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96화 (96/250)

95화.

띠링!

<초신속[超迅速](SS+) 숙련도 0.1%[+0.1%]>

스마트폰 화면 위로 떠오른 알림창.

그와 동시에 승천한 어이가 비로소 돌아올 수 있었다.

“미친….”

시우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주변으로 보이는 관악산의 중턱 풍경.

“빨라도 너무 빠르잖아.”

음속은 가뿐히 넘어섰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한계치까지 끌어올리는 건 봉인해야겠다.”

시우는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속도를 주체할 수가 없었으니까.

보다 정확히는 시우가 속도를 컨트롤할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통제할 수 없는 힘.

통제할 수 없는 힘은 없느니만 못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에게 총을 쥐여주었다고 생각하면 되었다.

언제 쏠지도, 누구를 쏠지도 모르는 일.

심지어 그 총구가 자기 자신에게 겨누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한계치의 속도는 봉인이다.

한 번쯤 확인이 필요한 일이긴 했다만.

두 번 확인할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숙련도를 올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지금보다 속도가 더 빨라지는 건가?

설마, 빛의 속도까지 가는 건 아니겠지?

이 부분은 확인이 필요해 보였다.

말마따나 지금보다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건지.

아니면 현재의 속도를 자유자재로 컨트롤 할 수 있게 되는 건지.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나 숙련도를 올려 봐야 했다.

물론 지금 0.1%가 오르긴 했다.

하지만 이걸로는 유의미한 확인은 불가했다.

그렇다고 또 한계치의 속도를 사용할 수는 없는 일.

“헤르메스 채널 영상을 봐볼까.”

관련한 영상을 보면 숙련도가 오를 테니 말이다.

시우는 곧장 헤르메스 채널에 접속했다.

꾹.

화면이 바뀌며 헤르메스 채널의 영상들이 주르륵, 떠올랐다.

시우는 스크롤을 내리며 초신속[超迅速](SS+)과 관련한 영상을 찾았다.

하지만 도둑과 사기의 신이라는 걸까.

아니면 갓튜브 특성상 자극적인 영상이 필요하기 때문일까.

“죄다 사기치는 영상밖에 없네.”

초신속[超迅速](SS+)과 관련한 영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최신 동영상 목록도 죄다 사기 영상들뿐이었다.

가장 최근에 업로드 된 영상도 이것이었다.

『<헤르메스>: 연못에 도끼 빠뜨린 나무꾼에게 도금된 금도끼로 사기 쳐 봄ㅋㅋㅋㅋ』

“사기 치는 산신령이 어디에 있어.”

시우는 작게 웃음을 흘려 보였다.

그 왜. 유명한 이야기 있지 않은가.

동화 ‘금도끼 은도끼’에 등장하는 산신령.

이 은도끼가 네 도끼냐.

이 금도끼가 네 도끼냐.

어이쿠, 정직하구나.

선물로 둘 다 가지려무나.

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산신령이 바로 이 헤르메스다.

놀랍게도 ‘금도끼 은도끼’는 한국의 전래동화가 아니었다.

본래 제목은 ‘나무꾼과 헤르메스’라는 제목의 우화였다.

그것이 대륙을 넘어오며 한국 정서에 맞춰 헤르메스를 산신령으로 표현한 것뿐이었다.

현지화가 잘 돼도 너무 잘 된 케이스라 할 수 있었다.

아무튼.

“도금된 금도끼도 금도끼이긴 하니까.”

그러니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일부 진실을 깜빡하고 말하지 않은 것일 뿐.

하여간, 제정신이 아닌 갓튜브였다.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러면 영상으로는 숙련도를 올릴 수가 없는데.”

아무래도 초신속[超迅速](SS+)은 직접 사용하면서 숙련도를 올려야 할 것 같았다.

“음….”

그렇기에 시우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초신속[超迅速](SS+)은 함부로 사용할 수가 없었으니까.

지금도 사실 운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자칫 어디 건물이나 빌딩에 몸을 박았다 생각해보라.

사람들이 다치는 것은 물론.

“서울 빌딩 값이 얼만데.”

그걸 죄다 변상한다 생각하면 어후.

정말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그렇기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초신속은 역시 던전에서 연습해야겠네.”

헤라클레스의 신투술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여러모로 던전 레이드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추가되었다.

“...퇴원해야겠지?”

에휴, 내 팔자에 휴식은 개뿔이 무슨.

시우는 터덜터덜, 관악산을 내려갔다.

* * *

김이준은 정신이 멍했다.

