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89화 (89/250)

88화.

[사, 살려다오! 제발 살려다오!!]

영상 속, 스핑크스가 애걸하며 소리쳤다.

그러나 헤라클레스는 요지부동이었다.

[안 죽일 거야. 딱 한 대만 칠 거라니까?]

[그게 죽인다는 소리지 않은가!!!]

스핑크스가 발악을 하듯 소리쳤다.

그러다 더 이상의 설득은 무의미하다 생각한 걸까.

[주, 죽고 싶지 않아!!]

스핑크스가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죽기 살기로 도망을 쳤다.

잡히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반면에 헤라클레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놓아주려는 건가?

그런 의문이 들던 찰나.

꽈꽈꽝!

공간이 찢어졌다.

헤라클레스 주변으로 힘이 폭사하며 주변의 일대가 소멸한다.

흩날리는 사막의 모래 알갱이.

사아아─!

그것이 더 작은 알갱이로 흩어져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번쩍!

새하얀 빛이 터졌다.

빛은 다시금 강한 빛을 머금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온 세상의 빛이 새하얗게 물든다.

노란빛을 머금던 사막의 색이 하얗게 변질되어 간다.

그리하여 펼쳐진 백색의 공간.

그곳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無)의 공간처럼 보였다.

마치 그러한 공간 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았다.

펼쳐진 무(無)의 공간 속.

헤라클레스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느리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은.

쩌저적─!

세계가 찢어진다.

폭사한 힘의 파동이 공간을 찢고, 온 세상을 뒤덮는다.

그 시점에서.

헤라클레스의 주먹은, 이미 끝까지 뻗어있다.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

제 2식(第 二式).

초(超) - 괴력천멸권(怪力天滅拳).

치직─! 치지직─!

콰아아아아아─!

그렇게 영상은 끝이 났다.

아니, 저건 이후의 영상이 소멸했다고 표현함이 바람직했다.

“......”

시우는 정말이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저게 진짜 신투술이구나.”

시우가 한 것과는 정말 비교할 수가 없었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크나큰 실례이자 무례.

그야말로 새 발의 피이라 할 수 있었다.

아니, 벼룩의 간도 잘 쳐준 것이었다.

띠링!

<완벽한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을 견문했습니다.>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숙련도가 소폭 증가합니다.>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 숙련도 17.04%[+0.1%]>

“본 것만으로도 숙련도가 오른다니….”

과연 헤라클레스는 헤라클레스.

또한 시우가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뜻이었다.

아무튼.

“영상은 잘 뽑혔네.”

시우가 알려준 대로 헤라클레스는 잘 수행해 주었다.

그 때문일까.

[영상 조회수] - 174,852회.

[헤라클레스 채널 구독자 수] - 783명.

영상 조회수와 구독자 수가 미쳐 날뛰고 있었다.

구독자는 기존 90명에서 783명까지 올라 있었다.

대략 700명 가량이 오른 구독자.

물론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저들 모두가 신(神)이었다.

783명의 신(神).

아, 시우를 빼야 했으니 782명의 신(神).

결코 적은 수가 아니었다.

“조회수도 잘 뽑혔네.”

시우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스크롤을 내려 댓글을 확인했다.

└<에키드나>: 스핑크스! 살아있는 거 맞지?! 대답해 어서!! 스핑크스으!!!!

└<토트>: 와… 와…. 와…. 저걸 저런 식으로…. 와…. 아니, 그런데 진짜 정답이 뭐죠? 토트의 서에도 안 적혀있는데…?

└<케이론>: 그게… 어느 쪽을 사용하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인간의 것으로 하면 인간. 말의 것으로 하면 말. 그러니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인지라 어느 쪽이든 답이 될 수가 없어요. 헤라클레스, 저런 임기응변은 어디서 배워온 건지 원….

