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95화 (95/250)

94화.

시우는 헤라클레스 채널에 접속했다.

그리고 할 이야기가 있으니 시간이 되면 연락을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

띠링!

[부르셨습니까, 선생님!]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화면이 바뀌며 헤라클레스의 모습이 떠올랐다.

화면 속, 헤라클레스는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전신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달려온 듯한 헤라클레스.

그렇게 급하게 뛰어온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꼭 그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벌크업 된 헤라클레스의 근육.

근육 고래 중에서도 대왕고래조차 저리 가라 할 정도의 근육.

“운동하고 계셨던 거예요?”

[네, 그렇습니다.]

헤라클레스가 호흡을 진정시키며 말을 이었다.

[오늘 3대 측정하는 날이라 조금 늦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헤라클레스는 미안하다는 듯 멋쩍게 머리를 긁어 보였다.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받은 것도 늦었다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스핑크스 영상으로 구독자가 1천 명으로 떡상한 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는 시우를 상전 모시듯 대하고 있었다.

3대 측정을 내팽개치고 달려올 정도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다 문득.

3대 측정이라는 것에 궁금증이 일었다.

“혹시 3대가 어느 정도 나오세요?”

3대 운동이라 함은 대표적인 3가지 운동을 의미했다.

스쿼트, 데드 리프트, 벤치 프레스.

하여 3대가 얼마냐는 건, 이 3가지 운동의 무게를 합산한 값이 얼마인가를 의미했다.

그리고 일반인 남성 기준.

500Kg 정도가 한계라 보면 되었다.

간혹 600Kg, 700Kg를 넘어가는 이들이 있으나 큰 의미는 없었다.

정확히는 몸에 무리가 가기 시작한다.

자칫 잘못하여 부상이라도 입으면 영원히 운동을 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린다.

해서 500Kg를 기점으로 더 이상의 무게를 늘리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좀 다르지 않은가.

솔직히 궁금한 건 사실이었다.

[아직 데드 리프트만 측정하고 달려온 터라… 그리고 요즘 갓튜브 영상 찍는다고 근육이 빠진 것인지, 34메가톤(Mt)밖에 들지 못했습니다.]

뭐, 뭐?

얼마? 34메가톤?

아니, 저게 무슨….

시우는 지금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싶었다.

무게를 측정하는 단위는 대표적으로 Kg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1,000kg을 의미하는 단위 톤(T) 정도를 사용한다.

그리고 메가톤(Mt).

메가톤(Mt)은 무려 100만 톤에 달하는 무게였다.

Kg으로 환산하면 10억 Kg.

그렇기에 저건 무게를 측정하는 단위가 아니었다.

정확히는 무게를 측정하는 단위는 맞았다.

하지만 워낙에 단위가 초월적이기 때문일까.

지금은 TNT 폭탄의 환산 폭발 위력을 측정할 때 쓰이는 단위로 변질되었다.

하여 1메가톤은 약 100만 톤의 TNT 폭탄이 폭발할 때 방출하는 에너지와 같았다.

그런데 지금 뭐, 뭐?

34메가톤?

그건 3,400만 톤의 TNT 환산 폭발과 같은 수치였다.

3,400톤이 아니었다.

3,400‘만’ 톤.

심지어 그걸 고작 데드 리프트 무게로 쳤단다.

그러니까 헤라클레스가 데드 리프트를 하면 3,400만 톤에 달하는 TNT 폭탄이 터지는 것과 같다는 의미였다.

그게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란 말인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게 또 그렇지가 않았다.

헤라클레스가 운동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지 않았는가.

세상이 붕괴되는 광경을 말이다.

무엇보다 지구 전체의 하늘을 떠받친 적도 있는 헤라클레스이지 않은가.

“......”

개기지 말자.

그 어떠한 일이 있어도 헤라클레스한테 개기지 말자.

시우는 마음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좋지 않은 타이밍에 제가 부른 건 아닐지….”

[아이고, 다른 누구도 아니고 선생님께서 부르시는데. 당연히 달려와야죠.]

“그… 말씀 편하게 하세요.”

[아닙니다. 제가 어찌 선생님께─.]

“제가 불편해서 그래요.”

불편한 정도가 아니었다.

진짜 가시방석도 이런 가시방석이 없었다.

아니, TNT 폭탄 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크흠. 그, 그러면 그럴까…?]

헤라클레스는 헛기침을 해 보였다.

그리고 슬쩍, 시우의 눈치를 살피고는 물어 왔다.

[그래서. 무슨 일로 날 불렀는데?]

