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화.
[음….]
헤라클레스는 쉽사리 답을 해오지 않았다.
반신반의한 표정.
아무래도 못 미더워 하는 것 같았다.
[스핑크스랑 수수께끼 대결은 좀….]
역시나 그런 모양이었다.
그리고 뭐.
시우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였다.
지혜의 신, 토트가 졌을 정도면 말 다한 수준이었으니까.
해서 시우도 생각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말씀을 듣고 보니, 평범한 수수께끼 대결로 가면 안 될 것 같네요.”
[다른 방법이 있는 거야? 스핑크스를 이길 방법이?]
헤라클레스가 기대감 가득한 눈빛으로 물어 왔다.
그 물음에 시우는 단호히 대답했다.
“아뇨. 없는데요.”
[......뭐?]
그러자 헤라클레스의 표정이 붕, 떠 올랐다.
뭐 이딴 녀석이 다 있지?
싶은 표정으로 시우를 바라봤다.
“스핑크스를 이길 방법은 없어요. 토트 님도 졌다면서요. 그런데 어떻게 이깁니까?”
제갈공명의 통찰력(S+)이 있다지만 이건 시우가 하는 일이 아니었다.
어찌 되었건 헤라클레스가 해야 하는 일.
물론 헤라클레스의 머리는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다.
나쁜 편은 커녕 굉장히 좋은 편에 속했다.
지닌 바 힘(力)이 워낙에 강렬해서 그렇게 보일 뿐.
가끔 개념 설명을 할 때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역시.
지혜의 신에게 비할 바는 아니었다.
어쨌든.
“전지(全知)의 능력을 지닌 신 상대로 머리 싸움은 좀….”
전지전능(全知全能)하다, 할 때의 전지(全知).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의 전지(全知)였다.
물론 정말로 전지(全知)하지는 않을 터였다.
하지만 괜히 그런 소리가 나온 것은 아닐 터였다.
“아무튼. 스핑크스를 이길 수는 없어요.”
[그런데도 수수께끼 대결을 하겠다고?]
“네.”
[그게 무슨….]
“그야, 저희는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잖아요?”
그러자 헤라클레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시우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대결이라며?]
“대결이라고 꼭 이겨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정확히는 다른 방식으로 이길 수 있는 법이죠.”
[다른 방식으로 이겨?]
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희는 유투브 각… 그러니까 갓튜브 각만 뽑으면 된다는 거죠.”
* * *
며칠 후.
갓튜브에는 하나의 영상이 올라왔다.
『<헤라클레스>: 스핑크스, 아구창 한 대 날려줬습니닼ㅋㅋㅋㅋㅋ』
“아구창이 뭐야. 아구창이.”
시우는 작게 헛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뭐.
헤라클레스와 굉장히 잘 어울리는 단어 선택이었다.
어쨌든.
“잘 했으려나 볼까.”
시우는 영상을 재생했다.
꾹.
영상 재생과 함께 보인 것은 드넓은 사막이었다.
사막 한 가운데 놓인 피라미드.
그런 피라미드의 옆을 지키는 하나의 존재.
커다란 사자의 몸에 인간의 머리를 한, 스핑크스였다.
스핑크스는 특이하게도 서로 다른 두 신화에 등장하는 존재였다.
이집트 신화.
그리스 로마 신화.
전승은 조금씩 다르나 두 신화에 모두 등장한다.
그리고 두 신화 속, 스핑크스는 동일 인물이라 보면 되었다.
아주 간단하게만 짚고 넘어가면 본래는 이집트의 스핑크스가 원조였다.
셰세프 앙크(Shesep ankh)라 불리던 신(神).
그것이 그리스로 넘어오며 발음이 스핑크스가 된 것.
그런 그리스의 스핑크스 이야기가 다시 이집트로 흘러갔고, 지금의 스핑크스로 정착된 것이었다.
일례로 두 신화 속, 묘사되는 스핑크스의 이름과 모습은 똑같았다.
뭐, 어쨌든.
[뭐, 뭐냐!]
영상 속, 스핑크스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헤라클레스를 상당히 경계하는 태도를 취해 보였다.
아니, 경계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네, 네, 네가 왜, 왜, 왜, 왜 찾아왔지!]
아주 경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뭐,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스핑크스는 헤라클레스를 두려워 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둘이 만난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스핑크스는 헤라클레스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네메아의 사자.
구룡, 히드라.
저승 문지기, 케르베로스.
신화적인 괴물이라 불리는 이들.
저들은 다름 아닌 스핑크스의 친척이었다.
정확히는 이모와 삼촌들.
그런데 웬걸.
네메아의 사자는 헤라클레스에게 전신이 아스라져 죽어 버린다.
구룡, 히드라는 헤라클레스에게 아홉 개의 대가리가 모두 찢겨져 죽는다.
저승 문지기, 케르베로스는 헤라클레스에게 두들겨 맞고 강제로 지상으로 쫓겨났다.
그나마 케르베로스는 하데스의 애완견이었던 지라 목숨만큼은 구제받을 수 있었다.
어쨌든.
신화적인 괴물들이었던 스핑크스의 이모와 삼촌들.