└<페가수스>: 잠깐만요! 그럼 켄타우로스 분들은 두 개인 건가요? 인간의 것과 말의 것. 두 개…? 그럼 혹시 저랑도 가능하신 건가요?!

└<제천대성>: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동안 영상 안 올라오길래 구취 했었는뎈ㅋㅋㅋㅋㅋㅋ 늦어도 좋으니까 이렇게만 올려줰ㅋㅋㅋㅋ 그보다 헤라클레스. 소문대로 굉장한데? 언제 한 번 제대로 맞짱 떠 보실?

역시나 댓글 창은 폭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법 재밌는 댓글들도 보였다.

일단 케이론의 댓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모든 영웅의 스승, 케이론.

헤라클레스 또한 젊을 적 케이론에게 수련을 받은 바가 있었다.

어쨌든.

케이론은 다름 아닌 켄타우로스 종족이었다.

그런 케이론의 댓글을 보아하니….

“그런 거였어?”

다른 누구도 아닌 켄타우로스가 하는 말이니 맞는 말일 터였다.

아무튼.

“페가수스. 이 양반은 저번부터 가능하냐고 묻네.”

가능충도 이런 가능충이 없었다.

아니, 가능마(馬)라고 해야하나.

“그런데 페가수스가 암컷이었나 수컷이었나.”

날개 달린 말이라는 것만 알았지.

그런 것까지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이것도 아무튼.

“제천대성은 아주 좋아 죽을라 그러네.”

일명 손오공.

천상(天上)의 골칫덩이이자 개구쟁이로 알려진 신(神)이었다.

“그런데 헤라클레스한테 맞짱을 뜨자니.”

사실상 죽고 싶다는 말과 다름없지 않은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천대성이랑 맞짱 뜨면 어떻게 되려나.”

이게 또 승부를 점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제천대성도 나름 한가락 하는 인물이었으니까.

한가락 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한 번은 제천대성이 천궁에서 깽판을 친 적이 있었다.

왜 그랬더라?

너무 심심하다는 이유였던가?

아무튼 그런 제천대성에 옥황상제가 머리끝까지 화가 난다.

해서 이참에 참교육을 하고자 천상의 대군을 파병한다.

십만 명의 천군.

사천왕.

탁탑천왕.

나타태자.

천상의 모든 전력을 동원하여 제천대성을 포박하라 명한다.

그리고 줄줄이 패퇴한다.

천상의 정예병들이 죄다 개박살이 나 버린다.

그리하여 붙여진 이름, 제천대성(濟天大聖).

하늘과 맞먹는 큰 성인.

다른 이름으로는 투전승불(鬪戰勝佛)도 있었다.

싸우는 부처라는 뜻.

한마디로 부처급이란 뜻이었다.

어쨌든.

“나중에 영상 컨텐츠로 알려주는 척, 한 번 맞짱을 제안해 볼까?”

헤라클레스랑 싸워보면 볼 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보다 좋은 갓튜브 각도 없을 것 같았다.

조회수는 따놓은 당상일 터.

“언제 한 번 제안해 봐야겠다.”

시우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스핑크스, 진짜로 죽은 건 아니겠지?”

영상을 보면… 죽은 것 같기는 했다.

물론 그 이후의 일은 알 수가 없었다.

영상 자체가 소멸해 버렸으니까.

하지만 시우는 따로 알 방법이 있었다.

* * *

다음 날.

[선생님. 오셨습니까!]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스마트폰 너머로 보이는 화면.

헤라클레스가 가지런히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세상 경건한 자세로 시우를 향해 머리를 바닥에 숙였다.

흔히 말하는 도게자.

[선생님 덕분에 구독자 1천 명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어째, 머리로 바닥을 뚫어버릴 기세였다.

그보다 구독자 1천 명이라니?

어제 확인했을 때는 783명이지 않았나?

아무래도 하루아침 사이에 300명이나 더 구독자가 늘어난 모양이었다.

그 때문일까.

