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100화 (100/250)

99화.

“와아아아!!”

서아의 자그마한 입이 크게 벌어졌다.

휘둥그레진 두 눈은 새 집에 고정되어 떼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헤파이스토스 기준으로는 ‘아늑한 집’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헤파이스토스의 기준.

현실 기준으로는 결코 아늑하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

“진짜 비싸 보여!”

서아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런데 비싸 보이다니.

물론 그만큼 좋다는 의미의 표현일 터였다.

그리고 집이 비싸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예쁘다, 멋지다와 같은 표현이 있지 않은가.

아니면 웅장하다, 장엄하다.

적어도 미쳤다 정도의 감탄도 괜찮았다.

그 수많은 표현 중에서 하필이면 비싸 보이─.

“100억은 넘어갈 거 같아!!”

…에휴, 됐다.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가난하게 살아왔던 환경 때문일까.

서아의 세계관에서는 아마 저게 가장 최고의 표현일 터였다.

“안에 들어가 봐도 돼?”

“그런 걸 뭘 물어봐. 이제 우리가 살 집인데.”

시우 답에 서아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윽고 총총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따라 왈!

흑돌이가 서아를 따라 들어갔다.

“비밀번호는 전이랑 똑같─.”

띠리릭!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같이 집안 쪽으로 들어갔다.

“와아아아아아!!!”

안쪽으로 들어가자마자 서아의 탄성이 들려왔다.

서아는 고개를 휙휙휙, 돌리며 집안을 구경하고 있었다.

저러다 목이 부러지는 거 아닌가 몰라.

시우는 작은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마음에 들어?”

“지이인짜 좋아! 여기 진짜 우리 집이야? 진짜로?”

서아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다시 고개를 휙휙!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집안 이곳저곳을 살폈다.

“꼭 동화 속 나라에 온 것 같아!”

왈!

흑돌이 또한 서아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활기차게 짖어 왔다.

이윽고 서아가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봤다.

터틀 드래곤 껍질을 대리석처럼 마감질하여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천장 봐! 지인짜 높아!”

서아가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자기 키를 훌쩍, 넘는 표현을 해 보였다.

“거실도 엄청 넓고!

이번엔 좌우로 손을 크게 벌리며 고개를 휙휙, 돌려 보였다.

“방도 무진장 많고!!”

그리고 벌린 두 손을 마구 휘저으며 많다는 느낌을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시우를 향해 고개를 홱!

“우리 집 같지가 않아!!”

서아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기뻐했다.

그런 서아의 모습에 시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집이 예전보다 좋기는 하다만.

저렇게까지 좋아할 정도인가?

뭐, 생각해 보면 그럴 만했다.

기존의 집은 11평 남짓한 크기.

하지만 새 집은 무려 70평에 달했다.

그 때문에 주변 부지까지 모두 구매하여 돈이 배는 더 들어갔지만 뭐.

“흑돌아, 우리 집 진짜 좋지? 그치?”

왈!

서아랑 흑돌이가 저렇게 좋아하니 전혀 아깝지 않은 지출이었다.

“오빠, 오빠. 집들이 한다고 했었지?”

“아, 응. 11명 정도 초대하긴 했는데….”

다 올지 안 올지는 알 수가 없었다.

아마 대부분은 안 오지 않을까?

“가자 그럼!”

“가자고? 어딜?”

“손님들 대접할 음식 재료 사러!”

“설마 서아, 네가 직접 요리하려고?”

“응! 집들이는 집주인이 대접하는 거라고 그랬어.”

“괜찮겠어?”

시우는 약간 우려가 되었다.

서아의 요리가 맛이 없기 때문은 아니었다.

서아는 정말로 요리를 잘했다.

다만, 서아의 몸 상태가 걱정이 될 뿐이었다.

11인분의 집들이 요리를 준비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괜찮아,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그러나 서아는 씩씩하게 대답해 보였다.

시우는 그런 서아의 안색을 살폈다.

그간 특특실의 초특급 케어를 받아서일까.

‘괜찮아 보이긴 하네.’

서아는 굉장히 생기가 넘쳐 있었다.

혈색도 불그스름한 것이 건강해 보였다.

물론 얼마 가지 않을 건강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잃을 건강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생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슬슬, 새로운 탕약을 개발해야겠는데.”

김이준에게 뽑아낸 신의술[神醫術](S+) 숙련도.

무려 45.81%에 달하는 숙련도가 있으니 큰 걱정도 없었다.

무엇보다 서아가 저렇게 하고 싶어 하지 않은가.

이번 한 번 정도야 뭐.

“그래 그럼.”

“빨리 가자 오빠!”

서아가 시우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그러다 문득.

“흑돌아! 우리 흑돌이도 같이 가자!”

왈!

흑돌이가 꼬리를 맹렬하게 흔들며 따라왔다.

* * *

서울의 한 호텔 최상층.

판데모니움의 흉터급 간부, 오주원.

“맹시우.”

오주원의 입에서 하나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서울 지역의 판데모니움을 쑥대밭으로 만든 존재.

더하여 서울 지역의 암흑가 전체를 뿌리 뽑은 존재.

