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SH그룹 사옥, 한민아 이사실.
똑똑.
-이사님. 저 박재건입니다.
“들어오세요.”
한민아는 보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았다.
이윽고 달칵.
이사실의 문이 열리며 SH건설의 사장, 박재건이 들어왔다.
보아하니 시우의 집에 관련한 보고를 하러 온 모양인 듯 싶었다.
“집 건설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요? 잘 되어 가고 있나요?”
“그게….”
박재건은 곧바로 답을 해 오지 않았다.
당황 어린 기색을 내비치며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던 찰나.
“시공이… 모두 끝났습니다.”
“......?”
한민아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확히는 잘못 들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시공이 끝나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한민아가 묻자 박재건은 다시 뜸을 들여왔다.
정확히는 본인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이거 말이라고 하는 걸까?
박재건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공사가 끄, 끝났습니다.”
“......?”
한민아 또한 박재건과 같은 심정이었다.
저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걸까?
그도 그럴 것이.
“설마, 벌써 집을 다 지었다는 말씀이신가요?”
저건 이렇게밖에 해석이 되질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게 말이 된단 말인가.
“이틀 전에 착공을 시작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으면 그러했다.
보고를 받은 시점이 바로 이틀 전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공사가 끝이 났다?
“그게 무슨…?”
도무지 이해라는 것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5차 산업 이후 중장비는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더하여 건축 방식 또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그렇기에 집 한 채 정도야 뭐.
한 달이면 뚝딱 지을 수 있었다.
그래, 한 달이었다.
3일이 아니라 한 달.
그런데 지금 뭐?
3일 만에 공사가 끝났다고?
“완전히 공사가 끝난 건 아닙니다만… 거의 끝나 가고 있습니다. 사실 SH건설의 도움이 필요가 없었다고 함이….”
“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박재건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한 눈치였다.
이윽고 박재건이 손을 마구 휘저으며 말했다.
“막, 막, 맨손으로 건설 자재를 들어 올리고, 땅을 순두부처럼 무너뜨리면서, 가끔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 같기도 했고, 또….”
“네에?”
정말이지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어제 본 만화 영화의 내용을 말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박재건의 말은 횡설수설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박재건이 끝내 설명을 포기해 버렸다.
대체 뭘 봤길래 저러는 걸까.
“......”
한민아는 뭐가 어떻게 돌아간 상황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 * *
콰앙! 콰아앙!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
그와 동시에 수십 개의 기둥이 파바박!
“뼈대는 세웠고.”
시우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다시 건설 자재들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시 꽈아앙!
건물의 전반적인 형체가 순식간에 완성되었다.
실로 말이 안 되는 광경.
“혀, 형님?”
그 광경에 김이준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일손 좀 거들어 달라는 시우의 연락에 부리나케 달려온 것도 잠시.
꽈아앙! 꽝!
꽈꽝!
“혀, 형님…?”
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
김이준은 이해라는 것을 할 수가 없었다.
얼핏 보면 때려 부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는 결단코 그러지 않았다.
꽈앙! 하는 폭음에 건물의 뼈대가 세워지고.
꽈꽈꽝! 하는 폭발에 뼈대의 살이 채워졌다.
“이게 무슨….”
이윽고 시우가 폴짝, 지붕에서 아래로 뛰어 내려왔다.
그러다 김이준을 발견하고는 잠시 행동을 멈추었다.
“왔냐.”
“네, 넵….”
“그럼 이것 좀 같이 옮겨 줘라.”
그러면서 흣차!
시우가 건설 자재들을 번쩍, 들어 올렸다.
“형님?”
김이준은 뭔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우가 들고 있는 건설 자재들.
“안… 무거우십니까?”
사람이 들만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상식이라는 것이 있다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들이었다.
물론 각성자들은 인간을 초월하는 힘을 발휘한다.
당장 김이준만 하더라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가 있는 법이었다.
그랬다면 중장비라는 것이 왜 발전했겠는가.
그냥 헌터들 고용해서 자재들 나르면 되지.
그런데 지금 무슨….
“그닥?”
시우는 별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헤라클레스가 시키는 운동에 비하면야 뭐.”
그러면서 터벅.
발걸음을 옮겨 떠나갔다.
그리고 다시 꽈앙!
건물을 짓는 것인지 때려 부수는지 모를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크기만 크고 무게는 별로 안 나가는 건가?
저건 그렇게밖에 생각이 되질 않았다.
“자재들 좀 옮겨다 줘!”
안쪽에서 들려오는 시우의 외침.
김이준은 건설 자재가 쌓여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시우가 들었던 것과 똑같은 것을 하나 들어 보였다.
끄응!
“......”
꿈쩍도 안 했다.
김이준은 크게 호흡을 들이켰다.
마력의 힘을 끌어올리며 다시 자재를 들어 올렸다.
“끄으읍!”
역시나 꿈쩍도 안 했다.
들썩거리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이쯤 되니 오기가 생겼다.
“흐으으으읍!!”