[그동안의 무례와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헤라클레스는 연신 시우에게 머리를 숙여 보였다.

스핑크스가 벌벌, 떨던 존재라고는 전혀 될 수 없는 모습.

“그만 일어나세요.”

시우가 말을 해도 헤라클레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저 헤라클레스.]

[고백하건대 선생님께 약간은 서운한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 죄에 어찌 감히 고개를 들 수 있겠습니까.]

“제가 알려준다 해놓고 늦게 알려준 건 맞잖아요. 서운할 만하시죠. 그러니 그만 일어─”

[무슨 소리십니까!]

헤라클레스는 당치도 않다는 듯.

머리를 바닥에 찧으─.

꽈아아아앙!

머리를 바닥에 찧자 지반이 통째로 무너져 내렸다.

깊게 파인 구덩이 속.

헤라클레스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공사다망하신 선생님께서 바쁜 것이야 당연한 일!!]

[기다리지 못하고 재촉을 한 저의 잘못입니다!]

[부디 말씀을 삼가십시오, 선생님!]

꽈아아아앙!

…갑자기 왜 저러는 거야.

저 정도까지 저 자세로 나오니 되려 부담이었다.

하지만 뭐.

그만큼 구독자가 중요하다는 뜻이겠지.

시우는 살짝 고개를 흔들고는 말했다.

“그건 그렇고. 스핑크스는 어떻게 되었어요? 진짜 죽었어요?”

헤라클레스가 구덩이 안에서 폴짝, 뛰어나왔다.

그리고 다시 정갈하게 무릎을 꿇고는 말했다.

[아뇨. 죽진 않았습니다.]

죽진 않았다.

그 말은 죽을 뻔했다는 뜻이지 않은가.

아니면 죽기 일보 직전이라든가.

[살려달라며 하도 싹싹, 비는 바람에 마음이 약해졌지 뭡니까.]

[해서 중간에 힘 빼고 살살 쳤습니다.]

“그게… 힘을 빼고 살살 친 거라고요?”

제대로 힘 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건데?

시우는 도무지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스핑크스한테서 뜯어… 아니. 스핑크스가 고맙다며 준 것이 있습니다만, 잠시만요….]

화면 너머.

헤라클레스가 무언가를 조작해 보였다.

뭐하는 건가 싶은 것도 잠시.

띠링!

<헤라클레스님께서 구독권을 선물하셨습니다.>

“...구독권?”

[원래는 스핑크스 채널 멤버십 가입권을 뜯어… 아니. 선물로 받았습니다만, 그런 거 어디다가 쓰겠습니까.]

[해서 그냥 돌려주려다가 문득, 선생님 생각이 나서 이걸로 강탈… 아니, 바꿔왔습니다.]

시우는 받은 구독권을 확인했다.

그리고.

<구독 가능한 채널 [3/4]>

늘어나 있었다.

본래 시우가 구독 가능했던 채널의 개수는 3개.

그런데 지금 4개로 늘어나 있었다.

이 말은 즉.

“하나의 채널을 공짜로 구독할 수 있다는 뜻?”

[제가 선생님의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스핑크스에게 갈취… 아니, 받아온 것입니다.]

그러면서 헤라클레스는 잘했지 않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확실히.

정말 잘한 일이었다.

이건 최소 수십억 원의 값어치가 있었다.

그것도 매달 말이다.

해서 누적되는 금액까지 생각하면 수천억 원의 값어치라 할 수 있었다.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수확이었다.

“정말 최고의 선물인데요?”

[하하핫! 선생님께서 좋아하시니,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러면서 헤라클레스는 근육 뿜뿜한 자세를 취해 보였다.

[아, 참. 스핑크스가 추가로 준 게 있습니다만.]

[이것도 선생님께 드리겠습니다.]

헤라클레스는 다시 한 번 무언가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띠링!

<헤라클레스님께서 ‘클레오파트라와의 식사 데이트 1회 이용권’을 선물하셨습니다.>

“...응?”