그 친척들이 죄다 헤라클레스에게 찢겼다.
그러니 지금.
[뭐, 뭐, 뭐, 뭐 때문이지!]
어찌 발작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을까.
시우는 영상 속, 스핑크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별일은 아니고. 그냥 너랑 수수께끼 대결을 하러 왔다.]
[수, 수, 수수께끼 대결?]
스핑크스의 목소리는 쉼 없이 떨려왔다.
경계, 조심, 주의, 주목.
온갖 의심이란 의심은 죄다 하고 있었다.
[그래. 하지만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까. 한 가지 새로운 규칙을 넣자.]
[새로운 규, 규칙?]
스핑크스는 아까부터 헤라클레스의 말을 똑같이 반복하며 묻고 있었다.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나 무서우면 저럴까.
시우는 저도 모르게 실소를 머금었다.
[수수께끼를 틀릴 때마다 한 대씩 맞는 거야. 어때?]
[뭐, 뭐라고?!]
스핑크스가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헤라클레스의 한 대가 어디 보통 한 대란 말인가.
[나를 죽이겠단 소리지 않은가!]
저건 스핑크스를 죽이겠단 소리나 다름없었다.
[그럼 너는 3문제를 내고, 나는 1문제만 낼게. 이러면 공평하지?]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
솔직히 말이 안 되긴 했다.
설령 모든 문제를 틀려서 스핑크스가 3대를 때릴 수 있다 치자.
그럼에도 헤라클레스의 1대만도 못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네가 수수께끼를 맞추면 되잖아.]
그건 헤라클레스가 때릴 수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스핑크스가 수수께끼를 틀렸을 경우의 이야기.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봐도 무방했다.
스핑크스는 무려 전지(全知)의 능력자.
그 어떤 수수께끼든, 문제든.
스핑스크가 그 답을 모를 수가 없었다.
[사실상 네가 일방적으로 3대를 때리는 건데?]
[......]
스핑크스는 말이 없었다.
생각해 보니 그러했으니까.
하지만 쉽사리 답을 해 보이지도 않았다.
갑작스러운 헤라클레스의 제안.
뭔가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스핑크스는 꽤나 오랜 고민을 이어갔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조, 좋다.]
스핑크스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표정을 보아하니.
내심 기대하는 기색이 엿보였다.
헤라클레스를 때릴 수 있다니.
어디서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단 말인가.
무엇보다 이모와 삼촌의 복수를 할 기회도 있고 말이다.
[좋아! 그럼 스핑크스, 너부터 3문제를 내.]
헤라클레스가 호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스핑크스는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모, 모습은 없으나 그 어디에도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무, 무엇이지?]
[음….]
헤라클레스는 잠깐의 고민을 하더니 답했다.
[바람?]
[저, 정답이다….]
스핑크스는 놀란 눈을 떠 보였다.
헤라클레스가 맞출지 몰랐던 모양.
“헤라클레스가 나쁜 머리가 아니라니까.”
시우는 그 생각에 확신을 더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뭐.
별일은 없었다.
대결 규칙은 문제를 틀릴 때마다 때리는 것.
맞춘다고 해서 역으로 때리는 건 아니었다.
[두, 두 번째 문제다.]
스핑크스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물에서 태어났지만, 물에 들어가면 죽고 물에서 나오면 사는 이것은 무엇인가.]
헤라클레스는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답하길.
[고래?]
[정답은 소금이다.]
결국 답을 틀리고야 말았다.
그 말은 즉.
헤라클레스가 한 대 맞아야 한다는 것.
하지만 왜일까.
스핑크스는 헤라클레스의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뭐해? 안 치고.]
그러자 헤라클레스가 어서 치라고 턱을 내밀어 보였다.
스핑크스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정말 때려도 되는 걸까?
때리는 순간, ‘뒤질래?’ 하면서 두들겨 맞는 건 아닐까?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건 아닐까?
이모와 삼촌들처럼 나도 죽어 버리는 건 아닐까?
갖가지 생각이 담긴 눈동자가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스핑크스가 두 눈을 딱, 감았다.
그리고는 헤라클레스에게 달려들었다.
꽈아아아아아앙─!!
“미친.”
시우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커다란 폭발과 함께 사막의 모래가 사방으로 흩날린 풍경.
저게 어딜 봐서 한 대 친 것일까.
그런데 뭐.
상대가 헤라클레스여서 그렇지.
사실 스핑크스도 신화적인 존재였다.
스핑크스의 친척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 유전자가 어디 갔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 정도면….
웬만한 마을 하나는 지도상에서 지워지는 위력이었다.
일격에 마을 하나를 지워버린다니.
“진짜 클라스가 다르네.”
갓튜브는 갓튜브였다.
흩날린 사막의 모래바람이 잠잠해지고.
헤라클레스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헤라클레스는 약간의 생채기가 난 모습이었다.
저 일격을 정통으로 맞고도 어떻게 생채기로 그칠 수 있는 걸까.
그런 의문과 동시에 헤라클레스의 두 눈이 번뜩였다.