그리하여 판데모니움에게 경고라는 것을 한 시건방지기 짝이 없는 존재.

그리고 지금.

“맹시우.”

오주원은 다시 한 번 그 이름을 되뇌었다.

다름 아닌 불법 각성자를 양산하려던 계획.

몇 년간 공들여 준비하여 이제 마무리 단계에 있던 그 계획.

그러나 얼마 전.

그 계획이 완전히 무산되어 버렸다.

정체불명의 누군가에게 계획의 핵심 인물, 도엽철이 죽어 버렸다.

아니, 죽었다고 하기에도 민망했다.

존재 자체가 소멸해 버렸다.

관련한 연구 또한 완전히 소멸해 버렸다.

그리하여 다시 되뇌게 되는 이름.

“맹시우.”

오주원의 두 눈에 서늘한 분노가 서렸다.

오주원은 살짝, 뒤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맹시우의 소재는?”

“파악은 해 두었습니다만.”

나지막히 들려온 답.

오주원은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툭.

“안내해라.”

“...예?”

뒤쪽에서 당황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지, 지부장님께서 직접… 나서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오주원은 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날 뿐이었다.

“지, 지부장님! 지부장님이 직접 나서시면 시찰국장이 눈치챌 겁니다! 너무 위험한─.”

“두 번째다.”

오주원이 싸늘하게 말했다.

바라보는 시선.

그 안에는 서슬 퍼런 기세가 스며들어 있었다.

“맹시우라는 이름이 내 귀에 들려온 것이 두 번째다.”

오주원은 터벅, 걸음을 옮겼다.

“안내해라.”

전 세계 암흑가의 패권을 장악한 범죄 조직, 판데모니움.

오주원은 흉터급 간부로서 이런 자잘한 일에 나설 이유는 없었다.

무엇보다 시찰국장, 백선제가 자신을 쫓고 있다.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이유 또한 있었다.

말마따나 행동에 조심을 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엔 아니다.

두 번째.

이는 용납할 수 없다.

용납해서도 안 된다.

“안내하라.”

내뱉는 오주원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저에게 맡겨 주시죠. 지부장님.”

누군가 오주원에게 말해 왔다.

뱀과도 같은 인상의 사내.

판데모니움의 5단계 간부 등급.

절단, 골절, 파열, 흉터, 상처.

그 중에서도 골절급 간부, 조북천.

“오크 잡는 일에 어찌 오우거 잡는 칼을 쓰려 하십니까.”

조북천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주원은 그런 조북천을 가만히 바라봤다.

하지만 곧.

“네가 상대할 놈이 아니다.”

오주원은 조북천을 지나쳐 걸어갔다.

맹시우.

두 번이나 오주원의 귀에 들려온 이름.

하물며 판데모니움을 상대로 경고를 한 놈이다.

실로 시건방지기 짝이 없는 일.

그러나 그만한 시건방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어줍잖게 행동할 생각 없다. 내가 직접 처리한다.”

“지부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저는 물러나겠습니다.”

하지만.

“교단 쪽에 문제가 생긴 모양입니다만.”

이어진 조북천의 말.

오주원의 발걸음이 뚝, 멈춰 섰다.

“무슨 뜻이지?”

“글쎄요. 시찰국의 사냥개들이야 워낙에 냄새를 잘 맡지 않습니까.”

조북천은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순간.

콰아아아─!!

오주원의 전신에서 형용할 수 없는 힘이 터져나왔다.

기세만으로 존재를 짓눌러 죽이는 살의(殺意).

“말장난은 한 번만 용서하겠다.”

“끄윽! 죄, 죄송…합니다…!”

조북천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고.

그때서야 오주원은 기세를 거두었다.

콜록콜록!

조북천은 몇 번의 기침을 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부활을 위한 제물에 적합한 인간…을 찾느라, 교단의 움직임이 과해졌던 모양입니다. 그걸… 콜록! 백선제가 잡아낸 것이고요.”

조북천은 거칠어진 호흡을 진정시켰다.

오주원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툭, 말을 내뱉었다.

“백선제가 어디까지 찾아냈지?”

“교단의 본거지까지 찾아냈습니다.”

“냈습니다?”

“실은, 지금 교단의 본거지가 시찰국 광역 수사대의 가더들에게 공격받고 있습니다. 제가 지부장님을 찾아온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오주원은 아무런 답을 해 보이지 않았다.

판데모니움의 교단.

사실 말이 교단일 뿐.

맡은 바 역할은 연구소 정도로 생각하면 되었다.

그리고 그런 교단에서 준비하고 있는 일.

그 일은 판데모니움 내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다.

불법 각성자를 육성하려던 계획도 이 일을 위한 교두보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징검다리.

그런데 그런 교단이 가더들에게 공격받고 있다.

그것도 광역 수사대의 가더들에게 말이다.

광역 수사대는 시찰국장, 백선제의 직속 수사대.

그 말은 즉.

“교단 쪽에서도 어떻게든 막아 보려 했으나, 백선제가 나서는 바람에….”

