었다.

공간 자체가 소멸되었지만 모든 공간이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하여 절삭의 흔적.

검격과 검상과 같은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부서지고 파괴된 흔적만 보일 뿐.

“백선제는 아니야.”

더불어 검(劍)을 사용하는 이 또한 아니었다.

“누구지?”

오주원은 눈을 감아 한 명 한 명의 인물을 훑었다.

그러나 단번에 떠오르는 이가 없었다.

“지부장님. 곧 있으면 시찰국의 가더들이 들이닥칠 겁니다. 일단 자리를 피하시죠.”

그 순간, 들려온 수하의 말.

오주원은 차분히 눈을 떠 보였다.

그러나 눈빛은 차분하지 않았다.

지독한 분노가 오주원의 두 눈빛에 서려 있었다.

판데모니움을 상대로 이러한 일을 자행한 자.

“어떤 놈인지 반드시 밝혀내라.”

그 대가는 결코 평범하지 않을 것이다.

* * *

번쩍!

감겼던 두 눈 떠지며, 낯선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뭐지? 싶은 물음도 잠시.

기억이 주입되듯.

앞선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밀려들어….

‘뭐지?’

밀려들어 오지 않았다.

왜 갑자기 여기서 눈을 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일단 김이준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던 것까지는… 똑똑히 기억에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기억이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보이는 낯선 천장.

지금의 기억이 그 이후의 기억이었다.

‘진짜 뭐지?’

시우는 차분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꾸어진 인테리어 하며.

고풍스러운 분위기 하며.

돈들이 치덕치덕 발라져있었다.

그런데 어딘가 익숙한 풍경이었다.

무엇보다 코를 찌르는 알싸한 알코올 냄새.

“병원 특실?”

SH병원의 특실이었다.

그제서야 시우는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

집에 돌아가다가 결국 기절했구나.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기절한 시우를 김이준이 병원으로 이송한 것.

“그런데 왜 특실인데?”

하지만 조금 이상했다.

물론 그 동안 시우는 기절할 때마다 SH병원의 특실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그건 시우를 데려온 사람이 한채린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지 않은가.

이번엔 한채린이 데려오지 않았다.

옆 침대에 한채린이 누워 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한채린이 아닌─.

“엇. 깨어나셨습니까.”

그 순간 들려온 목소리.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웬 사내가 옆 침대에 누워있었다.

앳되어 보이는 얼굴.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누구?”

“기억 안 나시는 겁니까? 저 김이준입니다.”

“김이준?”

시우는 놀라 눈을 크게 떠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보이는 김이준의 얼굴.

“네가 김이준이라고?”

전혀 딴판인 얼굴이었으니까.

그러니까 피범벅이었던 얼굴과는 전혀 달랐다.

간단히 말해 정말 잘생겼다.

이렇게 말끔히 씻고, 또 상처가 전부 아물고 보니 정말 눈에 띄는 미남이었다.

또한 개성이 초재생이라 그런 걸까.

피부가 정말 잡티 하나 없이 완벽했다.

정말이지 배우를 보는 것만 같았다.

물론 김이준의 누나, 소은의 외모가 평범하지는 않았다.

한채린의 옆에 있어도 꿀리지 않는 미모.

그런 소은을 보면 동생도 못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은…?

“제 얼굴에 뭐가 묻었습니까?”

“아니.”

시우는 단호하게 말하며 시선을 돌렸다.

잘생기긴 했다만, 사내 놈 외모보는 취미는 없었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까지 잘생기지도 않았다.

속된 말로 계집애가 아닐까? 싶었다.

조금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기생오라비처럼 생겼다.

…아무튼 그러했다.

“그보다. 내가 왜 특실에 있는 거지?”

“입원하니까 특실로 안내주해 주던데요.”

“누가?”

“여기 병원장이요. 혹시 병원장과 아시는 사이입니까?

“아니. 전혀. 얼굴도 못 봤는데?”

“그런데 병원장이 맹시우 님이라면서 버선발로 나오던데요.”

“......?”

시우는 저게 뭔 소린가 싶었다.

그러다 문득.

“아.”

한채린 때문임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시우는 병원에 기절해 올 때마다 언제나 한채린과 함께 했다.

병원장 입장에서는 당연히 시우를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는 시우가 한채린과 돈독한 사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뭐.

그렇게까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현재 시우와 한채린은 스승과 제자 사이였으니까.

해서 이번엔 한채린이 없었지만, 자연스레 시우를 특실로 안내한 것 같았다.

아니, 그런데 잠깐.

그러면 병원비는 어떻게 되는 거지?

한채린이 데려왔을 때야 한채린이 내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은가.

설마, 내가 내야 하는 건가?

특실 하루 입원비가….

“이런 미친!”

시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당장이라도 도망쳐야 한다.

“혀, 형님?”

갑작스러운 시우의 행동에 김이준이 당황하며 놀라 보였다.

하지만 시우는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언제부터 네 형님인가도 싶었지만 역시나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이러고 있는 순간조차 돈이 빠져나가고 있었으니까!

“내가 얼마나 기절해있었지?”

“네? 아, 그… 하루 정도요?”

하루.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면 얼마지?

시우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때리며 병실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그보다 서아는… 아, 흑돌이가 있으니 괜찮겠지.

이민정도 옆에 있을 테니까.

그런데 서아한테는 뭐라 말하지?

산책 간다고 해 놓고 병원에 입원해 버렸으니 이걸 뭐라고 설명─.

그 순간.

“이준아─!”

쿵!

“에코!”

마침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던 한 여인과 몸을 부딪쳤다.

정확히는 여인이 시우의 가슴에 부딪히며 주춤, 거렸다.

“아야….”

꽤나 아팠는지 여인이 충격 부위를 손으로 연신 쓰다듬었다.

머릿속에 온통 특실비.

그리고 서아에게 뭐라 말할지를 생각해서일까.

문 너머의 기척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병실로 들어오려는 간호사인 것 같았는데….

괜시리 미안해지는 마음.

시우는 사과를 하고자 여인의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소은 씨?”

그 여인이 다름 아닌 소은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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