그 사이로 ‘이 새끼가?’라는 분노가 스친다.
스핑크스가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야, 야, 약속했지 않은가! 이, 이건 대결의 룰이다!]
[누가 뭐래?]
퉤.
헤라클레스가 입안의 피를 뱉었다.
그리고 목이 뻐근한지 뚜득, 뚜드득.
[다음 문제는 뭐야.]
[다, 다음은….]
스핑크스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그런데 내심 즐거워하는 기색이었다.
헤라클레스를 때린 손맛이 좋았던 모양인 듯 싶었다.
[아무리 옷을 갈아입어도 옷 색깔이 변하지 않는 이것은 무엇인가.]
떨리던 목소리도 어느새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잠시 생각하더니 답을 해 보였다.
[검은색 옷?]
[정답은 그림자다.]
스핑크스가 씨익,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이번엔 주저함이 없었다.
꽈꽈꽈꽈꽈꽈꽝!!!
“와….”
아까보다 더욱 거세진 폭발.
이번 건 도시 하나 정도는 지도에서 지워 버릴 수준이었다.
이윽고 보인 시야.
헤라클레스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여기저기가 찢겨진 상처가 새겨져 있었다.
두 눈은 번뜩이다 못해 일렁거리고 있었다.
흉신악살(凶神惡殺).
이러한 말이 절로 떠오르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약속대로 보복을 하지 않았다.
[퉷. 이제 내 차례지?]
[그, 그렇다.]
스핑크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답을 해 보였다.
3문제를 모두 냈으니 이제 헤라클레스의 차례.
하지만 스핑크스는 자신감에 넘쳐있었다.
어떤 문제도 맞힐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어 헤라클레스가 입을 열었다.
[켄타우로스 알지?]
[알다마다.]
[그럼 문제다.]
헤라클레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켄타우로스가 임신했을 때, 어느 쪽의 배가 불러오는가.]
[......?]
스핑크스의 고개가 좌로 기울어졌다.
반인반마(半人半馬)의 켄타우로스.
상체는 인간.
하체는 말.
조금 더 정확히는 말의 목 부분에 사람의 상반신이 붙은 형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둘 모두 있었다.
인간의 상체에 임신할 수 있는 기관이.
말의 하체에도 임신할 수 있는 기관이.
말 그대로 반인반마(半人半馬).
그리하여 지금.
[...어?]
스핑크스가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두 눈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려왔다.
[모르나?]
[자, 잠깐! 새, 생각 중이다!]
스핑크스가 황급히 소리쳤다.
그리고 전지(全知)의 능력을 발휘하려는 것일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이게 왜…?]
스핑크스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이내 스핑크스가 스스로의 몸을 내려다봤다.
사자의 몸에 인간의 머리 형상을 한 스핑크스.
하지만 자신과는 다른 경우였다.
스핑크스는 인간의 얼굴만 하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몸통은 엄연히 사자의 것만 있었으니까.
그러니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켄타우로스는 달랐다.
인간의 상체와 말의 하체.
둘 모두에 해당 기관이 존재했다.
[모르는 거지?]
[그, 그, 그건…!]
스핑크스의 얼굴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무래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찍기라도 하지.”
어쨌거나 확률은 반반이지 않은가.
하지만 스핑크스는 단순히 수수께끼를 맞힌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닌 듯 싶었다.
[내, 내가… 내가 모르는 수수께끼가 있다고…?]
자신이 모른다는 것.
그 자체를 굉장히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오이디푸스가 수수께끼를 맞히자 절벽에 뛰어내려 자결했지.”
하여간, 알다가도 모를 신화 속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뭐.
어차피 찍어도 의미가 없는 일이긴 했다.
[자, 그럼 약속대로 한 대 맞아야지?]
[히이익!!]
스핑크스가 펄쩍, 뛰어올랐다.
죽는다.
반드시 죽는다.
하지만 그 전에.
[다, 답이 무엇인가!]
스핑크스가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죽는 와중에도 답은 궁금했던 모양.
그리고 누누이 말하지만.
스핑크스가 모르는 수수께끼는 없다.
조금 더 정확히는 스핑크스가 모르는 지식은 없다는 것이 옳았다.
전지(全知)의 능력자.
따라서 스핑크스가 못 맞추는 수수께끼 또한 없었다.
그럼에도 스핑크스가 저 물음에 답을 할 수 없었던 이유.
그건 별반 다른 데 있지 않았다.
[한 대 쳐.]
[......뭐?]
뜬금없는 헤라클레스의 말에 스핑크스의 표정이 붕, 떠올랐다.
헤라클레스는 어깨를 한 번 으쓱거리며 다시 말했다.
[답을 하지 못하면 한 대씩 맞기로 했잖아.]
[그런데 왜 네가…? 서, 설마!!!]
스핑크스는 그때서야 깨달았다는 듯 소리쳤다.
두 눈을 크게 떠 보임에.
이제야 이 대결에 숨겨진 의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씨익, 웃음 지어지는 헤라클레스의 표정.
[수수께끼가 있다고 했지.]
“답이 있다고는 안 했으니까.”
시우 또한 씨익, 웃음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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