정확히는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조금 더 정확히는 카메라에 담기고 있는 장면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키에에에엑─!!

키에엑─!

공명하듯 부르짖는 괴음.

데빌둠 하운드(Devildom Hound).

직역하면 마계의 사냥개라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말이 사냥개였지 실제로 보면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개의 모습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깨에서 뻗어 나온 낫처럼 생긴 칼날.

흉악한 송곳니.

저게 어딜 봐서 개의 형상이란 말인가.

물론 전반적인 분위기는 개처럼 보였으나 실상은 그냥 괴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또한 흉측한 모습답게 실로 강력한 마물이었다.

무려 B+등급의 마물.

몬스터가 아닌 마물이라 부르는 이유는 단순했다.

과거, 지구를 침공했던 마계의 짐승.

그 짐승들을 통칭하여 마물이라 일컬었으니까.

키에에엑─!!

캬흐르륵!

괴상망측한 괴성이 터져 나온다.

이글거리는 이빨이 번들거린다.

꿀꺽.

김이준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긴장감에 카메라를 든 손이 조금씩 떨려 왔다.

A+등급에 달하는 초재생의 개성이 있건만 떨리는 건 어찌할 수가 없었다.

데빌둠 하운드의 강력함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어깨에서 뻗어 나온 낫처럼 생긴 칼날은 먹잇감을 갈가리 찢어 버린다.

흉악한 송곳니는 신소재 강철이라도 종잇장처럼 뚫어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실제로 과거, 탱크의 중장갑이 의미가 없었다.

어깨의 칼날과 송곳니에 허무하게 찢질 뿐이었다.

그런 데빌둠 하운드가 무려 수십이 있다.

그에 반면에 상대하는 쪽은 하나.

바로 시우, 한 명이었다.

키에에에에엑─!!

길게 퍼지는 괴음과 함께.

수십 마리의 데빌둠 하운드가 달려들었다.

“형님!”

김이준은 시우를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그 소리보다 먼저 데빌둠 하운드들이 시우를 향해 덮쳐갔다.

실로 어마어마한 속도.

데빌둠 하운드는 스스로의 대사를 촉진하여 반사 신경과 이동속도를 크게 증가시킬 수 있었다.

아드레날린 분비선을 조작하여 일종의 광기 상태에도 돌입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불리는 이름, 데빌둠 하운드(Devildom Hound).

과거, 인류를 사냥했던 마계의 사냥개였다.

캬흐르륵!

케르륵─!

눈으로 보이지가 않는다.

감각을 집중해야 겨우 흐릿한 형체를 인지할 수 있을 뿐이다.

시우의 강함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엔 시우라도 무리였다.

저 속도와 흉악함 앞에서 아무리 시우라도─.

꽈득!

일순간 들려온 소리.

바라본 그곳엔 시우가 한 마리의 데빌둠 하운드를 틀어쥐고 있었다.

캬케륵─!!

시우에게 붙잡힌 데빌둠 하운드가 흉악한 이빨을 들이밀었다.

어깨의 칼날을 움직여 시우를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콰직!

그 이빨도 시우의 손길에 뽑힐 뿐이었다.

“어…? 어어?”

김이준의 정신이 혼미해졌다.

저 속도를… 모두 인지하고 반응했다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번쩍!

일순간 빛이 터져 나오며, 시우의 몸이 사라졌다.

눈 한 번의 깜빡임.

그리고 꽈앙!

한쪽에서 커다란 굉음이 터져 나왔다.

바라본 그곳.

다른 한 마리의 데빌둠 하운드가 바닥에 쳐 박혀 있었다.

움직이던 데빌둠 하운드를 붙잡아 처리한 것이다.

그 말은 즉.

시우가 데빌둠 하운드의 속도를 따라잡았다는 뜻이다.

“무, 무슨!”

김이준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데빌둠 하운드의 속도는 어찌할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아음속(亞音速).

음속에는 미치지 못하나 그에 버금가는 속도.

결단코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였다.

그런데 지금, 지금 무슨….

번쩍!

다시 한 번 시우에게서 빛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꽈앙! 꽈아앙!

연이어 커다란 굉음이 터져 나왔다.

그럴 때마다 데빌둠 하운드가 갈가리 찢겨졌다.

그 때문일까.

수십 마리의 데빌둠 하운드가 모두 쓰러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툭, 툭.

시우가 손바닥을 털었다.

가벼운 준비 운동이라도 한 것처럼 시우가 짧게 호흡을 내뱉었다.

그리고 말하길.

“잘 찍었어?”