김이준은 모든 힘을 쥐어 짜냈다.
진짜 바지에 지려 버릴 정도로 힘을 쥐어짜냈다.
끝끝내 자재 하나를 겨우 들어 올려 어깨에 짊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끄으으으으으끄우엑!”
그대로 깔려 버렸다.
무게를 이겨 내지 못하고 자재에 깔렸다.
그러면서 옆에 쌓여 있는 자재들을 건드린 것일까.
와르르르르!
쌓여 있던 자재들이 무너지며 김이준을 덮쳐 왔다.
콰직─!
깔린 무게에 몸이 짓뭉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끔찍한 고통이 밀려왔으나 비명은 새어 나오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무게에 짓눌려 목소리를 차마 내뱉을 수가 없었으니까.
숨조차 내쉬어지지 않았다.
사, 살려 주십시오. 형님!
속으로 몇 번이나 소리쳤지만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정말이지 죽을 것 같던 찰나.
“뭐야. 무슨 일이야?”
소란을 들은 것인지 다행히 시우가 다가왔다.
이윽고 엎질러진 자재들을 확인하더니.
“안에 깔렸어?”
네 형님! 살려 주십시오!
속으로 소리쳤지만 목소리는 역시나 나오지 않았다.
“아으…으윽!”
불어 터질 듯한 고통만이 새어 나올 뿐이었다.
다행히 김이준의 말을 알아들은 것일까.
시우가 자재들을 하나하나 치워 주었다.
덜컹, 쾅.
김이준과는 달리 크게 힘들이는 일이 없었다.
“B급 헌터가 이리 나약해서야 원. 겉만 번지르르했지, 완전 멸치잖아.”
뭐? 멸치?
김이준은 순간 울컥, 거렸다.
김이준은 B급 헌터에 개성 등급만 무려 A+등급이다.
나약하다는 말은 있을 수 없었다.
멸치라는 말도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
물론 김이준이 우락부락한 몸매는 아니긴 했다.
그렇다고 멸치는 절대 아니었다.
초재생(超再生)의 능력으로 근육을 한계까지 혹사시킬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인간의 한계까지 근육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탄탄한 실압근의 정점이라 말할 수 있었다.
결코 힘이 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왜일까.
“운동 좀 해야겠다, 너.”
시우한테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보다 정확히는 통증에 따지고 들 정신도 없었다.
“아으윽!”
“다쳤어? 어디 봐 봐.”
시우가 다가와 김이준의 상태를 살폈다.
김이준 또한 그때서야 스스로의 몸 상태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 어깨부터 옆구리까지 완전히 짓뭉개져 있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압살되어 있었다.
그 무거운 무게에 짓눌렸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치료 따위는 의미가 없었다.
평생 오른쪽 신체는 사용할 수 없다고 봄이 옳았다.
그런데 왜일까.
“뭐야. 별로 안 다쳤네.”
시우는 대수롭지 않게 중얼거렸다.
왜인지… 서러웠다.
진짜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너무 서러웠다.
다른 사람이라면 평생 불구가 되었을 중상인데.
아니, 죽어 버렸을 치명상인데.
걱정은 못 해줄망정 별로 안 다쳤다니.
진짜, 진짜 너무 서러웠다.
“아으윽…!”
“엄살은.”
“엄사알… 아닙니다아!!”
김이준은 끝내 서러움을 토해 냈다.
아찔거리는 정신을 붙잡으며 꿋꿋이 입을 열었다.
“재생을 할 수 있다 뿌운…! 아픈 건 똑같이 느낀다고요! 아윽!”
말을 하니까 통증이 더 심해졌다.
옆구리가 짓뭉개지며 폐 한쪽도 아작이 난 것일까.
숨을 들이켜고 내쉬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이대로 두었다간 정말 큰일 날 것 같았다.
“아무래도… 병원에…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아…!”
“병원에? 네가? 굳이? 그냥 재생해.”
씨이, 하는 서러움의 숨소리가 자동으로 새어 나왔다.
“그냥 재생하면 안 됩니다아..! 어긋난 상태에서 재생하며는…!”
더 이상 말을 이어 나갈 수가 없었다.
끄윽, 하는 통증.
씨이, 하는 서러움.
김이준이 내뱉을 수 있는 두 가지 말이었다.
그런 김이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런 거였어?”
시우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다시 서러워지는 심정도 잠시.
시우가 품 속에서 자그마한 목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목갑에서 기나긴 침을 꺼내 들더니 김이준의 몸에 꽂아 넣었다.
그러자 뚜둑, 뚝!
어긋나 있던 신체의 균형이 알아서 맞춰졌다?
“됐지? 이제 재생해.”
“...어라?”
의식이 끊어질 것 같던 통증도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어, 어떻게… 하신 겁니까?”
“혈 자리를 찔러서 기맥을 뚫은 거야. 어긋난 신체는 곧 기맥이 막혔다는 말과 똑같─.”
“네? 혈이요? 기맥이요?”