시우는 순간적으로 표정이 멍해졌다.

식사 데이트 이용권이라니?

멍한 정신 사이로 헤라클레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자 하니 미모가 대단하다고 하더군요.]

[아프로디테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던데요?]

[그리고 우리 선생님.]

[제가 알기로 숫총각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러더니 헤라클레스가 정말 잘했지 않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눈썹을 위아래로 들썩거리며, 씨익 웃음을 지어 보였다.

[편하게 한 번 만나보시죠.]

시우는 이걸 뭐라고 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 * *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시우의 앞으로 고급진 음식들이 서빙이 되어 나왔다.

그런 시우의 맞은편 자리.

그곳엔 다름 아닌 스마트폰이 놓여져 있었다.

거치대에 걸쳐져 화면을 시우 방향으로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스마트폰 화면 위.

곱디 고운 한명의 여인이 비쳐 보였다.

바로 클레오파트라 되시겠다.

시우는 당연하게도 갓튜브의 인물과 직접 만날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클레오파트라 또한 시우와 직접 만날 수 없었다.

그러니 식사 데이트니 뭐니.

애시당초 성사될 수 없는 이용권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리고 뭐.

나름 ‘식사 데이트’인지라 구색은 갖추긴 했다만.

‘이게 뭐하는 짓인지.’

왜인지 자괴감이 들었다.

주변의 시선은 역시나 따가웠다.

스마트폰을 맞은 편에 놓고 식사하는 미친놈을 보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심지어 다른 이의 눈에는 검은 화면만 보일 터였다.

이런 미친놈이 세상에 어디에 있단 말인가.

‘클레오파트라가 보여도 마찬가지려나.’

화상 식사 데이트라니.

시우는 슬쩍, 화면을 바라봤다.

고대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군주.

이집트 왕조의 마지막 파라오, 클레오파트라.

클레오파트라 이후, 파라오는 완전히 명맥이 끊긴다.

그 이후로 로마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

뭐, 어쨌든.

클레오파트라는 서양 미인의 표본이라 알려진 존재였다.

이에 대하여 역사학자들이 말하길.

그녀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지구의 모든 역사는 바뀌었을 것이다.

제갈공명의 병법 중에서도 미인계라는 것이 있다.

미모는 확실한 무기인 셈.

그리고 역시나.

‘예쁘네.’

정말로 예뻤다.

오똑한 코. 큼지막한 눈.

조각처럼 다듬어진 듯한 얼굴형까지.

어디 하나 부족한 점이 없었다.

화면 속, 클레오파트라가 살며시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과장 하나 섞지 않고 말할 수 있었다.

이 세상의 모든 미(美)를 모아 빚어놓은 웃음이었다.

저 웃음에 홀리지 않을 남자가 어디에 있을까.

저건 같은 여자라도 홀릴 듯한 초월적인 미(美)였다.

허나,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군자는 현명함을 중히 여기고 겉모습은 가벼이 여긴다.]

시우의 정신은 이미 씹선비가….

아니, 유교가 뿌리내린 시우의 정신에는 유의미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띠링!

<군자심[君子心] - 인의예지[仁義禮知](SSS) 숙련도 6.11%[+0.5%]>

군자심의 숙련도가 올랐다는 알림창과 함께 시우의 마음이 진정되었다.

아니, 그건 그렇고.

‘군자심의 숙련도까지 올라갈 정도의 미모라니.’

오른 수치도 자그마치 0.5%였다.

수많은 깨달음 속에서 올랐던 수치가 0.3% 정도였거늘.

괜히 미모 하나로 인류 역사를 좌지우지한 것이 아니었다.

괜시리 타는 목.

시우는 물잔을 들었다.

그리고 한 모금의 물을 입에 머금던 찰나.

[우리 결혼하지 않을래요?]

“푸흡!”

시우는 입안의 물을 그대로 뿜어버렸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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