이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 일은 붉은 그림자께서도 주시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판데모니움의 지배자, 붉은 그림자.

“백선제를 막을 수 있는 분은 지부장님뿐인지라….”

오주원은 차분히 시선을 내렸다.

잠깐의 고민.

오주원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명지광도 놈에게 당했다. 할 수 있나?”

“명지광과 저와 비교하시다니, 섭섭합니다.”

절단급 간부, 명지광.

골절급 간부, 조북천.

단계만 봐도 조북천이 명지광의 한 수 위.

“맡겨만 주시죠.”

조북천을 뱀과 같은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 * *

시간은 흘러 집들이 당일.

“뭘 이렇게 많이 했어?”

시우는 화려하게 차려진 음식들에 두 눈을 크게 떠 보였다.

상다리가 휘어지다 못해 부러지지 않을까.

절로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많았다.

“11분이나 초대했다며. 그럼 이 정도는 해야지.”

“최대로 11명이 올 수 있다는 거지, 그게 11명이 모두 온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그리고 11명이 모두 온다 해도 너무 많은데?”

“에이, 부족한 것보단 낫지.”

서아는 그렇게 말하며 계속 요리를 이어 나갔다.

잘 먹지도 못하는 애가 손은 왜 이렇게 큰 건지 원.

그보다 여기서 또 나올 요리가 있다고?

시우는 이걸 다 먹을 수나 있을까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상 위에 차려진 음식.

돼지고기 수육부터 시작해 소갈비찜.

골뱅이무침, 새우튀김.

소시지 야채 볶음, 유부초밥.

고추잡채와 훈제오리.

각종 나물 요리들은 물론.

“이건… 뭐야?”

“응? 아, 감바스 알 아히요.”

“감바스 알… 뭐?”

“감바스 알 하이요. 올리브유로 새우랑 마늘을 끓인? 그런 음식이야. 바게트빵이랑 곁들어 먹으면 맛있다고 그러더라고.”

그 때문인지 먹기 좋게 잘린 바게트빵도 같이 놓여 있었다.

“먹어 본 적 있어?”

“아니. 나도 오늘 처음 먹어 봐.”

하긴, 서아가 어디서 이런 음식을 먹어 봤을까.

정확히는 시우가 먹어 본 음식이 곧 서아가 먹어 본 음식이었다.

시우는 바게트빵을 하나 들어 감바스인지 뭔지 모를 음식에 찍어 맛을 봤다.

“어때?”

“최곤데?”

먹어 본 적도 없는 음식이라고 하더니.

역시 서아의 요리 실력은 일품이었다.

그 순간.

왈!

다리 아래쪽에서 흑돌이가 짖어왔다.

시우의 다리를 부비며 헥헥─.

“흑돌이도 줘?”

왈!

흑돌이가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짖어왔다.

그런 흑돌이의 모습에 시우는 약간 주저했다.

‘강아지한테 마늘은 독이라고 하던데.’

어디선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 감바스 알 뭐시기.

새우랑 마늘을 끓은 이 음식을 줘도 되는 걸까.

하지만 뭐.

‘상관 없겠지.’

흑돌이는 세계를 삼킨 늑대.

세계를 삼키면서 마늘밭도 무진장 삼켰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탈이 없는 것을 보면 뭐.

시우는 작은 그릇에 빵과 감바스를 담아주었다.

그러자 하구하구.

흑돌이가 정말 순식간에 감바스를 먹어치웠다.

흑돌이 입맛에도 맞았던 걸까.

흑돌이가 기름기 가득한 입가를 쩝쩝, 거리며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더 줘?”

왈!

흑돌이가 꼬리를 흔들며 짖어왔다.

하지만.

“안 돼. 그럼 손님들 뭐 먹으라고.”

“미안, 흑돌아. 서아가 안 된대.”

끼잉─.

흑돌이가 금방 시무룩해졌다.

“흑돌이는 따로 해 줄게.”

하지만 이어진 서아의 말.

왈!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해맑아지는 흑돌이였다.

“오빠, 손님들 언제 오신대?”

“글쎄, 점심시간에 맞춰 오라고 했으니까 곧 오지 않을까?”

이제 슬슬 올 때가 되었─.

바로 그때.

띠링!

<허가되지 않은 존재가 접근 중입니다.>

스마트폰 화면 위로 경고 알림창이 떠올랐다.

다름 아닌 침입자를 알려주는 경보.

등록되지 않은 존재를 감지하여 알려주는 경보였다.

갓튜브의 스마트폰과 연동되어 이처럼 침입자가 오면 알림창이 떠올랐다.

원래는 현실 스마트폰과 연동하려 했었다.

그래야만 서아도 경보를 확인할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이 기술은 신[神]의 야금술(SS).

인간의 과학 기술로는 파악할 수가 없었다.

해서 현실의 스마트폰과 연동이 되지 않았다.

갓튜브의 스마트폰으로만 연동할 수가 있었다.

뭐, 아무튼.

이 경보가 의미하는 바는 하나.

“지금 왔나 보다.”

시우는 가장 먼저 찾아온 손님을 확인했다.

초월자의 채널을 구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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