“그냥 그런 줄 알아.”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난 다시 집 짓고 있을 테니까. 재생하고 있어.”
그리고는 시우가 자재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바로 그 순간.
갑자기 시우가 움직임을 뚝, 하니 멈추었다.
걸음을 멈추어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있었다.
뭘 보나 싶어 슬쩍, 바라봤지만 온통 검은색 화면만 비쳐 보일 뿐이었다.
뭐 하는 건가 싶은 것도 잠시.
“이준아, 한 번 더 깔려 보자.”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 왔다?
“...예?”
“생각보다 숙련도가 잘 오르네?”
“숙련도요?”
“너 어차피 사지 몇 개 깔려도 괜찮잖아. 내가 치료해 줄 테니까 몇 번 더 깔리자.”
“예, 예?”
“올해 서아 대학 보내려면 혈사병을 조금이라도 치료해야 하거든. 그런데 숙련도가 부족한지 아직도 잘 모르겠더라. 그러니 네가 몇 번만 더 깔려 보자.”
서아? 혈사병? 숙련도?
김이준은 도통 무슨 소리인지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대신, 내가 너 강하게 키워 줄게. 이거 어디 가서 쉽게 못 받는 수업이다? 수강료만 자그마치 매달 100억짜리라고. 넌 특별히 임상실험으로 그 값을 받을게.”
“아니, 그게 무슨….”
김이준은 시우의 말을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단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진짜 왜일까.
“아,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집 지으면서 한 번 굴러… 아니, 수련해 보자.”
시우는 알 수 없는 말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 * *
“끄으으으으으윽!!”
김이준은 젖 먹던 힘까지 쥐어 짜냈다.
절대 깔리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힘을 짜내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다른 법이었다.
와르르르르!
“혀, 형니이임…!”
“깔렸어?”
그러자 시우가 화색을 띠며 다가왔다.
다가와 자연스럽게 김이준을 깔아뭉갠 자재들을 툭툭, 치워 버렸다.
“오. 이번엔 하반신이 완전히 아작 났네. 아주 제대로 깔렸구나.”
그리고는 푹, 푹.
짓뭉개진 부위에 침을 꽂아 넣었다.
이윽고 뚜둑, 뚝!
어긋난 신체의 균형이 맞춰졌다.
그 뒤를 이어 꾸르륵.
재생의 힘으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던 하체가 순식간에 재생되었다.
“오 0.7%!”
그리고 들려온 시우의 목소리.
시우가 아주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자, 그럼 다시 시작해.”
그리고는 다시 집을 지으러 떠나갔다.
이게… 맞는 걸까?
김이준은 눈치를 살피며 시우에게 말했다.
“이걸 꼭 해야 하나요, 형님?”
“집 짓는 거 도와준다며.”
“그야….”
그런 말을 하긴 했었다.
그런데 이게 집을 짓는 건지.
아니면 고문을 당하는 건지.
“제가 돕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사실 깔리기밖에 한 것이 없었다.
그런데 웬걸.
“그게 돕고 있는 거야.”
시우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만 반복해 올 뿐이었다.
“그리고 점점 발전하고 있잖아. 지금도 봐. 너 처음엔 하나도 제대로 못 들더니. 이제 두 개 정도는 어찌 들잖아?”
사실 그것도 그렇긴 했다.
왜인지는 정말 모르겠다만 시우에게 치료를 받을 때마다 조금씩 강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누누히 말하는데, 마냥 힘으로만 들 생각을 하지 마. 힘의 흐름을 읽어. 연결을 통해 변화를 배운다는 개념인 거야. 즉 원(圓)을 학습한다는 개념인데….”
갑자기 시우가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해가 안 되지?”
“...네.”
솔직히 그러했다.
이해는 커녕 뭔 개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
“원래 그게 정상이야. 한채린이 이상한 거니까, 넌 그냥 주구장창 깔려. 그럼 될 거야.”
저 말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갑자기 한채린은 또 왜 나온단 말인가.
해서 물어볼까 싶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
별로 이해하고 싶지가 않았으니까.
“그, 그냥 카메라 들면 안 될까요, 형님?”
“당연히 카메라도 들어야지. 그런데 집 다 지을 때까지 레이드 안할 거야.”
“집을 빨리 지어야 하는 거 아니셨습니까?”
“그다지? 어차피 서아는 특특실에 있으니까. 그리고 신의술 숙련도도 중요해.”
“그 신의술 숙련도가 대체 뭡니까.”
“신의술 숙련도.”
“......”
김이준은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설명해 주시면 안 됩니까?”
“어. 안 돼. 너 그 핑계로 쉬려는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알고?”
움찔.
김이준은 순간적으로 몸을 떨었다.
정곡을 찔렸으니까.
“네 속을 모를까. 나도 다 해 본 수작이야.”
시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빨리 시작해.”
“끄으으으으꾸에엑!”
와르르르르르!
왜인지.
미치광이 사내가 생각 나는 김이준이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