“......”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진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뭐라고 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뭐야, 못 찍었어?”

찍긴 대체 뭘 찍는단 말인가!

카메라를 돌리면 번쩍!

다시 카메라를 돌리면 또 번쩍!

“진짜 못 찍은 거야?”

그걸 대체 어떻게 찍냐는 말이다!

마음 같아선 항의를 하고 싶었다.

억울한 마음이 마구 솟구쳤다.

“......”

하지만 김이준은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진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와락, 일그러진 시우의 표정을 바라봄에.

“죄, 죄송합니다! 형님!”

그저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 * *

띠링!

<초신속[超迅速](SS+) 숙련도 0.38%[+0.28%]>

떠오른 스마트폰의 알림창.

그리고 앞서 초신속을 확인해 본 결과.

“두 가지 모두 늘어나네.”

시우는 두 가지 모두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시우가 낼 수 있는 속도의 한계치.

그 속도를 자유자재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까지.

둘 모두가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로써 숙련도가 오를수록 시우는 점점 더 빨라짐과 동시에 컨트롤도 미세해진다는 의미였다.

“지금도 엄청 빠른데. 더 빨라진다니.”

숙련도를 100% 찍으면 어찌 될까.

정말 빛의 속도까지 가는 게 아닐까?

하물며 그 속도에 헤라클레스 신투술[神鬪術](](SSS)까지 더한다?

“진짜 헤라클레스를 뛰어넘는 거 아니야?”

그 말이 정말로 현실이 될 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뭐.

시우는 금방 고개를 흔들어버렸다.

역시나 갈 길이 멀다 못 해 까마득했으니 말이다.

“당장 34메가톤도 어찌할 수가 없으니까.”

34메가톤은 개뿔이 무슨.

1메가톤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나도 나이긴 한데, 이준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겠는데.”

오늘만 봐도 그러했다.

시우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해 영상을 제대로 찍지를 못하지 않았는가.

물론 헤르메스의 초신속[超迅速](SS+)을 어찌 따라올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영상에 담아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 찍은 영상은 차마 영상이라 볼 수가 없었다.

죄다 휙휙, 거리는 것만 찍힌 것이 뭔 영상이란 말인가.

편집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수준.

보다가 멀미라도 안 나면 다행이었다.

그렇다고 영상 찍자고 속도를 조절할 수는 없었다.

영상도 영상이지만 숙련도를 꾸준히 올려야 했으니까.

그러니.

“틈틈이 이준이도 트레이닝 시켜야겠는데.”

김이준의 실력을 올릴 필요가 있어 보였다.

시우의 속도를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어려운 일이긴 하나 김이준의 재능이면 충분히 가능했다.

김이준의 개성 등급은 무려 A+등급.

A+등급의 재능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으니까.

피와 살을 깎는 노력을 한다면 S-급 헌터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수준.

“얘도 굴려야겠다.”

그러니까 피와 살을 깎는 노력을 말이다.

“방패를 사용한다고 했던가.”

초재생의 특색을 살린 무기.

탱커로서 최적의 선택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트레이닝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얘도 태극을 알려주면 되겠네.”

물론 제대로 배울 수 없을 터였다.

한채린도 애먹고 있는데 김이준이 뭐라고 배울 수 있겠는가.

김이준은 분명 못 알아먹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뭐.

“빡세게 구르다 보면 알아서 체득하겠지.”

헤라클레스가 말하길.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하는 법이라 했었다.

하지만 김이준은 초재생의 능력자.

몸은 굉장히 좋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머리가 고생할 필요가 무얼까.

팔다리 몇 개 잘려도 상관없으니, 말 그대로 체득(體得).

몸으로 배우는 건 할 수 있을 터였다.

“어떻게 굴려야 할까.”

시우는 김이준을 어떻게 굴려야 잘 굴렸다 소문이 날지를 생각하며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우웅!

품 속에서 스마트폰의 진동음이 들려왔다.

알림음이 아닌 진동음인 것을 보아 갓튜브의 스마트폰이 아닌 현실의 스마트폰이었다.

그리고 누군가 메시지를 보내온 것.

“서아인가?”

시우는 스마트폰을 꺼내 발신인을 확인했다.

저장되지 않은 이름.

하지만 메시지의 내용에서 발신인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SH건설의 사장직을 맡고 있는 박재건이라 합니다. 한민아 이사님께 연락처를 받아 이렇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말씀 주신 건설 자재들이 모두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에 확인 차….

오후 16:55

SH건설에서의 연락.

드디어 새 집을 지을 때가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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