* * *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우의 이야기가 끝나고.

[음….]

헤라클레스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짤막한 침음을 내뱉으며, 한 손으로 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런데 벌크업 된 근육 때문일까.

손가락이 턱에 닿지 않고 있었다.

부풀어 오른 이두근에 팔이 접히질 않았다.

해서 헤라클레스는 턱을 어루만지는 척.

허공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저번부터 저게 대체 뭐 하는 짓일까?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언급하지는 않았다.

정확히는 그럴 용기가 없었다.

시우는 정말 가만히.

진짜 가만히 헤라클레스의 말을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따로 보법을 배우는 건, 솔직히 그닥 추천하진 않아]

생각을 끝 마친 헤라클레스가 입을 열었다.

[지금 내 신투술을 배우고 있잖아.]

[신투술이 보기엔 단순한 격투술이라 생각될 수 있지만, 이게 마냥 그렇지 않거든.]

[그러니까, 네가 말하는 보법도 다 포함되어 있어.]

시우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보법의 기본적인 정의는 격투나 검술 등의 기술을 펼칠 때 발의 움직임을 의미했다.

하지만 역시나 단순히 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몸 전체의 움직임을 아우르는 신법(身法).

[괜히 다른 보법을 배웠다가는 움직임이 꼬일 수 있거든.]

시우는 헤라클레스의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보법을 배우는 건 안 될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신투술을 포기할 순 없었으니까.

그렇게 아쉬움을 삼키던 찰나.

[하지만 속도만 더하는 거라면… 괜찮을 것 같은데?]

헤라클레스가 의미심장한 말을 해 왔다.

“속도만 더 한다고요?”

[조금 풀어서 설명하면, 주먹을 내지르는 동작에 있어 필요한 근육은 팔 근육만이 아니야.]

[하체부터 시작되어 허리, 어깨 회전근 등 온갖 근육들의 협력이 필요하지.]

[협응근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부분인데, 아무튼 이러한 요소로 신투술은 신체의 전반적인 움직임을 다듬고 체계화하여….]

뭐라 뭐라 길게 이어지는 설명.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 오는 설명들이었다.

아무튼.

헤라클레스의 설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속도만 빠르게 하는 개성을 배운다면, 신투술의 움직임과 꼬이지 않는다는 말씀이시죠?”

[보다 정확히는 신투술의 성능을 더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뜻이지.]

헤라클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우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보법은 유지하되, 속도만 더하는 방식.

그러면 확실히 문제가 없어 보였다.

같은 보법에서 단지 빠르게만 움직이는 것이었으니까.

[진짜 그러면 나보다 더 신투술을 잘 쓰겠는데?]

“에이, 설마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이란 말인가.

[아니야. 너는 신들의 가장 뛰어난 특색들을 모두 흡수할 수 있잖아.]

[이거… 나중에 진짜 볼 만 하겠는데?]

그런데 헤라클레스가 저렇게 말하니.

그런가?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하지만 시우는 금방 고개를 흔들었다.

가능하다 하더라도 너무도 멀다 못 해 까마득한 날의 일이었으니까.

무엇보다 시우가 데드 리프트로 34메가톤을 치는 모습이 좀처럼 상상이 되질 않았다.

어쨌든.

“음….”

시우는 잠시 생각을 했다.

머릿속으로 신화의 이야기를 훑으며 속도와 관련한 신(神)을 탐색했다.

속도의 신(神)이라 부를 수 있는 이.

그런데.

‘마땅한 인물이 없네.’

딱 떠오르는 이가 없었다.

정확히는 속도와 관련한 신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시우는 갓튜브의 채널을 구독함으로써 해당 신(神)의 개성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런데 구독하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

어떤 개성을 배울지를 말이다.

오직 채널의 신(神)만 보고 판단해야만 했다.

‘구독 취소를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럼 개성만 확인하고 구독 취소를 하면 되니 말이다.

하지만 시우는 어째서인지 구독 취소를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시우는 신중하게 선택해야만 했다.

“으음….”

길게 이어지는 고민.

하지만 쉽게 답이 내려지지 않았다.

그런 시우의 모습 때문일까.

[하나 추천해 줘?]

헤라클레스가 문득 말을 걸어왔다.

시우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헤라클레스의 추천이라면 믿을 수 있었으니까.

공자의 군자심[君子心](SSS)도 헤라클레스의 추천이지 않았는가.

[헤르메스 채널은 어때?]

“헤르메스요?”

헤르메스(Hermes).

헤라클레스와 같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으로 올림푸스 12 주신 중 한 명이었다.

도둑의 신으로 알려진 신(神).

그리고 도둑의 신은 도둑의 신인 것일까.

[헤르메스가 마음 먹고 도망치면, 나도 못 잡거든.]

빠르기는 무진장 빨랐다.

해서 그 빠른 속도 덕분에 올림푸스 신들의 전령 역할을 맡고 있는 신이기도 했다.

주로 제우스의 명령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만.

“음….”

시우는 섣불리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헤르메스는 속도와 더불어 유명한 특색이 하나 더 있었으니까.

[가끔 나한테 사기 치려고 할 때마다 죽여 버리려고 했는데, 역시나 잡을 수가 있어야지.]

사기의 신.

이에 관하여 유명한 명언이 하나 있었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가끔 진실을 빼 먹고 말하지 않는 것뿐이지.

제우스에게 사기 치고 난 뒤에 한 말이었다.

따지고 드는 제우스의 면전에다가 헤르메스가 한 말이 저것.

이에 제우스가 분기탱천하여 번개를 마구잡이로 집어 던진다.

하지만 단 한 발도 맞추지 못한다.

번개보다 빠른 속도로 도망쳐버렸으니까.

[그 놈, 속도 하나는 진짜니까. 한 번 잘 생각해봐.]

헤라클레스까지 저렇게 말할 정도면 뭐.

시우는 바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으면 곧바로 행동에 옮겨야 하는 법.

시우는 화면 속, 헤라클레스의 몸을 이리저리 터치했다.

정확히는 갓튜브를 조작하는 것이었지만 아무튼.

시우는 금방 헤르메스 채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별 고민 없이 구독 버튼을 눌렀다.

헤라클레스의 추천이 있었거니와.

역시나 무료 구독권이었으니까.

꾹.

<헤르메스 채널을 구독했습니다.>

<초신속[超迅速](SS+)을 습득합니다.>

“와.”

역시 갓튜브는 갓튜브였다.

* * *

SH병원의 공원.

시우는 가볍게 어깨를 돌려 보였다.

“이상 없네.”

그리고 큰 문제가 없음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 폭발의 힘을 그대로 받아 낸 시우.

그 때문에 죽을 정도의 치명상을 입었지만 회복은 상당히 빠르게 할 수 있었다.

괴력[怪力](SS)의 신체 능력.

신의술[神醫術](S+)의 치료까지.

시우의 회복력은 상식을 들이밀 수준이 아니었다.

“김이준의 초재생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아무튼.

“몸은 문제없고.”

시우는 갓튜브의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초신속[超迅速](SS+) 숙련도 0%>

헤르메스 채널을 구독함으로써 얻은 초신속[超迅速](SS+).

이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최대 속도부터 한 번 측정해보자.”

현재 시우가 낼 수 있는 최대치의 속도.

괴력의 힘까지 최대치로 끌어올린 속도로 시우가 낼 수 있는 한계를 확인하고자 함에 있었다.

“초신속의 숙련도가 0%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보다 정확한 한계를 측정할 수 있었다.

흐으으읍─!

시우는 크게 호흡을 들이켰다.

그와 동시에 꽈드드득!

전신으로 괴력의 힘을 이끌어 내었다.

꽈득, 꽈드드득!

허벅지의 대퇴 사두근부터 종아리의 비복근까지.

하체의 모든 근육이 사방으로 꿈틀거렸다.

한계에 한계까지 담은 힘.

시우는 진각을 내딛듯, 땅을 박찼다.

그리고.

번─쩍!

빛이 터져 나왔다.

주변의 풍경이 쭈욱, 늘어지며 시우의 몸이 공간을 도약했다.

꽈아아아앙!!

그리고 터져 나온 폭발.

시우의 몸이 단단한 무언가에 부딪혀 터져 나온 폭발이었다.

“커헉…!”

어마어마한 충격이 전신을 강타했다.

충격량은 ‘질량x속도’ 라고 했던가.

“크하학…!”

과장 하나 섞지 않고 전신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도무지 주체할 수 없었던 속도.

시우는 끔찍한 통증에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하아…! 하아…!”

시우는 겨우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비로소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산…?”

그건 어느 산 속의 풍경이었다.

그것도 꽤 익숙한 산의 풍경.

“관악산…?”

그것도 중턱 부근이었다.

그 말은 즉.

“SH병원에서 관악산까지 왔다고?”

일순간 어이가 승천해 버렸다.

SH병원에서 관악산까지 몇 Km였더라…?

시우는 멍하니 관악산 중턱의 풍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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